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의 표절 얘기가 하루이틀이 아닌 것은 맞다. 하지만 너무 성행하는 것, 특히 별로 죄의식 없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번 이효리의 앨범에 많은 곡을 담당했던 'BAHNUS'의 곡들이 표절인 것으로 최종 확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실 표절 의혹들 가운데는 진짜 표절이지만 의외로 이슈화 되지 않는 것들과 표절까지는 아닌데, 이른바 '그냥 던져보는' 표절들이 있는데 이번 이효리의 곡들에 대해 처음 표절 의혹이 들려왔을 때는 팬으로서 후자라고 생각했었으나 결국 전자인 것으로 최종 밝혀지고 말았다.

이 소식을 듣는 순간 무엇보다 예전 이번 이효리의 새 앨범에 대해 정성껏 썼던 리뷰글이 떠올랐다. 나는 당시에 이 앨범에 대한 리뷰 글을 통해

물론 지금까지 김도현의 곡 외에도 여러 프로듀서의 곡들을 타이틀로 내세우기도 하는 등 여러 변화를 주긴 했었지만, 어쨋든 매번 핵심에 있던 그와의 작업을 제외한 것은 분명 '과감함'이 엿보인다(무언가 결심한 듯한 부분은 영어 이름 표기 - HY0RI - 에서도 눈치 챌 수 있다). 그렇다면 여러 프로듀서들의 곡을 골고루 받은 것일까 라고 생각했는데, 대부분의 곡을 'BAHNUS'라는 프로듀서의 곡으로 채워져 있었다. 이번 앨범이 전체적으로 하나의 컨셉으로 이뤄져 있는 또 다른 이유다.

위의 글 처럼 'BAHNUS'라는 프로듀서와 함께한 이번 시도에 용감하다며 박수를 보냈었다. 기존 가요들 보다는 거칠고 이질감도 느껴지지만 좀 더 색깔있는 음악을, 다른 사람도 아니고 탑에 위치한 이효리가 적극 수용하기는 그리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라는 측면에서 보냈던 박수였는데, 결국 이 박수는 안하니만 못한 것이 되어버렸다. 




이번 표절 사건은 나에게도 여러가지 의미를 갖게 했는데, 첫 번째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점점 죄의식을 잃어가는 창작활동에 대한 공포감이 들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국내 최정상에 있고 가장 많은 화제와 주목을 받는 이효리에게 곡을 주면서 어떻게 자신있게 표절 곡을 7곡 씩이나 줄 수 있었는지, 그 용기가 정말 대단하다. 사실 이것은 용기라기 보다는 죄의식이 없다는 편이 맞겠다. 용기는 죄의식을 느껴서 불안한 상태에서 감행된 일이었을 때, 그 불안을 이기고 한 경우에만 성립될테니. 그러니까 그냥 '이 정도는 되겠지' '이거 뭐 설마 들키겠어' 라는 식이 아니었나 싶다. 알고보니 한 명이 아니라 유학파로 이뤄진 7명의 팀이라는데, 최근 표절의혹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점이라면 바로 이 '팀 작곡가'체재 일 것이다. 이 시스템이 반드시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어쨋든 한 두명도 아니고 그 이상의 여러명으로 구성된 작곡팀은 이런 죄의식도 7등분 해서인지 그 무게가 너무 가벼워졌다(그것도 좀 그렇다. 7명이면 한 마디씩 각각 작곡하는건가. 이건 아이디어 제공이지 작곡은 아니잖아!)

두 번째는 이를 면밀히 살피지 못한 이효리와 그 팀에 대한 실망이다. 물론 이효리 역시 사기 당한 입장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녀의 팬을 비롯한 대중들은
'BAHNUS'의 곡을 산 것이 아니라 이효리의 음반을 산 것이다. 그러니가 최종 책임도 이효리가 지는 것이 당연한데, 그렇다면 좀 더 면밀하게 곡을 살펴봤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안좋은 의미로 이효리가 새 앨범을 내면 흠집을 내려 불을 켜고 달려드는 이슈 메이커들이 있는 존재라면, 더더욱 미리 이런 의혹이 없도록 잘 살펴보았어야 했다. 이효리는 물론 그녀의 음반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업계의 전문가들이 아닌가. 오히려 이런 의혹곡을 들었을 때 대중들에 앞서 자신들이 먼저 파악하고 작곡가에게 의문을 제기했어야 했다. 하지만 무개념 작곡팀인, 아니 표절팀인 'BAHNUS'는 허허실실 병법을 쓴 것인지 대놓고 표절 곡을 잔뜩 선사했고 이효리는 그냥 덥썩 걸려들고 만 것이다. 결국 자신에게 그동안 많은 표절 의혹이 있어 왔다는 것을 잘 알았다면, 오히려 더 검증을 했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것은 고스란히 그녀에게 화살로 돌아와버렸다.

세 번째는 어쨋든 나에게 돌아온 화살이었다. 처음 보는 순간 '아, 내가 칭찬했던 리뷰글이 무색해지는구나'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을 정도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바로 아래와 같은 댓글이 달렸더라.

표절이 절반 이상인 앨범에 꽤나 만족하셨나 보우

말투에 기분은 상했지만 '저도 몰랐어요'라는 말 밖에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 말조차 하고 싶은 의욕이 들지 않을 정도로 허탈해서 그냥 두기로 했다. 아마도 이번 사건으로 가장 큰 피해를 겪었을 사람은 이효리 자신인 동시에 그녀의 팬들이 아닐까 싶다. 나처럼 워낙 압도적인 채찍들 때문에 왠만하면 당근으로 임하려고 했던 팬들조차 많은 허탈함을 겪었을 것이다. 나서서 방어했던 가치가 거짓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만큼 허무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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