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심포니 (The Great 2008 Seo Tai Ji Symphony with Tolga Kashif & Royal Philharmonic)
극장에서 만난 서태지


(서태지 관련 글은 참 이유없이 논란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굳이 다시 한번 밝히고 시작하자면, 나는 뼈속까지 태지 팬이다)

2008년 열렸던 서태지 심포니 공연은 못 가본게 참 아쉬웠던 공연 중 하나였다. 그것이 단순히 서태지라서가 아니라 서태지가 처음으로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공연이기도 했고, 본격적인 클래식 편곡으로 새롭게 써진 곡들에 대한 궁금함과 경기장 공연이라는 악조건 속에서의 사운드 문제가 걱정/기대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때를 놓쳐버린 공연 관람은 그 이후 DVD와 블루레이(!)까지 출시 예정이라는 소식에 잔뜩 기대를 하게 만들었는데, 영상물 출시 이전에 극장에서 관람할 기회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는, 작은 예매전쟁을 치룬 후에 극장에서 태지의 공연을 처음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




이번 관람의 포인트라면 첫 번째 포인트는 서태지였고, 두 번째는 극장에서 만나는 태지, 세 번째는 극장에서 즐기는 콘서트 정도가 되겠다. 일단 서태지 심포니 공연 자체를 TV방영시 보기는 했었지만, 아무래도 실제로 보는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극장 상영이라는 이번 기회, 그러니까 좀 더 실제 공연장에서 보는 것에 가까운 느낌(TV관람시 보다 가까워졌다는 것이지 라이브를 실제로 즐기는 것에 가까워 졌다는 의미는 아니다)을 받을 수 있는 이번 극장 상영은 그것만으로도 두근대는 경험이었다. 사실 록밴드와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은 메탈리카 등 이전에 몇 차례 있어왔던 것이라 그 자체로 획기적인 것은 아닐테지만, 내게 익숙한 태지의 음악들이 어떻게 오케스트라와의 조화를 이뤘을까에 대한 기대, 그리고 본래 클래식 곡이었던 3집 수록곡 '영원'을 드디어 제대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오늘을 위해 이 곡을 만들었나봐요'라는 태지의 한 마디는 그의 오랜 팬으로서 찡하지 않을 수 없었다 ㅠ)라는 점이 관람 포인트였다.





극장에서 콘서트 무비 혹은 다큐멘터리를 즐겨본 적이 몇 번 있는데, 그 때의 희열은 확실히 일반 극영화를 볼 때와는 비교하기 어려운 다른 감동을 주곤 했었다. 롤링 스톤스의 <샤인 어 라이트>같은 경우는 진짜 거의 공연을 통째로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는데,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그들의 공연을 간접적으로나마 만나볼 수 있는 기회였고, 퀸의 'Rock Montreal' 같은 경우도 마치 콘서트 장에 온 것처럼 다같이 환호하며 볼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이었다.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은 리허설 장면을 촬여한 다큐였음에도 이를 넘는 감동을 주었음은 굳이 또 말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서태지 심포니 극장 상영의 특징이라면 사운드 측면에서 거의 쉴틈없이 몰아친다는 점이다. 메가박스 서태지 M관의 사운드는 분명 좋은 편인데, 공연 자체가 워낙에 사운드의 볼륨이 높다보니 마치 시너지 이수 5관에서 관람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극장 상영만의 장점이라면 공연장(특히 경기장)에서는 완벽하게 커버되지 않은 사운드가 아니라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사운드로 오히려 더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일텐데, 이번 서태지 심포니의 경우는 그 중간지점 쯤 된다고 볼 수 있겠다. 아마도 공연장에서는 미처 다 캐치 되지 못했을 사운드들이 살아있는 동시에, 록 사운드와 오케스트라의 사운드가 공연장과 같이 엄청난 볼륨감으로 몰아쳐 '크기'의 임팩트는 있지만 '정교함'의 임팩트는 음반 보다는 조금 떨어지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점을 가지고 극히 개인적인 느낌을 얘기해보자면, 보통 같으면 그저 볼륨감으로 디테일을 압도하는 사운드에 아쉬움이 더 많이 들었을테지만, 이런 AV적인 퀄리티 측면보다는(이렇게 계속 얘기하면 사운드 퀄리티가 무척이나 떨어지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는데, 평균은 당연히 넘는 퀄리티이다) 팬들을 위한 선물에 가까운 극장 상영이기 때문에(서태지 팬이 아니고서야 이 공연을 굳이 비싼 돈 내가며 극장에서 볼 이유가 없지 않은가!), 좀 더 콘서트 같은 분위기를 내는 사운드가 오히려 적절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연 내내 감동 때문 만이 아니라 Only 스피커에서 뿜어져 나오는 사운드 때문에 소름이 돋은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인상적인 몇 곡을 꼽아보자면,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번 심포니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가장 기대하고 있었던 '영원'이었고, 'Take One'의 서곡도 기존 곡의 색채와 잘 맞아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록 넘버들은 오케스트레이션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곡들이 많았기 때문에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담당하거나, 합창단의 코러스가 더해지는 정도) 원곡들에 비해 크게 다른 점을 느끼기 어려운 점도 조금 있었다. 하지만 'Moai'같은 곡은 클래식 편곡으로 더욱 아름다운 선율이 살아났고, 'T'ik T'ak'같은 곡 역시 메인 테마가 굉장히 극적으로 연출되는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처음 들을 때 보다 들으면 들을 수록 좋아지는(슬퍼지는) 보너스 트랙 'Zero'까지.




