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비갑 (龍門飛甲, 2011)

아, 그리운 신용문객잔이여...



서극과 이연걸 그리고 무엇보다 1992년작 '신용문객잔'의 뒷 이야기를 그린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을 때 이 영화 '용문비갑'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신용문객잔'은 지금까지도 깊은 인상을 남긴 홍콩 무협 영화 중 대표적인 작품이었기 때문인데, 단순한 리메이크가 아니라 서극이 직접 나선다고 하니 더더욱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본토에서는 아마도 이 작품을 통해 서극 감독이 아이맥스 3D를 제대로 보여주겠다 라는 의지가 강하게 담겨있었던 것 같은데, 국내에서는 3D로 만나볼 기회가 없었으니 이를 직접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작품을 본 느낌은 아이맥스 3D였더라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굳이 '신용문객잔'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많이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으며, 그 이유 중 하나에는 '또!' CG가 포함되어 있었다. 왜? 무협영화는 3D를 거의 단 한 번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일까.



ⓒ Beijing Liangzi Group. All rights reserved


일단 첫 인트로에서 기대와 실망이 동시에 느껴졌는데, 예전 홍콩 무협 영화에서 느꼈던 특유의 음악은 옛 정취를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앞으로의 전개를 기대하게 했으나 그와는 반대로 첫 장면부터 등장하는 통 CG장면은 불안함과 실망감을 동시에 느끼게 했다. '신용문객잔'과 마찬가지로 사막 한 가운데 고립된 객잔을 중심으로 다양한 강호의 캐릭터들이 각자의 이유로 하나로 모이게 되는 '용문비갑'의 구성은 더할나위 없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 중간중간이기는 하지만 각각의 캐릭터들에게서는 '신용문객잔'을 비롯해 당시 흥하던 무협 영화 속 강호의 캐릭터들을 연상시켜서 '흥분'이 되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 좋은 (정말 좋은!) 캐릭터들과 설정을 영화는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만 느낌이다. 어찌보면 과감하게 코믹적 요소를 거의 배제하면서 진지하게 강호와 무협을 그리려던 시도는 마음에 들었으나 이 전개가 끝까지 가는 데에 너무 외부적인 불필요 요소들이 개입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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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망친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는 몰입을 하려하면 깨고 마는 이질감이 드는 CG의 사용이었다. 최근 본 중화권 무협 영화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현상들은 CG의 적극적인 활용과 그로 인한 이질감이었는데, '용문비갑' 역시 그랬다. 일차적으로 배경을 통으로 CG배경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예 배경만 등장하는 경우도 이질감이 느껴졌지만, 배우와 함께 할 때는 감정이 깨질 정도로 너무 큰 이질감이 느껴져서 안타까웠다. 그리고 아마도 CG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이전 무협 영화에서는 미처 다 구현할 수 없었던 고수들의 무공과 결투 장면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었을 텐데, 그것이 오히려 화를 불렀다. 화려해지기는 하였으나 강호의 고수들에게서 느껴지는 특유의 느낌은 사라져 버렸고, 볼거리 측면에서도 사실 그다지 만족감을 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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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예전 무협물에서 느꼈던 강호의 그 여백의 미가 사라져버렸다. '강호'라는 특수한 개념은 다른 문화와 고수들에게는 없는 특별한 정서가 있는데, 그 여백의 여운과 아름다움이 CG로 꽉꽉 채워져 버리다보니 매력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용문비갑'의 캐릭터와 설정은 전혀 나쁘지 않았다. 스샷만 봐도 두근거릴 정도로 아름다울 뻔 했던 캐릭터들이 많았는데 적어도 그 매력을 영화가 100% 녹여내지는 못했다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왜 최근의 중화권 무협 영화들이 CG 활용에 그렇게 집중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관객들이 원하는 건 화려해진 고수들의 기술적 묘사가 아니라 그 뒤에 깔려 있는 정서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쉽게 말해 '가장 잘 알만한 분들이' 왜 그러시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오해가 있을 까봐 이야기하자면 21세기의 중화권 무협 영화가 예전 전성기 때의 홍콩 무협 영화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만이 옳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경향과 스타일을 만들어 내는 데에 더 집중하고 기대도 되지만, 그렇지 않고 이전 스타일을 가져올 거라면 그 근원의 것을 제대로 가져오는 데에 집중하는 것이 더 맞지 않을까 하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몇 년간 본 중화권 무협 영화 중 마음에 드는 것은 '검우강호' 밖에 없었다는 점을 예로 들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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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극의 '용문비갑'이 특히 아쉬운 이유는 큰 기대가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너무 매력적인 캐릭터와 배경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그 아쉬움 때문에 또 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 것 보다는 먼저 예전 '신용문객잔'이 더욱 간절하게 느껴진다. 아... 그리운 신용문객잔이여...


1. 개인적으로는 여러 매력적 캐릭터 가운데 특히 주신이 연기한 '능안추' 역할이 매력적이었어요. 예전 무협영화의 임청하를 보는 것도 같고. 주신의 그 표정을 잊을 수가 없네요 ㅠ


2. 마지막에도 썼지만 묘하게 다시 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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