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폴리스 (Cosmopolis, 2012)
직접적인 자본주의의 허상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신작 '코스모폴리스 (Cosmopolis, 2012)'를 보았다. 이 작품은 크로넨버그의 신작인 동시에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유명한 로버트 패틴슨의 주연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인데, 처음엔 '어? 크로넨버그 영화 같지 않은데?'라고 생각했다가 후반부로 갈 수록 '역시 크로넨버그 영화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작품이었다. 돈 드릴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야 알게 되었는데, 왜냐하면 이 영화는 당연히 근래 월가에서 일어난 1 vs 99의 시위에 영향을 받아 쓰여진 시나리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 드릴로의 원작은 무려 10년 전에 이 일을 마치 보고 쓴 것처럼 정확하게 예상했고, 크로넨버그는 이 이야기를 제한적이지만 심플하고 강렬하게 만들어 냈다.



ⓒ Alfama Films. All rights reserved


로버트 패틴슨이 연기한 에릭 패커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본을 다루는 월가의 최고 부자이자 거물인데, 이 영화는 그의 짧은 하루를 그대로 따라간다. 영화의 주된 공간은 에릭 패커가 하루 종일 머무는 그의 리무진이 배경이 된다. 에릭 패커는 하루 종일 자신의 요새와도 같은 리무진 안에서 자신의 일을 맡고 있는 주요 담당자들을 만나게 된다. 회계전문가, 투자전문가, 경제전문가, 큐레이터, 보디가드 등 그가 만나는 한 명 한 명은 마치 각각의 에피소드들처럼 느껴진다. 혹은 각각의 세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그 세계는 에릭 패커로 대표 되는 거대한 자본주의의 영향력 안에 존재한다. 사실 이 영화에서 에릭 패커의 위안화 투자가 성공하는지 실패하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에릭 패커는 리무진 밖에서 엄청난 폭동이 일어나고, 자신의 전문가들이 사업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 혹은 조언을 하는 과정 속에서도 섹스 혹은 전혀 다른 것들에 대한 관심 뿐이다. 영화는 이렇게 에릭 패커가 놓여있는 세계와 그가 관심을 갖고 있는 또 다른 세계를 교차하여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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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영화의 후반부가 너무 직접적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직접적인 것으로 인해 이것이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현실이라는 점을 더 피부로 와 닿게 만들기도 하지만 (월가 시위 이후 이 영화를 영화로만 보는 사람은 아마 없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후반부 폴 지아마티가 연기한 캐릭터와 에릭 패커의 긴 대화 시퀀스는 어쩌면 영화라기 보다는 다큐멘터리에 가깝게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다른 면에서 보자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지만 깊게 생각해보지 못한 '자본주의'라는 것에 대해서 오랜 시간 기회를 갖고 논의하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최상위 계급에 위치한 자와 최하위 계급에 위치한 자가 논하는 이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과연 자본주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를 떠올려 보게 하는 흥미로운 대화 시퀀스였다.



ⓒ Alfama Films. All rights reserved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크로넨버그 영화답지 않다고 여겼다가 다시금 의견을 바꾸게 된 것은 바로 그 직접적인 방식 때문이었다. 그리고 본격적이진 않았지만 육체를 다루고 바라보는 방식에서도 역시 크로넨버그를 느낄 수 있었다. 한 동안 '폭력'이라는 것에 집중했던 크로넨버그는 어쩌면 또 다른 폭력일지도 모를 '돈'과 '자본주의'에 대해 이번에는 전혀 비 폭력에 가까운 방식들로 묘사하고 있다.


방아쇠를 당겼는가 그렇지 않는 가는 중요하지 않다. 방아쇠를 당기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 건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이다.



1. 로버트 패틴슨의 출연 사실만 알았던 터라, 한 명 한 명 등장하는 배우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더군요. 줄리엣 비노쉬, 사만다 모튼, 폴 지아마티, 마티유 아말릭까지. 워낙 쟁쟁한 배우들이 짧게 짧게 등장하는 터라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작은 하나의 에피소드들처럼 더 느껴졌던 것 같네요.


2. 로버트 패틴슨은 차기작도 크로넨 버그의 영화에 출연이 확정되었다던데, 비고 모르텐슨 이후 크로넨버그의 페르소나로서 얼마나 성장할지도 기대됩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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