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 오브 에이지 (Rock of Ages, 2012)

아쉬움이 넘치는 80년대 락넘버들의 향연



내 영화 글을 계속 보신 분들은 간혹 아실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유달리 더 좋아하는 장르 중 하나가 바로 '뮤지컬'이다. 일반적으로 관객들이 오글거려 못 보겠다는 부분들을 완전 빠져서 즐길 만큼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특별히 좋아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80년대 록큰롤을 배경으로 무엇보다 톰 크루즈까지 출연하는 이 영화 '락 오브 에이지 (Rock of Ages, 2012)'는 거짓말 조금 보태서 올해 가장 기대한 작품들 중 하나일 수 밖에는 없었다. 여기에 연기파 폴 지아마티와 이미 '시카고'를 통해 뮤지컬 배우로서 검증따위를 우습게 넘겨버린 캐서린 제타 존스와 최근에는 미드에서 더 자주 만나고 있는 알렉 볼드윈까지 출연한다니 단순히 노래하고 춤추는 재미 말고도 영화적 완성도를 자연스레 기대하게 되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뮤지컬이라 하기엔 어려울 정도로 여러가지 측면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였다. 보는 내내 '아,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사실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을 쓰고도 싶지만) '락 오브 에이지'는 이야기랄 것 자체가 사실 심오하거나 복잡한 것은 아닌데, 이 이야기를 뮤지컬 형태로 풀어내는 데에 있어 매끄럽지 못한 결과물이었다. 다시 말해 이야기가 단순한게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많은 사람들이 뮤지컬 영화를 오해할 때 흔히 하는 얘기가 '갑자기, 뻘쭘하게 혹은 어색하게 노래를 한다'라는 점인데, 적어도 뮤지컬 영화 팬의 입장에서 잘 만든 뮤지컬 영화들에서는 이런 점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즉, 노래와 노래 사이에 드라마가 제대로 깔려 있기 때문에 노래하는 것 자체가 극의 전개와 인물들의 감정선의 자연스러운 연결이라 전혀 어색하지 않고 단지 노래의 형태를 빌린 효과적인 표현이 되기 때문인데, '락 오브 에이지'는 바로 이 부분을 가장 간과하고 있다 하겠다. 사실상 노래를 제외한 나머지 드라마를 거의 신경쓰지 않았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너무 무신경하게 넘겨버리고 있는데, 여기에다가 기존 뮤지컬 영화에 비해 더 많은 노래의 비중 때문에 정말 극을 끊는다는 느낌이 아니라 (극의 전개가 사실상 미비했기 때문에) 유명한 록넘버를 듣는 다는 느낌 밖에는 주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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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너무 80년대 유명했던 록큰롤 곡들만 믿고 영화 자체를 쉽게 생각해 버린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 매력적인 소재를 가지고 제대로 된 뮤지컬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면, 이 재료들을 어떻게 배치하고 요리할까에 가장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 '락 오브 에이지'는 그냥 익스트림의 곡을 이쯤에 넣을까? 본 조비 노래도 넣고, 'I Love Rock'n'Roll '이 이 쯤에서는 나와줘야겠다! 라는 생각만 앞선 듯 했다. 창작곡이 아닌 이미 잘 알려진 곡들을 뮤지컬로 만들어내는 작품의 경우는 오히려 더 이미 대중에게 익숙한 곡들을 영화적으로 스토리에 어떻게 녹일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데, 이 영화는 여기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나머지 그냥 당시 밴드의 실황 공연을 보는 것이 훨씬 더 나은 영화가 되어 버렸다.


