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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나이트 (The Dark Knight, 2008)
히어로물의 역사를 새로 쓰다 #1 - 첫 느낌


해외에서 쏟아지는 호평과 극찬들. 국내 시사회 이후에 역시나 관객과 평론가 모두에게 쏟아지는 박수와 걸작이라는 거침 없는 평가들. 저는 본능적으로 남들이 다 좋아하는 것에는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면도 있고(물론 예외는 존재하지만), 저 뿐 아니라 기대라는 것은 커지면 커질 수록 실망이 자연적으로 커지는 법이라 감상전의 이 같은 엄청난 기대를 불러 일으키는 말들은 분명히 곧 만나게 될 <다크 나이트>에게는 마이너스 요소였습니다. 즉 쉽게 말해 100점짜리 영화를 만들었어도 워낙에 커진 기대 탓에 120점 정도는 보여줘야만이 100점으로 느껴질 정도였다는 얘긴데,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런 부담스런 기대를 안고 관람했음에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는 200점짜리 결과물을 저에게 안겨주고야 말았습니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극장에서 감동과 전율의 눈물과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존경과 위대함에 대한 박수를 보낸 영화였으며, 그 동안 알고 있던 히어로 장르의 영화들을 모두(과장을 보태자면) 초라하게 만들어 버리는 압도적인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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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이 <배트맨 비긴즈>를 통해 보여준 것은 정말 의미있는 시작이었다는 것이 <다크 나이트>를 통해 다시 한번 느껴졌습니다. 기존 판타지스럽고 기존 히어로 물의 일반적인 구성에 충실했던(물론 팀 버튼의 <배트맨>이 이런 전형적인 히어로 물의 룰을 따르고 있다는 것은 아니죠) 배트맨의 이야기를, 어쩌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현실로 가져와 배트맨과 브루스 웨인이라는 캐릭터를 좀 더 인간적인 면으로 그려냈고, 리얼리티를 강조하면서 왜 배트맨이 되었나에 관한, 혹은 될 수 밖에는 없었나에 대한 이해가 용이해졌고, 무엇보다 '배트맨'이라는 캐릭터에 좀 더 애정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정말 놀란이 만든 <배트맨 비긴즈>이전에는 단 한 번도 고담시가 현실에 존재할 법한 도시라고 생각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크리스토퍼 놀란은 자신이 처음 맡게 된 배트맨 이야기의 새로워진 배경과 분위기를 설명하는데에 <배트맨 비긴즈>의 최대 공을 들였다면, <다크 나이트>에서는 이러한 프롤로그 없이 이미 비긴즈에서 설명이 된 세계와 인물들을 중심으로 본래 하고 싶었던 복잡한 이야기들을 한꺼번에 꺼내 놓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는 배트맨에게 가장 위협적인 적이라 할 수 있는 적으로 조커가 등장하게 되었고, 투 페이스도 등장하게 되죠. 크리스토퍼 놀란은 영웅이 악당을 무찌르는 기본적인 히어로 물의 아주 커다란(아주) 바탕 아래 범죄 스릴러의 요소를 가져왔으며, 사회/정치적인 메시지와 히어로로서 겪는 갈등의 요소를 극대화해 어느 리얼한 극 영화들 보다도 관객이 놓여진 상황에서 어떤 결정도 쉽게 내릴 수 없고 지치고 곤란하게 만들어 버릴 정도의 갈등을 야기시키면서(그것도 히어로 물에서 말이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심리극의 분위기로 배트맨을 이끌고 있습니다.

