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치맨 (Watchmen, 2009) (IMAX DMR 2D)
히어로에 빗댄 정치와 권력에 대한 담론



<300>을 연출했던 잭 스나이더 감독의 <왓치맨>은 일찌감치 부터 올해 가장 큰 기대작 중 하나였고, 그 이유 중 하나는 개인적으로는 드물게 원작인 그래픽 노블을 이미 영화 감상 전에 읽게 되었던 흔치 않은 작품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사실 영화 감상 전에 원작이 된 텍스트를 먼저 접한다는 것은 일종의 선택일 것이다. 원작을 미리 본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 원작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 되겠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또한 원작이 존재할 경우, 원작을 미리 인지하고 영화를 보는 것이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 있는 것도 물론일 것이다(물론 지론은 영화는 원작이 있을 경우라 하더라도 영화만을 통해 100%를 보여주어야 하지 원작을 읽어야만 100%가 완성되는 경우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원작을 읽었을 경우 100%가 120% 200%되는 것이 되어야 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왓치맨>은 그래픽 노블이 원작이라는 소식을 듣고 조금은 일부러 원작을 찾아 읽게 된 경우였다. 물론 <씬시티>때 반짝했다가 <다크 나이트>이후 본격적으로 더욱 관심을 갖게 된 그래픽 노블들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간 그래픽 노블이나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들의 경우, 영화 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은 그 세계관과 캐릭터, 비하인드 스토리 등이 많아 왠지 영화만으로는 100%를 얻지 못하는 것 같은 경험들이 있었기 때문에, <왓치맨>의 경우는 미리 그래픽 노블로 출판된 2권의 책을 미리 개봉전에 읽어보게 되었고, 더더욱 영화를 기대하게 되었었다.

개인적인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영화화는 원작과 비교하여 만족스러웠으며, 원작을 미리 읽었던 것은 약이 된 경우였다 하겠다.


(이후 부터는 영화와 그래픽 노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마지막 단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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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무어의 원작인 그래픽 노블 '왓치맨'은 현실과 픽션이 적절히 섞인 이른바 '팩션(Faction)'이었다. 베트남전과 닉슨 대통령, 케네디 암살, 소련과의 냉전 등 실제 미국 역사의 이야기들을 배경으로 설정하고 그 가운데 마치 진짜처럼 가상의 캐릭터들을 끼워넣는 스타일이었다. 이 같은 방법은 <스파이더 맨>처럼 누구나 우연한 기회에 히어로가 될 수 있다라는 것과는 다른 방식의 접근이라 할 수 있겠는데, 실제 역사속에 히어로를 삽입함으로서 허무할 수도 있는 이야기에 좀 더 공감대를 불어넣는 동시에, 관객들에게 원초적으로는 '정말 그랬다면 어땠을까?' 혹은 '그런 일이 어디선가 일어날 수도 있지 않았을까?'하는 흥미를 갖게 하는 것이었다. 이런 점에서 '왓치맨'은 만약 미국이 배트남 전에서 패하지 않고 다양한 국가적 사건들에 알게 모르게 히어로들이 개입되어 있었다고 가정한 상태로 진행이 된다. 이 국가적 사건들에 가상의 캐릭터와 이야기를 심은 것은 제법 설득력있게 그려진다. 특히 영화의 인트로 시퀀스는 인물들의 대략적 역사와 더불어 시대적 상황을 간략하지만 임팩트있게 묘사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확실히 실제 미국의 역사를 알고 있으면 있을 수록 흥미로운 인트로가 아닐 수 없다(더군다나 여기는 상당히 많은 패러디나 인용들이 담겨있어 더욱 흥미롭다. 그 유명한 종전 사진을 레즈비언의 키스로 묘사하는 센스라던가, 히어로의 은퇴장면을 예수의 최후의 만찬으로 표현한 장면 등만해도 그렇다).

