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지 오브 다크니스 (Edge Of Darkness, 2010)
씁쓸한 복수의 뒷 맛


마틴 켐벨의 신작 '엣지 오브 다크니스'를 보게 된 것은 순전히 주연을 맡은 멜 깁슨 때문이었다. 그가 배우로 출연한 작품을 극장에서 마지막으로 본 것이 2002년작 '싸인 (Signs, 2002)'이었으니 무려 8년만에 스크린을 통해 보게 되는 그였다. 이 작품을 보기 전 얼핏얼핏 지나가며 듣게 된 홍보 문구들로 인해 마치 '테이큰 (Taken, 2008)'과 같은 깔끔 시원한 아빠의 복수극으로만 알았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예전 멜 깁슨이 주연을 맡았던 '컨스피러시 (Conspiracy Theory, 1997)'를 기본으로 로맨스와 드라마의 요소는 싹 빼고, 어둡고 씁쓸한 아빠의 복수극을 그린 작품이라고 해야 될 것 같았다. 즉, 그 만큼 복수보다는 거대 권력 혹은 정부의 음모의 이야기가 복수의 테마를 지배하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테이큰'을 기대한 이들에게는 지루한 복수극일지언정 관객에게 믿음을 주는 멜 깁슨이라는 배우와 함께 제법 볼만한 범죄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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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경찰서의 베테랑 경찰 크레이븐 (멜 깁슨)은 오랜만에 딸을 만나 자신의 집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려고 했지만, 괴한의 총격을 받아 딸이 그만 죽음을 맞고 만다. 처음에는 경찰인 자신을 노린 범죄자들의 짓으로 여겼지만 점점 이 살인사건의 뒤에는 더 큰 음모가 있었음을 알아가게 된다.

어느덧 주름이 깊게 페인 멜 깁슨이 연기하는 경찰이자 아버지인 '크레이븐' 캐릭터는 뻔하지만 멜 깁슨 덕에 공감과 함께 힘을 보태고 싶은 캐릭터이다. 그는 이 살인사건을 조사해 가는 과정에서 어떨 땐 경찰로서, 어떨 땐 아버지로서 조사에 임한다. 이 두가지 측면은 얼핏보면 별로 중요한 요소가 아닌 듯 하지만, 이 미묘한 입장차이를 영화는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크레이븐은 베테랑 경찰 특유의 경험을 통한 직감들로서 사건을 파악하고 더 큰 음모를 파해치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는 한편, 가끔은 자식을 잃은 부모로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대응을 하기도 한다. 반대로 크레이븐은 경찰이라는 굉장한 좋은 조건 (사건을 조사하는데에 정보 접근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에 있으면서도 의외로(?) 이런 장점을 별로 활용하지 않는다. 이따금 경찰의 특권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그는 영화 속에서 몇번씩 강조하는 것처럼 '경찰의 가족이 당한 사건'이라 특별한 대우를 받길 원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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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 대사가 2번 이상 반복되며 인지시키려 할 때부터 영화의 마지막을 상상해 볼 수 있었다. 만약 '엣지 오브 다크니스'가 '테이큰'과 같이 이것저것 따질 것 없는 복수극이라면 이런 대사를 굳이 반복해가며 관객에게 '자, 이 대사를 좀 잘 들어봐'라고 이야기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분명히 이야기한다. '경찰 가족이 당했으니 지원을 아끼지 않고 수사할꺼야'라는 말에 크레이븐은 '경찰이라서라니, 일반 시민이 당했어도 그래야 하는 것 아냐?'. 결국 이런 뉘앙스는 니 편 내 편을 골라야만 순간에서 내 편 역시 완전히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과 고로 권력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위험에 처했을 땐 나(가족) 외에는 의지할 곳이 없다는 씁쓸한 결론이기도 한 것이다.

최근 천안함 사건을 보면서 직장 동료들에게 '정부에는 미드 작가진들 같은 천부적인 작가진이 별도로 있어서 매번 이렇게 소설을 쓰는 것이 아닐까' 라는 이야기를 농담처럼 한 적이 있는데 (물론 천부적인 작가진이라고 하기에는 일반인도 헛점을 지적할 만큼 비전문적인 실수가 잦은 편이다), '엣지 오브 다크니스'의 후반부에는 이런 장면이 그대로 등장한다. 이 커다란 음모에 가담한 이들은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되자 모두 모여 서로의 안위를 위해 진실을 은폐하고 그럴 듯해 보이는 방향으로 조작한다. 이 과정은 매우 유아스럽게 그려지는데, 권력을 쥐고 있으면 얼마나 간단하고 유아적인 방법으로도 진실을 쉽게 은폐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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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도 있는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경찰로서 (혹은 정의로운 사람으로서) 거대 권력에 맞서 진실을 밝히려는 자에 관한 이야기와 딸을 잃은 아버지의 이야기가 하나로 결합되어 있다. 물론 둘 중 하나의 이야기를 선택해 더 깊고 화끈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좋았을테지만, 개인적으로는 '엣지 오브 다크니스'가 이 두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도 괜찮게 느껴졌다. 영화는 잊을 만하면 크레이븐이 결국 딸을 잃은 아버지라는 점을 각인시킨다. 아니, 첫 장면부터 '이 이야기는 아버지의 영화입니다'라고 말하는 것 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크레이븐이 은폐된 진실에 점점 가까워질 수록 어린 딸의 환영은 더 애틋하게 다가온다. 정말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 않은,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딸의 모습은, 멜 깁슨의 인상적인 연기와 더불어 관객으로 하여금 크레이븐에게 쉽게 공감하도록 만든다. 

사실 이 작품을 스릴러로 분류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 그냥 범죄 드라마라고 하는 것이 더 옳을 것 같은데, 스릴러라고 하기에는 너무 전개 과정이 축약된 느낌이 강하다. 참고로 이 작품의 동명의 1985년 영국의 BBC의 인기 TV시리즈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재미있는 건 이 TV시리즈의 연출자 역시 마틴 켐벨이라는 점과 이 작품의 성공을 통해 헐리웃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정말로 긴 호흡의 TV시리즈였다면 이 이야기를 좀 더 세심하고 디테일하게 그려낼 수 있었겠다 싶었다. 영화는 한정된 시간으로 축약한 만큼 스릴러의 깊이는 많이 얕아진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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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엣지 오브 다크니스'는 '테이큰'처럼 복수가 마냥 통쾌하지 만은 않으며, 더 나아가 권력 앞에 한 사람의 정의라는 것이 너무나도 보잘 것 없는 현실의 씁쓸함을 크레이븐이라는 캐릭터가 겪은 일을 통해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더욱 씁쓸했다. 


1. 레이 윈스턴이 연기한 '제드버러' 캐릭터가 참 인상적이더군요. 영화의 짧은 분량 속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캐릭터였는데, TV시리즈에서는 어떤 깊이로 그려졌을지 궁금해지더군요.

2. 전 이 각본이 참 맘에 들었는데 역시나 엔딩 크래딧에서 윌리엄 모나한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그의 대표작으로는 '킹덤 오브 헤븐'과 '디파티드' 등이 있죠.

3. 딸인 '엠마 크레이븐'을 연기한 보자나 노바코빅은 어디서 많이 본 인상이다 싶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아주 살짝 원더걸스의 '선예'를 닮은 것 같기도 ㅋ

4. 돌아온 멜 깁슨이 너무 반갑긴 했는데, 한편으론 너무 많이 세월이 흘러버린 것 같아 짠하기도 하더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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