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 애프터 (Hereafter, 2010)
죽음이 세상을 사는 방식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신작 '히어 애프터 (Hearafter)'는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라기 보단, 좀 더 죽음과 사후세계에 관한 이야기라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그간 수 많은 드라마와 이야기에 관심을 보였던 이스트우드였지만 죽음에 관한 직접적인 이야기는 거의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히어 애프터'는 한 편으론 상당히 밋밋하다. 클래이막스라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이 감정적으로 울컥하는 것에 가깝지,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기승전결에 따른 절정으로 보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영화가 마지막으로 향할 수록, 그리고 극장을 나오면서부터 그 깊이가 더 느껴지는 깊이 있는 작품이었다.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영화는 거대한 쓰나미에 휩싸인 여주인공 '마리 (세실 드 프랑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또한 입양되지 않고 약물중독 엄마와 함께 살기 위해 노력하는 한 쌍둥이 형제의 이야기도 꺼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후세계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졌지만, 이제는 더상 이 일을 하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가려하는 '조지 (맷 데이먼)'의 이야기도 시작한다. 각자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이들이 하나의 사건 혹은 결국 연관되고 있다는 (연관된다는) 이야기는 흡사 '바벨'과 '아모레스 페로스'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 작품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히어 애프터'는 인간들 간의 관계가 아닌 인간과 죽음, 더나아가 죽음이라는 것이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 아주 천천히 들려준다. 

남겨진 자의 이야기, 그러니까 죽은 자를 그리워해 그들과 단 한번이라도 만나고 싶고 대화를 나누고 싶어하는 산 자의 이야기는 이미 여러 번 영화화 되어 그리 새로운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사실 '히어 애프터'도 겉모양은 이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쌍둥이 형을 잃고 내내 그리워하며 형과 단 한 번이라도 얘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어린 소년의 이야기는 뻔히 알면서도 눈물이 날 수 밖에는 없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작품에는 분명 이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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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 영화가 다소 밋밋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히어 애프터'는 죽음이 세상을 사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세 가지의 경우를 모두 등장시켰다. 사후세계를 볼 수 있는 남자의 이야기와 사후세계를 직접 경험하고 난 뒤 인생이 바뀐 한 여자, 그리고 가장 가까웠던 형제를 잃은 한 소년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하지만 이 세 가지의 이야기는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영화처럼 하나로 완벽하게 만나지도 않고, 각자 절정에 이르지도 않는다. 무언가 더 드라마틱한 전개와 결말은 없지만, '히어 애프터'는 이 세 명의 각기 다른 이야기를 통해 결국 또 한 번 새삼스레 죽음과 사후세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한 편, '어떨까?'라는 단순한 호기심 대신 무언가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만 같은 감흥을 살며시 안겨준다.  

솔직히 '히어 애프터'를 글로 표현하기는 참 모호한 부분들이 너무 많다. 아니, 글로 표현할 만한 요소들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무언가가 분명 가슴에 남도록 한 작품이라는 것은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이 죽음에 대한 인정일지, 삶에 대한 위로일지 아니면 그 모두를 아우르는 위로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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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연출 외에 음악도 맡고 있는데 (이 작품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확실히 이스트우드의 음악적 성향을 파악할 수 있어요), 이 음악이 영화가 주는 담담함과 위로를 더 배가 시켜주는 것 같네요.

2.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도 출연하는데, '스파이더맨 3'에 비하면 살이 많이 빠진 모습이었지만, 그 어느 영화보다 아름다운 모습이더군요;;

3. 데릭 제코비는 본인 역할로 이 작품에 출연하고 있는데, 극중 맷 데이먼이 자기 전에 항상 듣는 오디오 북의 목소리 주인공이 바로 그였죠. 본인 역할로 출연했다는 것처럼, 데릭 제코비는 실제로 영국이 나은 명배우이자 감독 그리고 오디오 나레이션 북으로도 잘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죠. 최근 '킹스 스피치'에서 주교 역할로도 출연했었구요.

4. 참고로 영화 초반에 나오는 대형 쓰나미 장면 때문에 일본에서는 개봉이 취소되었죠. 저도 그 장면을 보는데 결코 영화로만 느껴지지 않아 더 안타까웠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Warner Bros. Pictures 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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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log.naver.com/frankie88 BlogIcon 프랭키  수정/삭제  댓글쓰기

    담담하지만 여운이 긴 영화였어요.
    영화가 끝나고 난 후에도 내내 생각이 나는 것이, 노 거장 감독의 파워가 이런 것이구나.. 싶었어요.
    더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지못한 게 좀 아쉬울 정도로.
    그나저나 일본에선 개봉이 취소됐군요..
    그렇찮아도 시기적으로 너무 절묘하고 그래서 더 생생하게 느껴져서 사실, 첫 장면은 많이 충격적이었습니다.

    2011.04.03 01:14
    • Favicon of https://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수정/삭제

      거의 일주일 조금 넘게 겨우 극장에 걸려있었던 것 같은데 (저도 못볼 뻔하다가 겨우 봤네요 ㅠ), 그 정도로 금방 내릴 작품은 아니었는데 너무 아쉽더군요.

      확실히 첫 쓰나미 장면은 그냥 영화로만 볼 수는 없어서 더 슬픈 장면이었죠.

      2011.04.03 01:1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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