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전쟁, 그 한 가운데…


미국 드라마의 명가 HBO의 작품으로, 이미 2001년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화제작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제작진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55주년을 기념하여 9년 만에 다시 만든 전쟁 드라마가 바로 ‘퍼시픽’이다. ‘퍼시픽’은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 마찬가지로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행크스가 제작자로 참여하고 있음은 물론, 최고의 영화 음악가 한스 짐머가 음악 감독을 맡아 그 감동을 더하였으며, 2억 달러 이상의 제작비를 투입해 미국 TV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작품이기도 하다. 사실 ‘퍼시픽’은 1화가 방영되기 이전부터 팬들에게 -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BOB’의 팬들에게 - 엄청난 기대를 불러 일으켰었는데, 그 엄청난 기대 탓인지 ‘BOB’에 비해서는 아쉽다는 평가도 많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 시리즈를 찬찬히 보고 나면 ‘퍼시픽’과 ‘밴드 오브 브라더스’는 분명 지향하는 바도, 또 작품이 갖는 의미도 다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간단히 이야기해서 ‘밴드 오브 브라더스’가 그 제목처럼 깊은 전우애에 포커스를 맞춘 작품이라면, ‘퍼시픽’은 전쟁 그 자체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제1화 ‘에덴 동산’, 2화 ‘찬란한 승자의 패배’, 3화 ‘꿈’, 4화 ‘희망의 부재’, 5화 ‘절망의 나락’, 6화 ‘펠렐리우 비행장’, 7화 ‘펠렐리우 언덕’, 8화 ‘이오지마’, 9화 ‘오키나와’, 마지막 10화 ‘귀향’의 10부작으로 이뤄진 ‘퍼시픽’은 전쟁 영웅 주인공을 통한 승리의 기쁨이나 혹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생사를 넘나드는 전쟁 속에 꽃피운 전우애를 다루기보다는, 이런 승리로 기억되는 전투와 전쟁의 이면에 - 이면이라기 보다는 전쟁의 진짜 얼굴인 - 숨겨진 전쟁이라는 것에 참혹함과 잔인함 공포, 무의미함을 가식적이지 않고 깊이 있게 그려낸 작품이라 하겠다. 이런 면에서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밴드 오브 브라더스’보다 ‘퍼시픽’의 손을 들어주고 싶을 정도다.



‘퍼시픽’에는 크게 세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과달카날 전투에 참전해서 전쟁 영웅이 되어본국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는 ‘존 바실론’과 기자 출신으로 과달카날 전투를 비롯해 태평양 전쟁에 참전하게 되는 로버트 렉키 그리고 건강 상의 문제로 입대가 어려웠으나 후에 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는 유진 슬레지까지. 태평양 전쟁이라는 비극적인 역사를 배경으로 이들의 다르지만 같은 이야기가 전개된다. 전쟁 영웅이라는 원치 않는 짐에 이끌려 전장이 아닌 본국에서 전쟁 공채 판매를 위한 홍보에 앞장서야만 했던 존 바실론의 겪는 고뇌와 첫 화에서는 정말로 참전하기에는 너무 여리게만 보였던 유진이 전쟁에 깊숙한 곳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변해가는 모습은, 승리한 전쟁이냐 패배한 전쟁이냐의 여부를 떠나서 이들에게 전쟁이라는 것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러한 ‘퍼시픽’의 화법은 대중적인 흥미나 재미 면에서는 조금 부족할 지는 몰라도 전쟁/역사 드라마가 정말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 있는 점이 아닐 수 없겠다.



‘퍼시픽’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다 보니 마치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씬 레드 라인’을 한창 비교할 때처럼 철학적인 면에만 집중한 시리즈가 아닌가 오해할 수도 있는데, 이건 분명 오해다 -, ‘퍼시픽’은 오히려 ‘밴드 오브 브라더스’보다도 더 많은 전투 씬과 더 리얼하고 수위 높은 묘사로 인해 밀리터리 마니아들은 물론 전쟁 영화 팬들이 충분히 반기고도 남을 만한 점들을 가득 담고 있다. 특히 ‘퍼시픽’이 포함하고 있는 전투들인 펠렐리우 비행장과 언덕 전투, 이오지마와 오키나와의 전투는 당시 참전했던 해병들이 지옥과도 같았다고 회자할 정도로 승전 여부를 떠나 너무나도 고통스럽고 큰 피해를 입었던 전투였는데, 이런 고단함과 힘겨움이 작품에 그대로 표현되고 있다.



