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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엠 어 히어로 (I Am a Hero, アイアムアヒーロー, 2015)

좀비물과 영웅물의 조금 다른 전개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사토 신스케 감독의 '아이 엠 어 히어로'는 좀비 영화의 장점과 현 일본의 사회문제, 젊은이들이 느끼는 현재의 일본의 문제를 녹여낸 흥미로운 작품이다. 단순한 좀비 액션 영화로 포장된 감이 없지 않지만, 전개 과정 중 영화가 선택하는 방향이나 마지막을 비롯해 영화 내내 존재하는 단절과 무력함은 이 영화를 좀 더 생각해 볼 만한 이야기로 만든다.


(이하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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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분의 짧지 않은 러닝 타임이지만 관객이 느끼기에는 많은 부분이 축약되거나 소개가 부족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빠르게 진행된다. 아마도 원작 만화를 접한 이들이라면 더 그러한 점을 느꼈을지 모르겠다. 원인 불명의 바이러스로 인해 좀비가 나타나고 확산되는 과정은 별다른 설명 없이 바로 좀비와의 맞닥들임과 거리를 온통 뒤덮은 좀비들로 간략하게 묘사한다. 


이후 주인공 히데오 (오오이즈미 요)는 좀비를 피해 도망치는 와중에 여고생 히로미 (아리무라 카스미)와 동행하게 되는데, 다른 일반 좀비 영화들과 다른 점이라면 바로 이 히로미 캐릭터를 활용하는 방법에 있었다. 히로미는 상당히 빠른 타이밍에 자신이 좀비에게 물렸다는 것을 고백하고 또 그로 인해 좀비로 변하게 되는데, 아마도 다른 좀비 영화 같았으면 (이를 테면 최근의 '부산행'이라던가) 주인공이나 주인공의 가까운 인물이 좀비로 변하게 되는 것은 최대한 뒤로 미루었을 텐데, 이 영화는 거의 초반에 주요 캐릭터인 히로미를 등장시키자마자 좀비로 변하게 만드는 점이 이채로웠다. 그래서 이 히로미 캐릭터를 어떻게 활용하려나 싶었을 때 히로미가 다른 좀비를 힘으로 제압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것도 아주 빠른 타이밍에), '아, 히로미가 일종의 좀비와 대적하는 대에 꼭 필요한 인물로 활용되는구나'라고 예상하게 되었지만, 영화를 본 이들이라면 알다시피 히로미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 채 오히려 짐이 되고 만다 (정말 마지막에 히데오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을 땐 무언가 능력이 발휘되겠지 싶었는데 정말로 끝까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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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히로미의 약간은 낭비 혹은 방치되는 듯한 캐릭터 활용에 대한 의문은 이후 주인공 히데오의 이야기를 통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참고로 이 영화는 제목에서도 그렇고 초반 히데오를 묘사하는 방식에 있어서 흔히 예상할 수 있는, 평범한 인물이 극적인 순간에 영웅으로 탄생하는 이야기를 기대할 수 있는데, 표면적으로만 보면 '아이 엠 어 히어로' 역시 그런 영화로 오해할 수 있지만 따지고 보면 사실은 전혀 다른 결의 이야기라는 걸 알 수 있다. 


히데오는 자신의 이름을 소개할 때 항상 '한자로는 영웅이라고 쓴다'라는 점을 강조하는데, 정작 영화의 맨 마지막 살아남은 이들이 히데오를 가리켜 영웅이라고 부를 땐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며 더 이상 '영웅'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 밖에도 이쯤 되면 영웅적인 면모가 들어 나야할 장면에서도 (캐비닛에 숨어 있다가 무전을 받고 일행을 구하기 위해 뛰쳐나가는 장면), 몇 번이나 상상 속에서 실패하는 모습을 반복한 뒤 드디어 실제 벌어진 상황에서는 실패가 아닌 좀비들을 무찌르는 결과를 보여주기는커녕 그냥 아무도 없는, 그러니까 성공도 실패도 아닌 결과를 보여준다. 


아마 이 이야기를 일반적인 직선의 방향으로만 풀어냈다면 평소 변변한 일자리도 없이 주변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용기도 부족했던 히데오가, 결국 좀비들로 인해 모두가 쓰러지는 상황 속에서 용기를 발휘해 모든 좀비를 해치우는, 그래서 진짜 영웅이 되는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 엠 어 히어로'가 흥미로운 건 표면적으로는 앞서 언급한 전개와 결말이 그대로 벌어졌는데도, 영화의 정서는 영웅담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모든 끔찍한 상황이 마무리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히데오 스스로 더 이상 자신의 이름에 영웅이라는 소개를 하지 않는 장면은, 겸손으로 또 긍정으로 느껴지기보다는 오히려 현실 세계에서는 결국 영웅이 될 수 없음을 스스로 인정하게 되는 씁쓸한 엔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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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끝)


좀비물 만의 장점이라면 끔찍한 움직임과 모습 탓에 가끔 움찔하며 눈을 피하게 되는 공포와 동시에 '킥킥'거리며 웃을 수 있는 유머가 공존할 수 있는 점일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아이 엠 어 히어로'는 그 끔찍함과 잔인한 장면들에 긴장하는 동시에 묘하게 소리 내어 웃을 수 있었던 괜찮은 좀비 영화이기도 했다. 내용적으로도 아주 뻔한 선택으로 흐르지 않은 점이 인상적이었고, 무엇보다 그 이면에 생각해볼 만한 메시지가 깔려 있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1. 엔딩 크래딧을 보니 한국 스텝들이 많이 나오길래 찾아봤더니 쇼핑센터 일부 장면은 한국에서 촬영을 하기도 했군요 (파주 아웃렛에서).


2. 아리무라 카스미는 최근 필모그래피가 꾸준하고 또 괜찮네요. 드라마 mozu, 영화 '나만이 없는 거리'와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까지'. 요새 지켜보고 있는 일본 여배우 중 하나.


3. 국내에 블루레이로도 정식 발매 예정이라고 하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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