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은 긴 시간이었다. 더군다나 [원령공주] 이후로는 더 이상 직접적으로 감독하는 작품이 없을 것이라는 미야자키 하야오에 말에(하지만 젊은 스텝들과 일을 나누어서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면 아직 만들고 싶은 작품이 한,두 작품 더 있다는 말도 했었다), 이 시간들은 더욱 더 길게만 느껴졌었다. 하지만 2001년 그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하 [센과 치히로])을 발표함으로서, 이 기다림에 시간들은 헛되지 않은 소중한 것이 되었다. 이러한 기대들은 흥행성공으로 이어져, 일본에서는 그 자신이 [원령공주]로 가지고 있었던 일본내 최고 흥행기록을 갱신하였고(일본내 2,400만 관람), 국내에서도 [이웃의 토토로]의 흥행부진으로 반신반의했었던 올 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면서, 흥행에 대성공을 거두었다(국내 2백만 7천명 관람). 사실 [이웃의 토토로]의 흥행부진 요인은, 하야오의 이전 작품들은 이미 볼 사람은 다 보았다는 핸디캡이 존재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센과 치히로]은 국내 관객들이 컴퓨터가 아닌 극장에서 먼저 접하게되는 최초의 미야자키하야오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이다.



사실 가족영화라는 사실을 내세우며 극장가에 출사표를 던지는 작품들은 많지만, 그 중에서 실제로 가족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영화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의 가족 영화라는 슬로건을 건 영화들은 아이들은 만족할 만한 것이었는지 모르지만, 어른들은 그저 아이의 보호자로 참석하는 것이 고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센과 치히로]는 달랐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상상력으로, 아이들에게는 놀라운 판타지와 화면들을 제공하면서 볼거리와 교훈 등을 주었고, 어른들에게는 그저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넘어서서 영화적 재미와 감동도 전달했다. 또한 [센과 치히로]는 미야자키 하야오에 작품들 가운데 가장 일본적인 작품이라 불러도 좋을 영화였지만 특별히 거부감 같은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전 작품들에서 자연과의 공생관계나 기계 문명, 독재 등을 비판하는 메세지를 담아왔던 반면, [센과 치히로]는 기존의 그의 영화들 보다는 메시지나 주제의식 등이 전면에 들어나지 않고, 팬터지적 재미의 요소만을 부각시켜 보여주었음에도 영화를 가볍지 않게 완성했다는 것은, 이젠 경지에 오른 미야자키 하야오에 영화적 기술에 저절로 박수를 보내게 한다.



[센과 치히로]는 이전 그의 작품들에서 보여주었던 요소들을 모두 포함하는 동시에, 이전 작품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일단 [원령공주]의 '산(san)'이라던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의 '나우시카'와는 전혀 비슷한 점을 찾아보기 힘든 주인공 '치히로'의 모습이다. 남성보다는 여성주인공을 더 선호하는 페미니스트적 성향을 가진 하야오 답게 [센과 치히로]에서도 10살의 소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산'과 '나우시카'가 갖고 있던 용맹함이나 강한 의지등은 치히로에게는 없다. 치히로는 그저 평범하고 엄마, 아빠에게 투정도 잘 부리고, 겁많은 그 또래 소녀일 뿐이다. 하지만 돼지로 변한 부모님을 구해야하는 '센'의 경우는 달랐다.

[센과 치히로]가 미야자키 판타지의 결정판으로 불릴 수 있었던 것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각기 다른 개성강한 수많은 캐릭터들 때문이라 해야겠다. 그의 전작 어느 작품들 보다도 다양한 캐릭터들이 말그대로 총출동하여 팬터지적 요소와 영화적 재미를 더하는데 큰 몫을 하였다. 미야자키의 상상력에서 비롯된 톡톡튀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러한 경우는 상당히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 코드 1, 2번의 타이틀이 코드 3번 보다는 더 알차게 실리는 경우가 많다.(물론 전부다 그런것은 아니다) 이미 일본 현지에서 화면에 붉은 색감이 지나치게 강하게 표현된 문제로 말들이 많아 코드 3 발매가 기대가 되었었는데 이 부분은 말끔히 보정이 되어 파래진 하늘색을 접할 수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이 문제로 인해 [센과 치히로]DVD가 극장에서 본것 과는 전혀 다른 영화였다며 판매원인 디즈니 재팬을 상대로 법적 소송까지 걸리기도 하였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이전 DVD타이틀이였던 [원령공주](code2)보다는 화질이 떨어진다는 평도 있고 전체적으로 뿌연 화질을 보인다는 말들도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만족할 만한 화질을 선보인다.



