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쉬 스토리 (Fish Story, 2009)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의 힘


이번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었던 <피쉬 스토리>는, 곧 정식 개봉한다는 소식을 미리 접했기 때문에 영화제 기간 동안에는 다른 영화들을 보고, 정식 개봉한 이후에야 극장에서 관람하게 되었다. 이 작품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가장 이유라면 역시 감독인 나카무라 요시히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의 전작인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는 주연을 맡았던 에이타에 끌려 보게 되었다가 그 복잡하면서도 따듯한 이야기에 한껏 만족했었던 작품이었는데,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이 다시 한번 이사카 코타로의 원작을 영화화 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사카 코타로는 일본 내에서 '천재' 작가로 불릴 정도로 책 속에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재주가 탁월한 작가로 유명한데,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 <피쉬 스토리> 역시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화제작임과 동시에 과연 영화화가 가능할까 하는 의견과 영화화를 바라는 프로듀서와 감독들이 줄을 서기도 했던 작품으로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어쩌다보니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은 계속 영화로 먼저 만나보게 되었는데, 이번 작품 역시 나카무라 요시히로의 손을 거쳐 또 한 번 감동과 메시지를 전하는 아주 만족스런 작품이었다.


ⓒ 2009 'Fish Story' Film Partners All rights reserved

영화는 혜성 충돌로 지구 종말을 앞둔 일본의 어느 레코드 가게에서 시작된다. 하늘 위에 커다랗게 보이는 혜성과 곧 있을 종말로 인해 사람들이 모두 떠나버린 텅빈 거리. 그리고 지구 종말이라는 시련 앞에 담담한 인물들의 대화는, 좀 처럼 영화의 분위기를 엿보기 힘들 정도다. 그 후 영화는 한 밴드의 스튜디오 녹음 장면을 보여주며 마치 다큐멘터리 마냥 전개된다. 실존 했던 밴드인 섹스 피스톨즈나 비틀즈 등과 함께 구체적인 연도를 언급하면서 이 이야기에 좀 더 빠져들기 쉽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는 다시 또 전혀 상관없는 듯한 차 속의 세 남자 이야기, 그리고 그 다음엔 수학여행 동안 잘못하는 바람에 홀로 배에 남게 되 선상납치극을 경험하게 되는 소녀, 그리고 한 소년의 이야기. 그리고는 다시 영화 초반에 등장했던 밴드의 이야기를 주목하게 된다.

사실 이 영화의 이야기 전개 방식은 별로 친절한 편은 아니다. 뭐랄까 작가인 이사카 코타로는 아마도 이야기의 맨마지막에 온전한 그림을 위해 필요한 퍼즐 조각들을 어지럽게 하나하나 펼쳐놓은 듯한 느낌이다. 영화를 다 보고나면 이 조각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지만 그 전까지는 이 이야기들의 연관성을 떠올리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무언가 연관성이 엿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이 개별 이야기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살짝 의심이 들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만화같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다큐 같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또 드라마 같은 서로 다른 분위기에 살짝 혼란스럽기도 한다.


(이후 부터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맨마지막으로 이동해주세요~)



