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DF2015] 퀸 오브 사일런스 (The Queen of Silence, 2014)

영화가 응원하고자픈 소녀의 꿈



데니사는 폴란드의 집시 캠프에 불법 거주하고 있는 열 살 소녀로 귀가 들리지 않는다. 춤과 리듬으로 가득한 자신만의 세상에서 살며, 데니사는 쓰레기더미에서 주운 발리우드영화에서 본 화려한 여인들의 흉내를 낸다. 춤추는 동안만큼은 잔인한 현실을 떠나 여왕이 될 수 있었던 소녀는 마침내 말로 할 수 없었던 기쁨과 슬픔, 그리고 공포와 같은 감정들을 표현해낸다.


아그니에슈카 즈비에프카 감독의 '퀸 오브 사일런스 (The Queen of Silence, 2014)'는 귀가 들리지 않는 집시 소녀 데니사의 이야기를 통해 은근히 한 소녀의 꿈과 집시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들리지 않는 소녀의 장애에 관한 묘사는 비교적 가혹하지 않다. 관객에게 일부러 들리지 않는 고통에 공감하도록 주입하지 않고, 데니사를 둘러 싼 동네 아이들의 짓궃은 놀림과 장난들도 데니사를 피해자로서 묘사하지 않는다. 물론 여기에는 감독의 의도 못지 않게 데니사 자체가 워낙 밝고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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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오브 사일런스'가 조금 특별했던 건 이 영화의 연출 방식 때문이었다. 다큐멘터리 영화가 100% 실제의 것 만을 다룬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분명 있기는 하지만 (감독의 연출 의도에 따른 편집이 가해지기 때문) 일반적인 다큐 영화가 관찰자로서 존재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카메라가 적극적으로 이야기에 개입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데니사는 발리우드 영화를 보며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춤을 추는 것을 좋아하는데, 영화는 마치 한 편의 발리우드 영화처럼 중간 중간 연출된 댄스 장면을 삽입하였다. 즉, 데니사가 맨 앞에서고 몇몇 실제 아이들과 동원된 엑스트라 연기자들이 함께 하는 댄스 장면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다큐멘터리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으로 조금 이질적이고 불편할 수 있는 방식인데, 그러게 느껴지기 보단 오히려 '그렇게 해서라도' 데니사의 꿈을 조금 이라도 이뤄주고픈 영화의 마음이 느껴져 조금은 행복해지고 또 조금은 애잔해졌다.


만약 실제 데니사의 이야기가 조금 더 희망적이거나 더 행복해 지는 일을 영화 속에서 만나볼 수 있었더라면 이 연출된 댄스 장면이 더 이질감이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쩌면 함께 지내던 가족들과도 떨어져 더 먼 다른 나라에서 홀로 지내게 되고, 듣는 것 역시 그다지 진전이 없게 된 현실에 비춰 보았을 때 감독은 더 적극적으로 영화를 통해서 데니사를 응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퀸 오브 사일런스'는 일반적인 다큐와는 다르게, 실제 주인공들과 함께 만든 영화에 가깝다. 그냥 의미상 함께 만든 영화가 아니라, 실제로 데니사와 아이들이 이 작업을 이해하고 연기하며 함께 만든 영화.


아마 이 작품을 본 대부분의 관객들이 그러하겠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어떤 감정이 들기 이전에 데니사의 환하게 웃는 미소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그 미소가 남긴 의미가 깊은 여운으로 남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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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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