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 8 (Super 8, 2011)
너무 행복했던 J.J의 스필버그 종합 선물세트


J.J. 에이브람스의 '수퍼 8 (Super 8)'은 완벽한 스필버그 영화다. 일차적으로 스필버그가 참여하기도 했으니 스필버그 영화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보다는 'E.T' '구니스' '미지와의 조우' 등 스필버그 영화들의 자양분을 받고 자라난 세대가 이를 추억하며 만든 종합적인 의미로서의 '스필버그' 영화다. 반대로 얘기하자면 '수퍼 8'은 새로울 것은 전혀 없는 영화라고도 할 수 있을 텐데, 추억의 부스러기들을 잔뜩 끌어와 오마주와 자기 확장만을 더했음에도 이 작품은 너무도 사랑스럽다. 앞에서 언급한 작품들에 대한 향수와 추억이 없다면 이 작품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사실 잘 모르겠다. 어렴풋이 일부러 분석해보자면 최근의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이 작품의 줄거리는 너무 단순하고 건너뜀도 많고, 논리적이라기 보단 허무한 것에 훨씬 더 가깝고, 메시지 역시 동심에 기대고 있다. 그런데 이런 단점들은 정말로 한 발 물러나서 일부러 찾아본 것들이다. 한 발 물러나 냉정하게 본다면 이런 단점들이 훤히 보이는 작품이지만,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땐 전혀 발견되지 않았을 정도로 '수퍼 8'은 내 유년의 추억들과 스필버그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해 행복하게 만든, 참 사랑스러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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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서, 그리고 극장을 나오며 이 작품을 쓰고 연출한 J.J.에이브람스가 진심으로 부러워졌다. 이 작품은 J.J가 동경하던 스필버그에 대한 작품이기도 하지만, 스필버그를 보며 영화 감독을 꿈꾸었던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E.T'나 '미지와의 조우'를 보며 외계인이라는 존재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되었고, '구니스' 같은 작품을 보며 어린 시절 모험을 꿈꾸고 더나아가 이런 작품들을 나중에 직접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런 J.J의 동경은 이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엿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동경 그 자체를 담아내고 있다. 사실 어린 시절 꿈꾸던 바를 어른이 되어 이루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경우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이 꿈을 한치도 엇나감 없이 그대로 이룬 J.J가 몹시도 부러웠다. 그런데 여기서 더 부러운 점은 단순히 동경하던 영화를 연출하였기 때문 만이 아니라, 그 동경의 대상이었던 스티븐 스필버그와 함께 만들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건 그야말로 '꿈 종결자'가 아닌가! 

