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를 비롯해 애완동물에 관한 영화는 이전에도 여럿 있었다. 큰 덩치의 세인트 버나드가 등장하는 코믹 가족 드라마 <베토벤>시리즈도 있었고, 국내에서는 전화기 CF에 등장하여 더욱 유명해지기도 했던 양치기 개 콜리가 등장하는 <내 친구 레시>라는 영화/시리즈도 있었고, <플란다스의 개>같은 유명한 애니메이션도 있었다. 또한 최근에는 개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마음이>라는 국내 영화가 개봉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기존에 공개되었던 강아지가 등장하는 작품들과 오늘 소개할 <우리 개 이야기>는 비슷한 듯 하면서도 조금 다르다. 기존에 작품들이 강아지가 등장하여 웃음을 주는 에피소드나 혹은 강아지의 충성스런 활약상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작품 <우리 개 이야기>는 옴니버스 형식을 통해 다양한 장르로서 강아지와 인간과의 관계, 특히 최근 들어 애완동물을 그저 사치품 정도로 취급하고 너무도 쉽게 가졌다가 물건 버리듯 버려버리는 현실에 대해, 강아지는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니라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담고 있다.



<우리 개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에는, 그저 강아지가 등장하는 그저 그런 독립 단편집 정도로 생각했으나(특히 이누도 잇신이 연출한 에피소드를 제외한 다른 에피소드에 대한 편견은 더했다), 막상 엔딩 크레딧이 끝나고 나니 이 같은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생각이었는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우리 개 이야기>는 앞서 언급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메종 드 히미코>의 이누도 잇신 감독이 주요 에피소드를 연출한 것은 물론,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나카무라 시도우, <전차남>의 이노 미사키, 그리고 TV드라마와 영화 <나나>에 출연하여 국내에도 많은 팬들이 있는 미야자키 아오이 등 참여한 감독과 배우들의 면면도 제법 탄탄한 작품이다. 국내에는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되었는데, 이렇게 의외의(?) 수준급 스펙의 DVD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 다행스럽다.



<우리 개 이야기>가 다른 옴니버스 영화들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각 에피소드들마다 다른 장르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다. 첫 번째 에피소드인 '우리 개가 No.1'은 뮤지컬 장르로 클래식을 번안한 노래와 코믹한 댄스를 만나볼 수 있으며, ‘포치는 기다리고 있다 - 노래하는 남자’편에서는 극중에 소재가 되는 뮤지컬과 맞물려 뮤지컬 장르를 차용하고 있고, 애니메이션 'A Dog's Life'는 뮤직 비디오로 수록되었다. 다른 에피소드들도 전체적인 장르는 드라마 형식을 띄고 있지만, 중심이 되는 이누도 잇신 감독이 연출한 '포치는 기다리고 있다' 4부작을 제외하면 각각 에피소드가 참신한 아이디어들로 꾸민 조금은 색다른 느낌의 작품들이다. 두 번째 에피소드 'CM이여 어디로 가는가'는 광고영상이 주변 사람들의 의견에 따라 변해가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려내고 있으며, '사랑에 빠진 고로'에서는 주인공인 강아지 고로의 생각이 그대로 더빙되는 설정으로 재미를 주고, '개의 말'에서는 외국에서 제작한 인터뷰 프로그램이라는 컨셉으로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이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주인공 다나카 요지는 <스윙걸즈>를 인상 깊게 본 사람들이라면 아마 어렵지 않게 알아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애니메이션 <파워 퍼프 걸>을 연상시키는 그림체의 뮤직비디오 'A Dog's Life'는 각각 Good과 Bad 버전으로 나뉘어 수록되었는데, 특히 Bad버전의 가사와 영상을 곱씹어 보면 이 작품이 말하려는 의도를 가장 직접적으로 나타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앞서 잠시 얘기했듯이 옴니버스로 이뤄진 이 작품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이누도 잇신 감독의 '포치는 기다리고 있다' 4부작이다. 어린 야마다 군과 우정을 맺은 시바견 포치가 계속 주인을 찾아가고 기다린다는 이 에피소드들은, 어찌 보면 특별할 것이 없는 평범한 이야기이지만, 역시나 평범한 것을 애절하게 만드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는 이누도 잇신 감독답게 야마다군과 포치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사실상 중심을 이루고 있는 ‘포치’시리즈는 그것만으로도 완성도가 있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옴니버스라는 형식을 띄고 각 에피소드가 띄엄띄엄 삽입된 것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다시 말해 4개의 에피소드를 한 번에 주욱 감상하는 것 보다 중간 중간 텀을 둔 것이, 결국 더 큰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



