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화살 (Unbowed, 2011)

현재 진행형의 투쟁



지금으로부터 약 5년 전 대한민국을 떠들석 하게 했던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 이른바 '석궁사건'이라고 불린 사건이 그것이었다. 재판 과정에서 불합리함을 느낀 피고였던 한 교수가 재판의 판사를 찾아가 석궁으로 위협을 했다는 사건이었는데, 다른 사건들과는 달리 '석궁'이라는 조금은 특별한 도구 때문에 더 세간에 주목을 끌었던 사건이기도 했다. 정지영 감독의 영화 '부러진 화살'은 바로 이 석궁사건을 토대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 영화의 어디까지가 실화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도 물론 얘기거리이지만, 어쨋든 실제 일어났던 사건과 별개로 생각할 수는 없는 작품이란 것만은 분명한 사실일 듯 하다.



ⓒ 아우라 픽쳐스. All rights reserved


'부러진 화살'이 주목하고 있는 지점은 사법부로 대변되는 대한민국의 권력을 갖고 있는 조직 사회의 문제, 그리고 이와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 수 있겠다. 정지영 감독은 완전히 이 사건 자체에만 집중하면서도 중간 중간 대사와 장면들을 통해 이 이야기를 단순히 법정 내의 이야기로만 가두지 않는다. 이 이야기는 김경호(안성기)가 불합리한 정치적 이유로 인해 겪게 되는 투쟁의 과정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대한민국 사회가 관례라는 이름으로 집행하는, 혹은 권력을 가진 자들의 사리사욕을 위해 안면몰수하고 진행되는 시스템적인 불합리에 대한 투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바로 이 거대한 부당함과 외로운 합리의 싸움을 디테일하게 그려낸다. 보통 같았으면 '정의'라는 표현을 썼겠지만 '부러진 화살'이 담고 있는 내용은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정의'보다는 '합리'에 가깝다. 즉, 영화 속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정의롭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아니라, 합리적인가 그렇지 않은 가에 더 가깝다는 얘기다. 이 얘기를 바꿔서하면 대한민국 사회가 처한 문제는 정의를 논하기조차 부끄러울 정도로, 합리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스스로 증명하지 못할 정도의 쉽게 말해 '황당한' 상황이라는 말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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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김경호의 싸움을 살펴보면 그는 자신이 옳다 라는 것을 가지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죄인으로 여기는 상대에게 '너희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먼저 입증해봐라'의 연속이다. 만약 이 싸움이 조금 더 정의로운 것에 포커스를 맞출 수 있으려면, 김경호가 판사를 찾아가 석궁으로 위협할 수 밖에는 없었던 상황에 대해, 정상참작할 만한 여지가 있느냐 아니냐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야 할텐데, 영화 속 싸움은 이보다 한참 전 상황에서도 더 나아가지 못한다. 결국 이 싸움에서 분노가 드는 것은 바로 이 답답함 때문임이 크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누구의 생각 혹은 주장이 맞는 가를 다투는 것이 아니라, 그 스스로도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는 커녕 너무나 당당하게 '내 주장은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말은 틀렸어요'라고 말하는 상대와 논리적으로 싸워야 하는 피곤함에 있다.


하지만 영화 속 김경호는 이런 무지한 상대를 두고도 끝까지 법적으로 밀어 붙인다. 김경호가 법적인 논리를 치밀하게 펴서 상대를 아무말도 하지 못하도록 만들면 만들 수록 관객의 분노와 피로함은 더해간다. 이것이 '부러진 화살'이 다른 법정영화와 전혀 다른 점이다. 주인공이나 변호사가 판사나 검사를 아무말도 못하도록 만들 때 승리감이나 시원함이 들기 보단, 그저 씁쓸함과 허탈함 만이 드는 건, 결정적 단서라고 생각한 동영상이 나와도 주어가 없다 라고 부정해 버리는 현실 사회의 피로함 때문일 것이다.




