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수 파트 2 (寄生獣 PART2, 2015)

인간으로 살아남는 법



'바람의 검심'에 이어 코믹스 혹은 애니를 원작으로 하는 실사 영화들의 약진을 이어갔었던 '기생수'의 속편은, 원작에서 보여준 무거운 주제는 물론 실사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액션의 쾌감을 선사해야 하는 두 가지 미션을 지닌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미 전 편의 글에서도 얘기했다시피, 원작이 갖고 있는 화두의 깊이를 두 편의 (그것도 액션이 주가 될 수 밖에는 없는) 실사 영화로 표현하기엔 애초부터 무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 그렇다면 밸런스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가 이 작품 '기생수 파트 2'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다. 아, 물론 원작의 팬으로서 '그 정도로 취급될 수는 없었던' 장면들에 대한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지만.



ⓒ 판씨네마(주). All rights reserved


개인적으로 '기생수' 원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파트는 타미야 료코가 중심이 된 공원 시퀀스와 시청을 배경으로 한 작전 시퀀스 (정확히 말하자면 그 연설 장면), 그리고 마지막 오른쪽이와 신이치의 관계에 관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세 가지 파트는 '기생수'라는 작품을 이야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핵심 가치가 담긴 파트로, 앞선 두 시퀀스는 기생수라는 제목을 통해 작가가 사회에 던지고자 했던 질문이 직접적으로 담겨있어 이 작품의 평가 가치를 여러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중요한 지점이며, 마지막 시퀀스는 어쩌면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했던 '울컥' 포인트였기 때문이다.


사실 이 가치들을 제대로 표현해 냈느냐 라는 질문에 대해 예, 아니오로만 답해야 한다면, 아니오라 해야 할 것이다. 타미야 료코의 대사 하나 하나가 작품의 핵심을 꿰뚫고 있는 공원 시퀀스는 그 자체로는 그다지 나쁘지 않았으나, 급한 전개 탓에 공감대가 아직 다 형성되지 않은 채 급작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마 영화로 처음 접하는 관객들이라면 타미야의 고뇌를 이루다 공감하긴 어려웠을 듯). 개인적으로 이 시퀀스를 그래도 살려 낸 건 타미야 역할을 맡은 후카츠 에리의 연기력 덕분이 아니었나 싶다. 



ⓒ 판씨네마(주). All rights reserved


두 번째 중요 포인트인 시청 진압 작전은 애니메이션으로 보았을 때 액션 측면에서 상당히 긴장감 넘치고 손에 땀을 쥐는 구성이 돋보였던 시퀀스였는데, 이 작품에선 역시나 조금 급하게 처리 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 시퀀스의 묘미는 기생 생물 입장에서 정체가 탄로나느냐 마느냐의 긴장감 + 기생 생물이 언제 어디서 공격해 올지 모르는 가운데 어두운 복도를 나아가는 공포감인데, 이 두 가지가 조금은 밋밋한 느낌이었다).


시청 시퀀스에서 가장 포인트라면 시장의 연설 장면을 들 수 있을 텐데, 이 역시 이 시퀀스 자체가 아쉬웠다기 보다는 이 연설 장면 전까지 끌고 오는 데에 있어 긴장감이나 설득력이 부족했기에, 마지막 순간의 임팩트가 덜했다고 봐야겠다. 애니메이션을 볼 때 이 장면은 어지간한 반전 영화에 버금가는 반전으로 충격과 동시에 작품이 갖고 있는 주제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었는데, 영화에서는 너무 급하게 그려진 측면을 지울 수가 없었다.



ⓒ 판씨네마(주). All rights reserved


마지막 오른쪽이 (아무래도 미기가 더 입에 달라 붙는다;)와 신이치의 관계에 대한 부분은, 원작을 볼 때 '어?...어??'하며 나도 모르게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울컥해서 당황스럽기 까지 했던 장면이었는데, 원작을 볼 때의 잔상이 깊게 남아있던 탓인지 이번 작품에서도 이 장면은 여전히 짠했다. 이건 다른 얘긴데 '기생수' 실사 버전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오른쪽이의 목소리였다. 애니메이션에서의 목소리가 정말 강렬했고 차분하면서도 냉정함이 엿보이는 음성이었기 때문인데, 영화 버전의 목소리는 그 차분함이 부족하고 중성적인 맛이 없어서 조금은 심심하게 느껴졌다. 애니메이션 속 오른쪽이의 목소리는 정말 기생 생물 목소리 같은데, 영화 속 목소리는 그냥 친구 목소리 같다고나 할까.



ⓒ 판씨네마(주). All rights reserved


아쉬운 점을 늘어 놓기는 했지만 영화로 만난 '기생수'는 글 서두에 언급했던 '바람의 검심'과 더불어 꽤 괜찮은 실사 화 영화였다. 원작이 그랬 듯 기생 생물을 통해 전해지는 돌직구 질문에 가슴이 턱 하고 내려 앉을 정도로, 답할 수가 없게 만드는 순간은 '기생수' 의 백미라 할 수 있겠다.



1. 오른쪽이 성우와 마찬가지로, 영화가 끝나고 크래딧이 올라갈 때 영화 버전의 엔딩곡이 아닌 애니메이션 삽입곡이 흘러 나왔다면 감동이 배가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이번에도 ㅎ


2. 전반적으로 배우들의 연기가 준수해요. 어쩌면 말도 안되는 설정을 말이 되게 하는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판씨네마(주) 에 있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BLOG main image
the Real Folk Blues
블로그 이사했습니다. realfolkblues.net
by 아쉬타카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840)
개봉 영화 리뷰 (840)
기획 특집 (6)
블루레이 리뷰 (259)
아쉬타카의 Red Pill (23)
음반 공연 리뷰 (229)
애니메이션 영화 리뷰 (66)
도서 리뷰 (15)
잡담 (46)
Traveling (61)
etc (292)
아쉬타카's Blog is powered by Textcube. Designed by Qwer999. Supported by TNM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