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Perfume: The Story Of A Murderer, 2006)

개봉 영화 리뷰 2007. 11. 20. 13:02 Posted by 아쉬타카





향수 (Perfume: The Story Of A Murderer, 2006)
 
내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원작을 읽은지도 참 오래되었다.
꿈 많던 문학소년으로 살던 중학생 시절.
학교 도서실에서 우연히 눈에 띤 <좀머씨 이야기>를 읽고 난 뒤부터
(독서하는 장면은 아마도 '러브레터' 중 창가에 걸터 앉아 책을 읽는
와타나베 히로코를 연상하면 될듯 --;)
그의 완전한 팬이되어 좀머씨 외에 그의 작품인 <향수>와 <콘트라베이스>를
바로 읽어보게 되었다.
 
원작의 영화화에 대한 오랜 구애 끝에 나온 작품이라 그런지,
원작의 내용이 거의 생각나지 않아 새롭게 보기도 한 작품 --;



영화 속 주인공인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가 벌이는 연쇄살인은
사실 그야말로 연쇄살인으로 범죄일 뿐, 용서받을 수가 없는 행동이다.
 
하지만 영화는 이 같은 뻔한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관객들로 하여금 그루누이의 행동에 동의할 수는 없지만, 측은한 마음과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만든다.
 
그루누이 역할을 맡은 벤 위쇼의 선한 눈빛은
그가 계속 살인을 저지름에도 무언가 측은한 마음을 들게 한다.
이것이 이 영화가, 그리고 원작 소설이 갖는 가장 큰 흥미로운 점이라 할 수 있겠는데,
결국에는 모든 것을 이루고, 스스로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
마지막을 맞는 엔딩은 그래서 더 인상적이다.



예전 비디오가게에서 일하던 시절, <롤라 런>은 당시로서 제법 충격적인 기법의 영화였다.
빠른 카메라 편집과 시간 편집, 그리고 인상적인 영상은,
이제와 영화의 내용은 다 기억이 나지 않더라도 그 포스터와 여자 주인공, 그리고 이미지만은
깊게 각인시킨 작품이었다.
 
<롤라 런>을 만든 톰 튀크베어 감독은 이 영화 <향수>에서도 특유의 인상적인 영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아마도 워낙에 유명한 원작 소설을 '드디어' 영화화 하는 것이라
상당한 부담이 있었을텐데, 결과적으로 이 정도면 원작에도 충실하고 영화로서의 장점도
적절히 수용한 결과물이라 하겠다.
 
극을 이끌어가고 있는 벤 위쇼는 물론, 더스틴 호프만이나 알란 릭맨 같은 베테랑 연기자들이
서포트 해주는 연기자들의 열연도 돋보였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듯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 영화화되면서
갖게 되는 부족함을 채워준 것은, 바로 클래식의 영화음악이었다.
 
사이먼 래틀과 베를린 필하모닉이 함께한 영화음악은
그 음악만으로도 인상적이지만, 극의 미묘한 감정과 긴장감을 이어가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향수를 다 보고나서 가장 인상적이고 지워지지 않는 것은
대규모 군중이 운집한 사형장 장면이다.
군중들이 '천사다'라고 외칠 때 거부감이 들지 않았던 건, 나도 영화 속 사람들처럼
그 치명적인 향수의 향을 마치 맡은 것처럼, 영화 속 그루누이가 정말 천사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후에 등장하는 올누드의 군중 씬보다도 바로 앞 선 이 장면이 더 충격적이고
깊은 인상을 주게 만들었다.
아마도 내 인생에서 이 장면은 결코 잊혀지지 않을 장면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올누드의 대규모 군중씬은 '올누드'라서 충격적이었다기보다는,
'대규모'라서 충격적이었다.
 
하도 수불리기 CG에 익숙해진 요즘, CG가 아니라 여러명의 엑스트라들이 참여해
마치 하나의 퍼포먼스를 연상시키는 이 장면은,
영화의 흐름에 젖어있다보니 전혀 선정적이지 않았다.



클라이맥스 부분 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라스트 씬.
나레이션에서도 나오듯이 세상을 지배할 수 있을 정도의 향수를 갖고 있으면서도
본인이 이미 이루고자 했던 바를 다 이루웠음으로,
스스로 마지막을 선택하는 이 장면은, 감각적인 영상과 더불어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스토리와 영상, 음악이 모두 훌륭한 종합예술로서 손색이 없었던 작품.
다시금 소설책을 꺼내 읽어보야야 겠다.
 
 

 
글 / ashitaka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rounyaf.tistory.com BlogIcon 하얀 로냐프강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렇게 좋은 영화의 리뷰에 코멘트가 없네요~

    정말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나네요. 소설의 느낌을 100%, 아니 그 이상 살린 듯한 영화.

    단지 주인공이 너무 잘생겨서 잠깐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ㅋㅋㅋ

    2008.06.19 00:36
    • Favicon of https://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수정/삭제

      벤 위쇼는 <향수>이후 <아임 낫 데어>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주었고, 지금 가장 주목받고 있는 배우이기도 하죠~

      2008.06.19 00:45 신고
    • Favicon of http://rounyaf.tistory.com BlogIcon 하얀 로냐프강  수정/삭제

      아, 아임낫데어에도 출연했나요? 그 영화 보고 싶었는데 아직 못봤거든요~ 그르누이가 그렇게 잘생긴 건 반칙이야, 반칙! ㅋㅋ

      2008.06.19 08:43
    • Favicon of https://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수정/삭제

      그르누이의 이미지가 벤 위쇼로서 너무도 강하게 다가왔죠. 저도 소설을 읽긴 했지만, 벤 위쇼의 그르누이의 이미지는 참으로 강했던 것 같습니다

      2008.06.19 12:29 신고

BLOG main image
the Real Folk Blues
블로그 이사했습니다. realfolkblues.net
by 아쉬타카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840)
개봉 영화 리뷰 (840)
기획 특집 (6)
블루레이 리뷰 (259)
아쉬타카의 Red Pill (23)
음반 공연 리뷰 (229)
애니메이션 영화 리뷰 (66)
도서 리뷰 (15)
잡담 (46)
Traveling (61)
etc (292)
아쉬타카's Blog is powered by Textcube. Designed by Qwer999. Supported by TNM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