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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 (Okja, 2017)

부조화의 조화까지는 도달하지 못한 아쉬움


넷플릭스를 통해 제작되어 더 큰 화제, 아니 영화 외적인 요소로 더 많은 말들이 먼저 오갔던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옥자’는 봉준호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종합하는 성격이 강한 동시에, 전작 ‘설국열차’가 그러했듯이 근본적으로 해외 시장을 기반으로 만든 한국영화라 할 수 있겠다. 어떤 감독의 세계관을 집대성한 성격의 작품들의 경우 아주 분명하게 장단점이 드러나곤 하는데 ‘옥자’ 역시 그러하다. 전체적으로 스토리와 구성 측면에서 ‘괴물’, ‘플란다스의 개’와 겹쳐지는 부분이 상당히 많은데, 아무래도 장점들만 (꼭 장점들만 가져왔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뽑아 하나로 다시 합쳐지는 과정을 겪다 보니 각각의 깊이는 떨어질 수 밖에는 없고, 순간순간의 매력은 여전하지만 큰 그림으로 보았을 때 헐거워지는 측면이 발생한다. 재료가 너무 다양한 탓에. 그리고 그 재료들이 너무 매력적이었던 탓일까. 그 재료 하나하나는 다른 완제품의 맛과 대등할 정도로 매혹적이었지만, 모두를 버무린 ‘옥자’라는 요리의 맛은 오히려 조금 싱거운 맛이었다. 차라리 섞어 먹지 말고 따로 하나 씩 먹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본인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봉테일’이라는 그의 별명은 그의 팬들과 관객들로 하여금 그의 영화를 볼 때 무의식적으로 디테일을 찾는 것에 집중하게 만들었고, 이점 역시 초반에는 봉준호라는 감독의 세계관에 매력을 느끼게 하고 더 관심을 갖게 하는 장점으로 작용했지만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그의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는 것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하는 듯하다. ‘옥자’라는 제목과 슈퍼돼지 그리고 글로벌한 세계관은 그 자체로 이질감을 주는데, 이건 봉준호 영화가 항상 선호하는 방식이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것들의 조화를 억지로 만들어 내기보다는 부조화 그 자체를 아슬아슬하게 버무려내는 기술, 그리고 크기로만 따지자면 비교가 되지 않는 거대한 음모 혹은 이야기 속에 원치 않게 놓여 버린 소시민 주인공. 마지막으로 그 주인공이 거대한 이야기 속에서 선택 혹은 마주하게 되는 극도로 현실적인 결말. 이러한 봉준호 세계관의 익숙함은 ‘옥자’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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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봉준호의 영화적 구조가 반복되었음에도 매번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이 가능했던 것은 그 커다란 구조적 세계관과 디테일한 설정들의 유기적인 연결 고리와 조화 때문이었다. 봉준호의 이야기들은 ‘그래서 결국 어떻게 될까?’를 궁금하게 만드는 영화라기보다는 순간순간에 흥미를 느끼는 중에 나도 모르게 결론에 달해 있을 정도로 그 과정의 리듬과 긴장감을 즐길 수 있었다. 관객의 대부분이 이미 결말을 알고 있는 ‘살인의 추억’과 같은 영화가 대표적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미제사건을 주제로 했지만 관객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거 혹시 범인이 잡혔었나?’라고 착각을 하게 될 정도로 과정의 치밀함과 영화 만의 스토리텔링에 완전히 빠져들게 된다. 


