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트 이스트우드 시리즈 vol.4] 용서받지 못한 자 (Unforgiven, 1992)

줄거리

극악무도한 리틀 빌 보안관에 항거하는 한 창녀 집단이 1천달러 현상금을 내건다. 젊은 총잡이 스코필드 키드가 현상금을 차지하러 나서면 인근의 전설적 무법자 출신 농부 윌리엄(이스트우드)과 동행하자며 유혹한다. '손을 씻었다'고 마다하던 윌리엄은 마지막으로 작업에 나선다. 윌리엄은 건실한 친구 네드 로건(모건 프리먼)까지
동원하게 되는데...

리틀 빌은 자신을 잡으러 온 총잡이도 간단하게 처리하는 솜씨와 함을 과시하는데 그를 잡겠다고 나선 윌리엄은 옛날의 총솜씨도 녹슬었고, 체력은 달리기만 하는데...



사실 이번 클린트 이스트우드 시리즈를 연작하면서 가장 보고 싶었던 영화는 더티 해리 시리즈와
바로 이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였다. <더티 해리>시리즈의 경우 1편이 국내에 DVD로 출시가 되지 않은터라
결국 올해 출시될 블루레이 박스로나 만나볼 수 있을 듯 한데, 이 작품 <용서받지 못한 자>는 물론 개봉당시에는
만나보지 못하였고, 비디오로 어설프게 관람했던 기억만 있던터라 이번에 거의 새롭게 관람할 수 있었다.

이 작품 역시 멜파소 컴퍼니가 제작하고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과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서
이스트우드에게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안겨주고, 진 핵크만에게 남우조연상을, 그리고 편집상까지
수상하는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영화가 서부 영화 역사에 있어서 갖는 의미는 역시나 매우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역시'라는 말을 쓴 이유는
이번 연작을 하면서 리뷰한 작품들이 모두 정형화된 장르의 특성을 따르는 영화라기 보다는, 의외성을
갖고 있는 장르 영화들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서부 영화라는 장르를 갖고 있지만, 일반적인 서부 영화들처럼
영웅도 등장하지 않고, 로맨스도 없다. '용서받지 못한 자'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일종의
후회와 성찰에 관한 영화이며, 폭력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속 주인공인 '윌(클린트 이스트우드)'은 한 때 여자와 아이까지 죽여버리는 악마같은 총잡이로
이름을 떨쳤지만, 아내를 만나고 나서는 자신의 옛일을 후회하며 그저 농부로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손 씻은 고수가 나중에 어떤 계기로 인해 다시 돌아온다는 설정은 이 영화에서도 어느 정도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이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해야할 것이다.
일단 다시 총을 잡게 된 이유가 단지 두 아이들과의 생활을 위한 돈을 벌기 위한 것으로 지극히 현실적이며,
그 와중에서도 계속 심적 갈등을 하고 있고, 자신의 예전 행적들로 인해 악몽을 꾸는 등 끊임없이 후회하고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낸 악령에 계속 고통받고 있는 힘없는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여기에 함께 동참하게 되는
두 캐릭터의 성격도 매우 흥미로운데, 악마같던 시절을 함께 했던 '네드(모건 프리먼)'는 처음에는 아직
실력이 죽지 않았다며 오히려 말조차 제대로 타지 못하는 윌을 걱정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가서는
방아쇠를 결국 당기지 못하고 결국 자신이 예전과는 다르게 완전히 농부로 돌아간 것을 깨닫고는 일에서
빠지겠다고 윌에게 말하게 된다.

또한 처음 현상금 소식을 알려온 스코필드 키드는 아직 어린 나이로 5명을 죽여봤다고 허풍을 떨지만,
실제로 처음 사람을 죽이고 나서는, 그 폭력성과 공포에 잠식되어 영혼에 깊은 상처를 입고야 만다.
이렇게 기존 서부극에서 등장하는 쿨한 영웅들과는 전혀 다르게 겉으로는 아닌척 하지만 속으로는 한없이
나약하고 힘없는 영혼의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인간의 폭력성과 그로 인해 고통받는 인물들을 통해
현실적인 깊은 성찰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여기서 또 하나 눈여겨볼 캐릭터는 진 핵크만이 연기한 '리틀 빌'역할이다. 보안관으로서 약간 거친 면이 있긴
하지만 사실상 그가 악역으로 그려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사실 따지고 보면 영화 속에서 리틀 빌이 한 일들은,
보안관으로서 해야할 지극히 당연한 일들이었으며, 따져보자면 현상금 때문에 자신들을 잡으려는 보안관들을
살해한 주인공 '윌'의 행동이 설명되지 않는 것이였다. 여기에 또 다른 이 영화의 특징이 있다. 바로 극하게
대립과 선을 보였던 기존 선악의 구조에서 벗어나, 확실한 선도, 확실한 악도 없는 모호한 인물 구조를 통해,
어떠한 폭력도 결국엔 정당화 되지 못한 다는 깊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여기서 가장 재미있으면서도 의미깊은
것은 영화 속 '윌'처럼 서부 영화의 아이콘이었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실제로 그런 과거를 갖고 있는 캐릭터로서
노년에 와서는 자신이 저지른 만행들을 깊이 후회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점이다.