J.J처럼 직접 그 꿈 실현의 주인공이 되지는 못했지만, '수퍼 8'은 스필버그의 영화들을 보며 자라온 세대들에게 다시 한번 이와 같은 작품을 극장에서 만날 수 있게 해준 또 다른 꿈의 영화였다. 직접적인 이야기도 물론 그렇지만, 영화의 배경이 되는 70년대 후반 미국의 모습에서는 'E.T'가 보여주었던 아이들과 배경의 모습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 어두워진 동네를 산 위에서 바라보는 카메라 앵글 같은 경우는 직접적인 오마주이기도 했다. 이것 외에도 주인공 아이들 가운데 영화 감독인 아이의 집 세트는 정확히 'E.T'의 그것과 닮아있었으며, 식탁을 두고 벌이는 가족들의 배치나 가족 구성원의 묘사 역시 'E.T' 그 자체였다. 그리고 이 작품의 갈등과 해소가 상처받은 가족의 치유라는 점에서 이것은 그대로 'E.T'의 엘리엇 가족을 떠올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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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친구들의 구성 역시 '구니스'를 비롯한 스필버그의 세계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요즘에는 이렇게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티격태격하며 모험을 펼치는 이야기가 많지 않지만, 스필버그가 만들었던 세계에서는 꼭 등장하던 아이들이 있었다. 그 중 대표적이라면 무언가 어린이답지 않게 만들고 어른들의 것에 능통한 친구를 들 수 있을 텐데, '구니스'와 인디아나 존스' 에 출연했던 키호이콴 (Jonathan Ke Quan)과 마찬가지의 캐릭터를 이 영화에서는 폭죽과 밀리터리에 능한 친구가 대변하고 있다. 나머지 친구들의 모습 역시 스필버그의 세계 관은 물론 '스탠 바이 미'같은 어린이 모험영화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었던 클래식한 캐릭터들이었다. 그 와는 반대로 어른들의 모습은 항상 불친절하고 아이들만이 볼 수 있는 세계는 믿지 못하며, 소통을 거부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이런 설정 역시 요즘 영화로 비춰보자면 너무 뻔하고 올드한 것이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바로 그 점이 좋았다. 이런 점들이 바로 이 영화의 제목이 '레드 원(Red One)'이 아니라 '수퍼 8'이기도 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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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수퍼 8'이 완전히 스필버그 영화인 것만은 아니다. 대부분 스필버그 영화이긴 하지만 J.J.에이브람스는 여기에 자신만의 색깔을 넣어 조금의 확장을 시도했다. 'E.T'의 감성을 갖고 있긴 하지만 J.J는 여기에 '클로버필드'가 갖고 있는 괴물의 형태와 공포/스릴러 적인 요소를 가미했는데, 확실히 이 부분은 스필버그 영화와 차별되는 J.J만의 것이었다. 본격적으로 '클로버필드'와 같은 무게중심으로 흐르지는 않지만, 분명 미지의 존재를 그리는데에 있어서 공포와 충격 요법을 가미하고 있고, 그 형태와 구성 역시 봉준호 감독의 우리 영화 '괴물'을 떠올리게 할 만큼 스릴러적인 요소가 더해졌다.

그리고 여기에 두 남녀 어린이 주인공 조 (조엘 코트니)와 엘리스 (엘르 패닝)의 관계 설정 역시 스필버그 영화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던 부분이라 할 수 있을 텐데, 완전히 어린이들의 우정이라기 보다는 소년, 소녀의 애틋한 감성을 더해 또 다른 분위기를 극에 담아내고 있다. 보는 이에 따라 이런 J.J만의 가미된 부분들의 대한 평가가 다를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크게 불편하거나 하는 부분은 아니었으며 소년, 소녀의 감성의 경우 엘르 패닝의 완벽한 소녀 비주얼을 통해 또 다른 활기를 불어 넣는 긍정적 요소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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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필버그의 여러가지 것을 가져온 것과 동시에 이 작품은 '영화'에 관한 텍스트이기도 하다. 극 중 주인공 어린 친구들은 '수퍼 8' 영화제에 출품하기 위해 '사건 (The Case)'이라는 영화를 만드는 중인데, 이 과정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감독인 J.J의 자전적인 경험이 포함되었을 수도 있고, 여기에 빗대어 영화만드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했던 것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만드는 영화 '사건'은 좀비 영화인데 이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Night of the Living Dead, 1968)'으로 유명한 조지 로메오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하다. 실제로 엔딩 크래딧과 함께 볼 수 있는 이 영화 속 영화를 보면, 조지 로메로에 대한 오마주를 더욱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극중 화학공장의 이름도 '로메로화학'이 아니던가!).


전체적인 스필버그 영화라는 그림 속에 영화에 관한 텍스트를 적절하게 결합한 결과물이었다. 심지어 이 영화 만드는 부분에서는 리얼리티마저 느껴지는데, 누군가의 말처럼 이 작품 '수퍼 8'은 결국 '사건'이라는 영화의 거대한 메이킹 필름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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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에이브람스의 '수퍼 8'은 여러가지 면에서 요즘의 헐리웃 영화가 보여주는 경향에서는 많이 벗어나 있는, 리메이크에 가까운 복고적인 작품이었지만, 그래서 좋았고, 더나아가 '스필버그'여서 더할나위없이 행복했던 작품이었다. 또 하나 들었던 생각은, '수퍼 8'은 선물세트 겪의 작품이었지만 더 나아가서 예전 우리가 보았던 'E.T'나 '구니스'처럼 아이들이 모험을 경험하고 꿈꿀 수 있는 작품들이 최근에는 거의 없다는 점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21세기를 사는 어린이들에게도 20세기 어린이들이 느끼고 경험했던 것처럼 모험과 꿈을 꿀 수 있는 '꿈'으로서의 영화가 더욱 많아져야만, 30년 뒤 40년 뒤에도 지금을 추억하며 이런 영화들을 또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1. 엘르 패닝은 이로서 더이상 다코타 패닝의 동생이라는 수식어는 필요없게 되었습니다 (여기에는 다코타 패닝도 한 몫 톡톡히 했죠;;)

