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비린스 CE (Labyrinth CE)

블루레이 리뷰 2007. 11. 28. 02:20 Posted by 아쉬타카




어린 시절 보았던 판타지 영화는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뒤에도 뇌리에서 쉽게 잊혀 지지 않곤 한다. 필자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뇌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판타지 명작 중에 하나가 아마도 이 작품 <라비린스>가 아닐까 싶다. 어린 시절 비디오로 (아마도 당시에 많은 작품을 출시하던 ‘CIC 비디오’가 아니었었나 싶다)보았던 <라비린스>는 당시로서는 상당히 충격적인 영상과 내용이었으며, <네버 엔딩 스토리>가 그러하듯이 특히 어린이들이 빠져들 만한 요소가 가득한 판타지 영화의 보석 같은 작품이었다.



스필버그가 주름 잡던 어린 시절 SF영화들 사이에서, 짐 헨슨이 만든 <라비린스>는 공상과학 보다는 판타지라 불러야할 영화였으며, 주류라기보다는 비주류 적인 요소가 있는 작품이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어른이 되어서도 더 애틋하게 찾게 되는 작품이 된 것 같다. 조지 루카스가 제작, 기획에 참여하였고 록 스타 데이빗 보위가 주연과 음악을 맡았으며, 어린 시절 뭇 남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제니퍼 코넬리가 주인공 ‘사라’ 역할을 맡아 청순하고도 아름다운 모습을 선사한다. 이 밖에도 스타워즈 시리즈의 ‘요다’ 역할로 유명한 프랭크 오즈가 참여하여 완성도를 더하였다. 국내에서는 극장 개봉은 없었으며 비디오로만 출시되었으며, TV에도 방영된 적이 있었는데 ‘사라의 미로여행’이라는 우리말 제목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



<라비린스>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환상적인 캐릭터들, 배경 디자인들과 데이빗 보위의 매력적인 보이스가 돋보이는 'Magic Dance'등의 수록곡들일 것이다. 최근 DVD로 다시 감상한 영화 속 다양한 캐릭터들은, 매해 기술적인 한계에 도전하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이루어진 블록버스터 영화들에 익숙해진 탓에 척 봐도 엉성한 티가 쉽게 느껴지지만, 1986년이라는 제작년도를 감안한다면 충분히 동의할 수 있을만한 정도이며, CG가 사용된 영상처럼 매끄러움과 자연스러움은 부족하지만, 직접 스텝들이 인형을 손으로 조작하는 아날로그 적인 방식은, 그 방식에 있어서는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선보이고 있고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기 보다는 오히려 정겹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쁜 인형들이기보다는 괴상하고 독특하고 저마다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었기에 더더욱 눈 하나하나 깜빡이는 것, 말하는 한 마디 한 마디에 빠져들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미 <머펫>시리즈와 <개구리 커밋>시리즈로 인형극에는 탁월한 재능을 선보였던 감독 짐 헨슨은 <라비린스>에서 본격적으로 캐릭터들을 다양화 시켰으며, 판타지 영화에 걸 맞는 그야말로 상상력 속에서만 존재하던 캐릭터들을 스크린 속에 살려냈다.



<라비린스>는 본격적이지는 않지만, 종종 뮤지컬로 불릴 만큼 음악적인 요소도 중요한 작품이다. 데이빗 보위가 트레버 존스와 함께 직접 담당한 영화 음악은, 영화의 줄거리는 기억이 얼핏 해도 주요 수록곡의 멜로디는 흥얼거릴 수 있을 만큼 강한 인상을 남긴다. 'Chilly Down' 'As the World Falls Down'등의 곡과 특히 영화의 초중반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고블린의 왕 캐릭터를 이해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는 곡 'Magic Dance' 시퀀스는 이 영화의 백미다. 이제와 DVD로 감상하니 데이빗 보위의 곡이 여전히 흥겨운 것은 물론, 이 씬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형 캐릭터들이 하나 같이 모두 다 움직임을 갖고 춤추고 있다는 점에서 또 한 번 새삼 놀라게 되었다. 이것 외에 이번에 다시 영화를 보다가 몇몇 감탄한 장면 혹은 설정들이 있었는데, 똑같은 문이 매번 열 때마다 다른 장소로 연결되는 설정이나 미로에 구석구석에서 만날 수 있었던 캐릭터와 퀘스트, 그리고 마지막 고블린의 성에서 펼쳐지는 공간이 뒤섞인 계단들의 설정은 이후 SF영화나 애니메이션 등에서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만나볼 수 있었던 장면들이었다.



DVD로 출시된 <라비린스>의 화질과 음질은 사실상 크게 논할 거리가 아니다. 화질은 최근 출시되는 영화들에 비하면 노이즈 끼가 선명하고 외곽선의 표현 또한 선명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 정도 화질이면 DVD로 소장하는데 큰 아쉬움은 없을 것 같다. 국내 DVD로 출시되기 이전에 영화의 팬들이 해외 사이트에서 코드 1번 타이틀을 주문해 소장하거나, 비디오테이프조차 구하기 힘들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이 정도 화질에 타박을 주는 것은 행복한 비명에 불과할 것이다. 사운드는 돌비디지털 5.1채널을 지원하는데 이 역시 채널 분리도가 활발하거나 영화 속 노래와 스코어를 웅장하게 전달한다거나 하는 데에는 부족하지만, 감상에는 전혀 불편함을 느낄 수 없었다. 서플먼트로는 포토갤러리와 필모그라피, 스토리보드, 예고편, 메이킹 다큐멘터리 등을 제공하는데, 특히 57분 분량의 메이킹 다큐멘터리 'Inside the Labyrinth'는 팬들이라면 놓쳐서는 안 될 몇 안 되는 영화 관련 영상이 될 것 같다. 고인이 된 감독 짐 헨슨의 인터뷰는 물론 데이빗 보위의 인터뷰 영상은 소장가치 있는 영상이며, 영화 속 캐릭터들이 어떻게 탄생하고 숨 쉬게 되었는지의 해답이 될 장면들 또한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어린 시절 추억의 한 곳에 자리하고 있던 영화를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된다는 것은 어쩌면 또 다른 의미의 판타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 <라비린스>는 내 인생에 첫 번째 판타지였음은 물론, 가장 최근의 판타지를 선사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2006.05.04
글 / 아쉬타카

댓글을 달아 주세요

BLOG main image
the Real Folk Blues
블로그 이사했습니다. realfolkblues.net
by 아쉬타카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840)
개봉 영화 리뷰 (840)
기획 특집 (6)
블루레이 리뷰 (259)
아쉬타카의 Red Pill (23)
음반 공연 리뷰 (229)
애니메이션 영화 리뷰 (66)
도서 리뷰 (15)
잡담 (46)
Traveling (61)
etc (292)
아쉬타카's Blog is powered by Textcube. Designed by Qwer999. Supported by TNM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