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빗 : 뜻밖의 여정 (The Hobbit : An Unexpected Journey, IMAX HFR 3D, 2012)

피터 잭슨의 다르지만 같은 삼부작의 시작



J.R.R.톨킨의 반지 삼부작을 훌륭히 영화화 하는 데에 성공했던 피터 잭슨이 '반지의 제왕'보다 앞선 이야기를 다룬 '호빗 (The Hobbit)'을 차기 작으로 선택했을 때는 당연히 반지의 제왕의 팬으로서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지의 제왕' 삼부작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판타지 블록버스터의 수준을 또 한 번 격상 시킨 멋진 작품이었기에, 피터 잭슨이 다시 한 번 중간계의 이야기를 영화화 한다고 했을 때에는 당연히 우려보다는 기대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지만, 원작을 읽어본 입장에서 '호빗'은 분명 '반지의 제왕'보다는 좀 덜 재미 있을 것이라고 (이건 명확한 상대 비교다) 예상을 하고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관람을 하였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기대했던 것에는 못 미치는 조금은 아쉬운 작품이었다. 그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을 수 있을텐데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영화 '호빗 : 뜻밖의 여정'이 '반지의 제왕 : 반지원정대'를 너무도 닮아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 New Line Cinema. All rights reserved


(시리즈의 제목은 '호빗'이지만 아직은 호빗인 '빌보 배긴스'보다는 드워프인 '소린'이 더 주인공스럽다)



이건 원작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은, 즉 피터 잭슨의 문제 만은 아니라 고도 할 수 있을 텐데, 기본적으로 톨킨의 두 작품은 같은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는 조금 다른 시기의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로서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것은 이야기 측면이 아니라 이 이야기를 영화화하는 피터 잭슨 역시 자신이 이미 만들어 놓은 '반지의 제왕' 삼부작의 방식을 그대로 '호빗'에도 적용하려고 했다는 점 때문이었다. '호빗'에 나오는 각각이 캐릭터는 그대로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겹쳐 놓아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뭐 몇 몇은 동일 인물이니 따로 말할 필요도 없을 테고), 그 줄거리의 구성 역시 '반지원정대'의 구성을 그대로 취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같은 원작 자와 같은 세계관, 비슷한 설정의 이야기라는 점 때문이 아니라, 이미 영화화 된 '반지원정대'의 구성과 카메라 앵글, 음악, 캐릭터 활용 등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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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의 간달프는 확실히 아직 빌보가 힘을 얻기 전이라 그런지 더 큰 비중을 드러낸다. 새삼 느끼는 거지만 간달프라는 캐릭터의 위치는 이 중간계의 세계관에서 정말 흥미로운 일들을 발생 시키는 듯 하다.)



조금 심하게 얘기하자면 '호빗'과 '반지의 제왕'은 다른 시대의 이야기가 아니라 같은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것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의 유사성이 발견되다는 얘기다. 이것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원작이 같은 유사성 때문이 아니라 피터 잭슨의 영화화 방식에 관한 이야기다. 그래서 '호빗'은 '반지의 제왕' 팬이라면 원작을 읽지 않았더라도 어렵지 않게 다음 장면과 다음 시퀀스를 예상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앞으로 나올 두 작품의 줄거리도 어느 정도 예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호빗'은 실망스러운 작품은 아니다. 169분의 긴 러닝 타임이었지만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이 영화에게 내가 걸고 있던 기대가 앞서 말한 새로운 것에 대한 것도 있는 반면, '반지의 제왕'을 보며 느꼈던 판타지 영화의 쾌감을 다시 한 번 보고자 하는 면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좀 더 명확하게 얘기하자면 피터 잭슨이 영화화 하는 완전히 새로운 중간계의 이야기가 아니라, 원작의 관계가 그러하듯 새로움의 즐거움이 아닌 반가움의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기를 바라는 점이 없지 않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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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린은 정말 상남자다. 그는 간달프와 한 화면에 있을 때를 제외하면 절대 드워프로 믿기 어려울 정도의 미모와 비율을 가졌다!!)