사실 원작 코믹스는 캐릭터들에 대한 설명이나 역사에 대해 상당히 불친절한 경우였는데, 영화는 이 부분을 비교적 잘 압축하여 오프닝 시퀀스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하겠다. '미닛맨 (Minutemen)'으로 활동했던 1기 히어로들이 어떻게 활약했고 사회에서는 어떤 대우를 받았으며, 어떻게 사라져갔는지와 케네디 암살이나 인류의 달 착륙 같은 국가적 사건에 어떻게 개입이 되어있는지, 기본적으로는 어떤 정치,사회적 배경이 있었는지, 그리고 각 캐릭터들의 어린 시절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등에 대해 보여주면서 영화 속 주인공들인 '왓치맨'이 구성되는 시기까지 이를 함축적으로 아주 잘 그려내고 있다. 아마도 근래에 본 오프닝 시퀀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영화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잭 스나이더의 <왓치맨>은 확실히 고심하고 노력한 기색이 역력히 보이는 작품이다. 아마 본인도 꼭 왓치맨은 아니었더라도 어느 코믹스나 그래픽 노블의 팬보이였을 잭 스나이더는, 원작의 수 많은 팬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고 이런 의식은 전체적으로 큰 각색보다는 원작의 세계관과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옮겨오는데에 더 집중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원작을 읽은 입장에서 봤을 때 영화는 전체적으로 그래픽 노블을 그대로 다시 한번 영상으로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을 정도로, 몇몇 포함되지 않은 이야기들과 결말 부분만 제외하면 거의 그대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신문 가판대 소년이 전하는 화물선 이야기가 대표적으로 빠진 경우이며, 결말 부분도 원작과는 조금 다르게 변형이 된 경우라 하겠다). 예전 <씬시티>영화를 보고 나서 뒤늦게 원작인 그래픽 노블을 보고는 영화 속 장면이 얼마나 그래픽 노블을 그대로 옮겨오려 노력한 것인가를 확인하고는 놀란적이 있었는데, <왓치맨>의 경우는 원작을 먼저 읽은 경우라 영화를 보는 중에 너무도 똑같은 장면 구성에 놀라게 되는 장면이 몇몇 있기도 했다.

원작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만 더 해보자면, 워낙에 원작의 세계관과 캐릭터의 깊이가 깊고 이야기가 다중적이기 때문에 단 한편으로 마무리 지어야 하는 영화에서(그것이 2시간 4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이라 할지라도) 이것을 다 소화하고 설명하고 풀어내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을 수 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잭 스나이더는 몇몇 장면을 영화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함축적 장면들로 표현하고 몇몇 시퀀스들은 과감히 제외하면서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운 영화화를 이루었다고 생각된다. 다시 말해 이 정도의 영화화라면 다른 어떤 감독이 만들어도 쉽게 구현해내기는 어려운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잭 스나이더가 좀 더 스타일리쉬한 부분에 치우쳐서 메시지보다는 보여지는 것에 더욱 치중한 영화를 만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는데, 그는 자신만의 장기는 살리되 메시지에 흠이 가는 부분은 최소화 하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몇몇 액션 장면에서는 <300>을 통해 유감없이 보여주었던 베리 슬로우 모션 액션을 엿볼 수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과하지는 않았으며(그래서 300 같은 액션영화를 떠올리며 극장을 찾은 많은 관객들이 허탈해하며 돌아갔는지도 모르겠다), 액션보다는 원작의 그 질감과 느낌을 스크린으로 옮겨오는데에 더 공을 쏟은 것이 만족스러웠다.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들은 물론, 원작을 읽은 이들 가운데서도 잭 스나이더의 <왓치맨>에 대해 평이 극과 극으로 나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운 편에 서고 싶다.




