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헤이즐

시작하는 연인들을 위해


조지 클루니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디센던트'를 통해 얼굴을 알렸던 여배우 쉐일린 우들리와 '다이버전트'에 출연했었던 안셀 엘고트가 주연을 맡은 (아시다시피 '다이버전트'의 여자 주인공은 다름아닌 쉐일린 우들리다) 조쉬 분 감독의 영화 '안녕, 헤이즐 (The Fault in Our Stars, 2014)'이 블루레이로 출시되었다. 산소통을 끌고 호흡기를 연결하고 있는 여주인공의 모습이 담긴 포스터만 봐도 이 영화의 줄거리는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는데, 누구나 예상하는 바로 그것처럼 ' 안녕, 헤이즐'은 암으로 인해 시한부 인생을 사는 여주인공 헤이즐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이 영화는 시한부의 삶을 사는 주인공을 다룬 다른 영화들과 비교해도 줄거리 측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시한부의 삶을 최대한 덤덤하게 받아들이려는 모습은 조셉 고든 래빗이 주연을 맡았던 '50/50'과 조금 닮아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영화 만의 빛나는 점이라면 이 죽음을 앞둔 주인공이 10대 소녀라는 것이고, 영화의 시작 부분 헤이즐의 내레이션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 스스로 비슷한 주제를 다룬 영화들처럼 뻔한 이야기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현실은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한부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은 대부분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오로지 감정에 기대어 신파로 풀어낸 경우고 다른 하나는 오히려 영화 내내 덤덤하게 참아내던 (그래서 한 편으론 판타지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주인공이 마지막에 가서 한 번 참지 못하고 감정을 터뜨리고 마는 경우 정도일 것이다. '안녕, 헤이즐'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영화와는 달리 현실을 보여줄께 라고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두 가지에 모두 속하거나 모두 속하지 않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즉, 어떤 측면에서는 덤덤한 주인공들의 모습으로 일관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감정을 건드릴 수 밖에 없는 부분을 일부러 피해가지는 않으며 그 감정선을 표현할 때에도 관객과 공감대를 충분히 함께해 눈물짓게 만드는 그런 '현실적인' 작품이다. 그리고 헤이즐과 그녀의 가족, 그녀의 친구인 어거스트와의 이야기를 통해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전하면서도 10대 소년 소녀만이 갖을 수 있는 현실적인 면을 간과하지 않는다.




사실 이 영화의 상당 부분을 차지 하고 있는 정서는 죽음 못지 않게 사랑, 특히 10대의 알콩달콩한 사랑이다. 마치 요새 말로 '사랑꾼'이라 할 수 있는 어거스트의 대사와 눈빛 하나하나는 처음에 보면 느끼하고 닭살 돋아 적응이 안되기도 하지만, 영화는 이런 어거스트의 모습을 (굳이 그가 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관객들이 마치 극 중 헤이즐처럼 사랑하도록 만들고 있다. 즉, 어거스트는 흡사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맡았던 '로미오와 줄리엣'의 문어체 대사처럼 두 손이 오그라드는 감정 표현의 대사들을 쏟아내지만, 밉지 않고 귀여운 매력이 느껴지는 동시에 무엇보다 사랑스럽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흠뻑 빠져들어 귀엽고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헤이즐과 어거스트의 로맨스는 그 자체로 매력적이며, 반대로 그렇기에 두 주인공이 처한 현실의 무게는 더 큰 슬픔으로 전해진다.




원작 소설을 썼던 존 그린은 자신이 병원에서 만났던 실제 소녀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썼다고 했는데, 그래서인지 이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의도적인 신파나 의도적인 거리 두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힘겨운 삶의 무게를 어린 나이로 견뎌야 했던 소녀를 안타깝게 바라볼 수 밖에는 없었던 한 어른의 시선이 영화 곳곳에 묻어나 있다. 그 가운데 몇몇 대사는 이런 상황에 놓였거나 혹은 주변 인물이 이런 안타까운 상황에 놓였던 이들만이 느낄 수 있는 날카로운 질문과 대사들도 발견할 수 있었으며, 더 나아가 주변에서 직접 함께 했기에 가능했을 폐부를 찌르는 아픈 대사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안녕, 헤이즐'이 비슷한 주제를 다룬 영화들에 비해 더 만족스러웠던 건 바로 이 '현실감'에 대한 디테일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어쩌면 가장 허황되게 느껴질 수도 있는 10대의 사랑을 그리면서도 전반적인 균형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던 것 역시 그 때문일 것이다.





