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노케 히메 _ 살아라!

애니메이션 영화 리뷰 2007. 11. 22. 15:53 Posted by 아쉬타카




[모노노케 히메]를 통해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가 하고 싶었던 말은, ‘살아라!’라는 한 마디에 모두 함축되어 있다. 미야자키의 기본적인 주제의식이 모두 담겨있고, 가장 강렬하게 표현한 액션 활극!



북쪽의 끝, 에미시족의 마을에 어느 날 갑자기 재앙 신이 나타나 마을을 위협한다. 이에 에미시족의 후계자인 ‘아시타카’는 결투 끝에 포악해진 재앙신을 쓰러뜨리지만 싸움 도중 오른팔에 저주의 상처를 받고 죽어야할 운명에 처하게 된다. 결국, 재앙신의 탄생 원인을 밝혀 자신의 저주를 없애기 위해 서쪽으로 길을 떠난 아시타카는 여행 중 서쪽 끝 ‘시시’신의 숲에서 들개 신과 사투를 벌인 ‘타타라’ 마을 사람들을 발견하고는 그들을 구해주었는데 먼발치서 자신을 지켜보는 들개 신 ‘모로’와 그의 곁에서 상처를 치료해주는 신비스러운 소녀를 보게 되고 묘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귀빈 대접을 받으며 ‘타타라’마을에 머물게 된 아시타카는 마을을 습격하는 ‘원령공주’를 목격하게 되고 그 원령공주가 바로 숲에서 만난 소녀임을 알고 당황하게 된다. 함정을 파 놓고 총포로 무장한 인간들은 사람들을 공격하던 원령공주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순간, 망설이던 아시타카는 원령공주를 구해 마을을 빠져나가는데....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주제의식은 무척이나 뚜렷하다. 미야자키는 [미래소년 코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부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이르기까지, 그만의 정신과 주장이 깃든 작품들을 만들어왔다. 일단 [모노노케 히메]를 얘기하려면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이하 나우시카)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 이유는 여러 가지 면에서 [모노노케 히메]가 [나우시카]를 닮았기 때문이다. [나우시카]는 항상 미야자키 감독 작품의 주제가 되는, 자연과 인간간의 공생, 근대 기계 문명에 대한 견해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모태가 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나우시카]의 경우가 그러한 경우라면, [모노노케 히메]는 스타일과 내용적으로 한층 업그레이드 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서두에 밝혔다시피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 가운데 가장 강렬하고 많은 액션이 등장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제철장과 ‘에보시’로 대변되는 근대문명과 ‘산(san)'과 태고적 모습을 한 신들로 대표되는 자연과의 관계는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배경이자 포인트가 되고 있다. 에보시와 제철장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을 위해 나무를 베고 숲을 개척하여 무사들이 난무하는 혼란스런 세태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한 편, 갓난 아이 인 채로 인간들에게 버려져 들개들에게 길러진 ’산‘과 자연 속에서 태고적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신들은, 점점 자연을 더럽히고 있는 인간들로부터 산(mountain)과 나무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나가고 있다. 이들은 너무나도 다른 환경과 선입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쉽게 서로를 이해하기 힘들고, 그런 노력의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한다. 그렇다면 미야자키가 이러한 인간과 자연과의 공생을 위해 꺼내든 카드는 과연 무엇일까?



먼저 산(san)은 인간이긴 하지만 한편으론 들개인 모호한 존재이다. 그는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인간들에게 버려져 들개들에게 길러졌으며, 지금은 누구보다도 인간들에게 커다란 반감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다. 그녀는 ‘모로’일족의 일원으로서 오염과 황폐해져가는 자연을 지키기 위해 인간들과 끊임없이 싸워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진 소녀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우두머리 격인 에보시를 암살하기 위해 홀로 제철장에 뛰어 들었고, 자신이 지켜야할 자연을 위해 죽음 따윈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시시신(사슴신)님이 인간들을 벌하고 자신들과 자연 모두를 구원해 줄 것으로 믿고 있다.



한 편 에보시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에보시는 군사적으로 혼란스러웠던 시절 신식 무기와 리더쉽을 통해 마을을 구해냈고, 강가의 제철장을 세워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 연료가 되는 나무를 베고 환경을 오염시켜 자연과는 적이 되었고, 군부에도 굴복하지 않아 이들에게도 적이 되었다. 또한 계속되는 신들과의 싸움을 끝내기 위해 모두들 두려워하는 사슴 신의 목을 베는데 앞장서게 된다. 산과 신들에게는 눈에 가시 같은 존재이지만, 제철장 사람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리더이며,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심한 피부병 환자들을 인간적으로 거둬준 존재이기도 하다.

