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폴 토마스 앤더슨의, 감히 최고의 걸작


폴 토마스 앤더슨의 모든 작품을 빼놓지 않고 보았고 또 좋아하는 한 사람의 팬으로서 그의 최근작 '마스터 (The Master)'는 참 설명하기 힘든 작품이었다. 보통 어렵다고 느껴지는 작품들은 처음에는 뭐라 말하기 어렵다는 벅찬 감정으로 극장을 나오게 되지만 몇 차례 더 반복 감상을 하게 되면 어느 정도 감독이 말하려는 바나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에 대해 명확해 지는 것이 (설령 그것이 감독의 의도와 다르다 하더라도)대부분인데, '마스터'는 이 와는 정반대의 경우라고 해야겠다. 극장에서 처음 보았을 땐 마치 그의 전작 '데어 윌 비 블러드 (There Will Be Blood, 2007)' 와 마찬가지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관객이 미처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에너지를 통해 발산해 내는 그런 작품인 줄로만 알았는데, 물론 그 에너지의 버거움에 대한 생각은 그대로지만 이 영화를 말하고자 할 때 알면 알 수록 더 불분명해 진다는 것은 최근 또 다시 보게 되면서 깨닫게 된 점이었다. 도대체 폴 토마스 앤더슨은 무슨 영화를 만든 것인가!




혹자는 '마스터'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사이언톨로지를 주제로 한 영화라고도 하고, 또 다른 이는 PTA의 다른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역사에 대한 성찰이 담긴 작품이라고도 하며, 또 누군가는 트라우마에 관한 (특히 참전 후 트라우마) 이야기라고도 한다. 더 이야기하자면 지독한 러브 스토리로 볼 수도 있으며, 포괄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프레디 퀠 (호아킨 피닉스)과 랭케스터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라는 전혀 다른 두 캐릭터를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심연을 파고 든 분석적인 작품으로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마스터'에 대해서는 수 많은 평론과 분석이 존재하는데, 일단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PTA의 그 어떤 작품보다 다각적인 분석과 평가가 가능한 작품이라는 점이다. 물론 '마스터'는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팬 입장에서는 이 텍스트 안에서 감독의 의도가 무엇인지 더 분석하고픈 욕구가 발생하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흥미로운 건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분석을 하면 할 수록 이 모든 것이 마치 영화의 기이한 분위기 마냥 한 없는 멜랑콜리로 느껴지게, 무력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다시 보게 된 '마스터'를 통해 느꼈던 건,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최근 이 영화를 간절하게 다시 보고 싶었던 이유는 쌩뚱 맞게도 '위로'받고 싶어서 였다. 이미 영화의 내용을 모두 알고 있고, 위로와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이 영화를 어떤 연유였는지 위로 받고 싶어서 보고 싶었다는 얘기다. '마스터'는 일종의 실패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혹은 실패를 인정할 수 밖에는 없는 상대를 (실패했다고 솔직히 말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 만나게 되는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을 텐데, 그런 점 때문인지 이 영화엔 묘하게 관객을 위로하는 힘이 있다. 이러한 영화의 정서는 어느 정도 전작 '매그놀리아 (Magnolia, 1999)'와도 닮아있다.





사실 '마스터'는 여러 분석과 평가 이전에 거대한 힘 앞에 압도 당할 수 밖에는 없었던 작품이었다. 메소드 연기의 절정을 보여주는 호아킨 피닉스가 뿜어내는 에너지와 마스터라는 칭호에 부족함이 없는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의 에너지가 맞 부딪히는 장면들은 숨 쉬는 것 조차 조심스러울 정도로 압도적이었으며, 이 두 배우 못지 않게 (캐릭터 상으로는 가장 무서울 정도의 분위기를 보여주었던) 힘 있는 연기를 펼친 에이미 아담스까지 더해지면서 폴 토마스 앤더슨은 또 한 번 마치 '데어 윌 비 블러드'가 그러하였듯이 이야기를 끝까지 밀어 붙이는 데에 주저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마스터'는 일종의 체력이 필요한 영화라고 해야겠다. 이 압도적인 에너지를 견뎌 낸다면 그 안에 또 다른 감정과 이야기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비로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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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플레인 아카이브에서 출시 된 타이틀을 소개할 때면 오히려 조심스러워지는 부분이 있는데, 너무 칭찬 일색으로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번에도 칭찬을 좀 해야겠다. 현재 국내 블루레이 시장 상황이 결코 좋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마스터'의 블루레이 발매는 더 놀라운 사건이라 하겠다. '인터스텔라' 같은 대흥행작도 아닌 '마스터'를 무려 세 가지에 달하는 패키지로 선택 구매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A or B의 상술이라기 보다는 각각의 타입에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이는 출시 기획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 중 하나다.