특히 엄청난 제작비답게 전장의 참혹함과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거대한 스케일과 중장갑을 비롯한 다양한 무기들과 전투기 등의 등장은 헐리웃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스케일을 보여주고 있어 - 오히려 정교함 측면에서는 영화보다 더 나을 듯싶다 - 전쟁 영화에서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켜 준다. 촬영이나 연출 측면에 있어서도 과도한 핸드 헬드 보다는 적절한 사용으로 리얼리티와 감상의 측면을 모두 고려하고 있으며, 다른 허술한 전쟁 영화들과는 다르게 주인공이라도 언제든지 정말 전사할 수도 있겠다 라는 공포와 긴장감을 끊임없이 전달하고 있다. 전투의 스케일만 두고 보자면 굳이 2001년과 2010년이라는 9년의 세월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퍼시픽’의 압승이라고 볼 수 있겠다.



‘퍼시픽’ 역시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 마찬가지로 실제 태평양 전쟁에 참여했던 해병들의 이야기를 직간접적으로 작품에 포함하고 있는데, 주인공 세 명을 비롯해 극중 인물들은 모두 실존 인물이며 이들 중 생존해 있는 몇몇은 ‘BOB’ 때와 마찬가지로 나레이션을 통해 작품에 현실감을 불어넣고 있다. 참고로 ‘퍼시픽’은 이 시리즈의 주인공이기도 한 유진 슬레지의 회고록 ‘With the Old Breed at Peleliu and Okinawa’와 역시 주인공인 로버트 렉키의 회고록 ‘Helmet for My Pillow’를 기초로 하여 제작된 작품이기도 하다.

실제 태평양 전쟁을 둘러 싼 많은 이야기들과 당시의 중요한 자료들, 그리고 ‘퍼시픽’과 관련된 실제 역사와의 흥미로운 점들에 대해서는 DP 무비스타 님의 멋진 연재 글이 있어서 이것으로 대신하려 한다.

무비스타의 태평양 전쟁사 이야기 퍼시픽 시즌 1
http://dvdprime.cultureland.co.kr/bbs/view.asp?major=ME&minor=E1&master_id=40&bbslist_id=1745454

 

Blu-ray 메뉴






총 6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블루레이 패키지의 경우 기본적으로 언어 선택 메뉴 외에 ‘Featues’ 메뉴에서 ‘The Pacific Enhanced Viewing’과 ‘The Pacific Field Guide’를 동일하게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재생 시 ‘Historical Backgrounds’를 선택하면 본편 상영 전에 실존 인물들의 인터뷰가 더해진 당시 자료 화면을 확인할 수 있다.


Blu-ray : Picture Quality

1080p 풀HD의 화질은 최신작 다운 레퍼런스에 가까운 수준급의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전쟁 드라마라는 특성상 무엇보다 전장의 질감을 잘 표현하는 것이 중요할 텐데, 흙과 피로 지저분해진 인물들의 피부 표현력도 훌륭하고 CG가 사용된 장면에서도 전혀 실사와의 이질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다. 또한 무엇보다 외곽선의 표현력이 뚜렷하여 높은 선예도를 보여주고 있으며, 클로즈 업이나 배경 장면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수록하고 있다.

(이하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또한 조명에 따른 표현력도 좋았는데, 정말 쨍한 낮 장면에서의 음영 표현도 좋았지만, 달빛 조차 없는 밤 시간에 벌어지는 전투 장면 중 중간중간 터져 나오는 발포 시 발생하는 빛들과 조명탄 들을 통해 발생한 인위적 밝기로 표현된 장면들 역시 영화적이기 보다는 매우 현실적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이러한 영화적 연출을 블루레이의 화질이 잘 뒷받침 해주고 있다.

(이하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Blu-ray : Sound Quality

DTS-HDMA 사운드 역시 레퍼런스라고 충분히 부를 만 하다. 일단 작품 자체로서 사운드 적인 장점을 타고 났으며, 이런 좋은 바탕을 차세대 사운드가 잘 표현해 내고 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퍼시픽’은 ‘BOB’보다 도 더 많은 전투 씬을 수록하고 있는데, 다양한 무기들이 등장하고 대규모의 전투 장면들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에 사운드 적인 장점을 100% 만끽할 수 있다.





