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모스트 페이머스 (Almost Famous, 2000)
카메론 크로우의 완벽한 자전적 영화

<제리 맥과이어>로 유명한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2000년작 <올모스트 페이머스 (Almost Famous)>는 개인적으로 카메론 크로우에게 조금 미안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지금까지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의 최고 작품이 될 영화다. 사실 이 유명한 작품을 이제서야 제대로 보았다는 것이 (난 왜 이리도 이전에 스치듯 본 영화들이 많았던 것일까) 이상할 정도인데, 그의 다른 작품들은 <제리 맥과이어>는 물론 2005년작 <엘리자베스타운>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을 즐겼으나 (그러고 보니 생각보다 오랫동안 신작에 대한 소식이 없구나), 가장 그 다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올모스트 페이머스>는 왜인지, 이제서야 꺼내 들게 되었다.




앞서 이 작품을 카메론 크로우의 전무후무한 최고 작품이라고 한 까닭은, 잘 알다시피 자전적인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기 때문이다. <올모스트 페이머스>는 여러모로 감독 본인의 자전적 영화이기 때문에 의미가 더욱 깊어지는 작품이다. 여기에는 단순히 자전적인 이야기라 그가 살아온 시간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 정도의 현실성 때문만이 아니라, 겪어온 시간들을 스스로 어떻게 그리고 있는 지에 관한 방법 때문에 더 큰 의미를 갖게 된다. 이 작품을 보기 전에도 감독 이전의 크로우의 경력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올모스트 페이머스>를 보고 나면 그의 어린 시절부터 주요 경력이라 할 수 있는 음악 잡지 '롤링 스톤'지에 기고하기까지의 일들을 고스란히 만나볼 수 있다. 실제로 그는 영화 속 '윌리엄 밀러'처럼 어린 시절 월반을 통해 또래들 보다 먼저 고등학교에 들어갔으며, 13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지역 음악지에 관련 글을 기고하기에 이른다.




패트릭 후짓이 연기한 '윌리엄 밀러'는 이것저것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카메론 크로우 그 자신이다. 영화 속에서 만나게 되는 음악 평론가 '레스터 뱅스'는 실존 인물이며, 극 중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밴드 '
스틸워터(Stillwater)'는 그가 당시 겪었던 수 많은 밴드들과 뮤지션들을 섞어 놓은 모양새를 하고 있다. 물론 '스틸워터' 외에 언급되거나 등장하는 뮤지션들은 '블랙 사바스', '밥 딜런', '데이빗 보위', '믹 재거' 등과 같이 모두 실존하는 뮤지션들이다. 사실 극중 윌리엄 밀러라는 이름 대신 '카메론 크로우'로, '스틸워터' 대신 그가 당시 가장 좋아했던 어느 한 밴드를 등장시켜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듯 한데, 굳이 새로운 캐릭터인 '윌리엄 밀러'와 '스틸워터'를 등장시킨 것은 속보여서도 아니고 밴드 명에 관한 저작권 때문도 아니라,  이를 바라보는 카메론 크로우의 시선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당시의 카메론 크로우는 몰랐던 것을 '윌리엄 밀러'는 알고 있고, 당시 그가 따라다녔던 밴드들은 미처 말해주지 못했던 것을 '스틸워터'는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올모스트 페이머스>는 직접 겪은 이가 들려주는 매우 실랄한 뮤직 비지니스의 어두운 면에 관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고, 뮤지션과 팬의 관계에 관한 복잡미묘한 드라마가 될 수도 있었으며, 더 나아가 당시를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가 될 수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의미있는 작품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위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물론 이 작품에는 실제 보이는 것과는 다른 뮤직 비지니스와 뮤지션들의 허상에 가까운 모습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매니저가 안을 숨긴 두 주먹을 보여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엇이 들어있는지 모르는 쪽을 택하지만 결국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이야기를 해주는 것은, 이런 허상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기도 하다. 카메론 크로우는 자신이 스스로 가까이서 겪은 뮤직 비지니스와 신격화 된 밴드들의 실체를 보여주려 하는 것 같지만, 대부분의 관객들이 그렇게 느끼지 않았던 것처럼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런 고발이나 현실의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뮤지션과 팬이 관계에 대한 묘사는 어떨까. 사실 당시의 문화를 조금만 관심있게 들춰본다면 '밴드 에이드' 페니 레인과 같은 인물이라던가 밴드의 투어에 항상 함께하는 팬 문화에 대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영화는 표면적으로 팬에게 진정한 팬으로서의 미덕은 무엇일까? 그리고 밴드에게 역시 자신의 팬들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메시지를 주려 하는 부분도 있지만, 더 넓게 보면 영화가 이 모든 이야기를 그리는 방식으로 진정한 팬 문화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자, 그러면 길었던 서두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카메론 크로우가 <올모스트 페이머스>를 통해 이야기하려던 것은 진정 무엇이었는지 말해보자.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크로우가 겪었던 이 실화는 매우 가혹한 이야기로 그려낼 수도 있었고, 더 극적으로 그려낼 수도 있었던 소스였다. 한편으론 중간의 모호한 지점을 택한 듯도 보이지만, 시종일관 유지하고 있는 정서라면 바로 '긍정'과 '따듯함', 즉 '애증'도 아닌 그냥 순수한 '애정'을 들 수 있겠다.