  ⓒ 아우라 픽쳐스. All rights reserved 


그런데 정지영 감독은 이 답답하고 분노만 끓어 넘치는 사건에 다른 공기를 불어 넣었다. 그냥 이 사건을 몰랐던 관객들에게 '이런 사건들이 있었습니다'라고 고발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직 이 싸움은 끝나지 않았어요'라고 말하고 있는 듯 했다. 나는 그래서 이 영화의 마지막이 특별히 마음에 들었다. 분노를 분노에 가두지 않고 현재를 살아가는 투쟁의 에너지가 되도록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영화는 끝나도 이 투쟁은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 씁쓸하게도 하지만, 한 편으론 바로 이 사실을 알려준 것이야말로 이 작품에 가장 큰 의미가 아닐까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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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whitewnd.tistory.com BlogIcon whitewnd 2012.01.26 15:40

    안녕하세요 오랫만이죠?
    덕분에 영화 대리 관람(?) 잘 했습니다 : )

  2. 1 2012.01.28 07:00

    한국이중요시하는것-지능,iq

  3. Favicon of https://jongsoo623.tistory.com BlogIcon +자작나무+ 2012.01.29 09:22 신고

    요즘 이 영화 이슈이긴 이슈인가 봅니다.

    한번 관람해야겠어요



바보같이 눈물 나는 영화.

<왕의 남자>는 <괴물>의 천 3백만 관객 동원 기록이 있기까지, 한국영화 흥행의 역사를 새로 쓴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작품이었다. 원 제작비를 따져보자면 천 만을 넘어선 다른 영화들과 비교하였을 때 훨씬 저렴(?)한 제작비로 큰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기도 하다. <왕의 남자>가 어쩌면 기대 밖이었을, 아니 아마도 기대 밖이었을 큰 흥행을 거두면서 이준익 감독의 차기 작에 대한 엄청난 기대가 모아졌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 터. 이렇게 전작이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경우, 차기 작에서 엄청난 부담 때문에 감독 스스로가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에 이준익 감독의 <라디오 스타>는 처음부터 큰 기대와 동시에 걱정을 안고 있는 작품이었다. <왕의 남자> DVD의 서플먼트를 보면서도 느꼈고 <라디오 스타> 개봉 시에 여러 인터뷰를 통해서 또 한 번 느꼈던 것은, 이준익 감독은 이러한 부담감에서 어쩌면 어느 정도 초월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물론 그 자신의 말대로 완전히 초월할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그가 이 막중한 부담감에서 초월했다는 사실은 이 영화 <라디오 스타>를 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라디오 스타>라는 영화는 애초에 시작할 때부터 큰 흥행을 노리고 있던 시나리오는 아니었다. 최근 영화 소비의 주 타겟이 되고 있는 10대는 물론, 20대의 취향도 아닐 뿐더러, 그들 취향에 맞는 젊은 배우들이 주연도 아니고, 액션물은 더더욱 아닌 잔잔한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준익 감독이 <왕의 남자>에 이어 이 같이 큰 규모의 영화가 아닌 일종의 작은 영화를 선택한 순간부터, 이 선택이 잘한 선택이 되었다고 해야 될 것이다. 이런 감독의 선택은 박찬욱 감독이 <친절한 금자씨> 이후 자신이 하고 싶어했던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를 만들었을 때 많은 관객들이 배신 등등을 운운했던 것과는 달리, <왕의 남자>의 감동을 기대하고 극장을 찾았던 관객들에게도 배신의 감정 따윈 느껴지지 않을 결과를 낳았다. 물론 흥행 면에서는 왕의 남자의 거의 7분의 1에 가까운 관객 동원을 거두었지만, 감독과 배우, 스텝들이 모두 입을 모아 얘기 하듯이 천 만 부럽지 않은 180만이라는 말을 실감하듯, 거창하진 않지만 본 사람들의 마음 속엔 오래 기억에 남을 좋은 영화가 되었다.



이 영화의 주된 내용을 간단히 얘기하자면 한 때 가수 왕 까지 할 만큼 잘나갔던 가수와 매니저가 세월이 흘러 흔히 말하는 한 물 간 스타가 된 뒤에, 우연한 계기로 다시금 인기를 얻고 하는 과정에서 가수와 매니저 간에 겪게 되는 감정, 그 감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렇다 할 특별한 이야기도 아닐 뿐더러 자칫하면 뻔한 신파가 될 위험이 많은 이 영화가 특별하게 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는 주연을 맡은 두 배우 안성기와 박중훈에 있었다. 글쎄 뭐랄까, 쉽게 말해서 <라디오 스타>라는 영화는 너무 영화 같으면서도 한 편으론 실제 안성기와 박중훈, 두 배우의 관한 이야기 같았다.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에 다른 두 배우가 캐스팅 되었다면 그 두 배우가 아무리 초절정의 연기 고수라 할지라도 지금 같은 감동은 없었을 것이다.