특히 대규모 전투 씬에서는 탱크로 인한 폭발 소리, 수백 명의 해병들이 쏟아내는 기관총 소리가 휘몰아치는 가운데도, 폭발로 인한 파편들이 지면과 군복에 닿아 나는 섬세한 소리들까지 매우 섬세하게 표현되고 있으며, 각 소스들이 모두 최고 피치를 올리고 있는 듯해 부담스럽지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 밸런스가 잘 유지되고 있어 많은 양의 소리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옴에도 귀를 기울이면 각각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즐길 수 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각 디스크에는 앞서 메뉴 디자인에서 소개했던 것처럼 ‘Enhanced Viewing’과 ‘Field Guide’를´수록하고 있는데, ‘Enhanced Viewing’의 경우 설정을 해두고 본편을 재생을 하게 되면 장면과 관련된 역사 속 이야기나 인터뷰 등이 pip방식을 통해 구현된다. ‘Field Guide’의 경우는 장면마다 각각 ‘Maps’ ‘Historical Overview’ ‘Marines’ Experiences’ ‘Facts and Bios’의 메뉴를 통해 선택하는 제목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Maps’을 선택하면 해당 장면이 벌어진 장소의 지도를 확인할 수 있고, ‘Historical Overview’를 선택하면 연관된 역사 속 자료들, 영상 및 사진들을 볼 수 있으며, ‘Marines’ Experiences’의 경우 실존 인물 혹은 가족 등 관련자들의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다. 모든 본편 디스크에 수록된 이 두 가지 부가영상에는 아쉽게도 한국어 자막이 지원되지 않는다.





6번째 디스크에는 부가영상만이 별도로 수록되어 있는데, 가장 첫 번째로 만나볼 수 있는 부가영상은 ‘Profiles of the Pacific’이다. 여기서는 극중 인물인 존 바실리, 유진 슬레지, 로버트 렉키, 시드니 필립스, R.V 버진, 척 테이텀의 이야기를 각각 들을 수 있다. 여기서는 이들의 가족, 친구, 동료, 전문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더불어 당시의 사진과 동영상 등을 통해 실존인물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고, 인물에 따라서는 본인이 직접 이야기하는 장면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이들이 어떤 아들이었고, 아버지였고, 친구였는지를 알 수 있는 소중한 인터뷰 자료라고 할 수 있겠다.




‘Making the Pacific’에서는 제작자인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행크스를 비롯해, 배우들과 스텝들, 작가 들의 인터뷰를 통해, 이 작품에 참여하고 있는 의미와 각 전투 장면이 갖는 전쟁 드라마로서의 의의에 대해 들려준다. 특히 각 전투 시퀀스의 경우, 무엇보다 참여한 스텝들이 자신의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자부할 만큼 높은 완성도를 갖춘 작품이라는 점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Anatomy of the Pacific War’에서는 태평양 전쟁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을 들려준다. 역사학자 및 전문가들 그리고 전쟁에 참전했던 실존 인물들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태평양 전쟁에 참여했던 일본과 미국의 상황과 특히 미국 해병들에게는 믿기지 않는 공포의 대상이었던 일본군의 무사도에 대한 이야기도 전해 들을 수 있다.


총 평

HBO의 전쟁 드라마 ‘퍼시픽’은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는 또 다른 감흥을 주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비교는 어렵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쟁이라는 것에 참혹함에 대한 깊은 울림은 물론 치밀한 조사를 통해 역사에 근거한 현실감 넘치는 전투 장면들은 ‘퍼시픽’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후속 편으로서는 모르겠지만, 독립적인 ‘퍼시픽’만 두고 보았을 때는 오히려 더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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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everblack.tistory.com BlogIcon damagedcase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블루레이는 화질이 확실히 다르군요...
    저도 이 드라마 상당히 즐겨 봤습니다.
    전쟁의 참혹함과 충격을 잘 전달해 다른
    전쟁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서 더 임팩트가
    강했던거 같고요.

    2010.11.25 15:15 신고
  2. 로드  수정/삭제  댓글쓰기

    밴드오브브라더스와 비교가 많이 되는데
    전쟁의 참상을 리얼하고 와닿게 묘사한것은 퍼시픽이죠
    사운드 화질 모두 대단한 퀄리티라고밖엔..

    2011.12.30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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