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12년 (12 Years a Slave, 2013)

나는 진정한 의미의 자유인인가



'노예 12년'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스티브 맥퀸의 이 영화는 1840년대 미국의 노예제도를 배경으로, 노예 생활을 겪어야만 했던 솔로몬 노섭이라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참고로 이 이야기는 실제 솔로몬 노섭의 자서전 내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미국 역사의 어두운 과거인 흑인 노예 제도를 다루는 영화들은 기본적으로 고통을 수반할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스스로에 대한 반성임은 물론, 아직도 여물지 않은 상처에 대한 치유이자 과거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함께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예 12년'은 기존 노예 제도를 다룬 영화와 같지만 조금 달랐다.




ⓒ Regency Enterprises. All rights reserved


가장 다른 점은 주인공인 솔로몬 노섭이 영화의 처음에는 노예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는 흑인이지만 자유인 신분으로 오히려 하인까지 두고 있는 생활을 했었던 인물로 그려지는데, 그런 그가 불의의 사고를 통해 납치되면서 무려 12년이나 노예로 살아가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또 다른 흥미로운 지점은 영화 속에서 12년이라는 세월을 느낄 수 있는 건, 맨 마지막 그가 노예 처지에서 구출된 이후 가족을 만나는 장면과 영화의 제목 뿐이라는 점이다). 많은 노예 제도를 다룬 영화들의 방식은 처음부터 노예로 살아야만 했던 주인공과 이에 불합리를 느꼈던 주변인 (특히 백인들인 경우가 많다)들이 이를 이겨내기 위해 벌이는 고통스럽고 힘겨운 여정을 다루는 방식이다. 하지만 '노예 12년'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처음부터 노예가 아니었던 주인공을 통해, 노예 제도 자체보다는 '노예'라는 것의 존재, 더 나아가 진정한 '자유인'의 의미와 자격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런 점에서 단순히 어두운 과거의 고통스러움을 피부로 느끼는 것을 넘어서서, 현재에서 생각해보게 되는 지점이 더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 Regency Enterprises. All rights reserved


이 영화에서 노예 제도가 가장 무섭게 묘사되는 장면은 채찍으로 매질을 하고 너덜너덜해진 살점을 봐야만 하는 자극적인 장면이 아니라, 의외로 아주 고요하고 정적인 장면이다. 즉, 노예 제도를 벗어나려고 시도를 하다가 난폭한 주인에게 발각되어 매질을 당하거나, 인간 이하의 취급을 당하는 굴욕적인 장면이 아니라 이미 주인과 노예의 관계에 익숙해져 버린 사람들의 모습을 아무말 없이 바라볼 때, 이 영화가 진정으로 담고자 하는 메시지가 그대로 드러나 더 큰 무서움이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매질 당하는 고통을 더 강조하기 보다는, 너무나 평온한 아침에 벌어진 일을 아무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광경을 더 오래 주목한다. 한 편으론 그렇기 때문에 솔로몬 노섭의 이야기는 다른 영화에 비해 극적이지 않다. 극적이지 않다는 건 솔로몬 노섭의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중요한 여정이 아니라 그가 여정 중에 비로소 알게 된 자유인에 관한 깨달음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 Regency Enterprises. All rights reserved


그런 의미에서 스티브 맥퀸의 '노예 12년'이 성취한 가장 의미있는 점은, 이 영화를 '흑인 노예'에 관한 이야기로 풀어낸 것이 아니라 노예와 자유인의 경계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노예 12년'을 본 관객들은 '아, 흑인들을 저렇게 인간 이하로 취급하다니 노예 제도는 문제가 많네'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을 노예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이 인간을 자유인으로 서게 하는 지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는 것이다. 즉, 나무를 보지 않고 숲을 본 메시지는 많은 노예 제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품들 가운데서도 더 오래 기억되게 만들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나는 진정한 의미의 자유인인가 에 대한 질문은 동시대에도 유효하다.




1. 이 영화를 메가박스 메가패키지를 통해 감상했는데, 26,000원의 티켓 가격에 아래의 패키지가 포함되어 있어요. 비용을 떠나서 영화에 대한 유니크한 아이템을 소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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