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 (Dawn of the Planet of the Apes, 2014)

유인원이기에 힘을 갖는 영화


루퍼트 와이어트의 2011년 작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은 수 많은 리부트 작품들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작품이었다. 다시 이야기의 처음으로 돌아가 시저라는 유인원 캐릭터를 완벽하게 공감가도록 만들어 낸 동시에, 이 시리즈 전체가 갖고 있는 문제의식 역시 도출해 낸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루퍼트 와이어트의 손을 떠나 맷 리브스가 맡게 된 속 편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은 전작의 이야기를 그대로 승계한 동시에 시저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본격적으로 활용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전 작에서 'No!!'라는 시저의 한 마디가 강렬하게 가슴을 때렸다면, 이번엔 거의 초반 부에 말을 할 수 있는 시저의 모습과 더 나아가 인간 세계처럼 집단을 이루고 발전한 유인원 세계를 보여주며, 좀 더 집단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 Chernin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앞서 말했다시피 전 작에서는 시저가 말을 한 마디 하게 된 것이 엄청난 임팩트가 있었을 정도로, 동물로만 여겨졌던 침팬지가 인간에 가까운 유인원이 되어 감정을 나누는 과정을 그렸다면, 이번 속 편에서는 그로부터 거의 10년의 세월이 지난 뒤 자신 만의 세력은 물론 의사 소통과 사회를 이룬 시저와 유인원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와는 반대로 바이러스로 인해 멸종에 위기에 처한 인간 세계도 다른 한 편으로 등장한다. 사실 '반격의 서막'의 줄거리는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전형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전혀 다른 경쟁과 적대 관계의 두 세계가 등장하지만, 그 각각에는 서로를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캐릭터들이 있고, 이를 못 마땅해 하는 캐릭터 역시 각각 존재하며, 뭔가 잘 해보려고 할 때 이 캐릭터들이 문제를 일으켜 결국 더 큰 사건과 사고로 이어져 버리는 과정을 그린다. 그리고 그 사이에 각각의 가족에 관한 설정 역시 존재한다. 전개는 물론 끝날 때 까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대로 흘러가지만, 그럼에도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은 지루하지 않고 흥미로운 편이다. 그 이유는 이 한 편의 주인공이 바로 유인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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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관객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인간의 시점에서 바라볼 수 밖에는 없을 텐데, 그런 측면에서 유인원인 시저에게 느끼는 감정은 정확히 공감이라고 하기 보다는 동정에 가까울 수 있을 것이다. 즉, 극 중에서 시저는 유인원들이 인간보다 우월하다고 믿고 있지만, 관객인 우리가 보기에는 시저가 대단하기는 하지만 그건 유인원으로서 대단하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앞서 말한 전형적인 전개와 구성은 이 영화에 큰 단점이 되지 못한다. 이 영화는 전형적인 감정선들이 주된 테마를 이루고 있지만, 이를 수행하는 캐릭터들이 바로 유인원들이기 때문에 (아직은) 특별한 감정을 느낄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실제로 전 편에서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 (아마도, 내가 침팬지를 보고 반할 줄이야 라고 했던...)로 등장한 시저의 연속되고 더 강해진 카리스마는 그가 인간과 유사하면서도 다른 존재이기 때문에 더 임팩트있게 느껴지는 부분이었으며, 더더욱 전형적이었던 시저와 아들의 관계 역시 감정이 동했던 건, 아들의 그 눈빛이 정말로 묘하게 감정을 흔드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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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만약 이 영화가 '혹성탈출' 아닌 다른 작품의 속 편이었다면 (물론 그렇다면 전 작도 달랐겠지만) 조금은 실망한 작품이 되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시저와 유인원 무리들의 이야기는 흥미로웠으나 그의 반해 말콤이 주가 된 인간들의 이야기는 크게 어필하지 못하였으며, 사실상 매력을 어필할 충분한 기회도 제공되지 못한 편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균형이 맞지 않아도 괜찮았던 건,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아직은' 이 시리즈가 유인원을 주인공으로 했다는 이유(매력) 자체만으로 충분히 즐기고 감동할 만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의 엔딩을 보아 이 시리즈는 또 다른 속편을 암시하고 있는데, 속편에서는 단순히 이러한 기본 매력만 가지고는 버티기 힘들 것 같다는 예상도 해보게 되었다. 시저는 분명 매력적인 캐릭터이지만 세 편 연속으로 주 된 롤을 맡기엔 힘에 부칠 것 같다는 생각. 그래도 속편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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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간들과 유인원들의 관계를 보면서, 미국인 개척자(혹은 침략자)들과 인디언들의 관계도 떠오르더군요.


2. 재미있는 건 이번에는 시저의 얼굴을 처음 스크린으로 본 순간, 앤디 서키스의 얼굴이 그냥 연상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보였다는 점이에요. 그의 표정 연기와 그 과정을 담은 메이킹 영상을 워낙 많이 봐서 그런지, 시저의 얼굴에서 앤디 서키스의 얼굴이 그대로 보이더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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