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P.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배우라는 이름이 가장 잘 어울렸던 이

선과 악, 강함과 부드러움을 모두 가졌던 배우



설 연휴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의 복귀를 막 준비하던 이른 아침, 폴 워커를 잃은 지도 얼마 되지 않은 이 때에 또 다른 비보가 들려왔다. 바로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사망 소식이었다. 뉴욕의 자신 소유 아파트에서 죽은 채 발견 된 그의 사망 이유는 약물과다인 것으로 현재 추정되고 있다. 이제 그의 나이는 겨우 46이었다.


그의 존재를 처음 제대로 인식한 것은 폴 토마스 앤더슨의 1997년 작 '부기 나이트 (Boogie Nights)' 부터 였던 것 같다. 그 이전 영화들에서도 자주 얼굴을 만날 기회는 종종 있었는데, 얼굴과 이름을 처음으로 매치시킨 작품은 '부기 나이트'였다. 이후 그는 폴 토마스 앤더슨의 페르소나로 그의 작품에서 자주 만나볼 수 있었다.




화려한 캐스팅과 폴 토마스 앤더슨이라는 감독을 더 많은 영화 팬들에게 깊게 각인시켰던 작품인 '매그놀리아 Magnolia, 1999)'에서의 그의 연기는, 톰 크루즈가 연기한 캐릭터처럼 돋보이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그 공간과 하나가 된 것처럼 느껴지는 연기였으나, 확실히 '부기 나이트' 이후 '매그놀리아'를 인상 깊게 보게 되면서 그의 얼굴을 더 자주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이후 2000년 카메론 크로우의 '올모스트 페이머스 (Almost Famous)'와 2002년 또 한 번 폴 토마스 앤더슨과 호흡을 맞춘 '펀치 드렁크 러브 (Punch-Drunk Love)'를 거치며, 그의 얼굴과 이름은 영화 팬들 사이에서 점점 더 익숙하고 안정감을 주기 시작했다.




다우트 _ 신앙과도 같은 의심의 나약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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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이 때까지만 해도 항상 조연으로 머물러 있던 그가 단숨에 더 큰 주목을 받게 된 작품은 누가 뭐래도 2005년작 '카포티 (Capote)' 일 것이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모두 석권하면서 명실공히 명배우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는데, 그의 연기를 계속 보아왔던 영화 팬들 입장에서는 특별히 놀랄 일은 아니었을 정도로, 그는 이미 준비된 배우였다. 실존 인물 트루먼 카포티를 연기한 필립 시모어 호프만은 메소드 연기의 정점을 보여주며, 영화 자체보다도 이를 연기한 배우인 그가 더 주목 받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_ 외로운 시대, 외로운 가족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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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헐리웃의 주목 받는 연기파 배우로 당당히 이름을 올린 그는 시드니 루멧 감독의 유작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Before the Devil Knows You're Dead, 2007)'에서 또 한 번 무게감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였으며, 2008년 메릴 스트립, 에이미 아담스와 함께 연기한 '다우트 (Doubt)'를 통해 다시 한 번 그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특히 '다우트'는 캐스팅 소식이 알려진 순간부터 엄청난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었는데, 메소드 연기에 둘째가라면 서러울 메릴 스트립과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이 함께 출연한다면 어떤 연기를 펼칠지 두려움이 들 정도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우트'를 보고 나서 썼던 글을 보면 이 두 배우가 함께 등장해 연기를 펼치는 장면을 두고 액션 영화의 '결투 (Duel)' 장면 못지 않은 긴장감과 치열함, 압도됨을 느낄 수 있었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었는데, '다우트'는 연기라는 것의 맛을 최대한으로 느낄 수 있는, 그여서 가능한 작품이었다.




시네도키, 뉴욕 _ 외로운, 위로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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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카우프만의 감독작 '시네도키, 뉴욕 (Synecdoche, New York, 2008)'도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그 해 가장 좋은 작품 중 하나였던 이 작품에서 호프만은 노인 역까지 소화해 내는 등 카우프만의 복잡한 각본을 연기력을 통해 비교적 자연스럽게 소화해 냈다. 이 후 한 동안 그의 작품을 보지 못하다가 2011년 브래드 피트의 주연작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머니볼 (Moneyball)'에서 비교적 적은 분량인 오클랜드 팀 감독 역할을 맡았는데, 사실 생각보다 분량이 적어 놀라기도 했었다. 솔직히 '머니볼'에서 그가 연기한 캐릭터는 반드시 그여야 할 만한 이유가 있는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팬으로서 오랜만에 그의 모습을 짧게 나마 볼 수 있어 반가웠던 작품이었다. 그리고 2006년 작 '미션 임파서블 3'를 비롯해 '헝거게임 : 캐칭파이어'에도 출연 하는 등 액션 블록버스터에도 출연하는 조금은 의외의 모습도 만나볼 수 있었다. 이번 그의 사망 기사에도 많은 대중들이 그를 '헝거게임'으로 기억하는 것도 개인적으론 조금 이색적인 풍경이었다.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을 마지막으로 극장에서 본 건 폴 토마스 앤더슨의 무시무시한 영화 '마스터 (The Master, 2013)'였다. 메릴 스트립과 호흡을 맞췄던 '다우트'와는 조금 다른 의미로 호아킨 피닉스와 함께 연기한 '마스터'는 영화도 배우도 연기도 실로 무서운 작품이었다. 역시 표면적으로 강렬하고 압도하는 것은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한 캐릭터였지만, 이를 받쳐주는 것 이상으로 더 큰 아우라를 발산한 것은 다름아닌 호프만이 연기한 마스터였다.




편히 잠들길...



너무 급작스러운 죽음이고 이별이라 아직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그의 죽음이 가장 슬픈 사람 중 한 명은 폴 토마스 앤더슨이 아닐까 싶다. 아직도 보고 싶은 그의 연기와 영화들이 많은데 너무 일찍 우리 곁을 떠나버렸다.


Rest in Peace.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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