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문경은 선수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바야흐로 지금은 스포일러 홍수의 시대다. 아주 예전에 스포일러라는 말 자체가 흔하게 사용되지 않던 시절에는 단순히 반전이 있는 영화에만 국한되어 그 결말을 미리 알려주는 것으로만 인식되었으나, 요즘 같아서는 그날 그날 방영하는 드라마는 물론 각종 스포츠 경기의 결과에 이르기까지, 관심사가 많을 수록 스포일러를 피하기 어려운 세상에 살고 있다. 먼저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스포일러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스포일러라는 것의 범위가 사실상 유동적이고 불확실한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일 수 밖에는 없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어제 방영한 드라마의 줄거리를 얘기하는 것은 제법 많은 이들에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지만, 스포일러 하면 반드시 얘기되는 작품인 '식스 센스'의 반전을 이야기하는 것은 미미한 수준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겠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확률적인 것일 뿐 아직 '식스 센스'를 보지 않은 이에게는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가 스포일러로 느껴질 수 밖에는 없을 것이란 얘기도 된다. 특히 예전 작품 같은 경우 동시대를 살았던 이가 아니라면 그 다음 세대의 경우 일부러 찾아봐야 하는데 이럴 때 '누구나 다 아는 얘기'는 이들에게 큰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여기서 중요한 건 스포일러의 범주를 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상대적인 것이라는 것을 인정 정도만 하는 것으로 그치자는 얘기.


개인적으로는 이 글에서 '식스 센스'의 반전을 이야기하지 않은 것처럼 가능하다면 핵심이 되는 내용은 시간이 흐르더라도 지켜주고 싶은 편이지만(아예 쓰지 말자는게 아니라 스포 표시 정도를 해둘 수도 있다는 얘기), 이런 성향을 재쳐두더라도 최근의 경향은 실시간이 아니면 사실상 스포를 피하기 어려운 시대라 점점 따라가기 벅찬 것에 대해 살짝 푸념을 늘어놓고 싶어서랄까. 물론 여기에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다양한 관심사 때문일 것이다. 슈퍼스타 K도 안보고 위대한 탄생은 조용필의 밴드로 알고 있고, 농구는 문경은이 뛰던 시절 보고 안보는 이라면 이들의 결과를 주변에서 보게 되더라도 스포이기는 커녕 소소한 정보가 되는 경우가 더욱 잦을 것이다 (예를 들자면 SK농구단의 경기 결과 뉴스를 보며 '엇, 문경은이 벌써 감독이 되었어?'라고 알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소수이기는 하겠지만 관심사가 어느 정도 다양한 입장에서는 정말 완벽하게 스포를 피하는 것은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에는 일단 정보 유통 채널이 너무 다양해져서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걸 막기란 어려운 일인데, 주로 관심사 별로 팔로잉을 하고 있는 트위터나 지인들로만 이루어진 페이스북만 해도 근 시일 내에 걱정되는 스포거리가 있다면 아예 타임라인을 보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고 할 수 있겠다. 실시간으로 즐기지 못한 것들에 대해 스포일러를 피하고 싶다면 SNS 정도는 피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포털 메인 등에 아주 깨알 같이 기사 형태로 등장하는 스포를 피하기란 정말 힘든 일인 듯 하다. 예전에는 꼭 봐야할 일이 있어서 포털에 접속은 했으나 고개는 다른 곳으로 돌리고 로그인 하여 피한 웃지 못할 경우도 있었다. 특히 요즘 드라마 같은 경우는 그냥 포털 메인만 하루에 한 두 번씩 방문해도 대충의 줄거리는 따라갈 수 있을 정도로, 드라마 속 이야기를 마치 실제 이야기인냥 포장하는 것에 처음에는 조금 놀라기도 했으나, 이제는 그러려니 할 정도로 무뎌져버렸다.


가장 무방비로 당할 때는 SNS는 물론 포털 및 인터넷 서비스를 거의 대부분 피했음에도 발생하는 경우인데, 무심코 TV 뉴스를 보다가 아래 지나가는 자막으로 스포츠 결과가 슬쩍 지나가는 걸 보게 된다거나, 극장 상영관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미 내가 보려는 영화를 본 이들에 이야기를 어쩔 수 없이 듣게 된다거나 (ㅠㅠ), 역시 술집이나 지하철 등에서 크게 얘기하는 사람들로 인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듣게 되는 경우를 들 수 있겠다. 이럴 때는 아주 신속하게 반응하여 예를 들어 맨유 경기의 결과를 알고 싶지 않을 경우, 지하철에서 누가 맨유...라는 얘기만 귀에 들리면 바로 귀를 막아버리는 순발력이 필요하다. 엘리베이터에서 당할 때는 사실상 무방비나 다름 없다. 피할 곳도 없고 내가 더 큰 소리로 떠들 정도로 진상도 아니고, 이건 그냥 운명에 맡길 수 밖에는 없는 경우라 하겠다.


어쨋든 결론이 날 수 없는 이야기지만, 관심사에 대해 스포일러를 피하고 싶다면 가능한한 본방 사수, 빠른 관람 등으로 미연에 방지하는 것 밖에는 답이 없으며, 불가항력으로 당할 시에는 조용히 속으로 눈물을 삼키며 쓸쓸히 알아버린 내용을 복습할 수 밖에는 없을 듯 하다 (다시 말하지만 여기서 포인트는 불가항력이다. 스포하는 사람이 잘못이라는 전제는 결코 없다. 잘못일 수도 없고. 이미 본방사수로 본 것에 대해 못 본 사람이 있을까봐 꽁꽁 입을 막고 사는 것도 말이 안되니까 ㅎ)


아, 왜 이렇게 눈물나지 ㅠ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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