붉은 색감의 보정만큼이나 코드 3 발매의 기대를 모았던 것이 한국어 더빙이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의 특수성과 아이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센과 치히로]라는 작품에 특성상 국내 DVD 사용자들은 한국어 더빙이 옵션이 아닌 꼭 수록되어야할 필수 목록이었다. 다행스럽게도 한국어 더빙이 5.1채널로 수록이 되었고, 일본어 더빙도 DTS-ES 6.1로 실려, 캐릭터들의 특이한 효과음들과 영화의 중간중간 흐르는 히사이시 조의 감동적인 선율을 즐기는데에는 부족함이 없는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아마레이 슈퍼 클리어 더블케이스에 담겨져 있는 타이틀의 2번째 디스크에는 몇가지 서플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아무레도 코드 2 버전에도 수록되지 않은 다큐멘터리이다. 니혼 TV에서 방영한 개봉직전 스페셜 TV 프로그램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제작 다큐멘터리가 약 48분 가량의 분량으로 수록되어 있는데, 이전에 우리가 접하기 힘들었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젊은 스텝들과 일하는 모습이라던가, 스튜디오 지브리 직원들이 시간내에 작업을 마치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장면 등이 담겨있다. 이 외에도 애니메이션에서는 절대 빠질 수 없는 더빙 작업의 모습이 담겨져 있는데, 기존의 성우들보다는 연기자들이 위주가 된 더빙작업이었음에도 혼신에 힘을 다해 열연을 펼치는 모습을 살펴 볼 수 있다. 그리고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부터 쭉 음악 작업을 해왔던 히사이시 조의 작업 장면에서는 그의 꼼꼼한 성격을 옅볼 수 있다.

이외에도 국내 극장 예고편, 케이블 예고편, 일본 극장 예고편 등 여러 예고편들이 수록되어 있으며, 완성된 영화가 아닌 그림 콘티만으로 진행되는 [센과 치히로]도 또 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다. 그리고 2003년 발매예정인 [원령공주]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이웃의 토토로]의 예고편도 만나 볼 수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일 것이다. 그는 관객들을 가장 행복하게 해주는 감독이며, 실망을 주지 않는 감독이었다. 친구의 딸의 모습을 보며 그 아이가 언제까지 이런 세상에서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까 걱정하며, 그런 어린 시절의 행복함을 잊어버리지 않게 하기위해서 이 영화를 만들 결심을 했다는 그는, 당시 열 살이었던 그 소녀를 비롯해 한 때 열 살이었던 어른들에게 또한 이제 열 살이 되려는 아이들 모두에게도 행복함을 전달해주는 영화를 만들어냈다. 위에서 그의 이전 작품들보다는 주재의식이 약하다는 이야기를 꺼냈었지만, 사실 그의 영원한 화두인 자연에 대한 사랑과 보존은 이 작품에서도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강의 신'을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리기 위해 센을 비롯한 모든 온천탕 식구들이 힘쓰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오염된 자연을 복귀시키기란 쉽지 않음을 말하고 있고, 주인도 없는 식당에서 음식을 많이도 먹어치우던 치히로의 부모가 돼지로 변한다든가, 금을 나눠주는 가오나시에게 잘 보이기위해 오로지 여기에만 매달리는 온천장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욕심과 과욕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치히로가 센으로 일하면서 행방불명된 자신의 이름을, 하쿠의 도움으로 잊지 않고 기억해서 부모님을 구해 결국 다시 자신의 세계로 돌아올 수 있었듯이, 현재를 사는 우리들도 미야자키 하야오를 비롯한 스튜디오 지브리의 도움으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반드시 마음속에 간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겠다.



2002.12.07
글 / 아시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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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naro.tistory.com BlogIcon 신나로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야... 정말 정성들여 쓰신 글이네요...
    감탄감탄 >o<

    근데 저 가오나시 분장은... 헉...

    2008.02.12 00:20
    • Favicon of http://www.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수정/삭제

      워낙에 좋아하는 애니이다 보니 ^^;
      저도 가오나시 참 좋아해요, 특히 그 특유의 소리 ㅋㅋ

      2008.02.12 00:42
  2. 신나로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친구는 영화보고 자기들끼리 흉내내며 놀았다던데...
    아쉬타카님도 그러셨나보군요 ( ´^ิ益^ิ` ) 으흐흐흐

    2008.02.12 00:51
  3. 귀를 기울이면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렸을때 몇몇장면들은 본기억이 나는데, 하필 그장면이 가오나시가 사람을잡아먹는 장면이라서 공포 애니메이션인줄 알고 놀라서 눈을감았었죠. 그후 이젠 성인이되어서 정식으로 보게됬는데 센과 치히로를 보면서는 희로애락의 감정을 전부느끼게된것 같았어요 . 보는 내내 긴장하면서 보기도했던것같구요 ^^

    2012.12.08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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