일단 이번 플레인 아카이브 콜렉션으로 출시 된 '마스터' 블루레이는 일반판은 물론 스틸북 형태로 각각 렌티큘러 슬립, 풀 슬립, 쿼터 슬립 형태로 출시가 되어 소비자가 각각 원하는 형태와 가격의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팬들은 결국 중복 구매를 하기도 하는 ㅎ). 최근 스틸북 열풍에 이어 그 못지 않게 자주 선택되는 패키지 유형 중 하나가 렌티큘러 방식인데, 이번 '마스터' 렌티큘러 패키지는 그냥 의미 없이 렌티큘러를 활용한 것이 아닌 렌티큘러에 적합한 이미지를 선택하여 (너무 당연하지만) 렌티큘러를 선택하는 본연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스틸북 역시 덴마크에서 제작한 우수한 퀄리티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으며, 아웃케이스의 퀄리티 역시 플레인 콜렉션 답게 소장가치와 퀄리티에 많은 공을 들인 것을 손으로 만져보면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역시 플레인 타이틀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는 소책자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텐데, 특히 이번 '마스터' 소책자는 기존 씨네21의 마스터 특집 기사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좋은 글들을 소장할 수 있게 되어 더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을 추모하는 글을 통해 다시 한 번 그의 필모그래피를 되돌아 볼 수 있으며, 씨네21에 수록되었던 글 뿐만 아니라 LA영화비평가협회 부회장이자 영화평론가인 팀 그리어슨의 글 까지 만나볼 수 있어 소책자의 수준을 한 걸음 더 발전시켰다.




Blu-ray : Video


1.85:1 MPEG4 / AVC / 1080p / 23.976 fps의 화질은 기대 이상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폴 토마스 앤더슨의 '마스터'는 65mm로 촬영된 영상인데, 그냥 65mm로 촬영을 해 본 정도가 아니라 이 포맷을 정확히 이해하고 65mm만의 장점과 당시의 감성을 그대로 재현해 낸 (어쩌면) 마지막 작품이라 할 수 있기에 '마스터'의 영상은 더 특별한 의미를 갖는 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폴 토마스 앤더슨이 65mm로 촬영한 의도와 그 고집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지만 이 영상이 블루레이로 넘어오면서 어떤 퀄리티를 보여줄지에 대해서는 기대 반 걱정 반이기도 했었는데, 블루레이의 화질은 몇 몇 장면 놀라움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수준을 보여준다. 특히 65mm를 활용하면서 와이드한 풍경을 주로 담은 것이 아니라 아주 타이트 한 클로즈 업을 통해 인물의 감정과 배우의 연기를 극대화 시키는 것에 더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어, 숨막히는 클로즈 업 장면에서 화질의 우수함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그 질감. 필름 특유의 질감을 블루레이의 화질로 느낄 수 있다는 건 '마스터' 블루레이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시원스러움과 깊이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영상과 화질로 극장에서 볼 땐 미처 느낄 수 없었던 디테일을 여럿 발견할 수 있기도 했다.







Blu-ray : Audio



DTS-HD Master Audio 5.1채널의 사운드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역시 조니 그린우드의 영화 음악이라 하겠다. 라디오헤드 출신으로 영화 음악가로도 이미 유명한 조니 그린우드는 폴 토마스 앤더슨과 이 작품 '마스터'는 물론 전작 '데어 윌 비 블러드'와 최근 작인 '인히어런트 바이스 (Inherent Vice, 2014)'의 음악을 맡기도 했는데, '마스터'의 영화 음악은 그 특유의 신비롭고 기이하면서도 멜랑콜리한 느낌으로 쉽게 잊혀지지 않는 여운을 남긴다.