<칠수와 만수>부터 <투캅스>를 거쳐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 이르기까지, 함께 출연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던 영화도 많았던 이 두 배우. 하지만 최근에도 계속 꾸준히 영화에서 조연으로 등장하던 안성기 와는 달리, 한 때 한국 최고 흥행 배우였던 박중훈은, 수 많은 코미디 영화들이 점점 관객에게 흥미를 일어갈 때쯤, 서서히 잊혀가고 있었고 이후에 코미디 연기를 포기하고 조나단 드미 감독의 <찰리의 진실>의 출연하고, 악역으로 출연한 <세이 예스>, 눈물의 정극 연기를 선보였던 <불후의 명작>에 이르기까지, 배우로서 좀 더 다양한 스펙트럼을 펼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였지만, 관객들에게는 그다지 환영 받지 못하고 있던 터였다. 영화 속 추억의 록스타 ‘최곤’이 더 와 닿았던 것은 ‘최곤’을 ‘박중훈’이 연기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영화계에서 거의 20년 가깝게 함께해오며 친분을 쌓고 있는 안성기와 박중훈이 동반 출연한 자체도 극 중 ‘최곤’과 ‘박민수’의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얼마 전 청룡 영화상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공동으로 수상하며 잔잔히 감격에 빠져드는 모습을 보면서, ‘이젠 주연 조연 가리지 않고 불러만 주시면 열심히 하겠다’던 박중훈의 수상 소감을 들으면서, <라디오 스타>라는 영화가 어쩌면 이를 보고 즐긴 관객들보다도 이 두 배우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고 감동을 준 작품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디오 스타>는 가수와 매니저 사이의 관계에 집중이 된 나머지 크게 부각되진 않지만, 상당히 음악에 신경을 쓴 영화이다. 이준익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거창하게는 아니지만 한국 록 음악 계보를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이 같은 마음은 영화 음악과 삽입곡들에 고스란히 반영이 되었는데, ‘유 앤 미 블루’출신의 방준석이 영화 음악을 맡은 것은 물론이요, 신중현의 ‘미인’ ‘아름다운 강산’ ‘빗 속의 여인’ 등을 비롯하여 시나위의 ‘크게 라디오를 켜고’, 조용필의 ‘그대 발길이 머무는 곳에’는 물론, 노브레인의 ‘넌 내게 반했어’에 이르기까지 간단하지만 한국 록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신중현부터 노브레인까지 포인트를 짚고 넘어가고 있다. 노브레인의 캐스팅 역시 단순히 그들의 이미지나 캐릭터 때문에 캐스팅 한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한국 록 의 계보를 따지던 중 막내 격인(물론 그들도 어느덧 데뷔 10년 차이긴 하지만)노브레인을 출연시켜야겠다는 생각에서 캐스팅 했다고 한다. 노브레인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극중 이스트 리버가 그들의 캐릭터와 닮아있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시종일관 떠들며 넘치는 에너지를 뿜어내는 이스트 리버가 미워보이지 않았을 정도로, 처음 연기를 하는 것을 감안하였을 때에는 아주 괜찮은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라디오 스타>는 극장에서는 크게 흥행에 성공하진 못했지만, 후에 입 소문을 타고 좋은 영화라는 평이 나돌았기 때문에, 극장에서 놓친 관객들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DVD출시를 기다렸을 텐데, 이런 기대에 부응하듯 제법 빠른 시일 내에 DVD가 출시가 되었다. 2장의 디스크와 1장의 O.S.T를 포함한 패키지는 ‘비와 당신’을 비롯한 영화 속의 수록 곡들을 인상 깊게 들었던 터라 무척이나 반갑다. 1.85:1 와이드스크린의 화질은 최근 출시된 타이틀답게 올해 출시된 한국영화 타이틀 가운데서 손가락에 꼽을 만큼 우수한 화질을 보여준다. 특히 밝은 부분에서는 이렇다 할 문제점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깔끔한 화질을 수록하고 있고, HD급의 TV로 시청하여도 큰 화질저하를 느끼지 못할 만큼 수준급의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인물들의 클로즈 업에서는 물론, 동강과 영월 시내를 훑어가는 와이드 샷에서도 화질의 우수성을 만나볼 수 있다. DTS와 돌비디지털 5.1채널을 수록한 사운드 역시 수준급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극중 이스트 리버의 공연 장면에서는 우퍼 스피커의 활용도가 늘어나며 좀 더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를 들려주며, 감동적인 스코어 역시 깔끔하면서도 스케일있게 전달된다.



