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타 (Pieta, 2012)

헤어날 수 없는 자본주의의 굴레



김기덕 감독의 열여덟 번째 영화 '피에타'를 보았다. 평소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특별히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아무래도 그가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방식에 있어서 호불호가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의 영화는 항상 '날 것'의 느낌이 강하게 느껴졌었는데, 그 날 것을 요리하는 방식의 정도에 따라 그의 영화에 대한 만족도가 달랐던 것 같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 '피에타'는 개인적으로 그동안 보아온 그의 작품들 가운데 가장 강렬하고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여전히 그의 방식은 날 것에 가깝고 불편함을 숨기지 않는 방식은 그대로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요리의 방식과 메시지를 비교적 은유 없이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이 오히려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 김기덕필름. All rights reserved


잔인한 방법으로 돈을 빌린 사람들을 찾아가 보험금을 뜯어내는 강도 (이정진)에게, 어느 날 자신이 엄마라고 말하는 여자 (조민수)가 나타난다. 처음 자신의 엄마라는 것을 믿지 못하던 강도는 끈질기게 자신의 곁을 지키는 여자를 점점 엄마로 인정하며 마음을 조금씩 열게 된다.


김기덕 감독은 여러 차례 인터뷰를 통해 이렇듯 불편한 진실을 영화화 하는 것에 대해 삶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여러 감독들이 이미 이야기하고 있으니 다른 감독들이 잘 다루지 않는 어두운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해야 겠다는 생각에 작품들을 만들어 왔다고 했는데, '피에타' 역시 그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앞서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이 되었다는 소감처럼, '피에타'가 담고 있는 삶 혹은 대한민국에서의 삶의 이면이 전작들에 비해 가장 쓰라리게 느껴졌다. '피에타'의 메시지는 상당히 직접적이다. 종교적인 구원의 색채를 담고는 있지만 영화가 배경으로 하고 있는 도시와 이야기는 에둘러 은유하려고 들지 않는다. 


청계천에 위치한 작은 공업 상가들을 배경으로 그들이 직면한 현실의 삶의 문제, 이자가 원금의 10배 넘는 걸 알면서도 당장의 생활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빚을 질 수 밖에는 없는 현실, 그리고 이들을 이렇게 사지로 몰아넣은 자본주의와 대한민국의 현실은, 얼핏보기에 마치 우리 삶과 전혀 동떨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일인냥 진행되지만 바로 서울하고도 청계천, 즉 현실에서 오늘도 벌어지고 있는 일임을 지속적으로 관객에게 인지시킨다. 청계천이 훤히 바라다보이는 건물의 높은 곳에 올라 평생을 해온 삶의 터전이 곧 사라질 것을 비관하는 장면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라기 보다는 그냥 '현실'이다.


(이하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김기덕필름. All rights reserved


'피에타'라는 제목과 조민수와 이정진이 함께한 그 유명한 미켈란젤로의 조각상 모습을 한 포스터를 보았을 때 눈치챌 수 있었듯, 이 영화는 어머니와 아들 그리고 구원에 관한 영화였다. 그런데 이런 구도로 가던 영화는 작은 반전을 내어 놓는다. 바로 조민수가 연기한 여자가 강도의 엄마가 아니라 그로 인해 고통받고 죽어간 이의 어머니였다는 것. 영화 내내 강도를 만나는 사람들은 그에게 '이 악마의 자식'이라는 얘기를 하곤 하는데, 바로 이 악마의 자식을 잔인한 방식으로 처단하는 또 다른 잔인한 복수를 여자는 거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피에타'는 이것이 반전으로 읽히지 않는다. 즉, 여자가 강도에게 잔인한 복수를 하는 이야기도 물론 있지만, 여자가 속이려고 했던 강도의 어머니로서의 이야기로도 읽힌다는 얘기다.