어느 기사를 보니 크리스토퍼 놀란이 팀 버튼의 배트맨과 차별되는 배트맨을 만들기 위해 리얼리티를 강조함에 있어 마이클 만을 거쳐가는 방법을 택했다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이에 적극 공감하는 바입니다. 앞서 잠시 언급했듯이 그 동안은 그저 코믹스나 영화 속에나 만나볼 수 있는 가상 공간으로만 여겨졌던 고담씨티를 실제 시카고를 배경으로한 로케이션 촬영으로 대부분의 장면을 묘사하면서 이 공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요 인물들과 배트맨, 조커 등의 캐릭터에 대한 리얼리티도 동시에 부여하는 효과를 거뒀으며, 마이클 만이 <히트>에서 보여주었던 총격씬에서의 리얼리티와 사운드(마이클 만은 역시 총소리의 달인!), 그리고 <콜레트럴>에서 보여주었던 L.A의 밤거리의 묘사 같은 장면의 장점만을 고스란히 흡수하면서, (특히나 아이맥스로 촬영된 장면에서는) CG가 아닌 리얼리티에 압도당하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초반 프롤로그 장면을 비롯해 영화 속의 사운드는 엄청난 박력으로 무장되어 있었으며, 밤거리를 배경으로 벌어진 차량 추격씬에서도 화려함보다는 오히려 묵직함과 박력이 느껴지는 구성이라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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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열연은 <다크 나이트>를 위대한 영화로 만드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먼저 배트맨/브루스 웨인
역을 맡은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는 여전히 뛰어납니다. 사실 조커 역의 히스 레저의 놀랍도록 완벽한 연기에 가려서이지, <배트맨 비긴즈>에 이어 <다크 나이트>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는 크리스찬 베일이라는 배우에 대해 다시 한번 신뢰를 깊게 할만큼 인상적입니다. <비긴즈>에서 배트맨이 되어야만 했던 '브루스 웨인'으로서의 고뇌를 표현해 냈다면, <다크 나이트>에서는 '언제 까지 배트맨이 고담시에 존재해야 하는가' 혹은 배트맨의 등장이 악을 소탕하는 것 보다는 오히려 더 큰 악을 불러 오게 된 계기는 아니었나'하는 '배트맨'으로서의 고뇌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실 나중에 더 집중적으로 리뷰할 글을 위해 남겨두느라 자세한 표현은 하지 않겠지만, <다크 나이트>에서 배트맨이 겪는 고민은 관객도 예상할 수 없음은 물론, 어느 쪽을 선택해도 기회비용이 따르는, 정답이 없는 문제입니다. 이런 복잡한 심리를 표현해 내기에 크리스찬 베일만한 배우도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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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에서는 배우 히스 레저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단순히 짙은 분장과 의도된 목소리 연기 탓만이 아니라, 그의 놀랍도록 몰입된 연기에서는 히스 레저는 물론, 조커 하면 떠오르는 잭 니콜슨의 그림자 조차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간 히스 레저가 출연한 작품들은 <카사노바>를 제외하면 거의 다 보았던 것 같은데, 그 작품들 어디에서도 이런 모습이 내재되어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할 수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의도된 목소리 연기와 입맛을 다시는 동작 등을 볼 때는 정말 소름이 돋더군요. 히스 레저의 연기에 대해서도 너무나 감탄스럽고 칭찬할 부분들이 많은데 이 부분 또한 나중 포스트에 좀 더 자세하게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간단하게 마무리하자면, 그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속보로 전했을 때보다 <다크 나이트>를 보고 나온 오늘의 느낀 그의 공백에 대한 충격이 더욱 컸습니다. ㅠㅠ


초반 등장하는 킬리언 머피는 이 정도면 거의 까메오 수준입니다.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배우임에도 이런 스쳐가는 분량에도 기꺼이 참여한 그에게도 박수를 보냅니다(결과적으로 킬리언 머피도 이 걸작의 영화에 동참하는 배우가 되었네요). 알프레드 역의 마이클 케인과 폭스 역의 모건 프리먼 역시 <배트맨 비긴즈>에 비하면 비중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둘 캐릭터는 <다크 나이트>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캐릭터라 할 수 있겠죠.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 나이트>를 거치면서 어느새 악역의 기존 이미지는 거의 다 희석되다시피 되어버린 게리 올드만 역시 고든 역할을 충실히 연기해냈고(코믹스 속 고든의 모습을 본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코믹스 속 고든과 게리 올드만이 연기한 고든의 모습의 싱크로율은 상당히 높습니다), 케이트 홈즈에 이어 레이첼 역할을 맡은 메기 질렌할은 객관적인 미모 평가에서는 조금 뒤쳐진다는 평들도 있으나(개인적으로는 그다지 나쁘지 않았습니다), 전작에서부터 그대로 이어지는 캐릭터 가운데 유일하게 배우가 교체된 핸디캡이 있었음에도 몰입하는데 큰 불편함이 없는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물론 영화 자체에 완전히 몰입하도록 만든 감독의 연출력이 바탕이 되었죠).