이 영화는 결과적으로 굉장히 정치적일 수 밖에는 없다. 그리고 철학적일 수 밖에 없는 텍스트이다. 실제 미국의 정치적 배경을 영화의 주된 배경과 소스로 사용하고 있으며, 인물들은 어찌보며 이 배경 속에서 태어날 수 밖에 없었던 존재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권력이 어떻게 사회의 폭동과 범죄를 야기시키고, 이를 막기 위해 스스로 일어난 자경단과 같은 히어로들을 또 어떻게 정치적으로 이용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들을 영화는 시종일관 보여준다. 이런 과정이 거듭되면서 코스츔을 입은 히어로들은 스스로 자신들이 '왜 이지경이 되었는지'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기에 이르고, 스스로 환멸과 후회, 덧없음을 느끼고는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세상을 살아가게 된다. 반 사회적으로 그려지지만 어찌보면 본래 마스크를 쓰고 히어로가 되기로 했던 처음의 마음을 잊지 않고 신념대로 활동하고 있는 것은 로어셰크 뿐이며, 나머지 히어로들은 단순히 나이를 먹어서 은퇴했다기보다는 앞서 언급한 스스로의 절망 때문이라 해야겠다. 각 히어로들에게는 자신 만의 고통과 이유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영화의 주제와 밀접하게 생각해볼만한 캐릭터는 역시 닥터 맨하튼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사고로 마치 신과 같은 존재가 되어 버린 존은 철저히 국가의 정치적 의도에 의해 이용되고 사용되어 진다. 베트남전에 참전하여 전쟁을 미국의 승리로 이끌게 되고 소련과의 냉전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 무기로 사용되고 있으며, '신이 존재하고, 그는 미국인이다'라는 말처럼 대외선전용으로도 사용되게 된다.




영화 속 닥터 맨하튼이 겪는 고뇌는 이 영화가 이야기하는 고민과 같은 선상에 놓인다고 볼 수 있겠다. '신'으로 묘사된 것처럼 절대적인 능력을 갖고 있는 닥터 맨하튼이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은, 결국 영화과 궁극적으로 이야기하려는 '권력'에 대한 것과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다. 그런 면에서 보았을 때 <왓치맨>은 굉장히 직접적으로 관객에게 묻고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절대적에 가까운 힘을 갖고 있지만 닥터 맨하튼이 결코 절대선으로 그려지지는 않는다. 그는 극중 코미디언의 말처럼 막을 수도 있던 재앙들을 결국은 막지 '않'은 경우도 많았으며, 인간들에 대한 환멸로 치부하기는 했지만 그조차 인간적인 면에 휩쓸려 어느 한 편을 들고 편협함을 은연 중에 갖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는 이렇게 절대자라기 보다는 '미군'에 가까운 행동을 벌여왔던 지난 날들에 뒤늦게 덧없을 느끼고 지구를 떠나지만, 화성에서 그가 갖게 되는 고민들 역시 이것에서 완전히 벗어나있지는 못한다.

그런 면에서 영화의 이 엔딩은 굉장히 의미심장하다고 할 수 있다. 뒤늦게 이 모든 음모가 오지맨디아스의 계획이라는 것을 알게 된 로어 셰크와 댄(나이트 아울 II)은 오지맨디아스를 찾아가보지만 이미 이들이 막기에는 늦어버린 때였다. 나중에 자신이 이용당한 것을 알게 된 닥터 맨하튼 역시 오지맨디아스를 막기 위해 나타나지만 결국 막지 못한다. 아니 막지 못했다기보다는 오지맨디아스의 계획에 결국 수긍하게 되어버린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 평화에는 희생이 따른다는 식의 논리. 엄청난 큰 재앙이 닥치게 되자 오랫동안 핵전쟁 일촉즉발의 긴장상태를 유지하던 미국과 소련은 더 큰 적에게 대항하기 위해 연합하게 되고, 이른바 '평화'를 이루게 된다. 오지맨디아스의 논리는 이런 것이다. 결국 다수가 행복한 평화만 이루면 되는 것이 아니냐 하는 것. 그런데 나댄과 닥터 맨하튼은 이 같은 오지맨디아스의 논리에 반박을 하지 못한다. 더군다나 계획 시전이 아니라 이미 시행된 이후라 더욱 그랬을 것이다. 핵전쟁 바로 직전까지 갔던 세계의 정세를 평화의 무드로 만든 것이 거대한 거짓말이라는 것은 알지만, 이 '만들어진 평화'를 굳이 깨는 방식을 원하지는 않는 것이다.