ⓒ 김기덕필름. All rights reserved



결국 여자는 마지막에가서 자신의 아들에게 '강도도 너무 불쌍해'하며 연민을 느끼게 된다. 영화 속 사실만을 근거로 하자면 이 연민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자신의 아들을 스스로 죽음에 이르게 한 것에 대한 복수로 더 잔인한 방식을 택했을 만큼 독한 마음을 먹었던 여자가, 그 복수의 상대에게 '너무 불쌍해'라며 연민을 갖는 다는 것 말이다. 하지만 '피에타'는 강도와 여자에게 자비를 베풀기를 간청한다. 강도를 묘사함에 있어서 동정심을 유발시킬 만한 장면과 설정들을 담기는 했지만, 그것이 강도를 단순히 사회가 만든 악마로서만 봐달라는 방식은 분명 아니었다. 하지만 여자가 강도를 아들로 대하며 겪는 이야기들은 이 영화에 작은 가능성을 만들어 낸다. 그것이 설령 복수를 위한 거짓된 행동이었다 하더라도 (그리고 처음부터 연민 같은 건 없었고 마지막에 가서야 비로소 그 복수의 날이 강도에게 향하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하더라도) 그 가운데 이들에게 (여자 스스로를 포함하여) 자비를 베풀고자 하는 간곡한 바램의 틈을 작게나마 엿볼 수 있었다. 



ⓒ 김기덕필름. All rights reserved


'피에타'가 종교적인 구원의 메시지로 느껴진 것은 영화가 선택한 마지막 때문이었다. 목숨을 담보로 빚을 질 수 밖에는 없는 서민들의 삶. 내 아이는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스스로 두 손을 내어놓은 삶. 악마같은 잔인한 방법으로 다른 삶을 죽음으로 내몰지만 그 자신도 구원받지는 못하는 삶. 복수로 자신과 아들의 삶을 구원하고자 하지만 결국 더 큰 슬픔만을 간직하게 된 삶. 영화 속에 등장하는 그 어느 누구도 구원받지 못한 채 영화는 끝을 맺는다.


이 영화가 유난히도 아픈 것은 헤어날 수 없는 자본주의의 굴레를 결국 누구도 이겨내지 못하고 모두 본인이 선택한 방법으로 스스로 죽음에 이르렀기 때문이었다. 결국 여자는 마지막에 더 큰 아픔의 눈물을 흘리기는 했찌만 본래 계획했던 그대로 스스로 몸을 던졌고, 강도 역시 자신의 악마와도 같은 행동으로 더 힘든 삶에 놓인 이들을 빌려 스스로 잔인한 죽음의 길을 택했다. 이것은 순교는 절대 아닐 뿐더러 구원에 이른 죽음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아마도 이 영화가 영화 속 인물들에게 허한 유일한 자비라면 마지막 여자를 뒤에서 밀어 버리려고 했던 할머니에게 그럴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 여자와 마찬가지로 아들을 잃은 복수를 행하려던, 이 굴레에서 더 헤어나올 수 없게 될 수 있었던 할머니에게는 여자와 같은 지옥같은 삶을 주지 않은 것이 이 영화가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자비가 아니었나 싶다.


다시 문장의 처음으로 돌아가, 이 영화에서 종교적 구원의 메시지를 느끼게 된 건 바로 이 때문이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헤어날 수 없는 자본주의의 굴레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매일 같은 하늘 아래에서 이러한 아픔과 죽음이 일어나지만 그 깊이는 보려하지 않는 고층 빌딩 숲과도 같은 사회에 대한 환멸이 결국 종교적인 구원을 바라는 간절함으로 빚어지지 않았을까.



ⓒ 김기덕필름. All rights reserved


(스포일러 끝)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는 새삼스럽지만 아니 혹은 잘 몰랐거나 알고자 하지 않았던 현실의 아픔을 보게 해 준 인상 깊은 작품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와 집으로 오는 내내 '아프다'라는 말만 되뇌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이 아픔이 더 많은 관객들에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며.



1. 스포일러가 될까봐 더 자세하게 적지는 못하지만 여자와 강도가 처음만나 엄마임을 확인하려는 그 장면에서 출산의 고통, 순간이 느껴졌어요. 양면성이 담긴 이 장면 참 인상적이었어요.


2. 오랜만에 만나는 아주 강렬한, 아픈 마지막 장면이었습니다.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네요.


3. 글 초반에 이야기한 것처럼 개인적으로는 김기덕 감독 작품 가운데는 가장 제 취향에 맞는 작품이었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김기덕필름 에 있습니다.