이번 극장 상영의 특징이라면 짧은 심포니 공연으로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공연 영상이 모두 끝난 뒤에, 공연과 관련된 다큐멘터리가 제법 긴 시간 상영된다는 점이다. 아마도 추후 DVD나 블루레이에 부가영상으로 수록될 영상으로 여겨지는데, 극장에서 서플먼트를 만나다니! 이것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여기서는 영국에서 서태지 밴드와 로열 필하모닉이 처음 리허설을 맞춰보는 장면, 태지 밴드의 짧은 일상 등 팬이라면 눈을 뗄 수 없는 영상들이 담겨있다(이거야 말로 진정한 팬서비스, 서비스!). 짧지 만은 않은 부가영상이 모두 끝이 나면 마지막으로 보너스 트랙인 'Zero'의 공연 실황이 이어지고 서태지 심포니는 마무리 된다.


1. 사실 많은 환호성과 합창을 예상하고 갔는데, 제가 본 회차의 매니아분들은 의외로 얌전하셔서 거의 숨죽이고 보았다는 ㅎ
2. 새삼 엔딩 크래딧에 Blu-ray를 보니 가슴이 두근거리더군요. 국내 최초, 국내 뮤지션 블루레이 실황 타이틀이 되겠군요!



글 / 음반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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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thisisnewworld.tistory.com/ BlogIcon 차세대육체적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태지이야기만 나오면 일단 클릭부터 하고보는 서태지 마니아랍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서태지가 3집을 발표했었던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간다면...참 좋겠네요. ^^

    2010.01.28 13:56
  2. Favicon of http://seira.pe.kr BlogIcon 세이라  수정/삭제  댓글쓰기

    블루레이 나오면 아쉬타카님 집에 좀 데려가주세요 ㅠㅠ

    2010.01.28 14:14
  3. Favicon of http://thisisnewworld.tistory.com/ BlogIcon 차세대육체적  수정/삭제  댓글쓰기

    구러게요...음~ 저는 고1이었답니다. ㅋㅋ 추천 꾸욱~ 누르고 갑니다~ 아 그리고 아쉬타카님 블로그 링크 걸어놓겠습니다. 자주자주 올게요~ㅎㅎ

    2010.01.28 16:44
  4. Favicon of http://dstory.net BlogIcon 디노  수정/삭제  댓글쓰기

    zero정말 감동이더라구요.
    상암공연떄는 안 했었는데..-_-

    2월에 한정판 발매 한다고 하던데 기대가 되네요.
    뫼비우스도 블루레이로 나올꺼 같은데... ps3라도 구입해야하는건 아닌지... 고민되네요.