영화 <올모스트 페이머스>의 몇몇 장면들은 말도 안되게 판타지적이고 긍정적인 장면들이 여럿 있다. 버스 안에서 집으로 가고 싶다는 윌리엄에게 '여기가 바로 집이야'라고 이야기하는 페니 레인의 한 마디나, 보통의 영화 같으면 위기의 상황에 갈등이 봉합되는 것과는 달리 반대로 위기의 순간에 터져나온 갈등이 너무 쉽게 눈녹듯 녹아내리는 것도 러셀과 윌리엄의 재회 장면도 역시 한편으론 너무 순진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윌리엄의 어머니를 그리는 방식은 또 어떠한가. 여기에는 프란시스 맥도먼드라는 훌륭한 여배우의 공도 무시할 수 없는데, 윌리엄의 어머니는 단순히 아들이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게 하려는 고집스럽고 보수적인 인물로만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그 와중에도 항상 모든 것을 다 이해하는 듯한 미소와 실제로 모든 것을 가능케 한 말과 행동들로, 성장 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고지식하지만 결국엔 자녀를 이해하는' 부모 캐릭터는 보여줄 수 없었던 새로운 차원의 캐릭터로 볼 수 있겠다.




이렇게 모든 배경에는 긍정과 따듯함을 기초로 하고 있는 카메론 크로우의 방식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이 작품이 자전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방식이라고 볼 수 있겠다. 만들어낸 이야기나 다른 사람이 겪은 이야기를 그릴 때와는 다르게, 이미 감독 스스로가 한번 겪었고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 성장했기 때문에 (성장한 것을 본인이 알고 있기 때문에) 한 걸음 더 여유있고 이해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그려낼 수 있었던 것이다. 즉 불편한 이야기를 하고는 있지만 양쪽 어느 쪽으로도 날을 세우지는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이것은 또 영화가 그리는 팬 문화와도 직접적으로 연결이 된다. 카메론 크로우는 음악과 뮤지션을 비평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이였지만 (영화 속 스틸워터의 표현대로 '우리의 적'), 이런 비판은 모두 그들의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비판을 하더라도 그 애정을 넘어서는 수준의 것은 의미 없음을 (설사 당시에는 날을 세웠다 하더라도 성장한 카메론 크로우는 윌리엄을 통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어쩌면 바보 같아 보이기까지 하는 카메론 크로우의 따듯한 이해는 극중 윌리엄이 밴드의 프론트맨인 '러셀'을 비롯해 인터뷰마다 묻는 '음악의 어떤 면을 사랑하나요?'라는 질문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 바보 같아 보이고 추상적이기만 한 듯한 질문을 카메론 크로우는 영화적 기교를 통해, 맨마지막에 가서는 '아, 그래. 바보 같지만 결국 본질은 이거잖아'라고 보는 이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뭘랄까, 카메론 크로우는 자신이 만들어낸 윌리엄 밀러와 스틸워터 (더 직접적으로는 러셀)를 통해, 과거에 자신은 하지 못했던 혹은 이제야 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 음악에 대한 사랑을 아름답게 그려내고 싶었던 것이다.




이것이 <올모스트 페이머스>가 카메론 크로우의 최고 작품이라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가 되겠다. 사실 여기에는 부러움 가득한 이유도 있다. 이 영화를 보고나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자전적인 이야기를 이렇게나 멋지게 만들어낸 크로우에 대한 부러움이었다. 영화팬이라면 누구나 감독을 꿈꾸지 않더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한 편의 영화로 남기고픈 욕망이 있을텐데, <올모스트 페이머스>는 이런 면에서 가장 개인적이면서도 가장 완벽한 '자전적 영화'였기 때문이었다.




1. 음악 평론가 출신의 카메론 크로우가 직접 선곡한 곡들 답게 영화에 수록된 곡들은 모두 적절하고 아름답다. 사운드 트랙 한 장으로 한 시대를 들을 수 있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놀라운 경험이다. 영화 없이 들어도 좋은 흔치 않은 선곡이다.

2. 카메론 크로우의 음악에 대한 애정이 120% 표현된 장면은 바로 엘튼 존의 'Tiny Dancer'를 함께 부르는 장면일 것이다. 영화 속에서 모두가 하나의 목소리로 (특히나 갑작스레, 누가 시작했는지도 모르게) 노래하는 장면은 대부분이 감동적인데, <올모스트 페이머스>의 이 장면은 그 기막힌 가사와 페니 레인의 마법 같은 대사가 곁들여져 잊지 못할 장면을 선사한다.



3. '촛불을 켜고 '토미'를 들어보렴, 네 미래를 볼 수 있을거야', 아.... 이런 대사는 음악 평론을 하던 카메론 크로우만이 쓸 수 있는 대사가 아니었나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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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log.noisepia.com BlogIcon noisy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악도, 영화도 여운이 많이 남았던 걸로 기억됩니다.

    다시 한 번 봐야지.. 하고 몇 년 째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이번엔 정말, 반드시, 꼭, 다시 봐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되네요..

    2010.04.1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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