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지 오브 투모로우 (Edge of Tomorrow, IMAX 3D, 2014)

켠 김에 왕까지



톰 크루즈와 에밀리 블런트 주연의 또 다른 SF액션 영화 정도로 생각했던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아주 구체적으로 게임을 영화화 한,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FPS게임을 진행하는 프로세스를 그대로 영화화 한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흔히 게임을 영화화 했다고 하면 게임의 배경이 되는 내용이나 그 스토리를 그대로 영화화 한 경우를 떠올릴 수 있겠는데,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경우는 이와는 달리 1인칭 슈팅 게임인 FPS 게임을 유저가 실제로 플레이하는 과정 그 자체를 영화로서 풀어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간 여행의 개념이 아닌 리스폰, 혹은 리플레이의 개념으로 풀어낸 흥미로운 아이디어였다.



ⓒ Village Roadshow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주인공인 빌 케이지 (톰 크루즈)는 외계인과의 전투 중 우연히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갖게 되어 매일 같은 하루를 살게 된다. 이런 비슷한 설정의 영화로는 빌 머레이 주연의 '사랑의 블랙홀 (Groundhog Day, 1993)'을 떠올릴 수 있겠는데, 이 작품은 정확히 타임 루프라는 설정을 가져온 작품인 반면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타임 루프라기 보다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으로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즉,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중요한 것은 매일 반복되는 하루를 주인공이 어떻게 다르게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매일 반복됨으로 인해 오늘은 가지 못했던 그 다음을 조금씩 계속 전진해 간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것은 정확히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식과 겹쳐진다.



ⓒ Village Roadshow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사실 게임을, 특히 FPS 싱글 모드를 한 번이라도 플레이 해 본 이들이라면 영화 속 케이지의 이야기가 너무 쉽게 받아들여 졌을 것이다. 유저의 성향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만 게임이 익숙해 졌다고 생각될 때, 노멀 난이도가 아닌 극한의 난이도로 싱글 모드를 다시 플레이 해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땐 정말 수십번을 반복하고 여러 날을 같은 에피소드를 반복해서 플레이하게 되는 일이 많다. 사실 게임은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보여지는 현실보다 더 어려운 경우인데, 근래의 FPS 게임들은 영화의 경우와는 달리 반복할 때마다 정확히 100% 그대로의 상황이 구현되지는 않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플레이를 해야 만이 여러가지 경우에 미리 대처할 수 있는 편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크게 공감하게 되었던 순간은 케이지가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생각에 포기하려고 하는 순간이었는데, 게임으로 따지자면 이른바 패드를 던져버리고 싶은 순간이 떠올라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또한 수십 번을 반복한 탓에 더 이상은 시도해 볼 것이 없다고 생각되던 순간, 우연한 실수 혹은 시도가 드디어 다음으로 넘어가는 계기가 되는 순간의 쾌감도 영화의 전개에서 그대로 만나볼 수 있었다.



ⓒ Village Roadshow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이 반복되는 게임 설정에 집중하고 있다보니 몇 가지 제한된 부분들도 있었는데, 지구를 지배하려는 외계인들의 설정이나 이에 대응하는 최첨단 수트를 기반으로 한 병기들의 활용 등도 딱 필요한 만큼만 노출될 뿐 추가 설명이나 활약상은 제한적인 편이라 조금은 아쉽기도 했다. 아마도 이 내용이 실제 게임이었다면 좀 더 자세한 배경이나 활용이 가능했지 않았을까 싶다.


결과적으로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영화 속 주인공인 케이지 입장에서는 리스폰 될 때마다 세이브 된 상태에서 다시 시작되는 형태이긴 하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영화 시작과 동시에 플레이를 시작해 최종 보스 전까지 한 숨에 달려야 하는, 즉 켠 김에 왕까지 깨버리는 그런 영화였다. 그래서일까. 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혼자서 고약한 생각을 했다. 맨 마지막 장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되는 하루에 케이지가 '아 몰라, 이제 안해안해'하고 손사래를 치면서 허무하게 끝나는 그런 엔딩. 아니면 '아놔, 저장 안했네'하며 황당하게 끝나는 그런 엔딩. 그랬다면 정말 극장에서 환불 소동 벌어졌으려나. 고약한 상상이네.



1. 게임의 세계관과 외계인 등 설정을 보니 자연스럽게 몇 년 전 참 재미있게 했던 게임 '기어즈 오브 워'가 떠오르더군요. 여러가지로 겹쳐요.


2. 톰 크루즈 주연 영화를 소개할 때 마다 하는 얘기지만, 이 영화 역시 관객을 이끄는 요소 중 절반 이상은 톰 크루즈라는 배우의 힘이죠. 톰 아저씨가 하면 모든지 그럴싸 합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Village Roadshow Pictures 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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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ll You Need is Kill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화를 1인칭슈팅게임에 적용하여 해석한점이 참 흥미롭네요. 어쩌면 원작자 역시 같은 맥락으로 소스를 잡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글쓴분께서도 아시겠지만 이 영화는 일본의 라이트노블(읽기쉬운 가벼운 소설정도?)이 원작이고, 지금은 간츠로 유명세를 떨친 만화가가 연재를 하고 있는중입니다.(어쩌면 지금쯤은 연재가 끝났을수도...)
    네이버 영화에서 제공하는 동영상이 디테일하고 많아서 마치 영화한편을 다 본듯.... 극장관람은 못했지만 블루레이라도 꼭 가지고 싶은 타이틀이네요.

    2014.06.15 22:58
  2. SJ  수정/삭제  댓글쓰기

    윗분이 말씀하신대로..All you need is Kill 이라는 라이트 노블 원작에 이미 연재가 완료된 만화도 있는 작품입니다.
    이유는 알수 없지만..일본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는 원작을 보이지 않고 엣지 오브 투머로우 라는 제목으로 (미국 포함)으로만 발표되었기 때문에..저작권에 관해 심히 의심해 보는 작품입니다. (만화 연재작에서 보면 라이트 노블 원작자와 만화의 작화를 담당했던 만화가, 그리고 편집자 등등이 영화 제작현장에 초대되어 톰크루즈와 인사를 나눴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영화는 만화나 소설 원작에 비해 상당히 실망스러운 작품이라고 보여집니다.
    사실 소설도 만화도 둘다 내용면으로 긴 장편이 아니기 때문에 (만화는 17화 에서 종료 된..약 300여 페이지의 짧은 단편적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대로 영화화 한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지만..누가 손을 댄 건지 스토리 라인의 각색은 매우 좋았던..그리고 논리적이었던 스토리 라인을..그냥 말도 안되게..아쉬타카님의 평처럼 켠김에 왕까지 같은 느낌으로 날려 먹어버린 것입니다....솔직히 많이 실망했습니다..스토리 라인도 대충 러브 스토리인양 얼버무린 점도 무리였고...저는 솔직히 원작을 읽어본 입장에선 극장에서 보는건 비추합니다..

    2014.08.01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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