헤이즐을 연기한 쉐일린 우들리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어거스트를 연기한 안셀 엘고트의 미워할 수 없는 사랑꾼 캐릭터 역시 참 보기 좋았다 (이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린다). 여기에 로라 던과 웰렘 데포 같은 중견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와 Ed Sheeran, Birdy, Jake Bugg 등의 곡을 만나볼 수 있는 감성적인 사운드 트랙이 더해져 마치 아름답고도 쓸쓸한 가을이라는 계절과도 같은 느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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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헤이즐' 블루레이의 화질은 최근 보았던 드라마 장르 타이틀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화질을 선보이고 있다. 몇몇 장면에서는 마치 초고화질의 TV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정도로 현실적으로 이질감을 최소화 한 고화질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드라마 장르의 화질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렇다기보다 첫 번째 고려 사항은 아니다라고 종종 이야기해 왔었는데 '안녕, 헤이즐'의 경우는 확실히 시원시원한 화질로 즐기는 매력이 더 큰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극 중간에 등장하는 암스테르담 노케이션 장면의 경우가 좋지 않은 화질이었다면 그 분위기가 제대로 살지 않았을 장면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작품에서 화질의 우수성이 미치는 영향은 의외로 큰 편이다.






예전 '디센던트' 블루레이를 리뷰하면서도 느꼈던 부분이지만 쉐일린 우들리의 주근깨 있는 얼굴은 어떤 의미에서 블루레이에 최적화(?) 된 마스크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번 타이틀이 특히 그녀의 이런 피부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클로즈업 장면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배경과 인물이 동등한 비율로 등장하는 장면에서도 이른바 '날라가는' 부분 없이 디테일한 선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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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 MA 5.1 채널의 사운드도 크게 흠잡을 곳 없다. 드라마 장르의 특성상 사운드 적인 측면을 테스트할 만한 장면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몇몇 사운드 활용도가 높은 장면을 확인해 본다면 타이틀의 사운드 퀄리티가 부족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영화 못지 않게 매력적이었던 사운드 트랙을 즐길 수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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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헤이즐' 블루레이는 극장판과 확장판이 동시에 수록되었는데, 확장판은 러닝 타임이 133분, 극장판은 126분을 수록하고 있다. 감독인 조쉬 분과 원작 소설을 쓴 존 그린이 참여한 음성해설 역시 확장판과 극장판 모두 수록되었다.



음성해설의 경우 조쉬 분과 존 그린이 이 사랑스러운 배우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만 들어봐도 촬영 현장의 분위기가 얼마나 좋았을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제작과정을 담은 부가영상을 봐도 알 수 있지만 '안녕, 헤이즐'의 촬영 현장 분위기는 영화 만큼이나 따듯하고 사랑스러움이 넘치는 그런 현장임이 피부로 느껴질 정도다. 사실 이 작품 같은 경우 음성해설이 주는 정보가 얼마나 있을까 싶기도 한데, 정보량 자체는 SF영화나 스릴러 장르에 비해 적을 수 밖에는 없지만 원작자와 감독이 이질감 없이 영화에 대해 주거니 받거니 하는 대화는 이 작품을 인상 깊게 본 이들이라면 한 번은 들어볼 만한 음성해설이라 하겠다.




'삭제장면'에는 총 6가지 장면이 수록되었는데 삭제 장면 모두에 음성해설이 포함되어 있어 아쉽지만 끝내 본편에서 제외시켜야만 했던 감독의 뒷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들을 수 있다.  ‘안녕, 헤이즐’이 간직한 이야기는 본격적인 제작 과정을 담은 메이킹 다큐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가장 눈에 띄었던 점은 여주인공을 연기한 쉐일린 우들리가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된 이야기였다.


어떤 계기나 인연으로 인해 캐스팅 된 것이 아니라 원작 소설을 정말 인상 깊게 읽었던 우들리가 영화사에 먼저 연락을 해서 자신이 꼭 헤이즐 역할을 연기하고 싶다고 강하게 어필하는 것은 물론, 헤이즐 역할이 아니라 엑스트라라도 좋으니 꼭 이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을 정도로 이 작품에 대단한 열의를 보였다는 것이다. 물론 단순히 그 열정만으로 캐스팅 된 것은 아니겠지만 나중에는 원작자인 존 그린도 우들리에게 헤이즐을 연기해 줘서 고맙다고 진심어린 감사의 인사를 전했을 정도로, 그녀의 연기는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과가 아니었나 싶다.




'프로모션 영상'에서는 아주 짧은 영상들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 번쯤 볼만한 영상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작가의 색다른 경험'에서는 존 그린이 화자로 등장하여 촬영장의 뒷 모습과 배우들의 인터뷰를 가볍게 전달한다. 이 부가영상을 봐도 알 수 있지만 원작자인 존 그린이 영화화 된 자신의 작품에 얼마나 만족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작은 무한대'에서는 영화 속 헤이즐과 어거스터스 커플에 대한 짧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특별한 영화 음악'에서는 사운드 트랙에 참여한 밴드들의 짧은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갤러리'와 '영화 예고편'도 수록되었다.




[총평] '안녕, 헤이즐'은 누구나 포스터만 봐도 예상할 수 있는, 아니 예상했다고 생각하는 영화이지만 막상 보고나면 그 예상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느껴짐에도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젊은 두 배우인 쉐일린 우들리와 안셀 에고트의 사랑스러운 앙상블도 보는 이를 미소 짓게 했으며, 영화가 담고 있는 주제도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어서 애틋한 여운도 남는 괜찮은 작품, 그리고 블루레이였다. 이 마지막 가을의 자락에 조용히 추천하고픈 영화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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