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소녀들 (Dupa dealuri, 2012)

작지만 커다란 신념의 충돌



전작 '4개월, 3주… 그리고 2일'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크리스티안 문쥬의 신작 '신의 소녀들'을 보았다. 이전 '4개월, 3주… 그리고 2일'은 개인적으로는 크게 와 닿지는 않는 작품이었는데, 작품 자체가 갖고 있는 이야기 만으로는 조금 부족했었고 그 배경에 깔린 실제의 이야기를 알아야만 좀 더 곱씹어 볼 부분이 많은 작품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작품 '신의 소녀들' 역시 실화인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전작보다는 오히려 영화가 담고 있는 이야기 만으로도 부족함이 없어 감상하기에는 어렵지 않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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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 영화를 헐리웃에서 만들었더라면 배경이 된 수도원과 이를 이루는 신부님과 수녀들의 이미지를 좀 더 비밀스럽게 묘사해서, 마치 비밀 종교 단체의 맹목적인 신앙으로 인한 어떤 행위나 그 이미지 자체에 더 집중했을 테지만, 크리스티안 문쥬는 이렇게 겉으로 드러나는 공포보다는 오히려 각기 다른 신앙 혹은 가치관의 충돌로 인해 벌어지는 하나의 사건을 두고 시종일관 건조하고 관조 하는 시선을 보여주며, 더 섬뜩한 공포와 이 충돌 자체에 대한 더 깊은 화두를 던지고 있다.


어린 시절 고아원에서 함께 자란 알리나와 보이치타. 일을 한다며 독일로 떠났던 알리나는 수도원에서 지내고 있는 보이치타를 데려가기 위해 루마니아로 돌아온다. 하지만 수녀로서의 삶을 살고자 하는 보이치타는 돌아가기를 거부하고, 이런 보이치타를 데려가기 위해 알리나도 수도원에 머무르게 되면서 수도원과 알리나 그리고 보이치타 사이에 결코 작지 않은 충돌이 생겨난다.


사실 현재는 냉담 중이기는 하지만 카톨릭 신자로서 완전히 객관적인 입장에서 알리나와 수도원을 바라볼 수는 없었다. 쉽게 말해 수도원의 가치관에 좀 더 자연스레 힘을 주어 볼 수 밖에는 없었는데, 그럼에도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가치관의 충돌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알리나의 행동은 그 자체로 짜증을 불러내는 것이기도 했지만, 그로 인해 수도원에서 행한 엑소시즘은 짜증 정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종교나 신앙을 넘어서서 일종의 '맹목'이 가져온 소름 끼치는 공포였기 때문이다. 크리스티안 문쥬는 관찰자의 입장을 취하고는 있지만 어쩌면 극 중 보이치타처럼 스스로의 객관성에서도 흔들리고 있는 것 같다. 아니면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가치관의 충돌에 집중하면서 맹목의 공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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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시선이 더 선명해지는 것은 영화의 말미 수도원을 나와 병원 그리고 경찰차 등 바깥 세상으로 나왔을 때다. 수도원 내부에 있을 때는 엑소시즘까지는 몰라도 분명 알리나에게도 절반의 문제가 있다고 느낄 정도로 팽팽한 가치관의 대립이 있었는데, 수도원을 나와 일반 사회의 거울에 비춰본 이 둘의 대립은 사실 너무 나도 확연한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정반대의 생각도 해보게 되었는데, 만약 보이치타가 독일에 와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면 이 같은 가치관의 대립을 묘사하기 어렵고 아마도 보이치타로 대표 되는 맹목적인 신앙이 더 문제시되 보일 수 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알리사가 수도원에 들어가서 겪는 일을 그림으로서, 그리고 그 가운데에 관객이 더 마음이 쓰이는 보이치타를 배치함으로서 이 수도원의 입장에 조금이 나마 공감대를 심어줄 수 있는, 그러니까 이들이 애초부터 잘못된 생각에 사로잡힌 그릇된 이들이 라기 보다는 신념을 넘어서 맹목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지 못할 정도로 고립된 존재 들이라는 것이 더 선명해졌다는 얘기다.


물론 이 이야기는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으므로 저런 작법에 의해 '만들어진' 이야기는 아니지만, 결론적으로 영화만 놓고 보았을 때는 크리스티안 문쥬의 선택이 효과적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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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소녀들'은 긴 러닝 타임 동안 가치관의 충돌을 서서히 묘사하는 것 가운데 내 안에 존재할지 모르는 또 다른 맹목과 조용히 싸워야 했던 작품이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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