 





  1. smart_ibk 2012.09.11 14:56

    영화 평 잘 보았습니다 ^^

  2. 와아 2012.09.11 15:28

    다들 근친상간을 떠올릴 장면에서 출산의 고통을 읽어내신게 훌륭합니다. 김기덕 감독도 그런 상징을 염두에 뒀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 Favicon of https://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2012.09.11 16:23 신고

      그 장면에서 조민수씨의 연기가 너무 인상적이라 기억에 깊이 각인되더라구요

  3. Favicon of http://www.humornara.kr BlogIcon 유머나라 2012.09.11 23:28

    정말 마음 속 여운이 오래 가는 영화였어요.

  4. 바라미 2012.09.19 19:09

    보고나니 머리를 꾹 짓누르는 영화. 최근에 보신 영화가 제가 본거랑 거의 같네요 전 본레거시 피에타 늑대아이 광해를 보았는데.. 우연일수도 있지만 최근 볼만한 영화인듯

  5. 루미스 2013.05.25 23:47

    전 가족들과 같이 봤어요..
    마지막 장면에 대한 이야기와 피에타상에 대해서 토론했었습니다.
    개인적으론 결국 강도는 죽어서도 죄를 씻을 수 없는것같더군요.
    그의 선행들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꽤 인상적이었는데도 말이죠 ㅎ


비몽 (悲夢: Dream, 2008)
애증, 그리고 꿈


김기덕 감독의 열 다섯 번째 작품이자 오다기리 죠, 이나영의 캐스팅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던 <비몽>.
사실 김기덕 감독의 작품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레도 <악어>부터 시작해서 <파란대문> <실제상황>
<나쁜 남자> <해안선>등 예전 작품들을 주로 보았던 것 같고 이들 작품들에서 그리 큰 매력을 느끼지는 못했었기
때문에 최근 화제를 불러모았었던 <빈 집>이나 <숨> <사마리아>같은 영화들은 제대로 챙겨보질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 <비몽>을 쉽게 넘기기 어려웠던 것은 역시나 캐스팅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느 인터뷰 & 기사를 보니 스타 배우라 할 수 있는 오다기리 죠와 이나영의 캐스팅은 김기덕 영화가
대중들과 소통을 원하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나처럼 김기덕 영화에 대해 어느 정도 거리를 두었던
사람들마저 극장으로 불러오는 효과를 거두웠으니 어느 정도 이 소통방법이 통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결과적으로 <비몽>은 김기덕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스타일은 여전하지만, 오다기리 죠와 이나영이라는
스타의 캐스팅으로 대중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고자 노력한 시도가 엿보인 작품이며, 그 시도의 결과는 당연하게도
각자마다 틀려질 수 밖에는 없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영화의 기본 줄거리가 대충 이렇습니다. 극중 오다기리 죠는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 하며 매일 꿈을 꾸는데,
오다기리 죠가 꾸는 꿈은, 반대로 연인을 떠나버린 이나영에게 작용하게 되고, 오다기리 죠의 꿈이 이나영에게 몽유병으로
전달되게 됩니다. 즉 오다기리 죠는 꿈 속에서 그리도 만나고 싶던 헤어진 연인을 만나지만, 이 꿈이 이나영에게 몽유병으로
옮겨오면 이나영은 자신이 스스로 떠나보낸 증오만 남은 연인에게 매일 새벽 찾아가 사랑을 나누게 되는 것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비현실적인 표면적인 설정을 더하고 있는 것은 바로 오다기리 죠의 일본어 대사를 들 수
있습니다. 극 중에서 오다기리 죠는 일본어를 그대로 사용하는데 배경이 되는 대한민국의 모든 인물들과의 의사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즉 오다기리 죠가 일본어로 말하면, 이를 받는 한국사람들은 한국어로 대답하는 형식이지요.
만약 한 사람의 꿈이 다른 사람에게 몽유병으로 연결된 다는 설정이나, 일본어와 한국어로 자유롭게 의사소통하는
설정을, 그대로 넘기지 못하면 이 영화는 매우 불편한 영화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김기덕 감독의 <비몽>에서 이런 것들은 별로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건 그냥 영화에
묵시적인 약속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비현실적이지만 일본어와 한국어로 자유롭게 대화하는 기본 설정은 묘한
분위기 외에도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소통과 사랑과 증오의 가까움, 여러 사람이 결국은 한 사람이나 마찬가지라는
메시지와 교묘하게 교차되기도 합니다. 참고로 본래 김기덕 감독은 오다기리 죠의 일본어에 한국어 자막조차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었다고 합니다. 확실히 김기덕 감독은 대부분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기본'이라는 설정에
전혀 구속 받지 않는 감독임은 확실한 듯 해요.