사실 엔딩 크레딧을 보기 전까지는 마지막 에피소드인 '있잖아, 마리모' 역시 이누도 잇신 감독의 작품이라고 생각했었다. 이누도 잇신 감독의 '포치 이야기'가 <우리 개 이야기>의 중심이라면, 사나다 아쓰시 감독이 연출한 '있잖아, 마리모'는 이 작품의 백미라 할 수 있다.한 번이라도 강아지를 키워본 사람들이라면 눈물을 참기가 쉽지 않을 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감동에 물결이다. 에반게리온의 마지막 에피소드에 사용되었던 자막의 미학을 차용하여, 신파로 빠질 수 있는 이야기를 너무나도 감성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같은 이야기를 한 번은 주인인 미카의 입장에서, 또 한 번은 애완견인 마리모의 입장에서 그려낸 이야기는 주인에 입장에서 한 번, 애완견에 입장에서 또 한 번 눈물 흘리게 된다. 특히 마지막에 ‘너 닮은 강아지 또 키우고 싶어’라는 자막이 흐를 때는 어쩔 수 없이 눈물이 흐르고 만다. 애완동물을 한 번 이라도 키워보았던 경험이 있는 이들이나, 더 나아가 오랫동안 가족처럼 지냈던 애완동물을 먼저 떠나보냈던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너무도 공감할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국내에서는 영화제에서만 개봉한 옴니버스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였을 때, <우리 개 이야기>는 상당히 수준급의 스펙으로 출시가 되었다. 2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DVD에는 첫 번째 디스크에는 본편이 두 번째 디스크에는 서플먼트가 수록되었다. 본편의 영상은 모두 HD카메라로 촬영된 것으로 매우 밝고 콘트라스트비가 높은 선명한 화질을 수록하였다. 오히려 너무 깔끔한 영상 때문에 영화적인 느낌이 조금 덜한 편이다. 사운드는 DTS와 돌비디지털 5.1채널을 수록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잔잔한 드라마인터라 크게 채널 분리도나 강력한 사운드를 필요로 하지 않아 특별히 멀티채널의 장점을 느끼기는 어려울 듯하다. 하지만 뮤지컬 장면에서는 공간감 있는 서라운드를 들려주고 있으며, 스코어나 대사 전달도 선명한 편이다. 서플먼트는 이누도 잇신 감독의 음성해설과 더불어 각각 에피소드들마다 메이킹 영상을 수록하고 있다. 메이킹 영상에서는 각 배우들과 감독들마다 ‘애완견은 키우는지’, ‘애완견과의 추억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다음 세상에 개로 태어난다면 어떤 개로 태어나고 싶은지’등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다. 이 밖에 여섯 개의 삭제 장면을 수록하고 있는데 일반적인 짧은 분량의 삭제장면이 아닌 하나의 에피소드와 버금가는 분량의 내용과 화질, 음질을 담고 있어 이 역시도 선택이 아닌 필수 감상코스라고 해야 할 듯하다.


2006.10.18

글 / ashit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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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쉬타카님 포스팅을 읽으니 저도 이 영화 디비디를 막 지르고 싶네요.
    요새 디비디로 소장하고싶은 일본영화들이 너무 많아져서 고민입니다.
    이러다가 앞뒤 안보고 다 사버릴것만 같아서요;

    2008.07.14 10:07
    • Favicon of https://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수정/삭제

      저도 요즘은 무지 참고 있지만, 예전엔 나오는대로 다 샀었지요 --; 그저 질러야 할 뿐입니다 ^^:

      2008.07.14 11:1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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