‘옥자’ 역시 영화가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이야기의 구조를 파악하게 되면 어렵지 않게 전개 과정을 예상할 수 있게 된다. 더군다나 ‘옥자’는 가축이 아닌 가족으로서 등장하는 ‘옥자’라는 슈퍼돼지 캐릭터를 통해 아주 직접적으로 자본주의 시스템과 이를 소비하는 방식에 대한 메시지를 드러내고 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숨은 메시지를 어렵게 찾아낼 여지도 많지 않다. 그렇다면 결국 봉준호의 영화들이 매번 그래 왔던 것처럼 그 과정에서 다시 한번 다 알고 있는 얘기라고 생각하고 있는 관객들을, 알지만 사실 모르는 미지의 세계로 끌어당겨야 하는데 이 영화는 그 유혹의 강도가 솔직히 그리 강하지 못하다. 익숙한 이야기들은 익숙한 대로 마무리되고 그 과정의 리듬 감도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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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크레디트를 보며 유명한 배우들의 이름과 스텝들의 이름들 가운데서 개인적으로 더 주목했던 이름은 음악을 맡은 정재일이었는데, 본래 그의 팬이었기에 그가 맡은 영화 음악에 대해서도 기대가 컸다 (크레디트 상으로는 정재일 외에 젬마 번즈가 함께 참여한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옥자’의 음악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는 너무도 분명해 보였으나, 그래서 너무 직접적이고 오히려 장면 자체를 설명하려 드는 아쉬운 부분이었다. 흔히 장면의 감성과 정반대 되는 음악을 선곡해 그 감정을 더 극대화시키곤 하는데, ‘옥자’의 음악 역시 그러한 시도를 하고 있으나 결과는 ‘그런 시도를 하려 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에 그칠 뿐이었다. 


앞서 봉준호의 영화들이 어울리지 않는 인물들, 세계관들을 동시에 가져와 균열에 가까운 부조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매력이라고 했는데, ‘옥자’의 몇몇 장면들과 음악은 아쉽지만 그저 균열과 이질감에서 멈춰버린 경우가 많았다. 이건 아마도 더 많은 관객, 그러니까 더 다양한 나라의 관객들을 상대하고 있다는 걸 감독은 물론 모든 스텝들이 인지한 상태에서 제작되었기 때문에 발생하게 된 일종의 부담감의 산물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부담감(기대감)이 없을 땐 오히려 본인이 원하는 100%의 색깔을 내는 것에 더 집중하게 되는데, 좀 더 대중적인 색깔, 더 많은 색깔을 포용해야 된다는 의도가 오히려 한 두 가지 색을 분명히 낼 때보다 여러 측면에서 흐려진 결과물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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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에는 몇 번의 빠른 전개 시퀀스가 등장한다. 수평으로 수직으로 인물들이 추격의 형태로 이동하는 장면들은 이 장면 이전까지 끌고 오던 이야기의 긴장감을 배가 시키며 그대로 속도감을 더해 단 번에 다음 단계로 이동시키는 기능을 해야 하는데, ‘옥자’의 경우는 그 이전에도 확실한 매력을 보여주지 못한 탓도 컸지만 결정적으로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추격의 장면들이 그리 인상적이지 못했다. 그 사이사이에 들어 있는 빛나는 유머들이 오히려 안타까울 정도로, 그 시퀀스가 끝나고 난장판이 된 채 남겨진 배경을 보면 ‘휴~’하며 잠시 가슴을 쓸어내리며 숨을 돌리기보다는 조금 허무한 감정이 들뿐이었다. 캐릭터들의 경우도 만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연상될 정도로 전형적으로 과장된 인물들이 많았는데, 본래 좋아하던 배우들이어서 더 아쉬움이 느껴졌다. 배우들의 연기가 아쉬웠던 것도 아니고, 그 과장됨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도 이해되었지만, 서두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그 의도가 영화 전체와 자연스럽게 녹아들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아쉬운 마음에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째 느끼는 것보다 더 별로라고 하는 것 같은 글이 되어버렸지만, 그건 진심으로 별로여서라기보다는 더 좋을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옥자’에서도 여전히 장면의 디테일, 설정의 디테일 하나하나는 매력적이다. 그리고 봉준호가 이 이야기를 통해 영화에서 결론을 낸 방식 역시 여전히 의미 심장하고 앞으로의 고민과 옅은 희망을 동시에 느끼게 만든다. 모두를 계몽하려고 노력하다가 실패하는 것은 오히려 쉽다. 하지만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현실적인 (그것이 절반 이상의 실패 혹은 극소수의 승리라 할지라도)한 걸음 걷는 것을 택하는 봉준호 세계관의 결말은 이번에도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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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영화를 봤던 이 날, 삼겹살을 저녁으로 먹자는 말에 단호히 거절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옥자’ 때문이었다. 적어도 한 동안은 어쩔 수 없이 먹지 못하지 않을까. 바로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결심하지는 못해도, 적어도 한동안은 고기를 먹지 않는(못하는) 것이, 이 영화와 마찬가지로 내가 선택할 수 있었던 가장 현실적인 선택일 것 같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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