(아래 단락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오다기리 죠는 자신이 잠이 들고 꿈을 꾸게 되면 그 꿈이 이나영에게 몽유병으로 전해지기 때문에, 이를 알고는 잠을 자지
않기 위해 노력하게 됩니다. 이나영 역시 잠을 자게 되면 몽유병으로 자신이 원하지도 않는 옛 애인을 찾아간다는 것을
알게 된 뒤로는 잠을 자지 않으려고 하구요. 그래서 두 사람은 서로 교차로 자는 방법을 생각해내고 얼마 정도는 성공을
거두는 듯 하지만, 이도 결국은 성공하지 못하고 나중에는 서로 수갑을 차고 같은 자리에서 잠을 청하는 방법까지
동원하게 되죠. 이들이 잠이 들지 않기 위해서 무던히도 노력하는 모습은 정말 눈물겹기 까지 합니다.
사실 어느 정도 코믹하기도 했는데, 잠들지 않기 위해 눈을 부릅뜨려고 얼굴을 쥐어 뜯는 다던가 눈에 테입까지 붙여가며
잠을 안자려고 하는 모습은 처음에는 블랙 코미디 정도로 생각되기도 하지만, 나중에 가면 이 눈물 겨운 노력들은
무섭게 느껴지기 까지 합니다. 어쩌면 김기덕 감독은 코믹함으로 느껴졌던 장면들이 분위기에 따라 공포스러운 장면으로
까지 느껴지는 것을 통해, 사랑과 증오는 어차피 하나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이 영화에서 가장 핵심적인 장면을 들자면 아무래도 갈대밭에서 4명의 인물이 모두 등장해 벌어지는 장면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일반적인 영화 화법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온 이상한 장면인 동시에, 마치 현실에서 완전히 차단된
죽은 자들의 세계같은 느낌도 전해주는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렇게 비현실적이고 이상한 장면이긴 하지만,
인물과 인물이 교차되고, 상대가 바뀌는 것을 보여주면서 결국 이 사람과 이 사람이 같은 사람이고, 이 사람과 이 사람도
같은 사람인, 즉 모두가 하나이고 모든 감정도 하나라는 것을 매우 단적으로 보여준 어쩌면 매우 현실적인 장면이기도
하다는 생각도 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이나영은 온통 검은 옷을, 오다기리 죠는 온통 흰색 옷을 입고 등장하는데,
이 역시 아주 노골적인 묘사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기덕 영화 하면 가학적이라는 선입관이 있긴 합니다. 그 내면에 정말 폭력성이 있느냐, 그것을 말하려고 하는 것이냐에
대해서는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어쨋든 화면으로 보여지는,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장면들에서는
가학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비몽>역시 오다기리 죠의 연기를 통해 이 가학적인 측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다른 감독이었다면 영화 속 오다기리 죠의 후반부의 행동들을 그런 식으로 그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되기도
하더군요. 이는 분명 김기덕 감독이라 그런 방식을 선택했을 것이라는 생각 밖에는 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래서 김기덕 감독이 작품이 조금 불편하기도 한 것 같구요.

영화가 들려주려는 메시지는 화법이 그리 친절하지는 않지만(그것이 김기덕 감독의 스타일이기도 하구요), 조금만
신경을 써보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미술적인 측면이나 장면들을 통해
메시지를 이미지화 하려는 시도가 적극적이었다는 것 또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백과 강렬한 색, 어둠과 빛의 강렬한
대비 효과들은 배우들이 뿜어내는 강렬한 이미지와 맞물려 메시지 전달에 시각적인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앞서 잠시 언급했듯이 김기덕 감독의 작품을 특별히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음에도 이 영화를 과감히 선택하게 된 이유는,
이나영 때문이 아닌 바로 오다기리 죠라는 배우 때문이었습니다. 일본 배우들 가운데도 특유의 여유로움과 코믹함부터
극 진지함까지 다양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오다기리 죠가 김기덕의 작품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하는 것이 사실
가장 궁금했던 것이었지요. <비몽>에서 그가 연기한 '진'이라는 캐릭터가 오다기리 죠만이 할 수 있는, 아니면 오다기리 죠의
역량이 최대한 발휘된 캐릭터라고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후반 부에 처절하게 변해가는 진의 캐릭터를 보고 있노라면
오다기리 죠의 연기력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나영의 연기는 사실 연기력 자체보다는 그 무표정의 이미지가 더욱 기억에 남는
연기였던 것 같습니다. 가끔씩 무표정으로 대사를 하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아름다움을 넘어서 섬뜩함까지
느껴지곤 하니까요.

