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으로 담아낸 인생 이야기

'신주쿠 구 하나조노 근처의 골목에 마스터 혼자서 운영하는 작은 밥집이 있다. 심야 0시부터 아침 7시까지 영업하며, '밥집' 이라고만 쓰여져 있지만, 단골 손님 사이에선 '심야식당'이라 불린다. 메뉴는 돼지고기 된장국 정식, 맥주, 일본주, 소주 밖에 없지만 원하는 음식을 말하면 가능한 한 만들어 준다'


아베 야로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2009년 일본 TBS에서 방영해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심야식당'이 DVD로 출시되었다. 일단 원작인 아베 야로의 만화의 경우, 인생의 소소함을 과장 없이 잔잔하게 그려 큰 인기를 끌었는데, 국내에도 총 6권으로 발매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아베 야로의 원작과 2009년 방영한 드라마 모두의 인상적인 점이라면 '인생 얕보지마' 라는 극 중 대사처럼, 인생에 대한 조심스런 자세와 동시에 별다른 극적 장치 없이도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움직이게끔 만든다는 점이다. 자극적인 소재들이 넘쳐나는 요즈음, 이처럼 잔잔한 드라마는 그 자체로도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요즘 장난처럼 유행하게 된 '차가운 도시'. 이 작품은 바로 그 차가운 도시에 사는 외롭고 지친 이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준다)

10편의 길지 않은 분량의 '심야식당'은 일본 방영 시 오후 11시에 방영되었던 것처럼, 하루를 마감하며 자기 전 한 편씩 보기에 참 적절한 작품이다. 딱 하나 적절하지 않은 점이 있다면 극 중 등장하는 평범한, 너무나도 평범한 음식들이 몹시도 먹고 싶도록 묘사된다는 점일 텐데, 야심한 시각인지라 아마도 실제로 매주 11시에 이 작품을 보았더라면 매일 밤 극중 등장한 요리를 꼭 먹고 잠들어 다이어트에 가장 큰 적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음식이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는 작품들의 경우 대부분 음식 자체가 중심이 되어 이야기가 전개되는 경우가 많은데, '심야식당'은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할 수 있겠다. 각 편마다 하나의 음식이 등장하지만 그 음식은 캐릭터의 인생을 비추는 하나의 매개체로 작용할 뿐이며, 음식 자체에 대한 찬양이나 기술적인 면으로는 연결되고자 하지 않는다. 10가지 다른 음식 이야기가 아닌 10가지의 다른 인생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각각의 인생에서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10편 마다 하나의 이야기를 마무리해야 하는 분량의 탓도 있겠지만, '심야식당'이 음식으로 담아낸 인생사는 자극적이지도 않고 아주 특별한 일도 많지 않다. 오히려 극적인 부분을 상당히 절제하고 있는 느낌이며, 작품이 이야기하려는 메시지처럼 인생이라는 것을 가볍게 다루지 않으면서도 누군가 제 3자의 이야기로 느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과장된 면을 최소화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무언가 역동적인 전개나 장면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몹시 심심할 수도 있겠으나, 바로 그것이 '심야식당'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음식 자체로 무언가를 이루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은 작품에 등장하는 음식의 종류만 봐도 알 수 있다. 기존 음식이 주가 되는 작품에서 등장했던 최고급 요리 혹은 요리사의 혼이 깃든 절정의 작품에 가까운 요리는 '심야식당'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극중 등장하는 음식들은 하나 같이 단순하고 간편하다 못해 집에서 누구나 쉽게 해먹을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포테이토 샌드위치, 소스 야키소바, 가츠돈, 오차즈케까지는 그렇다 쳐도, 그저 밥에 버터 넣고 비벼 먹는 버터 라이스나 맨밥에 가쓰오부시를 얹어 먹는 고양이 맘마 같은 경우는 요리라고 하기에도 너무 단촐한 구성이라 할 수 있을 텐데, '심야식당'에서는 바로 이 단순하고 평범한 음식에 인생이라는 큰 화두를 담아낸다.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만 덧붙이자면, 10화에 등장하는 라면 역시, 일본 특유의 맛을 자랑하는 그 라면이 아니라, 인스턴트 라면이 등장하니 말 다했다.




DVD Menu





총 3개의 디스크로 출시된 '심야식당' DVD는 1, 2번 디스크에는 각각 5편씩 본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3번째 디스크에는 부가영상이 수록되었다. 디스크 메뉴는 메인 메뉴가 바로 각화를 선택하는 일종의 장면선택 메뉴이며, 음성/자막을 선택할 수 있는 설정 페이지가 추가되었다.


DVD Quality

1.85:1 화면 비의 영상은 흔히 일본영화 타이틀에서 만날 수 있었던 평균적인 화질이라고 보면 되겠다. '심야식당' 같은 DVD를 보면서 어떤 이가 과연 칼 같은 화질을 원할는지 모르겠지만, 감상에는 당연히 불편을 주지 않는 준수한 수준이며 반대로 얘기하자면 작품의 특성상 차세대 화질까지 바랄 필요가 없는 타이틀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돌비디지털 2.0만을 제공하는 사운드 역시 크게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5.1채널의 멀티 사운드를 요하지 않는 작품이라 2.0만으로도 충분한 느낌이다.


DVD : Special Features

3번째 디스크에 수록된 부가영상 중 가장 먼저 만나보게 될 서플은 '심야 식당 영업 직전 스페셜' 인데, 원작 만화에 대한 이야기서부터 출연배우들과 감독이 말하는 원작 만화의 매력과 감독이 전하는 주연 코바야시 카오루에 대한 인상 그리고 '마스터'를 연기한 코바야시 카오루가 촬영전 요리 연습을 하는 과정을 만나볼 수 있다. 참고로 이 작품은 여러 감독이 함께 연출한 작품인데, 이렇게 한 작품을 나눠서 연출한 것에 대한 감독들의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고, 극중 등장하는 요리를 만든 푸드 스타일리스트 이이지마 나미의 인터뷰를 통해 작품 속 요리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제작과정'에서는 심야식당에 간다면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과 답변으로 시작해, 감독의 인터뷰를 통해 만화 원작을 영화화하게 된 소감과 제작과정에서 있었던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참고로 심야식당에서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은? 이라는 질문과 답변은 감독의 인터뷰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다.





'코바야시 카오루 x 마츠오카 조지 스페셜 대담'에서는 각각 주연과 연출을 맡은 두 사람의 대담을 담고 있다. 약 20분 분량의 영상으로 편한 분위기 속에 작품에 대한 담담한 소회를 들려준다.




마지막으로 극중 등장했던 '인생 흐르는 대로' '길 잃은 고양이' 두 곡의 뮤직비디오와 '방해꾼 BOY를 날려 버려!' 영상, 예고편 및 심야식당 메뉴 앨범, 사진관이 부가영상으로 수록되었다.



[총평] '심야식당' DVD는 작품에 대한 내용을 논하기 이전에, 국내 최초로 정식 발매되는 일본 드라마 타이틀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겠다. 국내에 일드 팬들이 미드 못지 않게 존재한다는 점에서 '드디어' 이루게 된 정식발매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심야식당'을 계기로 더 많은 일드 타이틀을 만나볼 수 있길 바래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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