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블리비언 (Oblivion, 2013)

기억이라는 것의 존재



이 작품을 연출한 조셉 코신스키의 전작이 '트론'이라는 것도 모른 채, 그저 톰 크루즈 주연의 SF 영화라는 정보 만으로 보게 된 '오블리비언 (Oblivion, 2013)'은 괜찮은 SF 영화였다. 일단 전작 '트론'과 마찬가지로 미래 다운 디자인과 컬러로 표현된 이미지들을 아이맥스의 꽉 찬 스크린을 통해 감상하는 것 만으로도 눈요기는 충분한 작품이었다. 여기에 '드론'과 주인공이 타는 비행체 등의 곡선 디자인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 이런 디자인 적인 측면 만큼이나 심오한 주제를 다루고 있으나 그 깊이가 충분하지 못한 것은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그 반대로 '오블리비언'이 던진 화두는 그 자체로 흥미로운 것이었다. 바로 기억에 관한 것 말이다.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오블리비언'을 보다 보면 여러 SF 영화들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데, 사실 이런 경향은 단지 이 작품만의 특성이라기 보다는 근래의 SF 영화들에서 전반적으로 발견되는 경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즉, 작정하고 새로운 것 만을 보여주겠다고 나서는 영화가 아니라면 무엇을 이야기하든 거의 기존 SF 명작들이 다루었던 주제나 설정 등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결국 어떤 주제를 다룰 때 그 깊이가 남다르거나, 시각적으로 압도해야만 더 매력적인 SF 영화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오블리비언'은 후자는 충분히 만족스러웠으나 전자는 그 가능성 만을 던져 놓은 작품이라 해야겠다. 그래서 인지 영화가 다 끝나고 나서, 분명히 모든 이야기를 다 마무리 했음에도 속편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 들 정도였는데,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가 다루려 했던 '기억'에 관한 시선은 제법 흥미로운 것이었다.



(아래 단락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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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블리비언'의 스토리는 크게 새로울 것은 없다. SF 영화를 여럿 본 관객이라면 다음을 유도하는 카메라 앵글만 봐도 '아, 다음은 어떻게 되겠구나'라고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을 정도다. 톰 크루즈가 연기한 잭 하퍼의 이야기가 전개될 수록 잭 하퍼가 본인이 아닐 수 있겠다는 예상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데, 이 영화가 좀 더 흥미로웠던 것은 바로 그 다음이었다. 이미 복제된 존재가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고민한다거나 혹은 그 존재의 가치에 대해 화두를 던지는 것이 대부분인데, '오블리비언'은 진짜와 가짜에 대한 상대적인 논의보다는 무엇이 진짜를 진짜 답게 만드는 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영화가 선택한 조건은 바로 '기억'이다. 만약 일반적인 경우라면 오리지널과 복제된 존재 간의 공통점 혹은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하겠지만, '오블리비언'에는 오리지널이 현존하지 않는 다는 것, 그래서 복제된 가짜들만 존재한다는 것이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런데 관객은 처음부터 이 가짜에게 공감대를 느끼며 영화를 따라왔기에 나중에 등장한 가짜 잭 하퍼와 달리, 이 가짜를 사실상 오리지널로 판단하게 된다. 그런데 재밌는 건 이렇게 깨어있는 존재가 영화 초반부터 등장한 잭 하퍼 뿐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영화는 말미에  '내가 바로 잭 하퍼다'라고 말하는 또 다른 잭 하퍼를 완전히 인정해 버린다. 즉,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같지만 다른 존재 들을, 명확히 같은 진짜의 잭 하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 지점이 이 영화에 가장 흥미로운 점이자 가장 아쉬운 점이기도 했는데, 이렇게 다른 복제 된 존재를 또 다른 존재가 아닌 복제된 오리지널과 동일한 진짜로 인정할 수 있다는 영화의 선택은 몹시 흥미로운 것이지만, 이런 흥미로움을 더 깊이 있고 매력적 이게 표현해 내기엔 부족했던 영화의 깊이 때문에 아쉬움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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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민감하거나 철학적으로 여지가 있는 스토리는 드라마 장르보다도 더 치밀한 구성을 요구하게 되는데, 그런 면에서 '오블리비언'은 세심한 작품은 아니다. 디테일 한 퍼즐 맞추기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보다는, 눈길을 확 잡아 끄는 디자인과 스케일 그리고 분위기로 느슨하게 전개되는 영화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마지막 내내 간직하고 있던 비밀이 한 번에 풀려 버릴 땐 시원함 보다는 소소한 해소만이 느껴질 뿐이다. 그렇다고 액션이 강조된 영화도 아니라 조금은 어중간한 느낌도 있는데, 그런 면에서 감독의 전작인 '트론'이 겹쳐지는 면도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오블리비언'은 괜찮은 SF영화였다. 더 심오할 수도, 더 박진감 넘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과 매력이 동시에 느껴졌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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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인적으로는 알렉스 프로야스가 연출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2. 이 영화가 매력적인 첫 번째 이유는 역시 톰 크루즈.

3. 극 중 잭이 몰던 비행체는 모형이 나오면 하나 구입하고 싶을 정도. 물론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나온다면 가격이 문제겠지만요;;

4. '장고'에 이어 연이어 보게 된 조이 벨도 반가웠고, '왕좌의 게임'에 킹슬레어 니콜라이 코스터-왈다우도 반가웠어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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