이렇게 영화가 오로지 노래에만 집중되어 있다보니 캐릭터가 살아날 여지가 없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젊은 두 남녀 주인공은 이 작품과 전혀 녹아들지 못한 듯 보였다. 일단 여기서 감정이입이 안된 것이 첫 번째 문제가 아니었나 싶다. 두 번째 만남만에 별다른 계기도 없이 흠뻑 사랑에 빠져버리는 두 남녀의 만남과 이별의 이야기에 공감할 여지가 어디있겠나. 두 남녀 주인공이 노래를 함께 부르는 장면은 존 트라볼타와 올리비아 뉴튼 존 주연의 '그리스'를 상당부분 연상케 했는데 정말 '그리스'를 다시 보고 싶은 것 말고는 별로 느껴지는 점이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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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야기를 잘 만들었다면 후반부에 등장한 메리 제이 블라이드가 연기한 캐릭터도 이렇게 병풍처럼 느껴지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아담 쉥크만 감독은 여기 등장한 각각의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모두 충분했다고 생각한 것인지 마지막에 그들에게 한 소절씩 나눠주는 감동적인 마무리를 준비했다. 이 장면이 정말 감동적이려면 각각의 캐릭터가 본인의 소절을 부를 때 절로 흐뭇한 미소와 함께 그 캐릭터의 활약상이 자동적으로 떠올라야 정산인데, 이 영화의 경우는 '어? 메리 제이에게 왜 저 정도 비중을 줬지? 가창력이 출중한 가수이니 사운드트랙 측면을 고려한 건가?'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아쉬운 점만 주욱 늘어놓았는데 기본적으로 '아쉽다'라고 생각한 이유는 서두에 얘기한 것처럼 매력적인 설정과 장르 그리고 배우들 때문이었는데, 어쨋든 80년대를 주름잡던 록큰롤의 향수를 느낄 만한 (개인적으로 정확히 그 세대는 아니지만) 곡들을 극장에서 쉬지 않고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장점이었다. 무엇보다 스테이시 잭스를 연기한 톰 크루즈는 이 영화에서 완전히 벗어나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영화가 전반적으로 아쉽다보니 이런 독립성이 오히려 더 마음에 들었다. 차라리 매력이 부족한 두 남녀주인공의 이야기보다는 스테이시 잭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가져갔다면 훨씬 더 록큰롤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다이내믹한 뮤지컬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도 싶다. 어쨋든 유머와 진지함을 오가며 스테이스 잭스를 연기한 톰 크루즈를 본 것만으로도 팬으로서는 만족스러웠다. 아, 그리고 톰 크루즈 외에는 사실상 홀로 고군분투 하다시피한 캐서린 제타 존스도 인상적이었다. '락 오브 에이지'에서 유일하게 뮤지컬 영화다운 부분은 오로지 그녀가 등장한 장면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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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톰 크루즈가 연기한 스테이시 잭스의 코스츔이나 톰의 몸을 보니 자연스럽게 HBK 숀 마이클스가 떠오르더군요. 특히 바지가 거의 비슷해서 ㅋ


2. 남자 주인공이 록 밴드의 보컬로 설 때보다 차라리 보이 댄스 그룹으로 섰을 때 더 어울리더군요. 이 그룹은 완전히 뉴 키즈 온 더 블록을 염두한 것 같아요. 멤버들의 이름까지도요 ㅎ


3. 사실 이 영화에 제작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생각난 이름은 카메론 크로우였는데, 최소한 그가 연출했다면 더 록큰롤스럽고 디테일한 깊이는 만나볼 수 있었을 것 같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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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daoloth.tistory.com BlogIcon 에바흐  수정/삭제  댓글쓰기

    캐서린 제타존스는 그야말로 뮤지컬 영화 전문 배우라해도 과언이 아닌 듯..-ㅅ-;;;;;;

    2012.08.08 17:16 신고
  2. Favicon of http://frankie88.blog.me BlogIcon 프랭키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카메론 크로우가 생각나더군요.
    올머스트 패이머스를 다시한번 보게 만들더군요.
    아쉬움이 적지않지만, 향수를 자극해서 좋았어요.
    톰 크루즈는 역시 톰 크루즈더군요! :)

    2012.08.1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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