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푸 팬더 (Kung Fu Panda, 2008)
이런것이 진정한 오마주!

사실 <쿵푸 팬더>는 진작부터 봐야지 했던 영화는 아니었다. 포스터의 때깔만 봤을 때는
<마다가스카>정도의 영화로 생각되어 그랬던 것이었는데, 개봉이 되고 나서 흘러나오는 영화 평들은
모두 다 호평들 일색이었다. 더군다나 이것이 이름만 '쿵푸'영화가 아닌, 진정한 '쿵푸'영화라는
평들은 얼마전 실망했던 <포비든 킹덤>의 아쉬움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늦었지만 이제야 보게 되었다.



(여기서부터 끝날때까지 스포일러 입니다)

<쿵푸 팬더>를 보면서 여러가지 다른 영화들이 떠올랐는데, 그 중 가장 많이 떠올랐던 것은 <매트릭스>였다.
이 영화는 드림웍스의 전작인 <슈렉>과 비슷한 루저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그리고 있지만, 여기에 쿵푸라는
중국적인 요소를 배경으로 하면서 <매트릭스>와 상당히 밀접한 분위기로 이 루저가 그려지게 된 것이다.
주인공 '포'는 혈관에 육수가 흐르는 국수집 아들이지만, 쿵푸와 무적의 5인방, 그리고 그들에 대한 전설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있는 팬이기도 하다. 외모로보나 실력으로 보나 포가 용문서의 전수자라고는 보기가 힘들지만,
대사부는 포를 지목하고, 여기서 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포 스스로도 자신이 용의 전사(?)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무적의 5인방은 물론, 그들의 스승인 시푸 역시 포를
운명의 정해준 전사라고는 믿지 않는다. 이 설정은 <매트릭스>의 the One의 개념과 거의 흡사하다.
네오도 처음에는 스스로도 믿지 못하고, 주변에서도 아무도 믿지 못하지만, 차차 주변에서도 믿게 되고,
최종적으로 스스로도 믿게 되면서 진정한 the One이 되는 이야기 구조는 <쿵푸 팬더>에서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이 영화에서 '포'의 존재보다 개인적으로 더 인상깊게 보았던 것은 바로 '스승과 제자'의 개념이었다.
이는 쿵푸 영화에서는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으로, 어리석은 제자를 현명한 스승이 가르쳐 깨우침을 주는 과정을
주로 그리는데, 이런 과정을 미국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상당히 세심하고
정확하게 묘사해 내고 있다(앞서도 언급했지만, 성룡과 이연걸을 데리고도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던
<포비든 킹덤>과 비교해본다면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통 쿵푸 영화들에서 보면 처음에는 완전 몸치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다가, 차차 조금씩 눈을 떠가면서
나중에는 어느덧 고수가 되는 과정을 대사 없이 훈련장면과 배경음악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도 그대로 따르고 있으며, 이후에 꼭 함께 하는 식사 시퀀스가 나오는 것도(예전 성룡 주연의 영화들을
보면, 훈련 장면 이후에는 식사장면이 나오는 영화가 아주 많다)그대로다.
또한 젓가락을 이용한 쿵푸 장면 역시 여러 홍콩 영화들을 떠올리게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성룡의 작품들도
많이 떠올랐었지만 특히 <호소자>에서 삼형제가 젓가락으로 파리를 잡는 내기를 하는 장면이 더 떠올랐다 ㅋ

결과적으로 이 스승과 제자의 개념, 즉 '마스터'의 개념의 도입으로 이 작품은 좀 더 쿵푸 영화에
가까워지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매트릭스>만큼 떠올랐던 영화가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스타워즈 에피소드 3>였다.
바로 악당인 타이렁에 관한 시퀀스에서 등장하는 시푸와 타이렁의 뒷 이야기는 흡사 오비완과 아나킨의
관계가 떠올랐다. 엄청난 재능과 실력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오만함을 갖게 되는 것은 아나킨의 모습과도
흡사했고, 자신의 아들과도 같은 아나킨과 대적할 수 밖에는 없었던 오비완의 슬픔은, 시푸에게서 엿볼 수 있었다.

모습적으로는 시푸가 요다에 가까워보이지만, 설정 상은 대사부 우그웨이가 요다에 더 가깝다고 해야할 것 같다
(사실상 <스타워즈>를 염두에 둔 작품도 아닐테니 큰 의미는 없겠다만;;;). 장면적으로 타이렁이 오래전
용의 문서를 빼았기 위해 공격을 해왔을 때에 우그웨이가 갑자기 뛰어올라 타이렁을 제압하는 것을 보면,
흡사 <스타워즈 에피소드 2>에서 약간은 촐싹거리게 까지 보였던 요다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했었다.



