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은 대부분의 슈퍼히어로 물이 그러하듯 만화책을 원작으로 영화화되어 인기를 얻으며
시리즈물로 거듭난 작품이다. 코믹스에 원작을 두었다는 것은 다르게 해석해보면 국내보다는
미국 내에서 훨씬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점이기도 하다

(배트맨을 비롯한 ‘슈퍼맨’ ‘스파이더맨’ 등 미국 내에서의 슈퍼 히어로를 그린 코믹스의 인기는,

일반 영화 속에서 가끔 광적으로 만화책에 유난히 집착하는 주인공들을 봐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슈퍼 히어로 장르를 이야기 할 때마다 다른 히어로 캐릭터들과 비교가 빠질 수 없는데,
배트맨은 다른 히어로들과 극을 달리는 캐릭터임으로 비교가 쉬운 편이다.



슈퍼맨은 타고난 능력을 가진 크립톤 행성 출신의 외계인이니 일단 접어두고,
헐크나 스파이더맨은 방사능 노출이나 후천적 사고에 의해 능력을 갖게 된 경우이나,
배트맨은 이들과는 엄연히 다르다. 배트맨에겐 선천적으로 주어진 탁월한 능력도 없으며
후천적으로 얻게 된 능력 또한 없다. 그에겐 오직 부모님께 물려받은 엄청난 재력.
재력을 바탕으로 갖게 된 최첨단의 신형 무기들. 그리고 후천적 트레이닝을 통해
얻게 된 능력 들이 전부이다. 슈퍼 히어로들 가운데에는 가장 일반인스럽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소시민을 대변했던 스파이더맨과는 또 다른 차이가 있는 캐릭터라 할 수 있겠다.



또한 배트맨은 매우 우울하고 슬픈 히어로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살해되는 장면과
동굴에서 박쥐들에게 느꼈던 공포를 바탕으로 분노와 복수심에 시작된 캐릭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그 어떤 캐릭터보다도 그 시작이 중요한 캐릭터가
바로 배트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도 배트맨 시리즈 가운데 최고의 작품으로 인정받는 팀 버튼의 ‘배트맨’과
 ‘배트맨 리턴즈’에서도 배트맨이 어떻게 배트맨이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그리 자세하게 묘사되지는 않는다(물론 비긴즈에도 등장하는 부모님에 살해 장면은 등장하지만,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 이후 갖가지 잡다한 캐릭터들을 등장시킨 ‘배트맨과 로빈’ ‘배트맨 포에버’ 등은
거론할 필요도 없을 듯. 팀 버튼의 배트맨 이후 나왔던 두 편의 배트맨은 연기력, 캐스팅,
작품성 등 모든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작품들이었다.
배트맨 슈트를 아무나 입혀놓는다고 흥행할 수는 없었던 것.



이에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새 천년에 새롭게 시작될 배트맨의 감독으로
워너가 점찍은 감독은 크리스토퍼 놀란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아니지만, 워너 입장에서
배트맨이라는 블록버스터의 감독으로 ‘메멘토’나 ‘인썸니아’에서 연출력을 인정받았던
크리스토퍼 놀란을 선뜻 감독으로 캐스팅하기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듯싶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워너에서 3편과 4편의 실패 요인을 제대로 분석한 처방이었다고 생각된다.
적어도 크리스토퍼 놀란이 만들어내는 배트맨이 화려함에서 뒤 떨어질 것 같은 우려는 할 수 있을지라도,
이야기 구조가 엉성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안 해도 될 테니 말이다. 더군다나 위에서 잠시
언급했던 것처럼 액션의 화려함도 화려함이지만, 배트맨이 어떻게 배트맨이 되었나를 비중 있게
그려내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놀란을 감독 의자에 앉힌 것은 매우 탁월한 결정이었다고 생각된다.



사실 겉으로 드러날 정도의 엄청난 초호화 캐스팅은 아니지만, 아놀드 슈왈제네거,조지 크루니,
우마 서먼, 알리시아 실버스톤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화제만(?) 모았던 ‘배트맨 & 로빈’에
전혀 뒤질 것이 없는 화려한 캐스팅을 구성하고 있다. 특히 배우의 면면을 살펴보자면
어느 영화에도 뒤지지 않는 탄탄한 연기파 배우들이 요소요소에 배치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배트맨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아무래도 배트맨과 브루스 웨인 일 텐데, 배트맨과 웨인의
이중적인 모습을 연기해야 하며, 쉽지 않은 액션도 소화해야하고 무엇보다 내면연기를 이어가야 하는
복잡한 캐릭터임을 감안하였을 때, 크리스찬 베일이 재 창조해낸 배트맨은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배트맨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싱크로 율을 선보인다.
크리스찬 베일은 영화 제작 전에 팬들에게 의견을 물었던 설문조사에서도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던 배우였었다.