첫 번째 디스크에는 두 개의 음성해설이 수록되었는데, 첫 번째 트랙에는 이준익 감독과 안성기, 박중훈, 그리고 정승혜 대표와 최석환 작가가 참여하였고, 두 번째 트랙에는 이준익 감독과 음악감독 방준석, 그리고 노브레인이 참여하였다. 첫 번째 트랙에서는 안성기와 박중훈의 관계가 묻어나듯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음성해설이 이어지는 한 편, 감독과 제작자, 작가의 참여를 통해 촬영장의 에피소드는 물론, 본래 의도하려 했던 바와 스크린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제작 뒷얘기를 전해 들을 수 있다. 두 번째 트랙에서는 노브레인의 참여하여 재미를 더하는 한 편, 방준석 음악 감독이 함께 하여 영화의 전반 적인 음악에 관련한 이야기를 좀 더 세세하게 전해 들을 수 있다. 두 번째 디스크에 수록된 서플먼트는 예전 LP를 회상하게 하듯 Side A와 Side B로 나뉘어 담겨있는데, 주로 배우들과 감독, 스텝들의 인터뷰가 수록되어있다. 앞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이준익 감독이 <왕의 남자>이후 <라디오 스타>를 선택하게 된 계기와 이 영화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이었는지를 들려주고, 안성기와 박중훈 두 배우 역시 이 영화를 통해, 혹은 이번 인터뷰 기회를 통해 그 동안 못했었던 진솔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이번 영화에 감초 역학을 톡톡히 한 노브레인에 관한 스페셜도 수록되었으며, 방준석 음악감독의 인터뷰와 O.S.T 녹음 현장의 모습도 수록되었다.



어딘지 모르게 촌스러우면서도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났던 좋은 영화.
<라디오 스타>였다.

2006.12.26
글 / ashitaka


<라디오 스타>

사실 처음에는 <라디오 스타>라는 작품이 <왕의 남자>의 엄청난 성공에 힙입은
이준익 감독의 거품 가득한 영화일 줄로 생각했다.
사실 국내영화는 이런 경우가 많았고 특히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관객들의 기대치가 워낙에 높다보니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하고 욕을 바가지로 먹는
경우가 제법 많았다.
 
사실 이준익 감독이 단순히 <왕의 남자> 한 작품 만으로 얘기할 수 있는 감독은 물론 아니지만,
그의 이번 작품은 <왕의 남자>라는 타이틀을 태생적으로 거론할 수 밖에는 없을 영화였으리라.
 
하지만 감독 이준익은 이러한 기대를 자연스레 즐겨가면서 부담감을 떨쳐내며
전혀 다른 소박한 이야기를 후속작으로 내놓았다.
 
줄거리도 사실상 특별할 것이 없는 잔잔한 드라마.
왕년에 대스타가 시골 촌 지역 방송국 라디오 DJ를 맡아
전혀 잘 될 것 같지 않았던 방송도 대박이 나고 대스타도 그 동안 미처 해보지 못했던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다는 큰 줄거리.
 
뭐 요즘 한국 관객들이 특히나 기대하는 반전도 없고 엄청난 코미디도 없다.
하지만 최근 한국영화에는 부족했던 여운이 있었다.
 
