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앤 드럭스 (Love and Other Drugs, 2010)
치유하고 견디는 것이 사랑이어라


오랜만에 달달한 영화가 보고 싶어졌다. 급격하게 떨어진 기온 탓도 있겠고, 한 동안 영화를 통해 피부림과 각종 음모 등을 상대하다보니 그냥 남녀주인공의 알콩달콩 사랑이야기에 대한 갈증이 생겼고, 여기에 제이크 질렌할과 앤 해서웨이가 주연한 '러브 앤 드럭스'는 잘 어울릴 영화 같았다. 사실 이 영화의 감독이 에드워드 즈윅 이라는 점은 조금 의외였는데, 예전 그의 작품들은 그렇다쳐도 '블러드 다이아몬드' '라스트 사무라이' 디파이언스' 등 최근 작만 보면, 이런 달달한 로맨스 영화와는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렇게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에 기대하는 바도 있었다. 에드워드 즈윅이 만드는 로맨스라면 아주 평범한 이야기는 아닐 것 같은 기대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두 배우를 보는 것만으로도 실망할 일은 없겠다는 개인적 기대도 더해졌고. 그렇게 보게 된 '러브 앤 드럭스'는 아주 평범하고 진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그래도 그 안에 가슴을 울릴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었던 괜찮은 '달달하고 따스한' 영화였다.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영화는 실제 제약회사 직원의 경험담을 토대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극중 등장하는 회사 이름과 약품의 이름들이 낯설지만은 않다 (pfizer, viagra 같은 이름들이 그대로 등장한다). 영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남자 주인공 제이미 랜들 (제이크 질렌할)의 직업인 '약품 (Drugs)' 영업사원의 영업적인 이야기들이 비중있게 다뤄지긴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사랑 (Love)'을 강조하기 위한 그리고 빗대어 말하기 위한 효과적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런데 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랑과 약의 관계를 영화는 괜찮은 대비로 풀어내고 있다. 직접적으로 보았을 때 화이자 사의 영업사원인 제이미의 성공 스토리와 그의 연애담은 별개로 진행되는 듯 하지만 (그리고 사실상 직접적 연관없이 진행되지만), 한 발 물러나서 보게 되면 약을 판매하는 주인공과 그 반대에 놓인 여자 주인공 매기 (앤 해서웨이)의 이야기는 묘한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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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러브 앤 드럭스'를 아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깊은 이성과의 만남이 아닌 쿨한 섹스 파트너를 원했던 젊은 두 남녀가 결국은 서로를 그 이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 속에서 처음 겪게 되는 감정의 변화들과 동시에, 여자 주인공이 겪는 병으로 인해 생기게 되는 아픔과 치유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흔한 국내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병에 걸린 여주인공'이 여기도 등장하는 셈인데, 이거 또 뻔한 얘기 아닌가 생각한다면 사실이 그렇다. '러브 앤 드럭스'는 많은 이들에게 '뻔한' 이야기로 받아들여질 바로 그 익숙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런 류의 익숙한 줄거리를 갖고 있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하는 말이지만,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이야기를 그리는 것은 결코 틀리거나 잘못된 방향이 아니다. 즉, 익숙한 이야기를 관객에게 어떻게 또 빠져들도록 전달하는냐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그런 점에서 이 영화 만의 숨겨진 장점이 발휘된다고 볼 수 있겠다.

특히 상처 받은 이들의 이야기를 그릴 때는 얼마만큼 그 상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가가 전체의 이야기를 판가름하는 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텐데, '러브 앤 드럭스'는 그 지점을 간과하지 않고 있다. 병에 걸린 주인공을 단순히 환자로만 여기지 않고 동정이 아닌 감정으로 감싸고 있으며, 당사자가 느끼는 수 많은 갈등 역시 담백하지만 진솔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건 겪어 본 자만이 아는 부분일 수도 있겠는데, 영화가 병에 거린 매기의 심리를 묘사하는 것이나 이를 바라보는 그의 연인 제이미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은 분명 허구의 극적인 효과를 노렸다기 보다는, 실제 그들의 섬세한 감정에 충실한, 그들은 따뜻하게 감싸 앉는 시선이었다. 그래서 연인 가운데 한 사람이 아픈 이 뻔한 이야기가 또 한 번 감정적으로 눈물을 만들어 냈고, 극 중 유머와 위트들도 웃으며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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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엔 또 울긴 했지만 오랜만에 극장에서 달달한 로맨스와 훈훈한 두 남녀를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던 경험이었다. '러브 앤 드럭스'가 오래오래 기억하고 챙겨보는 작품이 되지는 않겠지만 사람들이 계속 사랑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 한, 이런 작품은 가끔씩 꼭 필요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1. 앤 해서웨이도 물론이지만, 제이크 질렌할의 매력이 절정에 달했더군요! 많은 여성분들 눈이 정화되실 듯.
2. 물론 남성분들의 눈이 정화되는 장면도 아주 많습니다. 앤 해서웨이의 과감함에 사뭇 놀라기도;;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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