실제로 이 영화가 기이하다고 느끼는 데에는 조니 그린우드의 음악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는데, 마치 연기가 주변을 휘감 듯, 영화는 물론 영화를 보고 있는 이들의 공간까지 퍼져나와 주변의 공기를 서서히 삼켜 버리는 듯한 영화 음악은 DTS-HD MA 멀티 사운드로서 더 실감나게 발휘된다. 선율 하나 하나에 자연스레 귀 기울이게 되는 경험은 '마스터' 블루레이 감상에서 그리 드문 일은 아닐 것이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부가영상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역시 이동진 영화 평론가가 참여한 음성 해설이다. 사실 영화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감독이나 배우, 스텝들이 아닌 평론가를 비롯한 제 3자의 음성 해설은 호불호가 갈릴 수 밖에는 없는 영역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 평소 이동진 평론가가 얼마나 폴 토마스 앤더슨을 특히 이 작품 '마스터'를 애정 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인지 그의 음성 해설 참여는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일종의 사건이었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이동진 평론가의 입장에서도 제 3자의 입장에서 음성 해설을 (그것도 단독으로) 진행하는 것은 큰 부담이었을 수 밖에는 없을 텐데, 그럼에도 참여한 것은 이 작품에 대한 또 다른 '애정'의 증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감독이나 배우, 스텝들이 참여한 음성 해설들이 주로 촬영장의 뒷 이야기나 (작가가 참여했을 경우) 캐릭터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이동진 평론가는 각 장면에 대한 영화 평론가로서의 해석은 물론 폴 토마스 앤더슨의 영화 세계와 각 배우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적절하게 들려주고 있어서 심심하다는 느낌 없이 끝까지 즐길 수 있는 경우.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한 작품 답게 이동진 평론가 입장에서도 다양한 측면을 고려한 입장에서 음성 해설을 진행하고 있어 일방적이기 보다는, 풍부해 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 영화를 흥미롭게 본 이들이라면 꼭 추천하고 싶은 음성해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다음 만나볼 수 있는 부가영상은 존 휴스턴 감독의 1946년 작 '빛이 있으라'라는 작품인데, 이 작품은 '마스터'에 모티브가 된 2차 대전 참전 후유증을 다룬 작품으로서 몇 몇 장면에서는 '마스터'의 잔상이 그대로 느껴질 정도로 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영상이라 하겠다. 영화의 직접적인 촬영 뒷 이야기나 과정의 에피소드를 담은 일반적인 제작 영상이 수록되지 않은 것이 아쉽기도 하지만, 이렇듯 작품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또 다른 작품을 한 타이틀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것도 분명한 장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외에 짧은 촬영 현장 스케치 영상과 티저, 예고편 모음 그리고 확장 & 추가 장면이 수록되었는데, 이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것은 확장 & 추가 장면의 구성이다. 일반적으로는 확장 장면들을 챕터를 나누어 장면 별로 수록하거나 혹은 별도의 감독의 코멘트나 소개 영상을 담아 장면을 풀어 주는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 보통인데, '마스터'의 확장 & 추가 장면은 마치 또 다른 '마스터'의 짧은 편집본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묘한 느낌을 주는 구성이 돋보이는 부가영상이었다. 아마도 이 메뉴 명을 미처 보지 못하고 이 영상을 보게 된다면, 다른 짧은 버전의 '마스터'인가 착각할 정도로 기이하게 이어지고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확장 & 추가 장면은 또 다른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총평] 폴 토마스 앤더슨의 '마스터'는 그의 여러 강렬한 작품들 가운데서도 손 꼽힐 만한, 아주 이상하면서도 대단한 걸작이었다. 작품에 대한 매력을 더 배가 시키는 플레인의 블루레이 콜렉션은 이번에도 소비자를 실망시키지 않으며, 그저 겉보기에 화려한 포장이 아닌 영화 본연이 돋보이는 방식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브랜드라는 점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아, 그리고 타이틀 내에 수록된 소책자에서도 따로 소개되고 있기도 하지만,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을 다시 볼 수 없다는 것 역시 새삼 그리워지는 작품이었다. 지난 2월 2일이 벌써 그가 떠난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날이었기에 더더욱.


스펙

 

- 자막 - 한국어, 영어

- 화면 비율 - 1.85:1 MPEG4 / AVC / 1080p / 23.976 fps

- 오디오 - 영어 DTS-HD Master Audio 5.1

 

* 스페셜 피처 

- 이동진 평론가의 전편 음성해설 트랙

- 영화의 모티브가 된 2차 대전 참전 후유증에 존 휴스턴 감독의 1946년작 ‘빛이 있으라’(58분)

- 촬영 현장 스케치(8분)

- 확장 & 추가 장면(20분)

- 티저, 예고편 모음(16분)

* 전체 한글자막 수록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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