쉽게 이해하긴 어려웠지만 개인적으로는 김기덕 감독의 작품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된 영화가 될 것 같네요.


1. 결국 잠이 보약!
2. 어디서 보았는데, 이 영화는 완전 '한옥투어'무비라고. 그 말에 동감.
3. 아직 <텐텐>을 못봤는데 이 영활 보고 <텐텐>을 보게 되면 그가 어찌보일지 궁금하군요;;;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김기덕 필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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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intogroove.tistory.com BlogIcon 인생의별 2008.10.15 21:11

    저는 오히려 생각보다 영화가 김기덕스러워서 좀 놀랐습니다. 예고편이 너무 때깔이 좋아서 설마 이번엔 대중적인 영화를 만드는 건 아닌가 생각했거든요. 결국 뚜껑을 열어보니 변함 없는 김기덕 영화였어요. 그러니까 오다기리 죠와 이나영이 그런 연기를 과감히 한 거겠죠. (특히 이나영의 표정연기는 잊을 수 없네요ㅋ)

    • Favicon of https://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2008.10.18 12:53 신고

      저도 변함없는 김기덕 영화라는데 한표~
      오다기리 죠와 이나영은 그의 영화를 새로운 관객들에게로 선보이기 위한 하나의 좋은 수단이기도 했죠;
      전 요즘도 가끔씩 오다기리 죠가 졸음을 참을 때 했던 그 얼굴 표정을 지어봅니다 --v

  2. alice 2008.10.16 13:46

    이나영이 흰색 오다기리죠가 검은색이었었어요
    후반부로 갈수록 이나영의 옷이 점점 검은계통으로 바뀌어가서 뭔가-싶었었다는 .
    저는 처음 보는 김기덕 감독의 작품이었는데, 그리 불편하지는 않았지만 절대 편하지도 않았던 것 같아요
    전혀 감독의 세계에 대한 이해없이 관람했기때문에
    왜 전부 가회동패밀리인지 좀 웃겼었는데 .

    • Favicon of https://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2008.10.18 12:54 신고

      아, 옷색깔은 제가 기억하는게 맞는것 같아요 ^^;
      김기덕 감독의 작품들 가운데서는 크게 불편했던 영화는 아니었던것 같아요;;