사실 어느 영화에서나 악당이 주인공의 편을 죽일 때는 상당히 깊게 묘사되지만, 주인공이 악당들을 죽일 때에는
죽음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도 없이 그저 '빵'하는 총소리와 함께 죽는 것만으로 묘사되는데, 이 영화에서는
선과 악의 모호한 설정도 그렇지만, 자신이 예전에 죽였던 이들이 악몽으로 떠올라 고통받는 윌이나,
사람을 처음 죽여보고는 '앞으로 숨도 쉴 수 없는 거겠죠?' '실감이 나지 않아요'라는 스코필드 키드의 말에,
'그 사람의 모든 것과 미래를 빼았은 것이지'라며 대답하는 윌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선과 악을 떠나
하나 뿐인 생명을 앗아가는 폭력성이 미치는 영향(사라져간 영혼 만큼이나 가해자의 영혼도 앗아가는)을
깊게 다루고 있다.



결과적으로 '용서받지 못한 자 (Unforgiven)'라는 제목은 매우 직접적이면서도 의미심장한 제목이 아닐 수 없다.
주인공 윌이 네드의 복수를 하기 위해, 예전 악마같은 실력으로 보안관무리를 모두 소탕하지만,
이 결말이 다행이거나 통쾌하다고 여겨지기 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후회한 날들을 보냈던 윌이
다시금 살인을 저지르게 된 것이 안타깝고, 결국 용서받지 못한 채로 마무리되는 결말에 슬픔마저 느껴진다.
영화 속의 음악은 이런 윌을 위로하듯 따듯하게 감싸고 있지만, 결국 제목처럼 그는 용서받지 못한 것이 아닐까
싶다.

예전 소개했던 작품들은 초기작들임에도 연출력이 대단하다고 느꼈었는데, 이미 감독으로서도 연륜이 쌓인
이 작품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배우로서는 물론 감독으로서 1인 2역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낸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자신이 갖고 있는 서부극의 이미지를 토대로 또 다른 서부극을 완벽하게
만들어냈다. 진 핵크만과 모건 프리먼, 그리고 리차드 헤리스의 연기도 눈여겨 볼 만 하다.
중년을 넘어선 감독과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앙상블은, 그야말로 이 영화 속 인물들처럼 전성기를 지난
캐릭터들을 연기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지만, 그들의 연기 자체는 아직도 전성기라 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타이타닉>에서 로즈의 엄마 역할로 나왔던 프란시스 피셔의 얼굴도 반가웠다.


훌륭한 배우들의 깊이 있는 연기와 더불어 폭력성과 기존 서부영화가 갖고 있었던 모순들을,
감독 본인이 느끼는 대로 풀어낸 작품으로 세월이 흘러도 그 의미가 전혀 퇴색되지 않은 걸작이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2008/03/06 - [Moive] - [클린트 이스트우드 시리즈 vol.1]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
2008/03/07 - [Moive] - [클린트 이스트우드 시리즈 vol.2] 알카트라즈 탈출
2008/03/10 - [Moive] - [클린트 이스트우드 시리즈 vol.3] 무법자 조시 웨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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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ganum.tistory.com BlogIcon 가눔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어렸을때 개봉관에 가서 봤답니다. 으하하하(자랑중..--; )
    엄청 감명깊게 봐서 아직도 생생해요. 그 감동이 다시 살아나는 듯한 리뷰
    잘 봤습니다. 크~~~

    2008.03.18 11:57
    • Favicon of http://www.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수정/삭제

      이거 자랑이군요! ^^; 이런 영화는 아무래도 극장에서 꼭 봐주어야하는데요, 극장에서 보셨다니 부럽습니다~

      2008.03.18 11:58
  2. Favicon of http://differenttastes.tistory.com/ BlogIcon 신어지  수정/삭제  댓글쓰기

    드디어 올게 왔군요. 이 시기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출가로서나 배우로서의 역량을
    최고조로 발휘했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어요. 갠적으로 <퍼펙트 월드>도 무척 좋아합니다.
    이 영화에서 안나 톰슨 레빈을 처음 봤었네요. (누구게? ㅋ)

    2008.03.18 13:53
    • Favicon of http://www.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수정/삭제

      아, 혹시 얼굴에 상처나신 그 여자분인가요?
      신어지님 말씀듣고 찾아봤는데, 제가 본 영화들에도 몇 작품 출연을 했었네요. 다시 매치시켜 봐야겠는데요? ^^;

      2008.03.18 14:57
  3. Favicon of http://dazizima.com BlogIcon 버트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 옛날 브로드웨이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았습니다. 자신을 창조한 서브극을 망가뜨리는 자세는 다른 무비스타들도 본 받아야 할 진지한 자기성찰이겠지요.

    2008.03.3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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