거대한 재앙 앞에 다툼과 혼란이 하나로 융합되고 평화를 이루는 과정은 실제 역사 속에서도 여럿 있어왔다. 가까운 예를 들자면 9.11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음모설 따위일 뿐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당시 여러가지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부시 정부에게 단 한 방에 국민의 힘을 실어준 것은 다름 아닌 9.11 참사였으며, 결국 기름전쟁이었던 빈 라덴 잡기 전쟁의 명분을 준 것도 9.11이었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이 같이 큰 재앙이 닥치면 미국의 침공이 부당하고 믿고 있던 사람들의 신념마저 약해져서 '그래, 꼭 그것만이 아니더라도 이젠 충분한 명분이 있잖아?'하며 자기 합리화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왓치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오지맨디아스의 계획이 잘못된 것은 댄도 닥터 맨하튼도 너무도 잘 알고 있었지만 일이 벌어진 바에야 이를 깨고 싶지 않은 것이다. 거짓으로 만들어진 평화지만, 이 거짓을 알게 된다면 겪게 될 혼란과 핵전쟁 위기를 굳이 초래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래 이미 일은 벌어졌잖아, 이 평화를 잘 지켜내기만 하면 돼'하며 자기 합리화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끝까지 여기에 동참하지 못하고 자신의 본래 신념대로 가겠다던 로어 셰크를 닥터 맨하튼이 손수 자신의 손으로 죽일 수 밖에는 없었을 것이며, 댄 역시 좀 더 강하게 로어 셰크를 설득하거나 맨하튼을 막아볼 수도 있었지만(물리적으로는 못하겠지만), 그러지 않고 로어 셰크가 죽은 다음에야 '안돼~!'하며 역시 자기 합리화를 하고야 만 것이다.

영화는 여기서 직접적인 질문을 던진다. 곧이 곧대로 융통성 마저 없어보였던 로어 셰크의 길이 옳은 것인지(죽음을 뻔히 알고서도 신념을 굽히지 않은 것), 아니면 이미 일이 벌어진 뒤라면 그리고 진실이 알려지게 된다면 더 큰 재앙을 겪을 수도 있다면 이 평화를 지켜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묻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대답이 결코 쉽지 만은 않다. 솔직히 대답은 로어 셰크를 응원하다고 쉽게 얘기할 수 있을지 모르나 저런 상황에 닥쳤을 때 과연 로어 셰크처럼 할 수 있겠는가를 묻는 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질 것이다. 이 영화가 전체적으로 우울하고 쓸쓸한 것은 비단 어두운 스타일과 고어한 장면들 때문은 아닐 것이다. 이처럼 관객에게 쉽게 답할 수 없는 문제와 현실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채 노출시켜 자기 합리화와 신념 가운데서 고민하도록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하나 인상적인 건 오지맨디아스가 정말 '평화'만을 위해 이런 계획을 세웠다고 보기엔 후에 상황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폐허를 제건하는 회사는 다름아닌 '바이트'사이고 하늘에도 '바이트'사의 비행선이 떠있고, 결국 이 재건될 세계에서 주도권과 권력을 쥐게 될 것은 오지맨디아스의 '바이트'사가 될 것이 당연한 일이다. 이것은 결국 평화라는 이름으로 전쟁을 일으키고 국제 사회에서 주인 노릇을 하려는 미국에 대한 비판적인 메시지일 것이며, 더나아가 이를 자기합리화하며 신경쓰지 않으려 하거나 남의 탓으로만 돌리려 하는 전 세계인들에게 보내는 비판의 메시지이기도 할 것이다.