만약 [모노노케 히메]에 모노노케 히메와 에보시만 존재한다면 이 영화는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 뻔한 영화가 됐을 것이다. 서로 상반된 주장이 맞서기만 하다가 결국 한 쪽 손을 들어주는 그런 영화 말이다. 하지만 [모노노케 히메]에는 아시타카가 있었다.
아시타카는 나우시카와 같이 미야자키의 생각을 작품 속에서 실천하는 적극적인 캐릭터이다. 사실 이 같은 대립 형세에 시골 작은 마을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던 아시타카가 개입될 의무는 없었다.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재앙신에게 시위를 당겨 저주를 받기는 하였지만, 어디까지나 아시타카는 제3자의 입장에서 관망할 수 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살아라!’라는 말처럼 미야자키는 행동하길 원했다. 아시타카는 산을 좋아하고 숲이 풍성한 자연을 지켜야 한다는 데에는 산과 뜻을 같이 했지만, 제철장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도 알고 있었다. 그들 역시 자신의 생계와 삶을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였기 때문에 그들의 주장도 저버릴 수가 없었고, 양쪽의 중간에 서게 된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산은 끝내 에보시를 용서하지 않았고, 에보시 역시 모로에 의해 목숨을 건지게 된 사실에 쓴 웃음을 짓기는 하였지만, 처음 보다는 많이 누그러진 이 같은 공존의 가능성은 바로 아시타카가 열어 준 것이다.



어느 한 편에 크게 치우쳐 있지는 않지만, 자연과 인간의 공생 관계에 있어 자연을 지키고 보호하는 쪽에 조금 더 무게를 둔 것은 사실이다. 그 같은 그의 메시지는 생명을 불어넣고 앗아가는 줄로만 알았던 사슴 신이 죽을 때, 사실 사슴 신은 꽃을 피우는 신이였단 걸 제철장 사람들이 깨닫게 되는 순간 느낄 수 있다.




우선 반갑다. 사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색 보정이유로 홍역을 겪은지라 많은 기대 가운데, 또한 많은 우려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출시된 타이틀은 우려했던 마음을 잠재울 수 있을 만한 수준급의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 [모노노케 히메]는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다시 보았던 작품 중에 하나인데, 물론 DVD포맷이 아닌 VCD의 조악한 화질로 관람한 것이었다(VCD의 화질을 조악하다고 쉽게 평할 수 있는 현실이 참 행복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그런지 화질에 세세한 디테일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예전 작품임을 감안한다면 만족할 만한 화질을 선보였다고 평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화질이라고 생각된다. [모노노케 히메]는 미야자키 감독 작품 가운데 최초로 CG를 사용한 작품답게 스펙터클하고 스피디한 영상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 같은 장면을 표현하기에 16:9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 포맷은 부족함이 없었다고 생각된다.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을 논할 때 결코 빠져서는 안 될 것은 바로 히사이시 조의 스코어이다. 항상 감동적인 음악을 들려주는 히사이시 조는 [모노노케 히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스코어를 들려준다. 일본 전통의 토속적 사운드와 클래식 적 요소가 적절히 융합된 모노노케 히메의 음악은 미야자키의 메시지를 더욱더 효과적으로 전하고 있다. 돌비디지털 5.1채널로 전해지는 사운드는 위와 같은 히사이시 조의 감동의 선율과 아시타카의 활 쏘는 소리, 야클의 발굽 소리 등을 웅장하고 선명하게 전달한다. 또한 5.1채널의 일본어 더빙 트랙 외에 한국어 더빙 트랙도 5.1채널로 수록하고 있는데, 목소리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 성우들이 참여한 한국어 더빙도 기대치 않았던 5.1채널로 수록되면서 상당히 좋은 반응을 끌고 있다.



다음은 서플먼트인데, 사실 조금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수록된 서플은 지브리 타이틀이 공통적으로 수록하고 있는 것들인데, 그림 콘티, 멀티 앵글로 보는 본 편과 예고편 모음, 출시 예정 작 소개, 캐릭터와 시놉시스, 스텝 소개 등이 수록되어 있다. 그래도 조금 흥미로운 점은 한국어 더빙 성우들을 소개하는 메뉴에서 더빙 현장 스케치 영상이 수록되었다는 것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비교해 보았을 때, 제작 다큐나 다른 영상이 수록되지 않은 것은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아 그리고, 타이틀과 함께 제공되는 DVD 홈 시어터 관련 도서는 DVD플레이어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싶고 궁금했던 가장 기본적인 내용들이 수록되어 있어, 앞으로 DVD를 즐기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2003.08.07
글 / 아시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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