2. 엔딩 크래딧과 함께 극 중 아이들이 만든 영화 '사건'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가 '수퍼 8'보다 재밌다는 분들도 상당수가 되니 절대 놓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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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TV시리즈 '로스트'는 물론, 픽사의 '업'과 '라따뚜이' 등의 음악을 맡았던 Michael Giacchino의 음악은 상당히 장르적이에요. 음악 역시 존 윌리엄스의 그것을 오마주하려 상당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영상과 음악이 완전히 당시로 돌아간 느낌이었어요.

4. J.J는 상당히 의도적으로 당시 SF영화에서 자주 보이던 빛의 굴절 효과를 사용하고 있어요. 보통 의도적인게 아니죠. 

5. 그런데 7편을 안보고 8편을 봤더니 조금 이해가 안가는 부분들이 있네요. 1편은 너무 어렸을 때 봐서 기억이 잘 안났지만 최근에 출시된 블루레이로 6편까지는 복습을 하고 간터라 복선 등을 확인할 수 있더군요. 7편 보신 분들 얘기 좀 해주세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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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indaon.tistory.com BlogIcon 자빠질라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수퍼8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만 이렇게 심오한 것들이 숨겨져 있는줄은 몰랐습니다 -ㅅ- ㅎㅎ
    알고 보았으면 감탄을 연발하면서 볼 수 있었을텐데 글을 보고 나니 그런 점이 아쉽네요.

    영화 자체는 재미있었어요 :) 아이들 모습도 재밌었고 긴장감도 좋았습니다~ 특히 감독 역을 맡은 뚱뚱한 녀석이 정감이 가더군요. 글 잘 보았습니다~

    2011.06.20 13:27
    • Favicon of https://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수정/삭제

      감독인 J.J.에이브람스의 꿈이 담긴 영화였죠~
      저도 감독을 맡은 그 아이가 특히 정이 갔던 것 같아요 ^^;

      2011.06.20 13:29 신고
  2. Favicon of http://alphacome.tistory.com BlogIcon 왔다맨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나 마나 명작이라 여기고 영화불감증이 심한 요즈음에 예고편 동영상 관람도 삼가며 고이 리스트 상단에 여며 놓고 있습니다. 물론, 행여나 스포일러가 있을까봐 스크롤을 광속으로 내렸습니다만, 느낌상 상당히 잘된 영화라는 메시지를 포스팅하신 듯 해요.

    2011.06.20 15:17
    • Favicon of https://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수정/삭제

      저도 그렇지만, 가장 좋은 영화관람 환경은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라고 생각해요. 저도 어떤 영화를 볼 때 포스터나 감독, 배우의 최소한의 정보 외에는 최대한 모른채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하는 편입니다. 왔다맨 님도 좋은 관람되세요~

      2011.06.20 15:21 신고
  3. Favicon of http://topsy.tistory.com BlogIcon 즈라더  수정/삭제  댓글쓰기

    5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1.06.20 16:46
  4. Favicon of http://korealand.tistory.com/ BlogIcon 국토지킴이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나름대로는 기대하고 있던 영화인데 주변 반응이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더라고요.
    일단 봐도 될 것 같네요ㅋㅋ 스티븐 스필버그 식의 영화라면 어느정도는 기대해도 되겠어요~

    2011.06.21 09:55
  5. Favicon of http://blog.naver.com/frankie88 BlogIcon 프랭키  수정/삭제  댓글쓰기

    행복했어요. 저는... 충분히. 그것만으로도 좋았답니다.

    2011.06.23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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