영화 <왓치맨>에 현실감을 불어넣어 준 것 중 하나는 다름 아닌 음악이었다. 영화 속에 삽입된 곡들은 <포레스트 검프>처럼 당시를 느낄 수 있는 곡들이어서, 마치 실존했던 비화를 듣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살짝 들게도 했다. 오프닝에 사용된 밥 딜런의 'The Times They Are A-Changin'을 비롯해, 사이먼 앤 가펑클의 'The Sound of Silence', 제니스 조플린의 'Me And Bobby McGee' 등은 당시를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곡들이었다. 아, 그리고 코미디언이 살해를 당하는 장면에 사용된 냇 킹 콜의 'Unforgettable'도 기가 막힌 장면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지미 헨드릭스의 'All Along The Watchtower'도 인상적이었는데, 밥 딜런의 곡이나 지미 헨드릭스의 곡 등 당시 히피정신으로 자유와 반전을 부르짖었던 정서를 담고 있는 곡들이 사용된 것도 단순히 시대적 상황만을 고려한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겠다. 대부분 다 인상적이고 적제적소에 음악들이 사용되었다고 생각되나 단 하나 댄과 로리의 베드씬에서 흘러나오던(그것도 크게!) 'Hallelujah'는 조금은 이질감이 느껴졌다. 그것이 레너드 코헨 버전이라 조금 더 그랬는지 모르겠다. 제프 버클리나 루퍼스 웨인와잇이 부른 버전이었다면 좀 더 쓸쓸하게 다가왔을지도 모르겠으나, 레너드 코헨의 버전은 '할렐루야'라는 가사와 맞물려 자칫 웃음이 지어지는 시츄에이션을 자아내기도 했다;; (잭 스나이더가 의도한 것이 어쩌면 이것일지도 ㅎ).




일단 잭 스나이더의 영화답게 영화 속 캐릭터들의 모습이라던가 그 스타일은 정말 만족스러웠다. 역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로어 셰크였다. 계속 변형하는 가면의 표현도 인상적이었고 그 거친 나레이션과 건조함은 엄청난 포스를 뿜어냈다. 특히 가면을 쓰고 있지 않을 때도 인상적이었는데, 잭키 얼 헤일리는 원작이 로어 셰크와 거의 흡사한 느낌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잭키 얼 헤일리는 어디서 본듯 했으나 잘 기억이 나질 않았었는데, 찾아보니 바로 케이트 윈슬렛이 출연했던 <리틀 칠드런>에서 주변에서 소외받고 의심받는 인물을 연기했던 그 였다. 재미있는건 이 <리틀 칠드런>에 등장했던 또 한 명의 배우가 <왓치맨>에 출연하고 있다는 점인데 그는 다름 아닌 나이트 아울 II 역할을 맡은 패트릭 윌슨이다. 원작과의 조금 차이점이라면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원작에서 댄은 좀 더 나이가 많은 인물로(그래서 로리와 나이차이가 좀 있는) 생각되었는데, 극 중에서는 조금 젊은 듯했다. 그래서 로리와도 약간 안어울린다기 보다는 남녀관계로서 잘 어울리는 듯한 느낌도 있었고. 큰 뿔테 안경을 고쳐쓰는 모습이 마치 <슈퍼맨>에서 클락의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여러 배우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역시 인상적인 다른 배우를 꼽으라면 빌리 크루덥이었다. 사실 단 번에 얼굴을 알아본 배우는 그 뿐이었다(생긴건 제일 외곡되었는데도 말이다 ㅎ). <미션 임파서블 3>와 <빅 피쉬>를 통해 눈에 익었던 그는 <왓치맨>에서 닥터 맨하튼 역을 맡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빨리 DVD나 블루레이가 출시되어 그의 출연분이 어떻게 촬영되었는지 한번 확인해보고 싶다.




<왓치맨>은 분명 원작 코믹스와 더불어 그리 친절한 작품은 아니다. 더군다나 만약 이 영화를 전형적인 액션 히어로 블록버스터로 인식하게 된다면 더더욱 그럴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상당히 매니아적인 요소를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낸 작품이며, 우울하고 씁쓸한 사회의 뒷맛 역시 숨기지 않고 내놓고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단순히 주말 시간을 즐기기 위한 영화로는 절대 비추이며 (그래서 오히려 긴 러닝타임이 마음에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시간 여유가 된다면 원작인 그래픽 노블을 먼저 읽는 편이 조금 더 도움이 되는 듯 했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나서 원작을 다시 한번 읽어보니 원작을 읽었을 때 100%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채워지는 느낌이었다(아마도 영화를 다시 한번 보게 된다면 또 한 번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여튼 나는 좋아! 왓치맨!


