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쫓는 아이 (星を追う子ども, 2011)

나를 놓아주어야만 하는 힘겨운 여정



'별의 목소리 (2002)'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2004)' '초속 5cm (2007)' 등을 통해 팬덤을 확고히 하고 있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별을 쫓는 아이'를 다행히(?) 극장에서 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위의 작품들과 더불어 그의 재능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단편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1999)'까지 모두 인상 깊게 보았을 정도로, 그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감독들 중에서도 손 꼽는 감독이기도 해 '별을 쫓는 아이'는 제작이 결정된 시점부터 매우 기대되고 기다렸던 작품이었다. 먼저 공개된 장면들에서 알 수 있었듯이, 기존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지브리스러운, 더 정확히 말하자면 명작동화 풍의 작화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 단순히 작화 측면을 떠나서도 메시지와 세계관에서 지브리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색채가 느껴진 반면, 많이 다른 옷을 껴입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신카이 마코토만의 색깔과 메시지 역시 발견할 수 있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 에이원엔터테인먼트. All rights reserved



일단 '별을 쫓는 아이'의 배경은 '아가르타'라는 판타지의 세계다. 기존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들에서도 판타지스러운 설정들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배경으로 사용되는 정도거나 오히려 과학으로 보기에 더 충분한 부분이 많았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별을 쫓는 아이'는 단순히 배경으로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본격적인 판타지의 세계관이 짙게 깔려있는 경우다. 인간 세상의 주인공들이 아가르타로 우연히 빠져들게 되어 벌이는 것 정도가 아니라, 이들 인간들 역시 다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크게 보았을 때 이 판타지 세계관에서 움직이는 인물들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이 작품은 고대의 신화와 판타지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작품이라 하겠다. 이렇듯 판타지적인 색채가 가미되면서 더더욱 지브리 스튜디오의 이전 작품들과 비교되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작화나 표면적 세계관 보다는 오히려 메시지 적인 측면에서 더 지브리와 닮아있는 점이 많다고 느껴졌다. 특히 두 주인공 아스나와 신의 캐릭터를 보면 지브리 세계 속 캐릭터들과 많은 닮은 점을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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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짧게 등장하는 슌의 경우는 크게 얘기할 만한 부분은 없지만 (물론 그의 짧은 아우라에서는 하울의 포스가 풍기긴 했다), 그의 동생인 신의 경우는 '모노노케 히메'의 주인공인 아시타카와 많은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단 신 역시 인간 세계와 지하 세계의 중간자적 역할을 (결과적으로) 맡게 된다는 측면을 들 수 있을텐데, 물론 아시타카 처럼 이런 중간자적 성향이 스스로 몹시 강하다기 보다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점차 그런 성향을 스스로도 발견해 가는 경우라고 할 수 있어 근본적으로는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신 의 많은 부분은 아시타카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겠다. 특히 그가 마을을 떠나는 시퀀스를 보자면, 일족의 원로의 모습이라던가 마을 어귀에서 신을 기다리는 여자 아이의 모습 등은 '모노노케 히메'를 직접적으로 연상시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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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장르를 좋아하고 지브리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관을 신봉하면서도 '별을 쫓는 아이'가 초반부터 와닿지 않았던 점은, 바로 이 작품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이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이었다면 '게드 전기'도 그럭저럭 최악으로는 감상하지 않은 입장에서 이 작품 역시 괜찮다 싶은 작품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는데(여러 면에서 이 작품은 '게드 전기'를 떠올리게도 했다),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이었기 때문에 분명히 기대하는 바가 더 적극적으로 표현되지 않아 아쉬운 측면이 없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에서 느꼈던 강한 매력과 인상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거의 신카이 마코토 1인이 모든 영역을 소화하는 능력과 구성 자체도 흥미로웠던 것도 사실이었지만, 그것 보다는 어떤 시공간과 판타지가 배경으로 등장하건 간에 이런 모든 것들을 중심이 되는 이야기에 매력적인 도구로 만들어버릴 만큼의 강력하고 절절한 이야기와 사랑, 그 자체에 있었다. 특히 '별의 목소리'나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초속 5cm'에서 보여준 그 절절하다 못해 OST의 한 자락만 흘러나와도 금새 눈물이 핑도는 러브 스토리는, 신카이 마코토 라는 감독을 깊이 각인시키는 가장 큰 매력이었다. 아, 그의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애절했던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기억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를 통해 영화를 본 나의 추억을 강하게 끄집어낸다는 점이다. '초속 5cm'가 절절한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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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쫓는 아이'의 초반에서는 이러한 그 만의 장점이 잘 드러났다기 보다는 판타지 장르의 익숙한 설정들이 더 부각되었기 때문에 무언가 부족함이 느껴졌던 것이 사실인데,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후반부로 갈 수록 그 안에서 조용히 숨죽이고 있던 애틋함의 힘이 피어오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함께 가슴을 저밀 수 있었다. 결국 '별을 쫓는 아이'가 들려주려는 메시지는 '모노노케 히메'와 마찬가지로 '살아라'라는 것의 연장선에서 볼 수 있을텐데,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고자 했던 그의 야심이 확인되는 부분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그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에서 주를 이룬 갈등과 애절함의 대상은 남녀 간의 사랑이 깊었었는데, '별을 쫓는 아이'는 그것보다는 존재와 존재간의 관계와 삶과 죽음의 경계라는 더 심오한 세계관을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 같았다. 그러기 위해서 판타지 세계관을 적극 가져왔다고 할 수 있을텐데, 개인적으로는 이전 작품들에 비해 판타지라는 겉옷을 너무 두껍게 챙겨입은 터라 신카이 마코토가 본래 하고 싶었던 마음의 소리가 관객에게 미치기에는 조금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너무 거대한 세계관을 가져온 탓에, 그간 거대하기 보다는 소소함과 생활 속에서 진리를 찾아내던 그의 이야기가 빛을 발휘하기에는 살짝 부촉한 측면이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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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마코토의 '별을 쫓는 아이'는 아쉬운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판타지 모험 속에서 그가 말하고자 했던 또 다른 절실함을 볼 수 있어서 좋았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의 다음 작품은 좀 더 가슴을 저미게하여 사운드트랙의 메인 테마만 살짝 흘러도 어쩔 줄 모르게 되는 작품이었으면 더 좋겠다.



1. 그래도 신카이 마코토 하면 기대되는 하늘의 묘사는 역시나 반갑더군요. 그의 작품은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정지된 이미지로 주는 깊이도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2. 따지고보면 '별을 쫓는 아이' 역시 무언가를 변화시키기 위해 떠나는 여정이 아니라, 그 여정 속에서 나를 인정하고 변화시키는 (혹은 놓아주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 이런 점이 극대화된 후반부가 어쩔 수 없이 눈물 나게 했던 것 같아요 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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