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My Blueberry Nights, 2007)
왕가위의 헐리웃 뮤직드라마

무엇보다 왕가위 감독이 주드 로, 노라 존스, 나탈리 포트만, 레이첼 와이즈 등 헐리웃 배우들을 데리고
어떤 영화를 찍었을까 궁금하게 했었던 영화. 왕가위 스타일은 <동사서독>에서부터 많이들 좋아했던
<중경삼림>은 물론, 많이들 난해해했던 <2046>에 이르기까지 잘 즐겨왔던터라 크게 걱정하지 않았지만,
걱정과 기대가 동시에 되었던 건 역시 노라 존스의 주연 캐스팅이었다.
'Don't Know Why'의 재즈/블루스/컨츄리 뮤지션으로 너무도 유명한 노라 존스이지만,
그가 과연 배우로서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는 참으로 걱정이었다. 특히나 내가 알고 있는 노라 존스는
그렇게 활달한 성격도 아니고 순둥이라면 순둥이인 성격을 지닌 사람인데, 자신의 주 영역도 아닌
아니 전혀 다른 분야인 연기를 어떻게 해냈을지가 사실 걱정이었다.
영화를 보니 어느 정도는 왕가위 감독도 인간 노라 존스를 알고 있었는지, 조금은 순둥이같은 캐릭터를
연기한터라 크게 어색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 영화는 확실히 '왕가위' 영화다. 왕가위 영화 특히 <중경삼림>을 인상깊게 본 이들이라면, 어렵지 않게
이 영화가 왕가위 영화임을 단숨에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중경삼림>등 그의 주요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특유의 영상들(약간 느린 슬로우모션과 멈춰있는 배경속에서 인물들은 빠르게 움직이는 등의 기법)이
이 영화에서도 여전히 등장하고, 서로 다른 몇몇의 인물들이 시간과 공간을 두고(이 영화에서는 공간/지역을
두고)얽히고 섥히는 과정을 감각적인 영상미로 그려내는 방법 또한 여전하다.

씨네21 리뷰를 보다보니 '신인 헐리웃 감독이 왕가위에게 오마쥬를 바친 작품인듯 하다'라는 평을 했던데,
이 평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바이다. 이 영화는 분명 왕가위스럽긴 하지만 더 나아가지는 않고, 말그대로
그저 배경과 인물들만 서양으로 옮겨와 답습한 분위기를 지울 수 없었다. 물론 옮겨오는 것 만으로도
이 황홀한 배우들 덕분에(여기나오는 배우들은 노라 존스까지 포함해서 내가 모두 평균이상으로 좋아하는
배우들이라^^;)충분히 볼만했던 영화였지만, 작가로서의 왕가위라면 무언가 옷을 갈아입는 것 외에 더 나아가는
무언가를 기대했던 팬들에겐 조금은 아쉬운 결과물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 영화에서 스토리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스토리보다는 이미지와 음악이 깊은 인상을 주고 있는
영화인데, 일단 이미지를 중시한 스타일에 있어서 배우들의 캐스팅은 적절했다고 생각된다. 앞서 말했듯이
실제 노라 존스의 이미지를 많이 그대로 가져온 '엘리자베스'캐릭터를 비롯하여, 말끔한 정장만큼이나 이런
내츄럴한 이미지도 잘 어울리는 주드 로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레이첼 와이즈가 오랜만에 좀
강한 캐릭터를 보여준 듯 하고, 나탈리 포트만은 확실히 한살 한살 먹을 수록 연기가 성숙해지고, 자신만의
아우라가 강해지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굿 나잇, 앤 굿 럭>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데이빗 스트래던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를 얘기하면서 음악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일단 노라 존스가 출연하는 만큼
노라 존스 특유의 편안한 재즈/블루스 음악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겠다. 사운드트랙에 수록된
신곡 'The Story'는 이 영화의 전반을 둘러싸고 쉽지 않은 연인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감싸고 있다.
이 영화의 영화음악은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으로 유명한 라이 쿠더가 맡고 있는데,
그의 다양하고 박식한 음악적 역량을 또 한번 발휘한 음악작업이 아니었나 싶다. 라이 쿠더 외에도
<바벨>등 영화음악감독으로 유명한 구스타보 산타올라야의 곡도 수록이 되어있으며, Cat Power, Amos Lee 등
잔잔하면서도 깊은 감흥을 주는 곡들이 가득하다.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영화의 특성상, 다른 영화들보다는 장면과 음악과의 아주 직접적인 관계는 없기
때문에 사운드트랙만으로도 충분히 들을만한 음반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전체적으로는 왕가위가 만든 한 편의 헐리웃 뮤직드라마로 다가왔지만,
단순하게 그렇게 지나치기에는 너무 황홀한 배우들의 모습과, 헐리웃의 옷을 입은 왕가위의
화려한 영상미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팬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작품이 될 듯 하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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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pennyway.net BlogIcon 페니웨이™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용을 떠나서 배우들의 캐스팅과 음악, 그리고 크리스토퍼 도일과 쌍벽을 이루는 촬영의 대가 다리우스 콘쥐와의 컴비네이션도 아주 좋았습니다. ^^

