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감성의 기댄 뱀파이어 로맨스

2008년 개봉했던 캐서린 하드윅 감독의 작품 ‘트와일라잇 (Twilight)’만큼, 남녀 관객들 사이에서 호불 호가 크게 갈렸던 영화도 흔치 않았던 것 같다. 전세계적으로 1700만부 이상이 판매된 스테파니 메이어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이 작품은, 스크린에서도 신드롬을 일으키며 주연을 맡은 로버트 패틴슨과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단 번에 10대의 우상으로 만들기도 했다.

사실 원작 소설에 비하자면 그래도 나름 점잖은 표현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뱀파이어 물이나 특별한 판타지 물을 기대하여 극장을 찾았던 남성 관객들은 오그라드는 손발을 견디지 못하고 힘겨워하는 한 편, 십대를 비롯한 여성 관객들은 무섭기만 할 것 같았던 뱀파이어 물에서 자신들이 마음에 쏙 드는 로맨스를 발견하는 동시에 로버트 패틴슨이라는 훈훈한 청년을 가슴 속에 담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었다.






사실 본인 스스로도 어느 정도 들었던 바가 있어 제법 맘을 단단하게 먹고 관람을 하기도 했었는데, 이런 사전 준비 작업 덕분이었는지 아니면 가슴 어디선가 살아 숨쉬는 꽃 띠 소녀의 감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큰 불편함이나 신체의 오그라듦 없이 흥미롭게 즐길 수 있었다. 이 작품이 남성적이기 보다 여성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원작 소설을 쓴 스테파니 메이어는 물론이고 감독을 맡은 캐서린 하드윅 그리고 각본을 맡은 멜리사 로젠버그에 이르기까지 모두 여성들이 핵심 파트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편집 역시 여성 스텝이다) 물론 여성 원작자와 감독, 각본가라서 반드시 여성스러운 이야기를 쓰라는 법은 없지만, ‘트와일라잇’은 분명 십대 소녀가 열광하는 그 지점을 정확히 파고 들고 있는 작품이며 그로 인해 엄청난 성공마저 거두었다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은 뱀파이어를 다룬 영화이기는 하지만 <렛 미 인>의 경우처럼, 정통적인 뱀파이어 영화로 이해하기 보다는 일종의 로맨스/판타지 장르로 이해하는 편이 더 편할 듯 하다. 즉 ‘무슨 뱀파이어 영화가 이래?’ ‘나의 뱀파이어 영화는 이렇지 않아’라고 접근 한다면 ‘트와일라잇’의 재미는 감소할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물론 큰 줄기는 로맨스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뱀파이어를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은근히 기대되는 분위기들이 있다. 마치 ‘해리포터’시리즈가 단순히 마법 학교 다니는 어린 아이들의 마법 실습 어드벤처만은 아니듯이, 이 작품 역시 그 배경에는 어두움이 미약하게나마 깔려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한 멋진 장면들과 감성을 기대해볼 수 있는 것이다.





점점 표면으로 어두움을 끄집어냄으로 인해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어른 팬들이 늘고 있는 ‘해리포터’시리즈처럼, ‘트와일라잇’ 역시 이런 어두운 부분을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구체화해 나간다면 소녀 팬들 뿐만 아니라 초반의 닭살 스러움을 참고 견딘(?) 남성 팬들마저 껴안을 수 있는 사가(Saga)가 되지 않을까 싶다. (어디까지나 이 가정은 최근 개봉한 ‘뉴 문’마저 아직 보지 못한 상태에서 쓰여진 것은 물론, 원작 소설을 읽지 못한 상태에서 벌어진 가정입니다 ^^)






참고로 개인적으로 ‘트와일라잇’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 중 하나는 엔딩 크래딧이었다. Radiohead의 ’15 Step’의 묘한 리듬감과 영화 속 장면 그리고 헤어, 의상 체크를 위해 촬영해 두었던 B클립들이 흑백 영상으로 이뤄진 엔딩 크래딧은 세련됨과 고풍스러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구성으로, 가끔씩 이 시퀀스만 꺼내 보고 싶을 정도였다.