    2010.01.28 18:27
    • Favicon of https://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수정/삭제

      뫼비우도 나올 것 같던데, 이것도 물론 질러야죠 ^^;
      이번 기회에 블루레이로 넘어오시는 겁니다 ㅎ

      2010.01.30 01:15 신고
  5. Favicon of https://hyony.tistory.com BlogIcon 미친광대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아쉬타카님 보셨군요... 저도 뼛속까지 태지빠라.. ㅎㅎ 전 주말 정도나 돼서 보려구요.. 심포니는 블루레이로 나오는게 당연하겠지요. 저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극장에서 상영이라뉘.. 정말 대단한 뮤지션임에는 틀림 없어요.

    국내엔 이상하게 서태지 라는 발언만으로도 논란이 되는게 참 이상해요. 싫으면 그만이지.. ㅎㅎ

    2010.01.28 23:25 신고
    • Favicon of https://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수정/삭제

      국내 블루레이 시장을 보았을 때 아무리 서태지라고 해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었는데, 이렇게 출시가 확정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2010.01.30 01:16 신고
  6. mago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운드에 대한 적절한 분석이 좋네요.제가 느꼈지만 꼭 집어 뭐라 표현할 수 없었던 부분이었는데~ 상암,앵콜 공연을 모두 보았지만 극장에서 보는 느낌은 또 남다르네요.공연장에선 못 들었던 소리들이 들려서 새로운 공연을 보는 느낌이에요.특히 제로는 공연장에선 소리들이 많이 뭉개져서 많이 아쉬웠었거든요.영화관에서도 웬지 헤드벵잉을 해줘야 할거 같은데 매냐들이 너무 얌전하셔서 저도 자리에서 고개만 까닥까닥 했답니다~ ^^

    2010.01.29 11:03
    • Favicon of https://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수정/삭제

      몇몇 다른 분들 후기를 보니까 조용한 분위기가 아니라 헤드뱅잉까지 하는 열렬한 분위기도 있었던 것 같더라구요 ㅎ

      2010.01.30 01:17 신고
  7. Favicon of http://cakeatelier.co.kr BlogIcon CakeAtelier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태지 심포니라는 영화를 극장에서 한다는 기사를 이제서야 읽고 깜짝놀라 마구 검색했답니다..!!
    서태지 좋아한다고 혼자 속으로만 외치는 건성건성 팬이라..;; ㅎㅎㅎ
    잘 읽고 갑니다~^^

    2010.01.30 00:30
  8. Favicon of http://서0221 BlogIcon 쭈니맘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뼈속까지 태지 매니아..
    엄마가 되어도 아직도 태지 글자만 봐도 좋고 두근거리네요...

    2010.01.30 14:22
  9. ㅎㅎ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나가다가 남깁니다. 저는 골수와 모든 세포까지 태지매니아입니다.
    심포니 한 번보고나니 더 아쉬워서 한 번 더 보러갑니다. 블루레이로 나온다해도 극장에서 보는 느낌은
    나지 않을테니..집에서 여건상이겠죠..ㅎ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겠군요..뫼비우스도 기다려봅니다. ㅎㅎ

    2010.02.03 11:22
  10. ㅎㅅㅎ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쩌나. 저 이거 이제봤어요 ㅠㅠ 영화상영 벌써 끝나다니 ㅜㅜ 너무해
    난 정말 재수가 없는것일까???
    왜 놓쳐버렸어!!!혼자절규하고있는 1人...;;;
    블루레이 디비디 나오기를 기다려야하는것인가..그것도 만오천명 한정이람서요?
    정말 숨통을 쪼이는 태지님하....암튼 너무 억울하네요 이제야 알아서..

    2010.02.15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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