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네트워크 (The Social Network, 2010)
네트와 인간관계에 관한 또 다른 진실


5억명의 온라인 친구, 전세계 최연소 억만장자, 하버드 천재가 창조한 소셜 네트워크 혁명 등의로 포장하고 있는 데이빗 핀처의 영화 '소셜 네트워크'는, 사실 이와 같은 영화는 아니다. 다시 말해 5억명의 온라인 친구를 만들기 위한 영화도 아니고, 전세계 최연소 억만장자가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도 아니며, 하버드 천재가 창조한 소셜 네트워크 혁명을 그린 영화도 아니다. 물론 성공신화에 솔깃 하는 대중의 심리에는 '과연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서비스 페이스북 (facebook)는 어떻게 탄생되고 성공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갖을 수 있겠지만, 그래서 이런 기대에 발맞춰 창립자 마크 주커버그의 입장에서 멋진 성공신화를 써내려 갔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 보다는 더 영리한 데이빗 핀처와 각본을 쓴 아론 소킨은 페이스북과 마크 주커버그를 지우더라도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를 완성해 냈다. 

즉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많은 사람들이 '소셜 네트워크'를 보고나면 가장 많이 궁금해 하는 바인 '과연, 어디까지가 사실인가?'에 대한 물음은 이 영화의 정확한 본질은 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저 이들은 21세기의 소셜 네트워크와 그 중심에 있는 페이스북의 이야기에 빗대어, 네트와 인간관계 혹은 네트의 광활한 발전으로 인한 인간 관계의 진화 (혹은 퇴화)에 대한 씁쓸한 담론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그저'와 '뿐이다'라는 표현은 이 영화의 완성도와 임팩트를 억지로 억누르려는 시도였을 뿐, '소셜 네트워크'는 데이빗 핀처의 필모그래피의 또 하나의 걸작이다.


