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그 길에서 (On The Road One Day, 2006)
그들이 목숨걸고 살아가는 이야기

얼마전 어느 영화관련 사이트를 둘러보다 인상적인 포스터 한 장을 만나보게 되었는데,
아스팔트 위에 애처롭게 죽어있는 삵 한마리와 함께 무언가 먹먹한 느낌을 받게 되었던 포스터는 바로,
황윤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어느날 그 길에서>의 포스터였다.
사실 이 포스터가 아니었다면 이 영화를 보게 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본 개봉을 했을 때는 아쉽게도 시간을 놓쳐 관람하지 못하였지만, 연장 상영이 된 덕에 고맙게도
하이퍼텍 나다를 찾아 좋은 다큐멘터리 한 편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이 영화는 알려진 바대로, 이른바 '로드 킬'. 즉 길에서, 도로에서 죽음을 당한 생명들에 관한 다큐멘터리이다.
황윤 감독은 로드킬을 연구하는 3인의 연구팀과 동행하면서, 일반인들은 쉽게 지나치고 마는 로드킬에 대해
깊고도 메시지가 담긴 영상을 100분이 조금 못되는 영화 한편에 담아냈다. 로드킬이란 쉽게 말해서 길에서
동물들이 차에 의해 치여 죽게 되는 사고를 의미하는데, 이 다큐에는 본질적으로 로드킬에 대한 인식의 전환부터
분명히 짚고 넘어간다. 사람들은 흔히 '왜 동물들이 도로를 굳이 지나가다가 차에 치이나'하고 생각하는 것이
다수인데, 이것부터가 가장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도로는 인간이 길을 내기 이전에, 그곳에 생활하고 있던,
동물을 비롯한 생명체들의 생활터전이었으며, 딱 잘라말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그 도로를 지나가지 않으면,
생존에 어려움을 겪게 되기 때문에, 말 못하는 동물들도 쌩쌩 달리는 무서운 차들을 피해 이런 모험을 감행하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어느 정도 유추해볼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정확하게 시간을 두고 연구를 해본 결과
실제로 한 길을 두고 같은 동물들이 하루에도 몇 차례씩 건너다닌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으며, 국내의 토지 면적당
도로의 비율을 따져봤을 때, 아주 활동범위가 적은 동물들 조차 하루에 몇 번씩 도로위를 지나가야만 하는
상황이 반드시 발생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를 조사하는 이들 조차도, 과연 로드킬이 몇 건이나 있을까 라는 의구심으로 시작한 조사였는데,
생각했던 것보다도 너무나도 많이, 한달 사이에도 수백, 수천건이 기록될 만큼 엄청난 동물들이 로드킬로
목숨을 잃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영화 속에는 도로를 중심으로 로드킬이 발생한 지점을 점으로
표시한 그림이 나오는데, 한 건에 하나씩 점으로 표시했는데도, 하다보니 결국 도로를 모두 잇게 되는 선으로
연결되어버린 현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로드킬을 당하는 동물들에는 새, 고라니, 삵, 개구리, 토끼 등등
너무나도 많은 종과 수의 동물들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었다.
'보고 싶었던 새들을 모두 도로위에서 본다'라는 감독의 독백처럼, 우리가 보호하고 지켜야할 야생동물들이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 끔찍한 시체가 되어 발견이 되는 일이 너무도 많았다.
이 과정 중 하나 놀랐던 것은, 고라니 같은 동물이 로드킬을 당했을 때 상태가 비교적 멀쩡하면, 친 사람들이
차에서 내려서 가져간다고 한다. 바로 먹기 위해서라는데, 이런 일들이 종종 있다는 말을 들으니,
참으로 같은 인간으로서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인간들간에도 그렇지만, 환경과 혹은 동물과도 공존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듯 하다.
영장류로서 모든 동물들보다 우월한 두뇌를 갖고 있는 인간이라면, 인간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임에
분명한 환경과의 공존에 더욱 힘을 써야 할텐데, 결과적으로 너무 인간 위주의 이기적인 사고와 판단이
로드킬 같은 이런 끔찍한 현상을 일으켰다 해야겠다. 감독은 말 못하는 그들에게 말할 이 다큐를 통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이것은 보는 이로하여금 이 사태를 받아들이는데 굉장히 효과적인 장치로
사용된다. 그내들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도로위를 무섭게 달리는 차들이나, 높아만 보이는 방지턱 등이
얼마나 높은 벽과 공포로 다가오는 지를 부족하나마 느낄 수가 있었다(영화 속에서도 나오지만 사실 도로위를
빠르게 달리는 차들은 인간에게도 아주 무서운 존재다).

그리고 우리가 그냥 지나치거나 했던 그들에게 사연과 이야기를 부여함으로서, 길에서 목숨을 잃은 하나 하나의
생명체가 모두 다 이런 사연을 지니고 있고, 모두 다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이 다큐에 대한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단순히 로드킬에 실상을 보고 하는 것 정도로 이야기가
구성되지 않을까 했었는데, 황윤 감독은 상당히 공격적이고 강한 어조로 인간들에게 경고하고 있었다.
특히나 개발 만능주의에 맞물려, 고속도로의 개방 기념식의 화면을 동물들의 입장에서 본 경계해야할
인간들의 무서운 것들과 교차시키면서, 반어법을 통해 인간들에게 과연 잘하고 있는지를 되묻고 있다.
사실 이 문제는 얼핏 생각해보면, '그렇다고 도로를 놓지 않을 수는 없는것 아니냐' '피해는 감수해야 하는것
아니냐'하고 생각할 수 있는데, 다큐를 보다보면, 필요없고 효과가없는 중복 도로 건설만을 제거하더라도,
일단의 효과가 있으며, 더 나아가 애초부터 아예 건설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원래 그들의 것이었으니,
그들의 편의를 충분히 고려한 방법으로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현재의 엄청난 로드킬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런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뭐랄까, 앞으로도 하루에도 몇번씩 위험한 도로위를 지나다녀야만
하는 동물들의 앞날이 희망차 보이지는 않았다. 단적인 얘로 로드킬에 대해 연구가 시작된 것은 이번이
국내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으며, 그 것조차 국가에서 정식으로 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3명의 사람들이, 자신들도 위험을 무릅쓰고 해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로서는 이런 경각심조차 거의 무지하다는 점에서 이 다큐멘터리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다큐를 보고 바로 야생동물 보호에 관해 직접 뛰어들지는 않더라도, 아마도
도로위를 운전할 때 한 번 쯤 조심운전은 하게 될테니 말이다.

인간으로서 참으로 죄스러운 생각이 깊어져 힘들었던 다큐멘터리였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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