1. 왕십리 CGV에서 아이맥스 DMR 2D로 감상하였는데, 일산 아이맥스를 안본 입장에서는 엄청난 스크린 크기에 일단 압도. 많은 분들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소리가 조금 과하게 큰 듯한 느낌도 분명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영화도 영화지만 영화 상영전 작게 뿌려지던 일반 광고와 예고편들 ;;

2. 마지막 시퀀스에서 오지맨디아스가 보는 많은 영상들 가운데 직접 눈으로 확인한 건, <람보 2>와 <매드맥스>를 들 수 있겠다. 그 외에도 여러 작품들이 나름 이유를 가지고 삽입되어 있는데 하나하나 연관성을 따져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되겠다.

3. 나이트 아울 II과 로리가 아키를 타고 불난 건물의 사람들을 구출하는 시퀀스에서 커피를 나눠 마시는 장면이 추가되지 않은 것은 조금 아쉬웠다. 이 장면은 원작을 읽을 때 왠지 인상적으로 느껴졌었는데, 영화에서는 종이 커피잔을 정리하는 것 정도로만 묘사되었다.

4. 원작을 보면 극중 인물들이 보는 신문들이나 길가에 현수막 혹은 TV속 내용들에 대해 자막이 지원되었는데, 영화 속에서는 여기까지는 지원이 되지 않아 살짝 아쉬웠다. 물론이것이 조금은 과한 요구일 수도 있겠지만 원작을 읽은 분들은 아시다시피 이것들을 통해 당시 상황을 전달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이 부분이 지원되지 않은 것은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5. 사실 영화가 영화인지라 하고 싶은 말들이 더 많았는데 한번에 정리하기는 좀 어려웠던 것 같다. 추가로 생각이 떠오르거나 한번 더 보게 된다면 다시 한번 정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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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www.rabbicat.com BlogIcon 토양이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치적이고 철학적인 텍스트, 라는 이야기에 절대적으로 공감합니다. 영화를 보고 이렇게나 만족스러웠던(그리고 입맛이 썼던^^;) 것도 굉장히 오랜만이라, 주말에 봤는데도 아직까지 곰씹어보고만 있네요. 저도 원작을 읽고 나서 다시 뜯어보고 싶습니다.^^

    2009.03.09 10:49
    • Favicon of https://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수정/삭제

      원작을 읽게 되시면 영화에서는 다 설명되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접하실 수 있어서 좀 더 풍족스런 경험이 되실 것 같아요. 아마 다시 한번 더 영화가 보고 싶어지실지도 모르겠구요 ^^;

      2009.03.09 13:11 신고
  2. Favicon of http://differenttastes.tistory.com BlogIcon 신어지  수정/삭제  댓글쓰기

    결과적으로 나도 열라 좋았다구! 왓치맨! ㅋ

    2009.03.09 10:51
  3. Favicon of http://cortg290.tistory.com BlogIcon 제노몰프  수정/삭제  댓글쓰기

    말씀하신 것 중에 공감하는 것이 영화에 대한 평가가 원작을 읽었느냐 읽지 않았느냐에 휘둘려선 곤란하다는 얘기였어요. 엄연히 영화란 또 다른 창작물이고 그것을 보는 행위가 원전의 영향을 받아야만 하는 건 아니니까요. 영활를 보기 전에 원작을 접하는 것은 일종의 옵션 같아요. 하긴 저는 그래픽 노블 버전의 <왓치맨>을 보지 못했으니 쓸데없는 변명같기도 합니다만.^^

    사운드트랙은 정말 좋았어요. 할렐루야 같은 경우 아무래도 감독의 의도가 있었겠죠. 음악과 어우러져 나이트 아울이 버튼을 잘못눌러 비행정에서 불꽃이 뿜어져 나올때는 저도 모르게 킥킥댔어요. 적잖이 웃긴 영화였습니다.^^

    2009.03.09 11:50
    • Favicon of https://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수정/삭제

      저도 원작이 옵션 이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영화와 원작을 함께 팔아야겠죠 ㅎ

      불꽃 뿜어져 나오는걸로 미뤄보니 정말 감독의 의도라고도 생각되네요 ㅎ

      2009.03.09 13:13 신고
  4. Favicon of http://www.zinsayascope.com BlogIcon 진사야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화를 보고 나서 원작을 꼭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영화판은 꽤 마음에 들었어요 ㅎㅎ
    글 잘 읽었습니다.