 Columbia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실제하는 이야기를 구현하려하지 않고 하버드 아이들의 '라쇼몽'을 생각했다 라는 데이빗 핀처의 인터뷰 처럼, 이 작품은 하나의 진실을 둘러 싼 각기 다른 이들의 또 다른 진실에 관한 이야기다. 데이빗 핀처는 이처럼 하나의 사건을 두고 각기 다른 진실을 이야기하는 구조를 원했음에도, 이를 복잡한 영화적 트릭이나 장치 없이도 수려하게 완성해 냈다. 그러니까 영화 속 주인공인 마크 주커버그 (제시 아이젠버그)와 왈도 세브린 (앤드류 가필드) 그리고 윈클보스 형제 (아미 해머)가 싸늘한 테이블 위에서 나누는 논쟁은, '내 이야기는 이랬어' '어, 내 이야기는 다른데?'하며 각자에게 같은 사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턴을 제공하지 않고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해 이어가고 있음에도, '라쇼몽'과 같은 느낌과 더불어 누군가에게 완전한 치우침 없이 아슬아슬한 이야기의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완벽하게 동등한 공감대의 비중을 두지는 않았기 때문에 (애초에 하려던 얘기가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동등함은 필요가 없을 터), 관객은 특히 앤드류 가필드가 연기한 왈도에게 좀 더 공감을 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확실히 공감대를 형성하는 부분에서는 왈도 세브린의 이야기가 임팩트가 느껴진다. 관객은 무의식적으로 약자에게 공감을 하게 되어 있는데 어쩌면 표면적으로 이 작품 속에서 왈도가 가장 약자처럼 연약한 존재로 (냉철하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묘사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소셜 네트워크'가 흥미로운 것은 모두가 승자인 동시에 결국 모두가 패자가 된다는 점이다. 마크 주커버그와 왈도 세브린의 작은 프로젝트였던 '더 페이스북'이 전세계 5억명이 사용하는 '페이스북'으로 성장하였지만 마크의 모습은 여전히 행복해 보이지 않고, 반대로 페이스북의 성공으로 인해 가장 친한 친구와 멀어지게 된 왈도의 경우 패배자로 보이지만, 이 고소건에 대해서는 서로 합의를 보았으니 표면적으로는 패배자로 보기도 어렵다.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빼았겼다고 주장하는 윈클보스 형제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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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소셜 네트워크'의 이야기를 단순히 엄청나게 성공한 기업의 어두운 뒷이야기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이런 소재의 영화에서 의례 등장하는 이런 방정식으로 풀어내기에 이 영화의 알고리즘은 훨씬 더 견고하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의 처음과 끝은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정서를 거의 대부분 대변하고 있다. 결국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여자친구에게마저 차인 마크 주커버그는 홧김에 여자 친구를 욕보이게 되는 일들을 인터넷 상에 하게 되고, 결국 이 잘못을 만회하기 위한 방법도 보란듯이 자신이 만든 서비스를 성장시키는 것으로 하려 한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하버드의 모든 학생들을 넘어서서 수 많은 대학의 네트워크에 퍼졌을 정도로 유명해졌을지언정, 떠나버린 여자친구의 마음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러면 돌아올 것으로 예상했던 마크는 실망보다는 당황을 하게 되고, 마지막에 가서 다시 홀로 남게 된 마크가 자신이 만든 서비스의 베타적 특징 때문에 (이 서비스가 전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었던 바로 그 장점 때문에) 본인조차 '수락'의 과정을 거쳐야만 전 여자친구의 소식을 듣거나 다시 친구가 될 수 있게 된 현실은, 그리고 그 현실 앞에서 계속 새로고침을 누르고 기다리는 것 밖에는 할 수 없는 현실은, 인간관계의 가장 밀접하고 민감한 부분에 기인해 만든 소셜 네트워크이지만 이것 역시 완벽한 대안이 될 수는 없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보통같으면 영화 속 인물들의 현재의 상황을 설명해주는 자막이 등장했을 때, 특히나 이번 영화처럼 '페이스북은 전세계 가입자 5억명이 사용하는 서비스고, 마크 주커버그는 최연소 억만장자다'라는 문구가 등장했을 때 무언가 해피엔딩에 가까운 감흥을 느끼게 되지만, '소셜 네트워크'의 마지막에는 이러한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 즉 현실에서 보여지는 그의 모습은 억만장자이지만, 우리가 영화를 통해 보게 된 그의 마지막 모습은 앞서 언급한 '새로고침'하는 외로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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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소셜 네트워크'를 만든 이들 가운데 빼놓지 말아야 할 한 사람은 바로 음악을 맡은 '트렌트 레즈너'이다. 록 팬들에게는 '나인 인치 네일스 (Nine Inch Nails)'의 프론트맨으로 더욱 유명한 트렌트 레즈너가 만든 영화 음악은, '소셜 네트워크'를 전반적으로 쓸쓸하면서도 차가운 정서로 이끄는 데에 가장 큰 공을 세우고 있다. 이 영화는 음악이 상당히 깊게 관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는데, 차가운 디지털 사운드로 채워진 음악들은 장면의 리듬감은 물론 마치 스릴러 영화에서나 느꼈을 법한 긴장감과 동시에 인간관계를 디지털화하여 쉽게 연결해주는 페이스북이라는 도구와, 그 도구로 인해 멀어져버린 진짜 인간관계에 대한 쓸쓸한 정서를 마치 무채색으로 표현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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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네트워크'가 더 인상적이었던 또 다른 이유는, 개인적으로도 페이스북과 같은 서비스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최근에는 새로운 서비스를 한창 기획하고 준비하는 시기여서 평소에 브레밍스토밍 하고 있는 것들과 연관되는 부분들, 혹은 근본적인 원류를 다시금 되돌아보게끔 해 더 인상적일 수 밖에는 없었다. 또한 페이스북 서비스를 사용한지가 어느 덧 제법 오래되었고 또 최근 몇 달간 더 자주 사용하고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시류를 잘 읽고 앞서갔던 서비스라는 점에서 좋은 인상을 갖고 있던 터라, 마크 주커버그가 처음 어떤 아이디어에서 출발하게 되었는지 (교내 네트워크를 위한 서비스에서 시작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영화로 그 과정을 접하니 감회가 남다르더라), 또 '더 페이스북'이 어떻게 '페이스북'이 되었는지, 현재 페이스북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몇가지 중요한 아이디어들이 어떻게 설계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흥분되는 작품이기도 했다. 쉽게 말해 업계 사람으로서 업계 1위라고 할 수 있는 서비스의 리얼한 탄생과정의 목격은 그 자체로 흥분되는 것이었다 (음악으로 바꿔 이야기하자면 유명한 밴드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볼 때, 명곡이 어떻게 우연처럼 탄생하게 되었는지가 등장할 때 소름이 돋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미 지난 예전의 이야기임에도 무릎을 탁치게 되는 장면들이 많았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내가 지금 만들고 있는 서비스 혹은 훗날 만들게 될 서비스에 여기서 파생된 아이디어들을 접목시켜야 겠다고 생각하게 되기도 하고. 아, 물론 영화 속 이들의 이야기처럼 5억명의 친구를 만들기 위해 진짜 친구들을 모두 적으로 만들게 되는 일은 없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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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시 아이젠버그와 완성시킨 '마크 주커버그'는 그야말로 올해의 캐릭터 중 하나로 꼽을 만 하더군요. 연민과 비난이 동시에 들게 끔 하는 묘한 주인공이었죠. 

2. 극중 윙클보스 형제는 아미 해머가 1인 2역으로 연기하고 나중에 CG를 통해 영화 속 장면이 완성되었는데, 감쪽 같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그 보다는, 오히려 '자, 이건 1인 2역이야, 뭔가 이상하지 않아?'라고 말하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데이빗 핀처의 영화적 조크와 장난끼랄까요.

3.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필모그래피에서도 현재까지는 최고의 연기가 아닐까 싶군요. 영화를 보고나서 아직까지도 얄밉다고 하는 이들이 있는걸 보면요.

4. 개인적으로 최고의 대사는 '션, 난 니 옆에 서고 싶어. 그럼 내가 더 터프해 보일테니까'라는 왈도의 대사와 '더 는 빼, 그냥 페이스북으로'라는 션의 대사를 꼽고 싶군요. 전자는 감정적으로 후자는 현실적으로요 ㅋ

5. 이 글은 제 페이스북으로도 발행하였습니다. 5억명의 친구들이 보게 될까 두렵군요 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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