그래서 어쩌면 악당 역할인 타이렁의 캐릭터가 좀 더 인상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표면적으로는 '포'가 루저를 대변하는 캐릭터 같지만, 결과적으로는 악당이 된 타이렁이 더 루저가 아니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엘리트 코스를 밟으면서 열심히 수련한 덕에 용의 문서를 전수받을 만한 고수가 되었지만,
실력이 아닌 운명에 의해 거절 당했던 타이렁이 삐뚫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 전수자로 유력한 타이그리스 역시 이런 점에서 안쓰러운 캐릭터가 아닐 수 없겠다.



영화를 보면서 또 하나 놀랐던 것은 전제 관람가의 애니메이션 작품에서는 흔히 볼 수 없었던 훌륭한
액션 구성 때문이었다. 놀라운 수준의 CG로 표현된 화면을 배경으로(시작 장면에 국수집과 2층 포의 방의
그래픽은 거의 실사를 방불케 했다), 각종 무기와 권법에 따라 달라지는 액션 시퀀스는 단순히 볼거리에만
치중했다기 보다는 오마주와 더불어 치밀한 계산에 의해 연출된 액션 장면들이었다.
주성치가 이미 이소룡 영화와 더불어 선배들의 쿵푸 영화에 대한 오마주를 훌륭하게 보여주었듯이,
<쿵푸 팬더>는 주성치 영화의 재미와 오마주를 애니메이션으로 또 한번 업그레이드한 느낌이었다.



<쿵푸 팬더>를 이야기하면서 더빙에 대한 얘기를 빼놓을 수 없을텐데, 확실히 잭 블랙이 연기한 포의 목소리
연기는 환상적이었다. 사실 목소리 연기보다도 더 놀라웠던 것은 포의 표정연기였는데, 그도 그럴 것이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표정 연기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변화무쌍하고 환상적인 표정연기였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단순히 목소리 연기만을 염두해두고 잭 블랙을 캐스팅 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캐릭터를 만들고
이미지화 할때 잭 블랙의 연기와 이미지를 염두해 둔 것이라고 하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단지 잭 블랙
뿐 아니라, 더스틴 호프만이나 안젤리나 졸리 같은 경우도 이와 비슷한 경우라 해야겠다.

사실 이들 외에도 크레인 역의 데이비드 크로스나 바이퍼 역할의 루시 리우, 몽키의 성룡, 맨티스의 세스 로건 등
화려한 배우들이 성우로 연기하고 있지만, 특히나 성룡이 경우 대사가 별로 없어서 성룡만의 느낌을 전달
받기에는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교도 소장 같은 경우는 분량은 적었지만 그 특유의 목소리 때문에
마이클 클락 던컨 인줄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


최근 심심치 않게 헐리웃에서 홍콩 영화에 대한 오마주를 보여주는 작품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오랜만에 제대로된 영화가 하나 나온 듯 하다. 사실 별로 특별할 것 없는 줄거리와 대사들이 힘을 얻게 된 것은
바로 쿵푸 영화의 팬들이라면 쉽게 지나치지 못할 여지를 남겨둔 연출력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1. <매트릭스>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장면적으로도 마지막에 포가 타이렁에게 맞아 둥그렇게 패인 땅 위에
   누워있고 그 옆에 타이렁이 서서 내려다보는 장면은, <레볼루션>의 마지막 장면에서 스미스가 역시
   둥그렇게 파인 구덩이 안에서 누워있는 네오를 바라보는 장면이 떠올랐다.

2. 다들 아시는 것처럼 엔딩 크래딧이 끝나고 추가 장면이 나온다(그런데 극장에서는 아무도 몰랐는지
   나 혼자봤다 --V)

3. 사실 추가장면 보다도 엔딩 크래딧과 함께 나오는 에필로그 장면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대부분의 관객들은 그냥 나가는것 같아 내가 다 아쉽더라. 생각나는 몇가지만 언급해보자면,
   포는 무적의 5인방 피규어 외에 자신의 피규어도 추가하게 되었고, 타이렁 사건 이후 웃음을 잃었던
   시푸는 웃음을 되찾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이것 외에도 영화 속 장면들이 아니라 말그대로 에필로그 장면이어서
   이것도 절대 놓치면 안될듯.

4. 아이맥스로 토요일날 또 보러 간다 --V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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