위에도 언급하였듯이 그 동안 영화로는 별 재미를 보지 못했던 장동건은 <친구>한 편으로 최고 흥행배우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그런 그가 <2009 로스트 메모리즈>이후 선택한 영화는 의외의 저예산 영화인 <해안선>이었다. 워낙 이전에 흥행참패를 많이 겪었던 이력이 있어서 인지, 장동건은 이른바 ‘떳을 때 바싹 버는’ 길을 버리고 김기덕 에게로 안겼다. 이러한 그의 모험아닌 모험은 일단 비교적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흥행과 비평은 제쳐두더라도 배우인 장동건을 위해서 말이다. 김기덕 감독은 <섬>, <수취인불명>등 이전 영화에서도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한정된 공간과 분단 상황 등을 그려왔는데 이 작품 <해안선>역시도 한정된 공간을 다루었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예감했었던 것처럼 거대한 정치적 이데올로기 같은 부담스러운 이야기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로지 한 인간에 대한 고뇌와 고통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강한철 상병(장동건 분)은 해안경비대 소속의 군인이다. 그는 제대 날짜만 세고 있는 다른 군인들과는 다르게 임무에 지나칠 정도로 충실하고 반드시 간첩을 자신의 손으로 잡겠다는 의지가 강한 남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술김에 출입금지 구역에 들어왔던 근처에 사는 두 남녀를 발견하게 된다. 이를 간첩으로 오인한 강한철 상병은 무자비하게 남자에게 총격과 수류탄을 퍼붓는다. 하지만 상황종료후 이들이 간첩이 민간인임을 알게 된 강한철은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되고, 총살된 남자의 애인이었던 여인도 심한 정신적 충격에 늘 웃으며 근처를 떠돌게 된다. 정신적 이상으로 강한철 상병은 제대를 하지만, 사회에서도 적응하지 못하고 그는 다시 군복을 입고 해안선으로 돌아가게 된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그리고 누구도 도와줄 수 없다. 그저 동정과 조롱을 받을 뿐이다. 그 자신은 임무에 너무도 충실한 탓이었지만, 출입금지 구역을 침범한 민간인을 사살한 죄책감과 충격은 한낱 표창장으로 덮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게 조직에서 세뇌당한 이는 피해자로 평생을, 아니 일생을 마감하게 되고 우리는 그렇게 또 금방 잊고 만다. 군대라는 조직의 특성, 그리고 해안선이라는 제한된 공간의 설정은 한 인간의 심리극을 나타내기에 더할 나위없는 것 이었다. 또한 김기덕 감독 자신은 해병대 출신으로 이 같은 상황을 사실적으로 그리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주인공 강한철 상병 외에도 상처받은 여인인 미영, 그리고 강상병과 동기인 병사, 그리고 미쳐버린 동생의 오빠. 이들은 자신의 의도였던 아니던 간에 모두 씻을 수 없는 분노와 고통을 겪어야 했고, 그러한 감정들은 어느 곳, 어느 누구도 지울 수 없는 낙인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이용했던 여러 명의 군인들이 이를 무마시키기 위해 음모를 도모하는 장면은, 상처받기도 쉽지만 또한 무섭도록 잔인한 인간의 본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비록 영화는 대형 블록버스터 급 지원을 받지는 못한 저예산 영화였지만, DVD 타이틀은 다른 외국영화 타이틀들과 비교하여도 크게 뒤떨어질 것이 없는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고 있다. 일단 화질과 음질을 살펴보면, 1:85:1의 아나몰픽 화면으로 검푸른 바닷가와 우거진 수풀 등 배경 등을 깔끔하게 선보이고 있다. 섬세한 화면의 표현만큼 사운드 면에서도 높은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는데, 한 밤중을 빗발치는 총알 소리는 높은 분리도로서 실감나게 전달되고 있고 무엇보다도 DTS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다음은 서플먼트인데, 무엇보다도 반가운 서플먼트는 바로 김기덕 감독과 장동건이 참여한 음성해설이다. 딱딱하지 않고 둘이서만 대화를 나누는 듯한 편안한 분위기의 음성해설은, 장면에서의 감독과 배우의 의도와 부가 에피소드 등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메이킹 필름에서는 ‘해안선 신병들의 지옥훈련’ ‘김기덕, 장동건의 이중주’ ‘넘어서는 안될 선’ ‘본격 심리 드라마’ ‘전쟁 없는 전쟁영화’란 제목들로 나뉘어 성우들의 목소리를 통해 제작과정을 전한다. 외국 타이틀들과는 다르게 자막이 아닌 성우의 목소리로 듣는 제작과정은 매우 흥미있는 요소라 하겠다. 이외에도 스틸 겔러리 에서는 노래 한 곡을 들으며 영화의 주요 장면들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두 가지의 예고편과 TV 광고 장면도 수록되어있다.




타이틀의 메인화면에 등장하는 헤드카피문구이다. 여기서 말하는 선은 비약 해안선에만 머무르지는 않는 것 같다. 아니 오히려 여기서 말하는 선은 표면적 해안선 보다는 내면적인 인간의 심리적 요소에 더 가깝게 닿아있는 듯 하다. 우리가 영화 속 상처받은 인물들을 보며 마냥 슬퍼할 수만 없었던 것, 그리고 극중 강한철 상병이 그렇게 지키려고 했던 것, 이것들 또한 이 영화 속 에서만 머무는 것은 아닐 것이다.

2003.02.14
글 / 아시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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