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키드 (The Karate Kid, 2010)
뻔해도 눈물나는 성룡의 쿵푸 영화


1984년작 '베스트 키드 (The Karate Kid)'를 리메이크한, 해럴드 즈워트 감독의 2010년작 '베스트 키드'는 어찌되었든 성룡이 출연하기 때문에 보게 된 작품이었다. 일단 원제는 '가라데 키드'인데 1984년에도 2010년에도 '베스트 키드'라는 이름으로 개봉하게 된 것은 사정이 있는데, 일단 1984년의 경우는 국내에서 '가라데'라는 이름을 제목으로 사용하기 껄끄러운 부분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2010년 선보인 해럴드 즈워트의 리메이크작은 사실 '가라데 키드'라고 기 보단 '쿵푸 키드'라고 부르는 편이 훨씬 자연스러운 편이다. 리메이크판 '베스트 키드'에서는 배경도 중국이고, 가라데가 아닌 쿵푸가 영화의 큰 흐름을 쥐고 있다. 사실 제목에 관련해서 애매한 부분이 있지만, 영화는 극 중 주인공의 대사를 통해 '가라데가 아니라 쿵푸야'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를 주인공 제이든 스미스의 영화이기 이전에 스승인 성룡의 쿵푸 영화로 보았기 때문에 더 인상 깊을 수 밖에는 없었다.


Sony Pictures Releasing. All rights reserved


'베스트 키드'의 줄거리는 뻔하기 그지 없고 클리셰의 계속 되는 반복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에 반해 러닝타임은 일반 액션영화들 보다도 훨씬 긴 140분이기까지 하다. 즉 이 작품에게서 무언가 신선한 것을 기대한다면, 그리고 가라데 키드를 연상시키는(?) '베스트 키드'라는 제목을 갖은 영화답게 화끈한 액션 장면을 기대했다면 크게 실망할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앞서 이 영화가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니라 어찌되었든 '쿵푸 영화'라는 점을 강조한 데에는 이 같은 이유가 있다. 쿵푸 영화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구성인 훈련 장면. 그저 얼른 강해지고 싶은 마음에 빨리 화려한 기술을 배우고자 하는 주인공에게 스승은 항상 무술은 가르치지 않고 이해할 수 없는 동작들(혹은 쓸데없어 보이는 동작들)만 반복시킨다. 하지만 물론 이런 것들은 나중에 주인공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내공이 상승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베스트 키드' 역시 마찬가지다. '드레 (제이든 스미스)'의 쿵푸 스승인 '한 (성룡)'은 그저 자켓을 입고 벗고 거는 것만 내내 훈련시킨다 (이 영화가 살짝 다른 점이 있다면 '드레'는 다른 쿵푸 영화의 주인공들에 비해 거의 꽤를 부리지 않고, '한'의 훈련 방법은 무술의 기본이 되는 동시에, 아이의 잘못된 순간을 단번에 사로잡는 특효약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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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키드'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제이든 스미스가 연기한 '드레'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약간은 불필요하다고 까지 생각되는 여자친구와의 에피소드가 비중있게 그려져야 했을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은 쿵푸 영화의 구조로 보았을 때는 없어도 무방할 정도다 (드레를 괴롭히는 아이들 무리와 엮이게 된 것이 여자 아이 때문이기는 하지만, 이 둘 간의 갈등은 여자 아이가 없어도 충분히 가능한 갈등관계다). 드레의 입장에서 보면 역시 이것은 성장영화다. 아버지의 부재, 미국인(흑인)으로서 중국이라는 낯설은 공간에서의 적응, 그리고 그로 인한 괴롭힘을 이겨나가는 과정 등 아이가 소년으로 성장하는 과정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결국 소년의 성장 이야기는 자신이 성장하는 동시에 가족(엄마)과 주변 사람(여자 친구의 가족들), 그리고 그의 스승마저 조금씩 성장하게 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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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많은 이들, 특히 성룡보다는 윌 스미스에 더욱 익숙한 세대들에게 '베스트 키드'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드레'의 영화로 읽혀질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베스트 키드'를 성룡 때문에 보게 된 사람들, 즉 성룡의 오래된 쿵푸 영화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관객들이라면 이 작품을 '드레'의 영화인 동시에, 아니 오히려 '한'의 영화로 보게 될 수 밖에 없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일단 이 영화 속 '한'을 연기한 성룡은 거의 한 번도 웃지 않는다. 이렇게 정색하고 정극 연기를 펼치는 성룡을 본 것이 몇번이나 있었나 꼽아보게 될 정도로, '한'이라는 캐릭터는 유쾌하거나 장난기를 찾아볼 수 있기는 커녕, 어둡고 깊은 슬픔을 앉고 있는 캐릭터다. 일단 이것부터. 웃지 않는 성룡을 스크린에서 만나는 것 만으로도 이 영화는 성룡 팬들에게 묘한 감정을 안겨다 준다.