Blu-ray Menu






Blu-ray : Picture Quality

MPEG-4 AVC 포맷을 사용한 풀HD의 화질은 얼핏 봐도 상당히 디테일한 면이 돋보이는 수준급의 영상이다. 어두운 장면들이 많이 수록된 영화임에도 전체적으로 화면의 질감이 상당히 좋고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이 바로 이 질감이었다), 선예도도 높아 깔끔한 외곽선을 확인할 수 있다.








‘트와일라잇’의 화질은 뭐랄까, 날씨로 치자면 좋은 날이라 평소에 안보이던 먼 산까지 보이는 날씨랄까. 실제로 화질 체크를 위해 주인공 외에 먼 배경을 살펴보았는데, 누가 볼까 싶은 배경들의 표현 수준도 만족스러웠다. 또 하나 이 타이틀의 화질 디테일을 살펴볼 수 있는 요소가 있다면 영화 속 두 주인공을 비롯한 뱀파이어들의 매우 창백한 피부 표현들이라 할 수 있는데, 얼마나 얼굴이 창백한지 얼굴에 조금만 그림자가 저도 음영이 깊게 생기는 걸 확인할 수도 있었다. 특히 ‘에드워드’ 역할을 맡은 로버트 패틴슨의 경우 유난히 창백한 피부 탓에 미세한 면도 자국도 눈에 띄게 확인되곤 한다.



Blu-ray : Sound Quality

북미 판에는 DTS-HD MA 5.1채널만 수록된 것에 비해, 이번에 출시된 국내 판에는 이와 더불어 돌비 TRUE HD 5.1채널이 추가로 수록되었다.





사운드는 효과음들도 좋지만 무엇보다 삽입곡들에 더 치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영화에 수록된 곡들 가운데는 Muse의 ‘Supermassive Black Hole’을 비롯해 Radiohead의 ’15 Step’ 등 팝 팬들에게도 익숙한 넘버들을 영화 속에서 만나볼 수 있다. 액션 장면들이 많지 않아 효과음으로 사운드를 체크하기에는 조금 부족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맨마지막 제임스와 벌이는 결투 장면에서는 액션 효과음을 만끽할 수 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총 1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트와일라잇’ 블루레이 타이틀에는 제법 알찬 부가영상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가운데 역시 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것은 감독과 주연배우들이 참여한 음성해설이다. 음성해설 수록이야 항상 반갑지만 국내 발매되는 타이틀의 경우 음성해설에는 유독 한글자막이 지원되지 않아 타이틀의 전체 수준을 떨어트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타이틀에는 코멘터리에도 한글자막이 충실히 지원되어 만족스러움을 안겨준다.




감독인 캐서린 하드윅과 로버트 패틴슨,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참여한 음성해설은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는 유쾌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데, 음성해설만 듣고 있노라면 세 사람의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캐서린 하드윅은 목소리도 말투도 상당히 어리게 느껴지기도 한다. 본격적인 부가영상 가운데 첫 번째로 만나볼 수 있는 것은 뮤직비디오 (Music Videos)인데 단순히 뮤비가 수록된 것이 아니라 짧은 설명과 더불어 수록곡의 라이브 버전을 만나볼 수 있는 이색 부가영상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Muse의 ‘Supermassive Black Hole’ 같은 경우는 뮤즈의 라이브 공연 실황 장면이 수록되어 있는데, 뮤즈 팬들이라면 이건 정말 의외의 수확이라 아니할 수 없겠다.




뮤즈의 곡 외에 Paramore의 뮤직비디오 ‘Decode’가 수록되었고, 린킨 파크의 ‘Leave Out All The Rest’의 경우는 뮤즈와 마찬가지로 라이브 실황 버전이 수록되었다.