    2009.03.09 12:09
  5. Favicon of http://valentinedaygirl.tistory.com/ BlogIcon  수정/삭제  댓글쓰기

    점수가 꽤 높군요
    책 읽고 봐야겠어요
    저는 히어로물에 대해 조예는 없지만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제밤에 깨달았어요.

    2009.03.09 12:48
    • Favicon of https://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수정/삭제

      <왓치맨>은 히어로물이라기 보다는 정치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히어물에 대한 조예나 관심이 없어도 그럭저럭 즐기실 수 있으실거에요~

      2009.03.09 13:14 신고
  6. Favicon of http://dang2ya.tistory.com BlogIcon 당이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화 개봉을 앞두고 그래픽 노블을 부랴부랴 읽고 있었는데, 결국 후반부는 못 읽고 영화를 먼저 봤어요.
    저도 영화가 그런대로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나 원작과 너무나 똑같은! 캐릭터들과 장면들이요.
    닥터 맨해튼을 표현해 낸 것도..ㅎㅎ
    그래픽 노블 마저 읽고 영화 한번 더 보고 싶어요~

    2009.03.09 14:40
    • Favicon of https://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수정/삭제

      정말 그대로 그래픽 노블을 보면서 연출한듯한 장면이 여럿 있었죠 ㅎ 영화를 보고나서 사무실에서 원작을 다시 잠시 읽었더니 느낌이 또 새롭더라구요 ㅎ 아예 소장용으로 하나 구입해야겠어요 ~

      2009.03.09 15:20 신고
  7. Favicon of https://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금 원작 그래픽 노블을 다시 보다가 발견했는데, 원작에서 오지맨디아즈가 보는 여러 화면들 가운데 영화처럼 <람보>로 미뤄볼 수 있는 장면이 있군요. 아래는 군복바지에 기관총을 쏘고 있는 남자. 거기에다 머리에 띠까지 두르고 장발을 하고 있으니 확실히 <람보>라고 가정할 수 있겠네요!

    2009.03.09 15:21 신고
    • Favicon of http://zambony.egloos.com/ BlogIcon 잠본이  수정/삭제

      배경이 1985년이고 아프간 침공 얘기도 있으니 대략 람보가 나와도 이상할 게 없긴 한데...
      과연 레이건이 아닌 닉슨 행정부에서도 람보가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긴 하죠. (특히나 베트남전에 대해 비판적인 냄새를 풍겼던 1편은...)

      2009.03.10 00:21
  8. Favicon of https://ystazo.tistory.com BlogIcon 만물의영장타조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영화는 철저하게 내용을 이해하고 봐야 공감이 가는 것 같습니다.
    저처럼 원작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는 감독이 뭘 말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이야기가 왔다~ 갔다~ 사실 정신이 좀 없었습니다. ^^
    액션인 것처럼 예고편이 너무 기대를 키워놓아서 더욱~ 기대치와 거리감이 생긴 듯 하구요.
    그래도, 생각보다는 긴 상영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고, 음악도 좋아서 다행이었습니다.
    마지막에 너무나 쉽게 로어세크를 죽인 것은... 생명을 좀 경시하는 듯한, 정말 자신이 신이라고 생각하는 듯한,
    닥터 맨하튼의 오만이 느껴지더군요. ^^

    2009.03.09 19:37 신고
    • Favicon of http://bloodbar.tistory.com BlogIcon 바구미  수정/삭제

      닥터 맨해튼 자신이 언급했듯이, 생명을 경시한다기 보다는 그저 생명 자체에 의미를 두지 않는 거지요. 사고방식 자체가 보통 인간과 다르니까요. '죽인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저지한다'는 차원에서 그렇게 했을 거라고 추측합니다.

