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vs 나이지리아 전 단평

etc 2010.06.23 13:00 Posted by 아쉬타카




대한민국 2:2 나이지리아


1.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었던 나이지리아와의 조별 마지막 경기. 대한민국은 그리스전과 동일한 라인업으로 나섰다. 즉, 오범석 대신 차두리가 나왔고, 염기훈이 그대로 나왔다는 사실. 사실 염기훈은 염기훈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도 있지만 박지성을 중앙에서 활용하기 위한 전술로 이해하는 편이 더 맞을 것 같다 (2차전이 끝나고 1순위로 염기훈을 잘못을 탓했던 허감독이 3차전에서 염기훈 카드를 또 들고 나온 것을 봐도 알 수 있음).

2. 사실 전체적으로 나이지리아가 운이 없었던 경기였다. 프리미어리거인 야쿠부는 이제 막 축구를 시작하는 학생들이나 할법한 실수를 저질렀고(이 장면에서 거의 포기하고 탄식을 내뱉었는데, 이걸 못 넣을 줄은 정말 몰랐다), 후반 교체되어 들어온 오빈나의 슛팅은 모두 공 한개 차이로 골대를 빗나갔다. 

3. 전후반 내내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칼루 우체는 전반 이른 시간에 골을 성공시켰는데, 이 골은 확실히 차두리의 실책성 플레이였다. 차두리는 이 날 전반적으로 폼이 별로 좋지 못했는데, 공격가담하는 장면도 거의 없었을 뿐더러 수비에서도 자주 측면을 내주면서 크로스를 허용해 위험을 초래했다. 지난 경기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 포지션은 국대 포지션 중에서 가장 선발에 고민이 많은(다 못해서가 아니라 다 잘해서) 포지션인데, 차두리와 오범석이 이렇게 널 뛰듯 기복있는 플레이을 보여주니 감독으로서 고민이 클 수 밖에는 없을 듯 하다. 

4. 나이지리아전을 비롯해 3차전 모두 동일한 클래스를 보여준 선수라면 역시 이영표를 들 수 있겠다. '수비를 하고 있잖아!'라는 카툰 속 대사처럼, 확실히 다른 클래스를 꾸준히 보여주었다. 이영표와 더불어 보이지 않게 가장 자신의 역할을 잘한 선수라면 김정우 선수를 들 수 있겠다. 나이지리아 전도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마치 맨유의 플래쳐처럼 상대의 공격시 일선에서 시간을 벌거나 중간중간 상대 공격 흐름을 끊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이 정도면 이연두의 남자친구로 아깝지 않다.

5. 이 날 이정수의 동점골은 예전 스콜스의 훼이크 슛 이후 훼이크 슛의 장을 월드컵으로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골이었다. 헤딩을 하는 척하면서 결국 다리로 골을 연결한 이정수의 골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동방예의지국 슛팅'으로 불리고 있는데, 기성용 크로스의 이정수 슛이라는 새로운 공격 루트는 확실히 위협적이다. 어쨋든 매번 그 다음에 골이 더 나오는 바람에 생각보다 주목을 못 받는 이정수 선수가 없었다면, 우리의 첫 원정 16강은 없었을 것이다.

6. 박주영의 역전 프리킥은 다시 보니 에네야마 골키퍼의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 수비벽에게 오른편을 맡기고 왼편을 지켰어야 했는데, 킥을 차는 순간 벽쪽으로 골이 오는 것으로 착각하고 움직이는 바람에, 그 반대편으로 온 골을 막아내지 못했다. 그렇다고 박주영의 골이 순전히 나이지리아 골키퍼의 실책이라는 것은 아니다. 박주영은 모나코의 왕자답게 아름다운 킥을 했고, 충분히 들어갈 만한 골이었다.

7. 후반 교체되어 들어온 나이지리아의 마르틴스와 오빈나는 정말 위협적이었다. 이 둘이 조금 만 더 운이 따랐거나 집중력을 보여주었더라면 2:2 스코어를 지키기 어려웠을 것이다. 2:2가 되고나서 크게 가슴을 쓸어내린 장면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휴.