하비 덴트를 연기한 아론 에크하트는 이 영화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배트맨과 조커 만큼이나)중요한 캐릭터라 할 수 있는데, 선의 상징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는 하비 덴트와 악당이 모습으로 변해버린 투 페이스의 캐릭터 모두를 연기함에 있어, 캐릭터를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생각되지 않도록 훌륭한 연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배트맨, 조커, 투페이스, 그리고 크리스찬 베일, 히스 레저, 아론 에크하트 등 배우들에 관한 이야기는 나중 포스트에 따로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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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짐머와 제임스 뉴튼 하워드가 무려(!) 함께 작업한 사운드 트랙은 그야말로 걸작에 어울리는 웅장하고 중후하면서도 극적인 분위기를 한꺼번에 전하고 있습니다. 액션 장면에서도 너무 오버되지 않은 표현과 더불어 전체적으로 서사적이면서도 슬픈 감정이 묻어있는 음악을 들려주는데, 정말 오랜만에 스케일이 느껴지는 사운드 트랙이 아닐까 싶습니다(이미 너는 질러져있다).


DVD나 블루레이가 출시된 이후에 작정하고 하나의 영화에 대해 연재를 한 적은 몇 번 있었지만, 개봉관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단 한 번 보고, 단 번에 연재할 만한 이야기꺼리가 떠오르고 계획하게 된 건 <다크 나이트>가 처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앞으로 영화의 세계관 / 감독의 메시지, 배우/캐릭터 열전, 크리스토퍼 놀란만의 배트맨 이야기 등등 적게는 3회, 많게는 4~5회에 걸쳐 <다크 나이트>에 관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그것이 이 시대에 걸작이자 히어로 물의 역사를 새로 쓴 영화에 대해 제가 그나마 할 수 있는 작은 성의이겠지요 ^^;



1. 아이맥스로 촬영된 장면의 압도적인 스케일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이건 느껴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말로 설득할 수 없습니다.

2. 하비 덴트가 투 페이스로 변해가는 과정과 배경을 보니 <배트맨 포에버>에서 토미 리 존스가 연기한 투 페이스가 자꾸 떠올랐습니다. 약간 우습게만 보였던 그의 모습들이 다시 보였달까요. <다크 나이트>중복 관람이 어느 정도 끝나게 되면 <배트맨 포에버>를 다시 찾아봐야 겠어요.

3. 영화가 끝나자 마자 한 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이름이 뜨자 한 번, 그리고 세상을 떠난 히스 레저와 스텝의 이름이 떴을 때 한 번, 총 3번의 박수가 터져나왔습니다.

4. 전 원래 어느 영화든 엔딩 크래딧이 완전히 끝날 때 까지 다 보고 나오는 편이지만, 화요일 6시 용산에서 아이맥스로 관람하고 계단을 내려오며 뒤를 쳐다봤는데, 아마도 제가 본 이래에는 가장 많은 관객들이 완전히 끝까지 남아있던 광경이었습니다.

5. 에릭 로버츠의 모습도 오랜만이라 반갑더군요.

6. 고든의 아들 역할로 나오는 아역배우 나단 겜블은 <미스트>에서 토마스 제인의 아들로 나오기도 했었죠.

7. 엔딩 크레딧에 히스 레저와 함께 추모의 뜻을 보냈던 이는 Conway Wickliffe 라는 특수효과 전문 스텝이었습니다. 1966년 생으로 지난해 9월 25일 유명을 달리하셨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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