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 10주년 (Old boy 10th Anniversary)

다시 보니 완벽한 우진의 영화더라



2003년 극장에서 보았던 '올드보이 (Old boy, 2003)'의 강렬함은 지금도 그대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미스테리와 에너지, 쓸쓸함에 휘둘리며 마지막 미도의 왈츠가 나오며 막이 내릴 땐 좌석에서 쉽게 일어나지 못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만큼 '올드보이'는 강렬한 영화였고 박찬욱 이라는 이름을 전세계에 널리 알린 작품이기도 했다. 그렇게 지금까지도 한국 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지점에 놓여 있는 '올드보이'가 세상에 나온 지 벌써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올드보이'는 10주년을 맞아 단순 재 개봉이 아닌 디지털 리마스터링 (색보정 및 일부 장면 보정)을 거쳐 다시 선보이게 되었는데, 좋은 기회에 초대를 받아 박찬욱 감독님의 GV까지 더해진 관람을 할 수 있었다.






일단 리마스터링 된 부분은 전반적으로 색보정을 감독님이 원하는 형태로 진행되었고, 개봉 당시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몇몇 장면의 실수들을 바로 잡았다고 했다. 개봉 당시는 왜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을까 싶을 정도의 장면들을 이번 기회에 수정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는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감독님이 말한 이번 리마스터링의 가장 큰 의의는 '올드보이'라는 영화 자체가 여러 해외에서 상영되는 등 필름의 보존 상태가 좋지 못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업데이트 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블루레이 리뷰어로서 본 '올드보이' 리마스터링 버전은 확실히 10년 전 영화라 세월의 흔적이 아주 없다고 말하기는 어려웠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 된 화질이라고 (현실적으로 보자면 더더욱) 할 수 있을 것 같아 블루레이가 정식 발매된다면 화질 측면에서 좀 더 나은 환경이 갖춰 졌다고 말할 수 있을 듯 하다.





그렇게 다시 보게 된 '올드보이'는 예상은 했지만 완벽한 우진 (유지태)의 영화로 받아들여 졌다. 이 작품을 처음 보았을 땐 누구나 그랬던 것처럼 최민식이 연기한 오대수 역할이 주는 강렬함과 영화의 미장센에 매혹 되었었는데, 10년이 지나 다시 보니 오대수의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이우진의 이야기가 훨씬 더 강렬하게 다가왔다. 즉, 15년 동안 갇혀 지냈던 사람의 이야기보다, 누군 가를 15년이나 감금해야 했던 사람의 사연이 더 강렬했다는 얘긴데, 이유도 모른 채 감금되었다가 풀려난 이의 분노 보다는, 어쩌면 15년이 넘는 세월을 복수로 보내버린 한 남자의 슬픔이 더 쓰라리게 다가왔다.


그런 측면에서 이전에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던 대사들이 와 닿았는데, '아무리 짐승 만도 못한 놈도 살 권리는 있는 거 아니냐'는 식의 대사와, '그냥 잊어버린 거에요' 라는 대사는 이번 재 관람에서 비로서 발견한 중요한 포인트였다. 우진이 복수를 결심하게 되는 주된 사건은 누군 가의 인생을 통째로 앗아갔음에도, 다른 누군 가는 정말로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잊어버린 일이기도 했다는 점이, 역설적으로 우리도 살면서 스스로 느끼지도 못할 정도로 지나 치는 일들 가운데에는 누군 가 (그 누군 가가 설령 짐승 만도 못한 이 일지라도)의 인생을 빼앗아 갈 정도로 커다란 일을 저지르는 것은 아닌 지를 떠올려 보게 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진의 마지막이 더 슬프고 더 쓸쓸하고 더 무기력했다. 오대수의 입장에서 보면 '올드보이'는 강렬한 감정의 롤러코스터로 진행되는 이야기이지만, 이우진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미 시작할 때부터 끝이 보이는, 죽음의 그림자와 내내 무기력함이 짙게 깔린 그런 이야기일 것이다. 그래서 인지 이번 재 관람에서는 한 없는 무기력함이 느껴졌다. 오대수는 15년 간 갇혀 있다 풀려 났지만, 우진은 이미 학생일 때부터 자신의 삶으로부터 갇혀 버린 것이 아닌가.





극장에서 DVD로. 몇몇 버전의 DVD가 업데이트 될 때마다. 그리고 블루레이로. 여러 번을 본 '올드보이'였지만 10주년을 맞아 극장에서 다시 본 '올드보이'는 또 달랐다. 새삼스럽지만 확실히 좋은 영화란 세월이 흘러도 좋은, 각 시기에 따라 다른 의미와 감흥을 전하는 것이라는 걸 또 한 번 깨닫기도 했다.


영화가 끝난 후 박찬욱 감독님과 주성철 기자님이 함께 한 GV는 예전의 이야기부터 시작해, 최근 화제가 된 유연석 씨의 캐스팅에 관한 이야기까지 제법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분의 GV에서는 거의 들을 수 없는 중화권 배우와 '올드보이'의 연관성을 들을 수 있었다는 것도 주성철 기자님 GV만의 특징이었고 ㅎ







10년 전 극장에서 혹은 다른 매체로 이미 '올드보이'를 인상 깊게 보았던 이들이라면, 10주년을 맞아 재 개봉한 '올드보이'를 극장에서 다시 관람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누군 가에게는 또 다른 영화가 되어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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