8. 김남일의 패널티를 준 파울은 확실히 아쉬운 장면이었다. 선수들은 자신이 실수로 골을 빼앗기게 되면 본능적으로 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더 큰 실수(파울)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날 김날일의 플레이가 대표적이었다. 만약 우리가 역전패라도해 16강에 못올라갔더라면 어땟을지, 김남일 선수야 말로 하늘에 대고 '주여'를 외쳤어야 하지 않나 싶다 ㅎ

9. 개인적으로는 후반 이동국이나 안정환 선수의 투입을 기대했으나 역시나 이루어지지 않았다. 허정무 감독의 취향을 떠나서 조별 경기에 한번도 나오지 않은 선수를, 더군다나 기존 멤버로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는 이 때에, 새로운 선수를 16강전에 투입하기는 더더욱 어려워졌다. 이동국 선수의 개인적인 팬으로서 꼭 월드컵 무대에서 제대로 실력을 발휘해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과연 우루과이 전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확실히 좀 부정적이긴 하다.

10. 후반 추가시간 김동진의 교체 투입은 시간 지연을 위한 것이 컸겠지만, 그 밖의 부수적인 기능이라면 이영표의 기도파트너로 투입한 것이 아닌가 싶다.

11. 자, 이제 강팀 우루과이와의 16강전이다 (우루과이의 경기를 다시 하나둘 살펴보니 상당히 강하다는 느낌이다. 특히 수와레즈와 포를란의 투 톱은 매우 위협적이며, 조별 경기 한 골도 실점하지 않은 수비도 인상적이다). 16강 전에서도 대한민국의 선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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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ookworm.pe.kr BlogIcon bookworm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경기를 보면서 운도 실력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16강 전에서 만약 연장전을 가게 된다면 최강의 운(?)을 가진 안정환을 교체 투입하는 것은 어떨까 싶기도 하네요. :-)

    2010.06.23 13:29
    • Favicon of https://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수정/삭제

      경기양상에 따라 골을 넣어야하는 순간이라면, 이동국/안정환 둘 중에 누구라도 조커 투입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2010.06.23 16:29 신고
    • Favicon of http://www.ㅌㅌ9.co.kr BlogIcon 어더걸려  수정/삭제

      아르헨이 많이 도와 줘어 나이질한테 진 경기나 다름없는 경기를

      언론에서는 좋타고 떠들어대고 하여간 과정이 무슨 필요 한국에서 과정

      따위는 철저히 묵살하는 이상한 나라 한쿡

      2010.06.23 17:07
  2. Favicon of http://elros.tistory.com BlogIcon 엘로스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치있고 객관적인 단평 잘 보고 갑니다. 10번의 기도 파트너에서 뿜었습니다. ㅎㅎ

    2010.06.23 13:51
  3. 암흑혈량화  수정/삭제  댓글쓰기

    죄송합니다. 이연두의 남자친구는 김일병이에요~ 영표형은 결혼했고 대학캠퍼스시절에 만난 여자친구라네요~^^

    2010.06.23 17:31
  4. xexexkk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글...잘 보았습니다

    우리에게는 이런 냉철하고 분석적인글이 필요합니다

    "차두리가 로봇" 이라느니...."웬점장이가 우리가 나이지리아를 이긴다고 했다" 느니...
    한국이 당연히 아르헨티나를 짖밟을것처럼 설레발을 떨게 아니라...
    (저는 그리스전을 이기고 기고만장해진 한국의 언론과 인터넷의 설레발에 기가차더군요..)

    냉철하고 분석하고 차곡차곡 실력을 키우는 자세가 필요한거죠..

    월드컵만되면 무슨 국가적 경사가 난것 마냥 떠들지만 실제로 K리그는 별로 인기가 없는것처럼....
    냄비근성이나 설레발근성으로 접근해서는 안되는게 월드컵입니다.

    마치 일본의 독도망언이 나오면 온통 "독도를 지키자" "독도는 우리땅" 설레발을 떨고 바글바글 끓지만
    막상 진짜 독도를 실력으로 지키려는 (돈과 예산이 들어가는) "해군의 강화" "독도관련 예산증대" "해양경찰증강" 등은 언제나 우리나라는 관심이 없습니다....일본이 오히려 앞서고 있죠.