크리스찬 베일 외에 가장 눈에 띠는 배우 중 하나는 바로 리암 니슨일텐데, 지금까지 주인공의
스승이나 현자 등 지적이고 좋은 역할로만 분했던 그가, 이번 영화에서는 거의 처음 악역을 맡아
새로운 악역 캐릭터를 그려낸다. 완전 나쁜 놈이라기보다는 그저 주인공과 이상향이 다른 인물로
느껴지는 것도 그의 우아한 연기덕분 일터.



이와 반대로 악역 연기에 고수로 널리 알려진 게리 올드만은 참으로 오랜 만에 선한 역할을 맡아
극의 깊이와 재미를 동시에 선사하고 있다. 특히나 그의 캐릭터 ‘고든’은 코믹스의 이미지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모습으로 만화책의 열렬한 팬들에게도 적극적인 지지를 얻을 만한 캐릭터라 생각된다.
이 밖에도 이전 시리즈의 알프레드 보다 더욱 인자하고 아버지에 느낌을 물씬 전해주는 캐릭터를 그린 마이클 케인과 주인공을 돕는 조연 역할로는 최고의 선택이었을 모건 프리먼,
여자 주인공으로 나름대로 자연스런 연기를 보여준 케이티 홈즈, 이 밖에도 빼놓을 수 없는 조연인
실리안 머피와 켄 와타나베, ‘블레이드 러너’의 마지막 장면이 아직도 생생한 룻거 하우거까지...
꼼꼼히 따져보면 모든 배우들 중 아무나 주연을 맡아도 전혀 어색할 것이 없을 정도의
화려한 캐스팅을 갖췄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출시된 DVD는 블록버스터에 걸 맞는 수준급 화질과 음질을 수록하고 있다.
물론 우리가 흔히 액션 블록버스터 하면 떠올리게 되는 DTS사운드는 제공되지 않지만
돌비디지털 5.1채널만으로도 만족할만한 사운드를 들려준다(워너는 DTS사운드를 수록하지 않기로 유명한데, 배트맨 비긴즈에는 역시나 수록되지 않았지만 최근 이와 함께 출시된 전작들의 SE버전에는 DTS트랙이 수록되어 놀람과 반가움을 동시에 전하기도 했었다).
슈퍼 히어로를 다룬 영화답게 멀티 스피커를 최대한 이용하는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동굴에서 박쥐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때의 공간감이라던가, 영화의 하이라이트 겪인 텀블러(배트카)를 타고 벌이는 추격 씬 에서의 사운드는 레퍼런스까진 아니더라도 그에 조금 못 미치는 매우 우수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텀블러가 만들어내는 그 묵직한 사운드는 우퍼 스피커를 통해 무겁게 전달된다.



이 바로 전에 ‘킹덤 오브 헤븐 DE'를 리뷰 한 뒤라 그런지 모르지만, 배트맨 비긴즈의 화질은 레퍼런스에는
역시나 조금 못 미치는 우수한 영상을 수록하고 있다. 영화 자체가 어두운 장면이 많았던 터라 화질의
여부는 여느 때보다 매우 중요한데, 암부의 표현력도 우수한 편이여서 감상에 전혀 지장을 주지는 않을 듯하다.
서플먼트는 두 번째 디스크에 따로 수록되었는데 코믹스 풍의 메뉴 화면이 인상적이다.
마치 이스터 에그를 찾듯 하나씩 공개되는 서플먼트에는 감독인 크리스토퍼 놀란과 프로듀서의
인터뷰를 통해 마치 비밀스런 007작전과도 같았던 배트맨 프로젝트의 탄생과 준비 과정에서의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또한 크리스찬 베일을 비롯한 여러 배우들의 인터뷰와 만화가 영화로 옮겨지기까지의 과정,
배트맨 하면 절대 빠질 수 없는 배트맨의 특별한 의상의 제작과정 등이 흥미롭다.



특히 영화를 위해 실제로 운전이 가능한 텀블러를 제작하여 영화에 적용하기까지의 과정은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이밖에 각 캐릭터들을 설명해주는 파일 형식의 메뉴와 배트맨의 각종 무기 등을 설명해주는 영상이 수록되었다. 최근 서플먼트의 경향을 보았을 때 감독과 배우, 스텝의 음성해설이 수록되지 않은 점, 그리고 기존 시리즈가 DTS를 포함한 SE버전으로 재 출시된 것을 감안하였을 때, 더 나은 버전에 ‘배트맨 비긴즈’가 나올 가능성도
없진 않지만, 최근 출시된 버전으로도 저렴한 가격과 스펙을 감안하였을 때는 절대 후회하지 않을
DVD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2005.10.17
글 / ashit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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