무삭제 영상 (Extended Scenes)에서는 총 5개의 시퀀스의 확장 장면을 만나볼 수 있는데 단순히 영상만 수록된 것이 아니라, 감독의 짧은 인터뷰가 각 시퀀스 서두에 소개되어 좀 더 이해하기 쉽도록 구성되어 있다.





삭제 장면 (Deleted Scenes)에서는 역시 감독의 짧은 설명과 함께 총 5개의 삭제 장면이 수록되어 있는데, 여기서 제임스와 빅토리아의 키스 씬도 확인할 수 있다.




페이지에서 화면으로 ‘트와일라잇’ 모험과 여정의 시작 (The Adventure Begins : Twilight’s Journey From Page to Screen)은 기본적인 메이킹 다큐라고 할 수 있는데 제목처럼 원작이 영화화되기까지의 과정부터, 촬영의 소소한 에피소드들까지 만나볼 수 있다. 원작자인 스테파니 메이어가 어느 날 꾸었던 꿈에서 영감을 받아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고, 액션이 많은 장면들의 경우 3D 애니메이션에 의한 사전 작업을 통해 실제 촬영 전 컨셉과 분위기에 대해 세심하게 테스트 하는 과정도 엿볼 수 있다.




또한 영화 속 뱀파이어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더불어 각각의 뱀파이어 캐릭터들에 대한 특성과 성향에 대한 설명은 물론 컬런가와 제임스로 대표되는 노마드 뱀파이어들을 구분지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는 큰 비중을 갖지는 못했던 뱀파이어 캐릭터 하나 하나에 대한 설명을 통해 오히려 외전 격인 이들 개인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기도 했다.




부가영상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던 장면 중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컬런가의 야구 경기 시퀀스에 관한 것이었는데, 이 장면에 상당히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배우들이 직접 촬영하기 이전에 스텝들이 배우들의 역할을 대신하여 미리 대략의 동선과 동작들을 시뮬레이션 해보는 테스트 영상은 매우 흥미로웠는데, 단순 테스트 영상이라기 보다는 이것만 있으면 실제 영화 속 장면과 비슷하게 촬영이 가능할 정도의 일종의 매뉴얼에 가까운 정보가 담긴 영상이었다.





후반 작업에서는 편집 과정과 액션 장면에서 사용된 와이어를 지우는 작업 그리고 여러 차례의 랜더링 작업 과정이 담겨 있는데, 의외로 그린 스크린을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고 가능하면 스턴트 액션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많은 팬들이 궁금해 했다던, 두 주인공이 높은 나무 위에 올라가 있는 모습을 헬기에서 촬영한 장면 역시 대역 연기자들이 실제로 안전장치를 하고 나무 위에 올라간 것을 촬영한 것이라고 한다)





팬들과의 만남 (The Comic-Con Phenomenon)은 코믹 콘을 통해 팬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던 모습을 담고 있는데, 단편적이기는 했지만 미국 십대들에게 ‘트와일라잇’이 얼마나 큰 인기를 끌고 있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트와일라잇’의 극성 팬들만이 모인 자리이다 보니 배우의 한 마디 한 마디와 감독의 조그만 정보 하나에도 환호성을 보내며 좋아하는 모습이 부러워 보이기도 했다. 모든 부가영상을 통틀어서 이 영상만 SD급 화질로 수록되었다.




이 외에 총 다섯 가지 버전의 예고편도 수록되었고, 최근 개봉한 후속 편 ‘뉴 문 (the Twilight Saga : New Moon)’의 예고편도 HD급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총평]호불 호가 워낙에 갈리는 작품 중 하나인지라 쉽게 추천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분위기 탓에 지레 짐작으로 보기를 꺼리는 것 보다야 직접 보고 확인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다. 특히 단 편이 아니라 시리즈로 계획된 탓에 시리즈의 첫 단추인 ‘트와일라잇’을 보고 전체 시리즈와 본인 취향 사이를 가늠해도 좋을 듯 하다. 블루레이로서는 레퍼런스에 가까운 화질과 사운드를 담고 있어 추천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듯 하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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