      2009.03.09 19:49
    • Favicon of https://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수정/삭제

      닥터 맨하튼은 엄청난 힘을 가진 절대자에 가까운 존재로 그려지지만, 영화 속 묘사를 보면 결국 그도 자기 합리화라는 것에 빠져버리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마는 것 같습니다.

      확실히 액션측면을 강조한 예고편과는 괴리감이 있었죠 ^^

      2009.03.09 23:42 신고
  9. Favicon of http://bloodbar.tistory.com BlogIcon 바구미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고보니 커피 대접하던 장면이 정말 없었네요. 그거 참 신선했는데.

    재키 얼 헤일리는 정말 너무 원작의 이미지랑 같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가면 안 쓰고 피켓 들고있는 장면이 조금 더 많이 나왔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2009.03.09 19:45
    • Favicon of https://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수정/삭제

      그러니깐요;; 로어 셰크의 정체가 밝혀지는 상당히 중요한 장면으로 이어지는 장면이기도 했는데, 이 부분이 조금 스치듯 지나가 버렸죠;;

      2009.03.09 23:42 신고
  10. Favicon of http://griffith.tistory.com/ BlogIcon 그리피스의 개인생각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별 생각없이 포스팅하고는 다른 분의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신 그리고 왓치맨은 이제 시대착오적이라는 포스팅에 반박으로 트래백 걸었는데 [원작 팬인분이 이견에 관대한 의견(뭐 동감하는 부분도 있지만, 고전으로 불릴만한 이유가 있다는...포스팅이였죠)에 감사?하기까지 하다]는 말을 들었네요.
    그래서 다시 찾아가니 호불호가 갈리는 만큼... 설전이더군요. 뭐 알면 알수록 더 많을 걸 보고, 배우고, 느끼는 영화기는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그분들이 재미없다면 없는 것이지요...제게는 수작도 남에겐 자장가가 될 수 있고, 그들의 걸작도 제게는 쓰레기일 수가 있는 법인데요. 아무래도 문화는 받아들이는 사람의 주관이 좌우하는 법이니까요.

    어쨌던 명료히 정리해주신 님의 포스팅.... 참 많은 질문을 우리에게 던져주는 원작의 숨겨진 질문을 정말 텍스트로 잘 정리 하셨군요. 트래백 겁니다... 님의 글에 비하면 어설프지만요^^

    2009.03.10 09:46
    • Favicon of https://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수정/삭제

      말씀해주신 것처럼 영화야 어차피 개인적으로 다들 받아들일 수 밖에는 없는 것인데, 왜 이렇게 재미있다 없다로 설전을 벌여야 하는지 조차 사실 잘 모르겠네요 ^^; 재미없게 보았을 경우엔 그냥 재미없었던 이유를 간단히 적어주시거나 하면 되는데, 꼭 쓰레기 같은 자극적인 단어를 쓰는게 문제인것 같습니다.

      제 감상기 역시 뭐 개인적일 뿐이고, 정리가 좀 덜되서 부족할 따름이죠 ^^; 감사합니다~

      2009.03.10 13:03 신고
  11. Favicon of http://blog.naver.com/soyoung0721 BlogIcon cristina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 저번주에 이영화보고 너의 리뷰를 기다렸어..
    이제야 영화가 이해가 되는구나..
    기본 지식없이 그냥 보기에는 무리가있었으나,, 먼가 머리를 딱 치는 느낌이 너와 같아 공감대가 형성됐어~
    땡큐~

    2009.03.12 01:43
    • Favicon of https://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수정/삭제

      세계관이 좀 복잡한터라 원작을 안읽었다면 100% 이해하기가 그리 쉬운 영화는 아니었지 ;; 이해가 되었다니 다행이네~

      2009.03.12 09:48 신고
  12. hm89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화를보고 어덯게 이렇게 자세하게 글을 쓰시는데 존경합니다

    2009.03.12 13:29
  13. Favicon of http://plan9blog.com/ BlogIcon 주성치  수정/삭제  댓글쓰기

    중간에 브이포벤데타 티를 입은 악당이 나온것 같은데...
    나중에 확인해봐야겠네요

    2009.03.16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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