Constantin Film Produktion. All rights reserved



바더 마인호프 (The Baader Meinhof Complex, Der Baader Meinhof Komplex, 2008)
혁명, 그 현실의 이름



영화를 보기 전, 이 영화 <바더 마인호프>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무언가 정치적이라는 것과 독일을 배경으로(더 자세히 얘기하자면 서독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 뿐이었다. 포스터를 통해 <롤라 런>과 <뮌헨>등에 출연했었던 모리츠 블라이브트로이와 (이 영화와 여러모로 관련이 있는 <뮌헨>에 그가 출연했었다는 점도 이채롭다) <타인이 삶>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던 마르티나 게덱이 출연한다는 것 정도가 이 영화의 사전정보라면 정보였다. 사실 이 영화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는 비슷한 영화들이 그러하듯 소규모 작업으로 이뤄진 이른바 '작은' 영화인 줄로만 알았었다. 하지만 영화는 독일영화 역사상 가장 많은 제작비와 6300여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되는 등 상당히 큰 규모의 영화였고, 영화가 갖고 있는 메시지 만큼이나 영화적인 완성도도 높았던 그야말로 '작품'이었다. 다시 말해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정치/사회적 '메시지'도 매우 중요하지만, '정치적인 영화는 별로야'하며 섣불리 외면하기에는 영화적 완성도와 재미도 상당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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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독일적군파 (RAF : Red Army Faction)'라 불리는 혁명단체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고 있다. 이 단체는 영화의 제목이기도한 '안드레아스 바더'와 '울리케 마인호프'가 주축이 되어 결성한 급진적 혁명단체로서, 반자본주의 아래 미국의 베트남침공에 반대하며 폭탄테러와 방화, 비행기 납치 등을 일으켜 전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던 단체다. 참고로 이 영화는 실화다. 영화 속에서 독일적군파가 일으킨 테러 행위들도 실제 있었던 사건들이며 그들이 겪는 일들도 대부분 실화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형식을 갖고 있는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다큐멘터리와 같은 접근방식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뉘앙스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극영화의 성격을 갖고 있으며, 두 가지 요소가 서로를 잘 보완하고 있는 경우다. 실제로 영화 속 주요 사건들을 전하는 영상들은 실제 사건을 보도했던 당시의 뉴스 영상들이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이 영화 속에서는 검은 구월단이 주축이 되었던 뮌헨 올림픽 참사에 대한 영상들도 등장하는데, 스티븐 스필버그의 <뮌헨>의 몇몇 장면이 얼마나 사실에 근거하여 만든 장면인지를 이 영화 속 영상을 통해 새삼 확인할 수 있기도 하다).

대부분 역사 속 사건이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은 전체적인 맥락도 맥락이지만 영화화 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사건'에 더욱 집중하곤 하는 경향이 있는데, <바더 마인호프>역시 초중반 까지는 비슷한 분위기로 진행된다. 어떻게 독일적군파 라는 단체가 조직되게 되었는지와 그들의 주장하는 바는 어떤 것인지, 그들이 혁명 단체로서 겪게 되는 어려움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크고 작은 에피소드와 실제 역사 속 사건들을 배경으로 그려낸다. 이 부분들의 디테일이나 여기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논쟁 거리들만 해도 충분히 좋은 영화였으나 <바더 마인호프>는 여기서 한 발 더나아가 혁명이라는 것이 어떻게 시작되어서 어떻게 사라져가는가에 대해, 혹은 반대로 한 가지 사건의 종결로 끝나버리지 않고 계속 반복될 수 밖에는 없는 혁명의 원인과 현상들에 대해 아주 현실적이고 깊은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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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보통 영화같았다면 '바더'와 '마인호프'가 사실상 사라지는 지점에서 영화 역시 막을 내렸을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의 삶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봐야 하는 가로 마무리 지었겠지만(이 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영화와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이 영화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역사라는 큰 줄기에서 이 혁명이 갖는 의의와, 혁명과 테러의 경계에 대한 고민을 담아내고 있다.