그러니까 이 '다르지만 같다'라는 점은 묘하게 장점과 단점이 모두 된다는 얘기다. 아마도 이 부분이 이후 이야기할 48프레임이라는 기술적인 측면과 더불어 가장 크게 호불호가 갈릴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나 한 사람 안에서만 봐도 두 가지 측면이 이렇게 장단점으로 확연히 구분되는데, 관객 개개인이 느끼는 호불호야 당연할 수 밖에는 없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좀 더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과 그것을 영화화하는 방식에 있어서 좀 더 새로운 전달 법과 구현 방법으로 '호빗'을 만들었으면 하는 기대가 더 컸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번 '호빗'에 있어서 영화 팬들 사이에서 더 큰 호불호가 갈리고 있는 점이 바로 HFR, 즉 48프레임의 영상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실제로도 이 부분이 가장 논란이 될 수 밖에는 없지 않나 싶다. 제목에 있는 것처럼 나는 이 영화를 아이맥스 3D HFR로 보았는데, 아이맥스와 3D는 기존에 이미 익숙한 것이니 재쳐 두고 48프레임만 두고 보자면 확실히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을 지울 수 없었다. 이런 극도의 사실적인 표현, 화면의 부드러움이 고도화되어 기존의 영화 화면과는 다른 HD카메라로 일상을 찍은 영상 같은 느낌을 주는 영상은 1차적으로는 일단 이질감을 줄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혹자는 이 48프레임 화면을 들어 '서프라이즈' 같다는 얘기도 했었는데, 그 이야기가 어느 정도 이해될 정도의 이질감이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48프레임을 보면서 든 생각은, 이것이 단순히 처음이라서 겪는 이질감인지 이 포맷 자체에 대한 거부감 인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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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아날로그의 필름 영상도 물론 좋아하지만, 가급적이면 더 선명하고 명확한 디지털 화질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서 최근 몇 년 사이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가급적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디지털로 상영하는 관에서 감상을 주로 해오곤 했는데, 그건 아이맥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즉, 아이맥스로 촬영된 영화라면 가급적 최고의 체험을 할 수 있는 아이맥스 포맷으로 관람을 해왔다는 얘기다. 다시 48프레임으로 돌아와서, 이번 '호빗'을 보고 든 생각은 과연 48프레임이 앞서 이야기한 디지털과 아이맥스의 경우와 같은 관계로 읽을 수 있는 가에 대한 의문이었다. 이것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개인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인데, 이 너무도 부드럽고 현실적이어서 오히려 영화 같지 않고 진짜 같은 영상이 기술의 발달로 가능해졌지만, 그것이 과연 내가 좋아하는 영화인가? 라는 질문에 있어서 단순히 그 동안 좋아했던 영화의 방식과 다른 방식이어서 만의 문제일까?라는 재 질문을 던져보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정리해서 이야기하자면 48프레임으로 제작된 호빗은, 내가 '영화'라는 이름으로 보던 영상의 특징은 상당히 사라진 측면이 있었다. 그것이 기술적 측면으로 보았을 때 다운 그레이드가 아니라 업그레이드라 할지라도 말이다. 각자의 호불호를 떠나 개인적인 측면에서 이 신기술의 활용에 대해 드는 느낌이라면, 적어도 지금 구현된 형태가 완성형이라면 앞으로 시간이 흐르더라도 쉽게 익숙해지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말하자면 48프레임이라는 기술의 사용이나 구현 기술에 있어서 아직 완성형은 아니라고 보았을 때, 당장 '호빗'의 속편 들에서는 지금보다는 좀 더 이 기술을 (혁신적이더라도) 자연스럽게 영화라는 장르에 안착 시키는 발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다. 이번 '호빗 : 뜻밖의 여정'의 활용에서는 CG가 사용된 장면들에 있어서 실사와의 결합이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이 더 도드라지기도 했는데, 이런 부분들도 앞으로는 개선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생각되기에, 기술적 측면에서는 속편이 더 기다려지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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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의 등장은 그 자체로 반가움이었다. 골룸의 연기력은 그 어떤 배우보다도 훌륭하기 때문)



결론적으로 피터 잭슨의 '호빗 : 뜻밖의 여정'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팬으로서 반가움과 아쉬움이 동시에 드는 작품이었다. 반가움의 측면이 나쁘지는 않지만 너무 직접적이었던 경우는 반감이 커지는 경향이 있었으며, 조금은 더 새로운 시도를 해보았으면 하는 바램을 남기기도 했다. 48프레임이라는 새로운 영상은 분명 호불호가 갈릴 수 밖에는 없는 점이 아니었나 싶다. 이번' 호빗 : 뜻밖의 여정'만 놓고 보면 48프레임의 활용이 아직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피터 잭슨과 제작진이 속편 들을 통해 이 새로움을 조금은 더 자연스럽게 녹여 내리라 한 번 더 기대해 본다. 



1. 문제가 되었던 국내 아이맥스 HFR 3D 상영관의 싱크 문제는 해결이 된 것 같더군요. 상암 CGV에서 보았는데 전혀 문제점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2. 2회차 관람은 HFR 3D Atmos 관으로 할 작정입니다.


3. 예전에 원작 소설을 읽었었는데 당시는 잘 집중하고 읽지 못했는데, 이제 다시 한 번 읽어 보려구요. 어렴풋한 기억만 떠올려보아도 원작과 다른 부분들이 제법 있었던 것 같네요.


4. 어쨋든 중간계는 매력적인 곳이에요. 남은 두 작품을 통해 피터 잭슨이 다시 한 번 이를 입증 시켜주길 기대해봅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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