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모리스 (I Love You Phillip Morris, 2009)
유쾌 절절한 러브 스토리


짐 캐리와 이완 맥그리거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 '아이 러브 필립 모리스 (개봉제목 '필립 모리스)'에 대해 처음 접했던 소식은 이 영화가 게이 영화라는 점이었다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여기서 '게이 영화'란 단순히 주인공이 게이인 것 뿐, 다른 의미는 없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짐 캐리와 이완 맥그리거가 펼치는 로맨스는 어떨까 하는 궁금증을 갖게 했던 영화였는데, 개봉소식이 들려오고 포스터가 공개되었을 때쯤 '엇, 이 영화가 내가 아는 그 필립 모리스가 맞나' 싶었다. 그도 그럴것이 국내 포스터와 헤드 카피들을 보면 전부 코미디 혹은 코믹 탈출극 정도로 묘사되어 있었는데, 뭐 그런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반대로 관객에게 가장 전달해야할 코드 중 하나인 부분을 놓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것은 참 아이러니인데,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게이라는 점은 그냥 안경을 쓴 정도 밖에는 안되는, 즉 게이 라는 자체가 영화의 주된 내용이 아니라는 점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자, 이 영화는 게이 영화에요' 라고 홍보할 필요는 없는 것이지만, 이런 의미에서 이런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기 보다는, 흥행 측면에서 안좋은 영향을 미칠까봐 '게이' 대신 '코믹'이라는 점을 전면에 부각시킨 면이 있기 때문에, 많은 관객들이 낚였다는 생각을 하게 될 수 밖에는 없었다. 

서론이 길어졌다. 여튼 개인적으로 낚이지 않고 볼 수 있었던 영화 '필립 모리스'는 실화라는 점에서 의미와 재미가 있었지만, 전체적인 임팩트는 조금 부족한 그럭저럭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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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기본적으로 유쾌한 작품이다. 가끔 슬프고 진지한 분위기로 몰아가기도 하지만 결국은 유쾌한 마무리로 가벼운 분위기를 시종일관 유지하며, 사건의 개연성 보다는 인물들에 더 촛점을 맞추고 있다. 다시 말해 극중 스티븐 러셀 (짐 캐리)이 어떻게 매번 감옥을 탈출하는 지에 대해 '프리즌 브레이크'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한 장면, 스쳐가는 한 장면 정도로 밖에는 묘사하지 않는다. 그에 반해 첫 눈에 반한 필립 모리스 (이완 맥그리거)와의 러브 스토리 부분은 좀 더 비중있게 그려진다. 하지만 이 둘의 러브 스토리는 우리가 너무 많이 본 전형적인 이야기를 그대로 보여준다(그런데 전형적이라고 뭐라하기 그런 것이 '진짜' 실화가 아니던가). 한 때 둘 만 있으면 그 어떤 것도 상관없을 것만 같았던 뜨거운 두 연인과, 그들이 겪게 되는 권태기 그리고 다시 눈물의 화해. 스티븐 러셀의 기이한 사건들을 제외한다면 이 영화는 두 주인공이 남녀가 아닌 남남일 뿐 너무 전형적인 줄거리를 보여준다. 사랑 때문에 시작한 일이지만 나중에는 주객이 전도되어 일이 우선이 되 사랑에 금이 가고, 갈등하고 헤어지고 화해하는. 

하지만 '필립 모리스'는 어느 한 편을 선택하지 않은 채 두 가지 이야기를 비슷한 비중으로 이어간다. 이 부분이 이 영화에 대한 가장 큰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일 지도 모른다. 사회의 편견에 맞서는 주인공들의 험난한 러브 스토리로도, 배꼽빠지게 웃을 수 있는 코미디로도, 천재적인 주인공이 펼치는 탈출과 사기극으로도, 영화는 더 나아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어느 한편으로 그냥 확 성격을 갖는 작품을 더 선호하는 편이긴 한데, '필립 모리스'는 그런 면에서 조금 심심한 작품이긴 했다. 그런데 영화의 오프닝과 엔딩에 등장하는 구름 동동 뜬 파란 하늘이나, 그 편안한 음악을 보았을 때 영화의 의도자체가 그리 무겁고 복잡한 것을 바라지 않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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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관객들이 단순한 코미디 정도로 알고 극장을 찾았기 때문에 두 주연배우의 키스 씬이 나올 때마다 소리 내어 '안돼~' 및 탄성을 질렀지만, 개인적으로는 그것보단 오히려 두 주연 배우의 연기 자체에 몰입하여 볼 수 있었다. 특히 금발의 미소년에 가까운, 그야말로 아름다운 이미지로 등장하는 이완 맥그리거의 경우 속으로 '야, 정말 게이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이완 맥그리거에게 반할 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그 앵글이나 묘사에 있어서 일반적인 남녀 로맨스를 다룬 영화가 여자 주인공을 다루는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즉, 이 영화를 볼 때 이완 맥그리거의 캐릭터를 보통의 여성 캐릭터로 생각하면, 필립 모리스의 이야기는 조금 특별한 로맨스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다). 

현존하는 배우들 중 최고의 연기력을 갖고 있는 배우 중 하나인 짐 캐리 역시, 자신이 그 동안 맡은 캐릭터들과 종종 겹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그 시원시원한 기럭지가 유난히 돋보였던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영화 자체의 재미는 조금 심심한 편일지 몰라도 두 배우의 팬이라면 놓치기 아까운 작품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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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00'과 '러브 액츄얼리' 등에서 그 미모(?)를 뽐낸 로드리고 산토로가 조연으로 출연합니다. 그 역시 이 영화와 캐릭터에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2. 뒤늦게 찾아보니 실화의 주인공인 진짜 '필립 모리스'가 깜짝 출연하는 장면이 있었네요. 

3. 따지고보면 참 절절한 러브 스토리인 것 같기도 해요. 주객이 가끔 전도되기도 했지만, 결국 스티븐에게 이 모든 황당하고 믿기 어려운 사건들은 다 사랑하는 필립 모리스를 위한 것이었으니까요.




글 / 아쉬타카 (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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