    세상은 설레발이 아닙니다.
    설레발이 실력을 능가할수는 없습니다
    온국민이 1000일기도를 하고 인터넷의 응원의 댓글을 달아도 ....실력을 키운자에게는 이길수 없죠.

    2010.06.23 17:47
    • Favicon of https://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수정/삭제

      먼저 부족한 글에 과찬의 말씀 감사드립니다~

      저도 꼭 월드컵 뿐 아니라 평소에 전혀 관심없던 분들이 다들 골 하나, 액션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면서 반응하는 것은 좀 그렇더라구요. 축구룰 조차 파악이 안된 분들이 선수를 욕하는걸 보면 좀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2010.06.23 19:31 신고
  5. 하눌  수정/삭제  댓글쓰기

    6번 지적사항 하나.
    골기퍼 실책은 맞으나... 단순히 골키퍼의 단순판단미스가 아니라 의도된 미스였습니다.
    박주영이 킥을 시도하는 순간 박지성이 수비벽에서 돌아서며 뛰어들어가니 지성이를 보고 그쪽으로 몸이 기운순간
    골은 반대방향으로 들어와 역모션에 걸려 골이 들어간겁니다.
    어찌 됐든 멋진 골이란건 변함없죠 ^^

    2010.06.23 18:47
    • Favicon of https://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수정/삭제

      근데 세트피스시 벽에 선 공격선수는 리바운드 찬스를 위해 항상 돌아뛰기 마련인데, 그 잘하던 나이지리아 골키퍼임을 감안한다면 좀 아쉬운 장면이더라구요 (나이지리아 입장에서요 ^^;)

      2010.06.23 21:53 신고
  6. Favicon of http://blog.naver.com/ehguszkzk BlogIcon 이상  수정/삭제  댓글쓰기

    짧으면서도 제가 생각하고 있던 것들이 다 적혀있네요.
    특히나 김남일 선수의 파울 이후의 분위기는 나이지리아가 완전히 압도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눌려있엇습니다.
    전 밖에서 응원했는데 어찌나 그 후반 10분이 안가는지.... 만약 나이지리아가 다 넣었다면 5점까지도 생각할 수 있었던
    후반전이였네요.. 그래도 운이 따랐기에....;;

    글 잘 읽었습니다.

    2010.06.23 23:35
  7. 우기미  수정/삭제  댓글쓰기

    문제는..허무감독의...김남일교체카드가..아닐까..?..잘나가는..시스템을....들쑤셔놓는 바람에....전체시스템이...무너지는걸....보고만...있는 허감독을 보니...참....아쉬운 경기였다.....사실...그날...김남일은...교체되어들어가....설 자리를 잡지 못했다....자리가...없었던게다.....수비를 강화하겠다는....감독의...의도는 정확히...빗나가고...되려...잘...물려가던....시스템을....망쳐버리는 결과를 낳았다,,,결국...김남일은 실수를....하게되는....빌미도...어떻게...보면....감독의...잘못된...경기운용에 있다.....

    2010.06.24 04:08
  8. 석일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이지리아 골키퍼의 착각보다는 프리킥 직전에 염기훈이가 왼쪽으로 뛰어들어가는 것을 보고 따라갔던 것입니다.

    2010.06.24 08:27
  9. 이원철  수정/삭제  댓글쓰기

    간만에 좋은글을 읽었네요. 그런데 염기훈선수... 어떻하면 이번 16강전에서 제외될수있을런지... 좀 답답하네요. 그리고 골키퍼 정승룡선수.. 나름 열심히는 하는데 그렇게 잘하는 골키퍼는 아닌듯싶고요. 여하튼 염기훈선수대신 김보경선수 또는 이승렬선수를 선발시키는게 더 나을듯 싶고 골키퍼는 이운제를 선발로 내보내는게 더 나을듯....

    2010.06.24 09:15
  10. 웃는남자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 기도파트너.

    저색퀴 왜 이번에 기도안해, 믿음이 부족한 쉐리~ 라고 교회다니는 마눌님 슬슬 약올렸었죠.

    지난 아르헨전에서 박주영 자책골에서요.

    2010.06.2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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