말 그대로 여운.
<라디오 스타>로 인해 무언가 굉장한 화두에 대해 고민하거나 되새기게 된 것은
아니었지만 극장을 나오고 가끔 영화 포스터를 보게 될 때, 무언가 쓴 웃음 내지는
말 없이 살짝 미소짓게 되는 정도의 무엇.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후반부 박민수 역의 안성기가 짠 하고 최곤 앞에
나타났을 때 울컥하거나 감동이 북받치는 듯한 것은 없었지만,
그 전에 버스안에서 최곤에 돌아오라는 눈물의 방송을 들으며 아내의 돌아가라는 말에
입안 가득 든 김밥을 웅얼거리며 '나 김밥 장사할거야('팔거야'였나 --;)' 하는
대사가 백만배 더 슬프게 다가왔다.
 
이 영화에 가장 큰 불안요소는 어쩌면 안성기와 박중훈 두 배우였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배우이긴 하지만, 사실 박중훈은 <투캅스>이후 비슷한 류의 코미디 연기가
차라리 나았다고 생각될 만큼 <세이 예스>의 어색한 사이코 범죄자나
코믹사이에서 괜히 진지함까지 담으려 했던 <천군>에 이르기까지 점점 작품에서
배우로서의 이미지는 잃어가고 있는 중이였고,
안성기 역시 연예인들의 성대모사에 주 소재가 될 뿐,
배우로서 연기가 뛰어났다고 생각되었던 최근의 영화는 사실 없었다.

그래서 두 배우의 연기는 사실 기대하지 않았었던 것도 사실.
하지만 한간에서 <칠수와 만수>의 얘기가 다시 끄집어나오는 것 처럼
이 영화는 두 배우의 연기력에 상당한 부분을 의지하고 있는 영화이다.
앞서 언급했던 성대모사 투의 대사톤을 버리고 조금은 가볍고 오바스런 투의
캐릭터의 안성기와 왕년에 대스타로 거만한 최곤 역의 박중훈은 그야말로
오랜만에 자신들의 현 위치에 어울리는 작품을 만났다고 생각된다.
 
특히 안성기 같은 배우가 갑자기 그간의 이미지를 벗고 확 다른 가벼운
캐릭터를 맡게 되면 몰입도에 있어서 큰 혼란을 겪게 되고 집중하기 어려운 것이
보통인데, <라디오 스타>역시 초반에는 조금 적응안되는 부분이 없지않아 있었지만,
결국엔 동화되고 말 정도의 연기였다.
박중훈 역시, 첫 장면 무대 위에서 록 스타로서 열창하는 장면에서는 왠지 그간
그가 버라이어티 쇼에서 보여주었던 분장 립싱크 쇼가 떠올라 우스운 생각이 먼저
들었었지만, 나중엔 긴 머리나 록 스타로서의 복장이 그리 우습게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사실 까메오 정도일줄 알았던 노브레인의 활약상은 단연 발군.
이스트 리버(동강)라는 밴드로 출연한 노브레인은 보컬 이상욱은 물론이요
다른 멤버들도 첫 출연치고는 상당히 물오른 연기를 선보이며 극의 재미를 선사했다.
사실 '넌 내게 반했어~'가 나올땐 사람들이 '아 저 노래..'하며 알아들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아직도 그들을 모르고, 그저 재미있는 신인 연기자 정도로 아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좀 아쉽기도 했다 ㅋ
 
그리고 중국집 주방장으로 까메오 등장한 이준익 감독은
역시 <왕의 남자>로 매스컴을 많이 탄 탓인지 제법 많은 관객들이 알아보기도 ㅋ
 
<왕의 남자>처럼 엄청난 관심을 모으게 된 작품의 다음 작품으로서는
이 정도의 영화가 괜찮았다는 생각이다.
극 중 최곤 이라는 캐릭터 처럼, 왕년에 대스타였던 안성기, 박중훈 이라는
두 배우에게도 다시 한번 더 많은 영화에서 좋은 연기를 펼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글 / ashitaka

p.s/1. 김장훈의 연기는 사실상 홍경민과 함께 주연을 맡았던 <긴급조치19호>보다는
나아졌으나,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그리 자연스럽지 못했던 대사처리로 아쉬움을 ㅋ
홍경민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김국장 실에서 김국장에게 자신들 프로도 짤릴 판이라며
얘기를 건네던 직원은 홍경민의 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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