ⓒ 2009 'Fish Story' Film Partners All rights reserved

이렇게 각각의 이야기를 들려주던 영화는 밴드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면서 조금씩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한다. 사실 지구를 구한다는 설정은 이렇게 이야기로서 감동을 주어야 할 영화라는 점에서는 분명 거추장스러운 옷이 될 수도 있는데, <피쉬 스토리>를 보고나면 '그래, 세상을 구할 수 있지'하는 생각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것이 바로 '이야기의 힘'이다. 영화는 홍보전단이나 각종 문구들을 통해 '한 곡의 노래가 세상을 구한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영화를 보고나서 떠오르는 생각은 역시 '이야기'가, 이야기의 힘을 믿는 자들이 세상을 구한다라는 메시지였다. 이 영화의 이야기를 거꾸로 거슬러가본다면, 지구를 구하게 되는 소녀는 정의의 사도로 자란 한 소년의 도움과 그가 전한 이야기를 믿었기 때문에 우주선에 올라 세상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이고, 멸망에도 피난하지 않고 음반 가게를 지켰던 한 남자는 어린 시절 들었던 한 밴드의 이야기를 믿었기 때문에 지구의 멸망 앞에서도 처연할 수 있었던 것이며, 정의의 사도가 되어 소녀와 여러사람을 구하게 된 한 소년은, 정의의 사도로서 항상 수련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믿고 꾸준히 노력했기 때문이었고, 항상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지 못했던 소심한 한 남자는, 노래에 담긴 메시지의 힘을 믿었기 때문에 처음으로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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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들의 모티브가 된 밴드가 이 곡을 만들게 된 계기는 어떤 것일까. 밴드의 리더인 시게키는 자신들의 마지막 녹음이 될 곡의 가사를 고민하다가 프로듀서가 놓고 간 한 책의 문구를 인용하게 된다. '나의 고독이 물고기라면...'
시게키와 밴드 멤버들은 이 단어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그저 무엇인가 깊은 뜻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 가사에 자신들의 혼을 불어넣게 되고, 이 곡의 제목마저 책의 제목인 '피쉬 스토리'로 정하게 된다. 하지만 프로듀서가 전하는 이 책의 진실은 사실 '피쉬 스토리(Fish Story)'의 영어 뜻과도 같은 '허풍'에 가까운 것이라는게 밝혀진다. '나의 고독이 물고기라면...'으로 시작하는 이 책의 내용은 사실 엉터리 번역으로 탄생하게 된 아무 의미없는 문구라는 점을 듣게 되지만, 밴드 멤버들은 그냥 이 곡의 제목과 가사를 그대로 사용하기로 한다. 이 순간 이미 이 '피쉬 스토리(허풍)'라는 본래 뜻은 사라지고 없는 것이다. 이제 '피쉬 스토리'라는 단어 속에는 그들이 믿었던 그 순간과 혼이 담기게 된 것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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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정확히 서두에 질문을 던지고 마지막에 답변을 전하는 방식에 충실한 작품이다. 영화 초반 밴드 보컬은 이렇게 물음을 던진다. '과연 이 노래가 누군가에게 전해질까?' '이 마음이 누군가에게 언젠가는 전해질까?' 하고 말이다. 사실 이 대사를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이 질문은 굉장히 뜬구름 처럼 들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영화의 퍼즐이 한 조각씩 등장하고 마지막 이것들을 하나하나 제자리로 맞추게 되면, 이 노래의 힘, 이 이야기의 힘이 어디까지 전해졌는지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사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사람들이 눈에 바로 보이는 것만, 직접 만져지고 계산해봐서 딱 답이 나오는 것만 믿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원작자인 이사카 코타로와 나카무라 요시히로는 누군가에 진심이 담긴 이야기의 힘을 믿었고 결국 이야기의 힘이 세상을 구하기 까지 이른다는, 과장스러운 듯 하지만 역시 진실인 이 이야기를 하고자 했던 것이다.

결국 세상을 구하는 건 이야기가 가진 힘이고, 그 이야기를 믿었던 사람들의 힘이라는 걸 영화는 흥미로운 구성 방식과 '이야기'로 들려주고 있다.


ⓒ 2009 'Fish Story' Film Partners All rights reserved

1. 극 중 밴드의 레코딩 장면이나 오프닝 크레딧과 함께 연주하는 장면의 임팩트는 상당합니다. 마치 이언 커티스의 이야기를 했던 영화 <컨트롤>의 한 장면 같았을 정도로 강렬한 이미지였어요.

2. 원작자인 이사카 코타로는 음악을 매개체로 사용하길 참 선호하는 작가 같아요. <집오리..>에서 밥 딜런의 곡을 사용한 것도 그랬고, 이번 작품역시요.

3.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의 다음 작품도 이사카 코타로의 원작을 영화한 것이라고 하던데 제목이 무려 <골든 슬럼버>더군요. 그렇다면 비틀즈의 그 곡을 모티브로 하는 작품인건가요?

4. <골든 슬럼버>에는 하마다 가쿠가 또 다시 출연하다고 하더군요. 이 정도면 완전히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불러도 부족함이 없겠군요.

5. 국내에 사운드트랙은 발매가 되지 않았는데 일본 내에서는 영화 속 FISH STORY와 동일한 자켓으로 발매가 되었군요. 일본가면 꼭 구해봐야 겠습니다 ^^;

6. 이 영화를 보고나서 지금까지 하루 종일 무한 반복하고 있는 이 곡 'Fish Story'.


(역시 펑크는 항상 옳아!)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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