일단 이들의 행동이 보다 혁명스러웠을 때에는 그들이 싸워 승리하려고하는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미국의 베트남 침공에 대한 반대의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을 때, 우리는 미국인도 아니었고 베트남인은 더더욱 아니었지만 이 부당한 전쟁에 반대하기 위해 삶을 던졌던 서독인들을 생각해보게 된다. 이런 지점은 영화 초반 TV토론을 보는 한 가족의 대화에서 잘 드러나는데, 부모는 남의 일처럼 얘기하며 비아냥거리지만, 후에 독일적군파가 되는 딸은 부모의 무관심함과 무지에 대해 분노하며 자신의 의견을 쏟아낸다. 영화 속에 드러난 것만 보자면 독일적군파의 행동들은 다른 혁명이나 테러들과는 달리 본인들의 이익이나 해방을 위한다기 보다는 더 넓은 인류의 해방에 가치가 있었다고 할 수 있을텐데, 이렇게 자신의 안위에 직접적 관련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신이 믿는 가치관과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이들의 모습은 분명 현실에 놓인 나를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된다. 특히 최근 국내 정세는 단순히 정치적인 것에 한정되는 일이 아니라 이를 넘어서는 가치관의 문제여서 광장으로 참여를 해야만 했었던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더더욱 신념과 현실에 관계에 대해 깊게 고민해볼 수 있었다 (영화 초반 이란의 전제군주 방문 반대집회에서 시민, 학생들이 경찰들에 의해 몽둥이로 맞고 밟히고, 물대포에 맞고 하는 강경진압 장면이 나오는데, 이것을 영화 속 장면으로만 볼 수 없다는 점이 고통스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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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통해 가장 깊게 고민해볼 것 중 하나라면 '그 깟 돌 좀 던진다고 미국이 베트남에서 철수하는것도 아니잖나?
' 하는 질문의 대답과 혁명이 테러로 변질되어 가는 과정에 있겠다. 첫 번째 질문은 비단 이번 영화에서 뿐 아니라 최근 국내 상황 탓에 각종 커뮤니티적으로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도 여러 번이나 고민을 해보았던 문제였는데,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이것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들에게 더 알려야 한다는 의미에서 돌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 대답이었다면, 영화를 보고나서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대답처럼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 자신을 견딜 수 없기 때문에' 즉 나중에 후세에 그래도 나는 돌이라도 던지며 '행동'했었다 라고 이야기할 수 있기 위해 어쩌면 거대한 변화를 이루지 못할 지라도 계속 돌을 던져야 한다는 대답을 추가로 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혁명을 다루면서 사건에만 집중하게 되면 놓치게 되는 부분이 많을 수 밖에는 없는데, 영화라는 대중적 매체에서 사건 그 이후에 겪게 되는 일들까지 다 담아내기는 그릇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바더 마인호프>는 2시간 3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을 통해 사건 그 이후에 대한 얘기를 더 집중적으로 들려주려 한다. 즉 혁명의 주체가 그 구심점을 잃고 사라진 이후에는 어떻게 변해가는지, 과연 초창기의 의도대로 혁명은 계속 지속되는지에 대한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렇게 때문에 이 영화는 비교적 객관적인 편이다. 초중반까지만 보자면 독일적군파에 편에 서 있는 듯 하지만, 바더와 마인호프가 활동하지 못하게 되는 시점부터 테러를 위한 테러가 되어버린 이들의 모습과 그리고 본말이 전도되어 그 의도마저 퇴색되어 버린 다음 세대의 혁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그대로 보여준다. 왜 그들이 이 단체에 가담하고 있는가 물었을 때 '영웅심' 이라고 답하는데, 이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2세대, 3세대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리고 '바더'와 '마인호프' 및 독일적군파의 주요인물들을 잡아들였다고 테러를 모두 종식시켰다고 믿는 정부관리들의 생각이나, 그 이후에도 계속되는 테러를 이해하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았을 때, 테러라는 것이 왜 계속되며 눈에 보이는 것만 해결하면사라져버리는 그런 단발적인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맥락에서 파악하고 접근해야 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독일적군파를 소탕하기 위해 주민등록에 의한 색출 방식등 서독 사회가 발전하게 되는 점은 아이러니다). 이 영화가 진정으로 힘을 발휘하게 되는 순간은 제목과는 다르게 '바더'와 '마인호프'가 모두 사라진 다음이 아닐까 생각된다. 2,3세대가 맹목적인 (테러를 위한 테러에 가까운) 신념을 행동에 옮겼다가 나중에야 자신들이 사실마저 외곡하고, 아니 듣지 않으려고 했었다는 걸 알았을 때 공황상태에 빠져버리는 상황도 잘 표현되고 있다. 이 영화는 결국 '독일적군파'의 행동이 혁명이었는가 테러였는가 라는 선택의 질문보다는, 혁명이라는 것이 어떻게 진화, 발전, 퇴색 되는지에 대한(혁명이 반드시 진화해서 발전되고 퇴색된다는 말은 아니다) 매우 현실적인 (굳이 실화라는 설명이 없어도 말이다) 메시지를 들려주고 있다고 보는 편이 더 맞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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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듯이 이 영화는 영화적으로도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영화답게 장면 장면의 영상은 굉장히 인상적이었으며, <뮌헨>에서 느꼈던 당시의 의상이나 색감 등도 이 영화에서 유감없이 즐길 수 있었다. 또한 여러나라가 등장하는 로케이션 촬영을 통한 장면들도 인상적이고, 당시를 좀 더 체감할 수 있는 록넘버 들도 인상적이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이런 영화를 볼 때마다 이것이 과거에만 그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갈수록 견디기 힘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더더욱 이런 영화들을 피하지 말고 봐야 하겠지만.


1. 당시에 대한 관련 역사적 사실들을 더 풍부하게 알고 있다면 더 흥미로운 작품이 되겠지만, 꼭 그렇지 않다하더라도 영화 속 정보만을 가지고도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2. 국내 개봉제목은 '바더 마인호프'지만 원제는 '바더 마인호프 컴플렉스'더군요. 제목에 '컴플렉스'라는 단어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영화를 다보고 나서야 깨달았네요.

3. 상영관이 적은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저는 오랜만에 하이퍼텍 나다에서 관람했네요.

4. 배우들의 연기도 캐릭터도 참 인상적입니다. 다큐멘터리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요.

5. 엔딩 크래딧과 함께 밥 딜런의 'blowin' in the wind'가 흐릅니다.

6. 나중에 DVD/블루레이로 출시된다면 관련 자료들이 서플에 가득담겨 출시된다면 정말 도움이 될 것 같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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