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허슬 (American Hustle, 2013)

진짜가 되고픈 가짜들의 이야기



최근 몇 년 사이 헐리웃에서 가장 주목 받는 감독 중 하나는 바로 데이비드 O.러셀 일 것이다. '파이터'와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두 작품을 통해 급격하게 주목을 받게 되었는데, 기존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던 배우들과 함께 새롭게 선보이는 이 작품 '아메리칸 허슬' 역시 기대할 수 밖에는 없는 조합이었다 (참고로 크리스찬 베일과 에이미 아담스는 '파이터'에서, 브래들리 쿠퍼와 제니퍼 로렌스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에서 호흡을 맞췄다. 제레미 레너와는 첫 작품). 떼로 등장하는 주인공들과 사기, 사기꾼이라는 설정은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나 국내에서는 최동훈 감독의 작품들을 연상하게 했는데, 분명 영화의 겉모습은 그러하지만 실속은 사기가 중심이 되는 영화는 아니었던 것 같다. 결국 진짜가 되고픈 가짜들의 이야기였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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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첫 장면은 크리스찬 베일이 연기한 '어빙 로젠필드'라는 캐릭터의 아침 몸 단장으로 시작하는데, 대머리를 감추기 위해 아침부터 세심한 공을 들여 머리를 세팅하는 과정을 영화는 그 세심함 만큼이나 한참을 말 없이 들여다본다. 이 것은 어쩌면 이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주제를 암시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이렇듯 남들에게 밝히고 싶지 않은 자신의 모습 혹은 그러기 위해 될 대로 되라 라는 식이 아니라 오히려 더 공을 들여 그 가짜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모습은, 어빙이라는 캐릭터는 물론 영화가 이후 들려주는 이야기와 캐릭터들의 정서에도 깊게 드리워져 있다. 그것이 이 영화가 사기 자체의 속고 속이는 묘미가 포인트가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도 치밀한 사기극을 다룬 영화들에 비하면 '아메리칸 허슬'의 사기, 아니 사기극을 묘사하는 방식은 긴장감 넘치는 리듬도 반전이라고 할 만한 연출도 없는 편이다. 이 작품은 실화를 '어느 정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바로 '어느 정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사건 자체에 전후 사정과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기 보다는, 그 흥미로운 사건을 둘러싼 인물들의 심정에 서서 각자의 결핍을 그려보려 했던 영화라고 보는 편이 더 맞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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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으로 살아 온 어빙이나 시드니 (에이미 아담스) 외에 브래들리 쿠퍼가 연기한 리치 디마소라는 캐릭터도 FBI이기는 하지만 비슷한 결핍으로 읽을 수 있다. 그는 FBI이기는 하지만 조직 내에서 큰 인정을 받지 못하고 승진도 못하고 있어, 자신이 주목 받을 수 있는 큰 한 건을 노리고 이 사건을 기획한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가 진정으로 원하고 있는 것은 승진이라는 형식적인 것 보다는 주목 받는 것 자체, 즉 주인공이 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직접적인 대사로도 나오는 것처럼 무언가 자신이 여러 인물들을 이끌고 주인공이 되면서 드디어 성공에 까지 가까워 짐에 따라, 그가 겪는 감정 변화를 살펴보는 것도 이 영화의 묘미 중 하나인데 브래들리 쿠퍼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에 이어 또 한 번 감정적이면서도 결핍이 있는 인물을 자연스럽게 소화해 내고 있다. 그가 연기한 리치와 비슷한 이유로 제니퍼 로렌스가 연기한 어빙의 부인인 로잘린 캐릭터도 설명할 수 있겠다. 그녀의 행동도 일부러 남편을 골탕 먹이려고 한 것 이라기 보다는 주목 받기 위해서 였을 것이다.


이렇듯 '아메리칸 허슬'은 평생을 남을 속이는 것으로 (신분까지 속여가며) 살아왔던 이들과 주인공이 되어 보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 즉 가짜로 사는 것에 지쳐버린 이들의 진짜가 되어보려는 간절함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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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허슬'에는 특이한 리듬이 있다. 기막힌 당시의 선곡으로 순간적인 몰입 도를 선사하는 한 편, 긴장이나 불안감 없이도 한 참을 카메라가 멈춰서 인물을 바라보는 장면이 여럿 등장한다. 보통 이런 장면을 쓸 때는 그 다음에 오는 어떤 사건을 꾸미기 위한 것이라던가, 직접적인 인물의 감정 표현을 위한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그 두 가지 경우가 다 아니었다. 어떤 반전이나 장면 전환과 연결되어 있지도 않고 인물의 감정을 겉으로 표현하기 위한 것도 아니었지만, 관객으로 하여금 오랜 시간 캐릭터를 다른 아무 장치 없이 바라보게 함으로서 가짜의 껍데기 속에 있는 진짜를 발견해 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 같다고나 할까. 그렇게 조금은 이질적인 리듬 감이 존재한다.


영화적으로만 보자면 아카데미 10개의 부분에 후보로 오른 것과는 달리 개인적으론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이 더 좋았고, '파이터'와 비교해도 '파이터'가 좀 더 낫지 않았나 싶다. 확실히 '아메리칸 허슬'은 이미 감독과 호흡을 맞춰본 명 배우들이 좀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마음껏 연기한, 연기와 캐릭터가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시 몸을 불린 크리스찬 베일은 마치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이 연기했으면 딱이 었을 캐릭터를 무리 없이 소화하고 있고, 에이미 아담스는 근래 그녀의 출연작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브래들리 쿠퍼는 이 작품을 통해 또 한 걸음 클래스가 올라가는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제니퍼 로렌스는 이렇게 빨리 어린 배우가 성장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이 명 배우들 사이에서 완전히 녹아드는 '어른스러움'과 매력을 사정 없이 발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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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인적으론 에이미 아담스의 팬이라 더 좋았는데, 다음 작품에서는 한 번 쯤 그녀가 원톱으로 나서는 영화를 보고 싶네요.


2. 음악이 참 좋은데 아직 국내에 사운드트랙이 발매된 것 같지는 않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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