더군다나 이 작품은 쿵푸영화. 매번 투정부리며 스승에게 꾸지럼을 당해가며 쿵푸를 배우던 그 청년이, 어느 덧 자식만한 아이에게 쿵푸를 가르치는 이야기는, 성룡 팬들이라면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아, 우리의 성룡 형님에게도 어느 덧 세월이 더 깊게 다가왔구나'라는, 새삼스럽지만 아직도 매번 겪게 되는 감흥과 더불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웃지 않는 성룡'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짠해지는 감정이 들고 만다. 사실 영화의 내용을 냉정하게 살펴보면 울만한 이렇다할 장면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2~3번씩이나 눈시울이 붉어졌던 것은 사실 나조차도 머리로는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뭐랄까 영화가 약간 울릴 려고 했던 장면이 아닌 장면에서도 눈물을 참기 어려웠기 때문인데, 뻔하디 뻔한 이 영화에서 왜 눈물을 흘렸을까에 대해서는 여전히 머리로는 설명이 잘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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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인 윌 스미스와 함께 출연한 '행복을 찾아서'와 키에누 리브스 주연의 SF영화 '지구가 멈추는 날'에 출연했었던 제이든 스미스는, 본격적인 주연을 맡은 이 작품에서 한 단계 더 성장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행복을 찾아서'에서부터 그냥 '윌 스미스 아들'이 아니라 제법 연기 잘 하는 아역 연기자로도 손색이 없는 그였는데, 이제는 정말 아빠의 후광 없이 다른 작품에 캐스팅 되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으론 좀 감상 방향이 달랐지만, '드레'의 영화로 보아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이유는 성장한 제이든 스미스 때문일 것이다.


1. '드레'의 엄마로 타자리 P.헨슨이 출연합니다. 몰라서 인지 더욱 반갑더군요. '벤자민 버튼'의 엄마 역할에 이어 또 한 번의 엄마 역할이로군요.

2. 홍콩 영화 많이 보신 분들께는 너무도 익숙한 배우 '우영광' 역시 출연합니다. 이 역시도 몰랐던 캐스팅이라 무척이나 반갑더군요. 성룡과는 최근작 '대병소장'에서도 함께 연기했었죠.

3. 저도 더 늦기 전에 자켓 입고 벗는 연습하려구요 ㅎ

4. 본격적인 성룡 영화가 아니라서 엔딩 크래딧에 NG컷이 나오진 않지만, 촬영장의 모습을 담은 스틸컷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누가 윌 스미스 제작 아니랄까봐 이 가족이 사진이 자주 등장하더군요 (참고로 윌 스미스 뿐 아니라 아내인 제이다 핀켓 스미스 역시 제작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엄마,아빠가 제작하고 아들이 주연하고)

4. 아직도 잘 이해가 안가요. 왜 울었을까 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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