    2008.03.07 12:33
  2. Favicon of http://tmrw.tistory.com BlogIcon 투모로우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제목하며 멋진 영상에 정말 끌렸는데.
    한번 볼만 할 것 같아요. 큰 기대 없이요.
    음악도 좋을 것 같네요 정말 :)

    2008.03.07 16:16
    • Favicon of http://www.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수정/삭제

      큰 기대없이 보신다면 만족하실듯~
      그냥 편안하고 잔잔한 노래와 영상을 음미하듯 즐기시면 되실것 같아요~

      2008.03.07 17:39
  3. Favicon of http://gilwon.egloos.com BlogIcon 배트맨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보고왔는데 저는 그다지 좋지가 않더군요. ^^*
    왕가위 아저씨 실망했어요!

    노라 존스의 연기력도 상당히 암울해보였고요.
    특히 후반부에서 아무것도 표현해내지 못하는 연기력에 절망했습니다.
    예쁘기는 했지만요.. -_-a
    트랙백 걸고 갈께요.. 따듯한 주말 맞으세요~!

    2008.03.08 03:30
    • Favicon of http://www.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수정/삭제

      확실히 기대가 크면 이 영화는 무언가 조금 아쉬운 작품이긴 하더라구요. 전 걱정을 많이 해서인지 그럭저럭 볼만했던 작품이었던것 같습니다~
      배트맨님도 주말 잘 보내세요~

      2008.03.08 12:17
  4. Favicon of http://manualfocus.tistory.com BlogIcon Fallen Angel  수정/삭제  댓글쓰기

    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마지막으로 본게 해피투게더인데...
    꽤 오랜만에 이름을 들어보는거 같네요...열혈남아랑 중경삼림을 참 좋아했는데..

    2008.03.08 22:40
  5. 조준범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제는 다음 주를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동안에는 10000 B.C라는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텐데, 미리 보시는 분 있으시면 어느정도 화면 비율이 나오는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2008.03.09 16:05
  6. Favicon of http://dreamtheater.tistory.com BlogIcon 스노우맨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록 영화는 마음을 크게 울릴 정도로 인상적이지는 못하지만 배우들의 멋진 모습을 본 것이 그 아쉬움을 달래 주었던 것 같습니다.

    2008.03.09 20:31
    • Favicon of http://www.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수정/삭제

      마치 왕가위가 자신의 스타일이 헐리웃에 옷을 입어도 어울릴까 살짝 시도해본 정도의 느낌이랄까? ^^;

      2008.03.09 20:34
  7. Favicon of http://goldsoul.tistory.com BlogIcon GoldSoul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나탈리 포트만은 점점 멋있어지는 것 같아요. 출연하는 영화들을 보고 있노라면 너는 정말 배우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요. 어느새 그녀의 팬이 되어가고 있어요. <레옹>의 소녀일 때가 엊그제같은데 말이예요. :)

    2008.03.11 11:36
    • Favicon of http://www.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수정/삭제

      점점 멋있어지는것 같다는 말이 딱 어울리네요. 다양한 캐릭터와 색깔로 자신만의 느낌을 매 영화마다 확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네요^^

      2008.03.11 11:39
  8.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중간에 노라 존스 CCTV 테이프 보면서 우는 장면에서 나오는 음악,
    듣는 중간 아, 역시 하모니카 소리는 애절.. 어, 이건 그 음악!
    헐헐... 양조위 테마 Yumeji theme이라는 타이틀이었나요?
    그 음악 편곡한거네요.

    정말 나쁘지 않지만, 헐리웃판 중경삼림. 이란 생각이. ㅎㅎㅎ

    2008.03.15 11:34
    • Favicon of http://www.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수정/삭제

      네, 저도 긴가민가 했었는데, 어제 시네마천국에서 알려주었네요 ^^ 감독은 화양연화의 이후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고 하지만, 스타일이나 분위기는 중경삼림에 가까웠죠 ^^

      2008.03.15 11:36
  9.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긴 이름도 '수 린' 이잖아요.

    2008.03.15 12:03
  10. Favicon of http://ripley.co.kr BlogIcon comodo  수정/삭제  댓글쓰기

    잔잔하게 영상을 감상하니 나름 괜찮은 영화였던것도 같은데 그래도 실망스러운 점은 부인할수가 없네요 ㅜㅜ 트랙백 남기고 갈께요 :)

    2008.03.17 04:46
    • Favicon of http://www.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수정/삭제

      확실히 조금 아쉬움이 남긴 했던 영화였죠 ^^
      그래도 배우들의 매력이 지나치긴 쉽지 않은 영화인듯~

      2008.03.17 10:35
  11. 보가트  수정/삭제  댓글쓰기

    구스타보 산타올라야가 리더로 있는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의 최고의 뮤지션들로 구성된 일렉트로 탱고밴드 바호폰도Bajofondo의 서울 공연이 8월 28일 7시 악스홀에서 있습니다. 구스타보가 자신의 영화음악을 직접 연주도 한다고 하네요 ^^

    2010.08.20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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